세상의 모든 고전 : 서양사상편 - 서울대 선정 동서고전 200선 세상의 모든 고전
반덕진 엮음 / 가람기획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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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고전을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은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까지도 쉽지 않기도 하거니와 다행이 그 책을 마주한다 해도 그 안의 내용들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라는 것을 깨닫고서는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1~2년 동안 꾸준히 책을 읽어오면서 이번만큼은 고전을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포기했던 경우는 물론 아직은 아니야, 하면서 미루다 보니 실제 고전을 읽은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대체 이토록 고전에 접하기 힘든 것은 무엇인지, 왜 고전이라는 이름 앞에서 매번 무너지고 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 무렵 서양사상편의 세상의 모든 고전을 마주하게 되었다.

 고전에 대한 막연한 갈망 때문에 그 동안 고전을 소개하는 메타포를 종종 읽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안에서 처음 마주하는 책들도 꽤 보였었는데 아직 갈 길이 멀구나, 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지만 그 무게가 버겁지만은 않은 무언가 설렘이 콩닥거리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고전들을 너무 유명하다 보니 읽지 않고서도 마치 읽은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고전 읽기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다. 자신의 관심에 따라, 자신의 눈길이 가는 책부터 접하면 된다. 고전 속으로의 여행이 결코 무거운 의무여서는 안 된다. 고전 익기는 양보할 수 없는 정신의 권리이자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지적 즐거움이기 때문이다.(중략)
 
조건과의 만남은 개인의 정신세계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고전의 샘물은 독자의 지적 갈등을 풀어주고 그에게 창고적 영감을 주기도 한다. –본문

 고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에 대해서 초입부터 산산이 부셔주는 이 이야기덕분에 그저 읽어보면 되리라, 라는 안도감이 밀려든다. 읽어보고 그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텐데 무서운 놀이기구 앞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지레 겁을 먹고 돌아서는 아이처럼, 나는 고전 앞에서 늘 그렇게 피해왔으나 저자의 이야기에 조금씩 마음을 풀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북방의 야만족으로 간주되었던 게르만족을 도시문명 속에서 활짝 피어났다가 점차 퇴폐해가던 로마와 대조시켜 그들의 강건한 자연인으로 묘사하며 그들의 진실함, 자유로움, 단순함과 로마인의 타락과 비굴함을 대비 시켰다. -본문

 게르만족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지만 게르마니아라는 고전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던 나로서는 타키투스의 이름 역시 이곳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었는데 로마인들에게 야만족이라는 이름으로 핍박을 받았던 게르만족에 대해서 알고 보면 그들보다 진실하면서도 도덕적인 모습을 안고 있었기에 로마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그는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정치가로도 활동했던 타키투스는 오로지 한 명에게만 권력이 집중되어 있던 당시의 세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그 당시 발생하던 폐해들에 대해서 꼬집어 내어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하니 바른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았던 인물임에 트림 없다.

 로마의 귀족 정치가 얼마나 많은 허점들을 안고 있고 있으며 그 스스로 붕괴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폭군의 휘하 아래 있는 백성들은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었던 것을 알고 있었기에 타키투스는 게르마니아를 통해서 로마의 귀족 사회의 부패를 인지하도록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군주론이라, 유토피아, 방법사설, 사회계약론 등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미 구비해 둔 책들이었는데 자살론이 이 책 안에 추천되어 있다는 것은 사뭇 놀라운 일이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 앞에 대체 저자가 자살론이라는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뒤르켐은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책을 저술하게 된 것일까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안고서 읽어 내려간 책에서는 어느 새 고개를 끄덕이며 장바구니에 책을 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회는 단순히 개인의 집합 이상의 실체로서 모든 사회 현상은 사회적 사실로 다루어져야 한다. 사회적 사실이란 개인의 단위를 초월한 행위 양식 빛 사고 방식으로서 개인에 대해 일정한 규제력을 가진다. 그렇다면 사회와 자살률의 관계는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중략)
 
국가와 정치사외에 있어서도 사회통합이 강조되고 개인의 사회생활에의 참여가 활발해지는 사회에는 오히려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음을 통계자료는 보여준다. 이에 따라 자살은 개별적인 이유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회적 요인인 사회통합도와 자살률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있다. –본문

 개인적인 이유가 아닌 사회적인 원인에서의 자살을 규명하려 했던 그의 노력은 현재까지 이뤄진 연구들에 있어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은 것들이라고 한다. 사회는 이전보다 진화하고 이른바 문명화의 세계로 진입하고는 있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은 오히려 전보다 더 피폐해지고 병들어가고 있으며 붕괴된 도덕 사회 속에 살고 있기에 이 모든 것들을 기반하여 사회 스스로가 개인들을 보호하고 그로 인해 자살률을 낮춰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주장은 지금도 변함없는 명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새로운 책들을 만난 것도 만난 것이지만 고전에 대한 벽 자체를 사그라들게 만들어 쉬이 손을 뻗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이 책과의 조우에 있어서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또 다시 읽어야 할 책들의 리스트를 두둑해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운 마음과 기꺼이 그 세계로 발을 들이게 만드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고전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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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고전 : 동양사상편 / 반덕진저

 

 

 

독서 기간 : 2014.11.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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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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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샤오홍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던 나로서는 과연 한 여자의 삶이 얼마나 많은 굴곡이 있기에 초입에서부터 저자는 이토록 그녀의 삶에 대해 애달프게 보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움을 넘어선 그 애절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보면서 샤오홍의 앞에 당면하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저자는 서글픔을 감추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과연 샤오홍이 누구인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넘기게 된 이야기 속에서 한 여인의 애잔한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샤오홍 하면 비련의 여인을 떠올린다. 그녀의 일생은 확실히 슬픔과 아픔으로 가득 찬 삶이었다. 그것은 삶과 죽음 사이에 오가는 몸부림이었고,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으며, 내면으로부터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꽃과 싸워야 하는 힘겨운 노력이었다.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여성들은 만약 그녀들을 지켜주는 신의 가호가 없거나 가슴속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결국 외롭고 쓸쓸하게 삶을 마감하게 된다. (중략) 예술과 헌신 사이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다가 결국에는 향기롭게 빛나던 바로 그 순간에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본문

 작가로서 그녀를 보자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로 기억되겠지만 한 여인의 삶으로 들여다보았을 때 샤오홍의 삶은 파란만장을 넘어서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그녀가 태어났던 당시의 시대상은 집안에서 정해주는 대로 혼사를 치러야만 했으며 여전히 가부장적인 모습이 만연해 있었기에 부부가 된다고 한들 그들이 동등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마주한다기 보다는 아내는 남편의 소유물로 여겨지는 때였다. 여자의 인권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태동되고 있을 무렵 이미 그것을 뛰어 넘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샤오홍은 사회는 물론 그녀의 집안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시한 폭탄과 같은 존재였으며 이미 유년시절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녀에게 드리우는 앞날은 어쩌면 이때부터 그녀의 삶 앞에 드리워질 어둠인지도 모른다. 장나이잉으로 살았던 시절에  그녀는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시절을 인생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말하고 있으며 샤오홍으로 살았던 때에는 자신의 삶을 보듬어 주며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한 루신을 통해서 오롯이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으니, 그녀에게 부모의 후원이 있었더라면, 아니 조금 더 욕심을 내어 현재 그녀가 태어났더라면 그녀는 이 모진 삶을 조금이라도 비켜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샤오홍의 일생은 부권(父權)과 부권(夫權)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남자로부터의 심한 억눌림 때문에 그녀는 일생의 자유가 거의 없었다. 아버지의 경멸과 무관심 때문에 생긴 상처로 말미암아 그녀는 불평등한 사회현상을 극도로 증오했다.
 
따라서 샤오홍은 여권의 기치를 높이 들였다. –본문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그녀의 부모가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았더라면 과연 이 모든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가. 왕언지아의 아내가 되어 그저 평범한 아내로 살고 있었다면 그녀의 이야기는 이렇게 세상에 나타날 수 있었을까. 세상이 요구하는 여자가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그녀는 그녀 앞에 드리운 모진 삶을 기어이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곰팡이가 가득한 여관방에 홀로 남겨졌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샤오줜을 만나 문학계로의 조우는 하지만 실제 한 남자의 여자로서는 비극을 맞이했다. 마지막 세상을 떠나기 44일 뤼빈지를 만나 위안을 받으며 눈을 감은 그녀는 과연 자신의 삶을 무엇이라 말했을까.

 한 여인의 삶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파란만장한 그녀의 삶은 한 떨기 붉은 장미가 이제 막 개화하려는 찰나 종지부를 찍고 아스라히 사라지고 만다. 그녀가 남긴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려 했지만 이미 절판된 것들이 있어 아쉬움만 남게 되는데 치열하다 못해 서글픔마저 맴돌게 하는 그녀의 삶이 그녀의 작품 안에서는 편안하게 빛날 수 있기를 바라보는 바이다.

 세상을 정말 소풍 온 듯 잠시 머물러 갔던 그녀의 이야기가 서글프지만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선택들을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기에 이 절절한 애잔함을 덮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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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란강 이야기 / 샤오홍저

 

 

 

독서 기간 : 2014.12.0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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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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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터덜터덜, 아직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고 온 몸이 물을 흠뻑 담은 스펀지처럼 무거우면서도 발걸음을 회사로 재촉하며 걸어가고 있다. 무엇을 위한다거나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어제처럼 오늘을 맞이하는 나로서는 그저 오늘 하루만 회사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책상 앞에 앉아 오늘의 일을 시작하고 있다. 

 매일 일탈을 꿈꾸면서도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은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때라고 나름의 위안을 전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이 최면이 현실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움직여야 하기에 움직여야 할 뿐이니까. 그래서일까. 교코와의 만남은 엉뚱한 듯 하지만 언젠가는 꿈꾸는 나의 모습이기에 그녀의 소소한 일상들이 평범하지만 함께 하나 보면 또 휴식처럼 느껴져 계속 그녀의 곁에 있고 싶어진다.

 그토록 예전 생활을 청산하고 싶어 했으면서 막상 닥치고 보니 이십 년 이상이나 몸에 밴 회사원 습성이라는 것이 좀처럼 없어지지 않아 당황스럽다. 여기로 이사 오고 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뭔가 해야 해.” 하고 무심코 할 일을 찾게 된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 했을 때,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할 일이 하나도 없다는 허무함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본문

 교쿄가 자신의 두 번째 인생을 위해 찾은 연꽃빌라는 이름과는 대조적으로 쓰러지기 일부 직전의 위태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여름에는 모기떼에 시달리고 습기 때문에 곰팡이의 습격을 받는 것은 물론 겨울에는 바깥보다도 집안이 더욱 춥게 느껴져서 온몸을 칭칭 감고 난로를 켜지 않으면 안될, 게다가 화장실과 샤워장은 공동 사용이며 옆 방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마저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 않아도 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이 공간이 대체 무엇이 좋다는 것일까, 라며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물론 나 역시도 그녀가 선택한 세 평 남짓한 이곳이 처음에는 마뜩잖았으니 말이다.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이주할 수 있었지만 30만엔의 월세와 한달 생활비 10만엔은 그녀가 남은 여생 동안 자신이 모아둔 돈으로 생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그녀는 어머니의 그늘에서부터 벗어나고파 했기에 이곳을 보자 마자 근사해요라는 말을 내뱉는 교코를 보며 그녀가 얼마나 이 시간들을 바라고 있었는지를 쉬이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선택은 그녀 앞에 드리울 문제들을 보며 오롯이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지만 최악의 선택이라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그럼에도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나가며 그 안에서의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짠하게 다가오면서도 그래, 이 정도면 됐지, 하며 그녀의 행보에 나지막이 힘을 실어보기도 한다.

 이미 오랫동안 몸에 벤 습관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서도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 라는 반문을 던지면서도 이웃인 사이토와 구마가이씨를 보면서 어떻게 보면 연꽃빌라라는 세상의 낙오자들과 함께 서로 다독이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그 안에서의 의미들을 찾아가는 그들을 보며 찬란하지 않지만 이렇게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교코가 회사 생활을 할 때도 큰 눈이 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적당히 시간을 계산해 택새를 불러 그걸 타고 회사에 다녔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과거의 자신은 현재의 자신과 많이 닮기는 했지만,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유행하는 옷과 소품이라든가, 화장품이나 에스테틱, 네일 살롱이 어떻고 하면서 겉모습은 반듯했지만, 그것은 그저 예쁜 갑옷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그 갑옷을 벗고, 속에 있던 부드러운 알맹이가 그 자리에 있다. -본문

방안의 제습기를 설치하고 수시로 물을 비워줘야 하고 모기의 출현 때문에 방충망을 직접 설치하고 곰팡이 제거를 위해 손수 닦아내야 하는 수고스러움과 문을 닫아도 방안으로 들어오는 눈보라와 갑작스레 등장한 거대한 지렁이 때문에 방을 뛰쳐나가야 하는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 안에서 새싹이 자라고 새들이 지저귀는 현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쏟아내는 잔소리가 우리가 견뎌야만 하는 현실이라면 그녀가 있는 세 평 남짓의 이 공간은 그녀를 감싸 안아주는 공간이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쓰러져 가는 남루한 공간이었지만 교코에게는 그녀 스스로의 생각과 시간을 갖게 해준 곳이었기에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과연 나의 연꽃빌라는 어디인지에 대해서, 당장이라고 이런 곳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만이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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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 무레 요코저

 

 

 

독서 기간 : 2014.12.0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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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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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세상의 고양이가 사라지게 된다면, 이라는 독특한 질문 때문에라도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대체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세상에 어떠한 변화가 오게 될까. 고양이를 키운 적은 한 번인가 있었는데 뒤뜰에 있는 쥐 잡이용으로 장터에서 온 녀석은 어느 새 비좁은 뒤뜰이 아닌 세상으로 뛰쳐나가버렸고 그렇게 정이 들 즈음 사라져버린 그 고양이 덕분에 부모님은 고양이는 더 이상 키우지 않으셨다. 그저 지나가는 들 고양이만 몇 번 마주했던 것이 전부였기에 과연 고양이가 사라진다, 와 그 이후의 변화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딱히 어떠한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나에게 고양이에게 애정을 쏟았던 기억도 사랑을 주었던 기억도 뚜렷이 없이 그저 이 지구 상에 함께 하는 존재 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질문을 바꿔 강아지가 사라지게 된다면, 현재 동거동락하고 있는 강아지가 있기에 그 사실은 무척이나 슬플 것이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사라진다는 것은 나에게는 물음표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가슴 아픈 현실이 될 것이고 또 고양이를 싫어하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을 텐데 과연 이 책 속에서는 어떻게 이 이야기를 펼쳐나가게 될지. 고양이를 기반으로 한 이 소설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을지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세상에서 갑자기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벼하고,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까?
세상에서 갑자기 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아무런 변화 없이 여느 때와 똑 같은 내일을 맞게 될까?

시시한 망상이라고 당신을 생각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믿어주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써나갈 내용은 지난 일주일 동안 나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너무나 불가사의한 일주일이었죠.

나는 머기않아 죽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 이유에 관해 지금부터 쓰려고 합니다. 분명 긴 편지가 되겠죠. 그래도 마지막까지 함께해주길 바랍니다. 이것은 내가 당신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가 될 것입니다. 그래요, 이것은 나의 유서입니다. -본문

평범한 일상 속에 우편 배달원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던 서른 살의 사토 다케루. 그에게는 가족을 대신해 4년을 함께 살아온 고양이인 양배추가 있다. 어제와 같이 오늘을 살고 내일도 살아갈 그에게 감기 기운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그리하여 들린 병원에서는 뇌종양 4기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당연히 내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에게 남겨져 있는 알 수 없는 며칠을 종종거리고 있던 그에게 너무도 화려한 셔츠를 입은 악마 알로하가 나타나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없앨 때마다 사토 다케루에게 주어지는 하루라는 삶의 연장. 이것이 바로 악마가 그에게 내 놓은 거래 조건이었는데 하나님과의 제안을 통해 이러한 능력을 얻은 알로하는 이 믿을 수 없는 조건을 시한부 인생을 이제 막 받아들인 다케루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의 삶을 연장하기 위해 다케루는 전화, 영화, 시계를 차례로 없애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슬르 타면 스마트폰에만 집중하고 있는 이들을 보노라면 과연 핸드폰이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지냈을까, 라는 물음이 절로 들었는데 다케루는 이것을 그가 악마를 만난 그 다음날 가장 처음 없애게 된다. 휴대폰 속의 수많은 이들의 번호 중 무엇 하나도 외우지 못하면서 세상에 가장 중요한 물건인 냥 늘 내 손에 있었던 핸드폰이 사라지고 그 다음 그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영화였다. 왜 그가 이러한 것들을 없앴는지에 대한 선택 또한 관전 포인트겠지만 번외의 문제로 순간 자신이 없애기로 한 것들을 마지막 순간에 그것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게 주어지는데 그것이 만약 나였다면, 마지막에 누구에게 전화를 하고 어떠한 영화를 보게 될지에 대한 생각에도 잠겨보게 한다.

 그리고 나서 다케루는 이 책의 제목과 같이 고양이가 사라지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늘 곁에 있었기에 소중함을 몰랐던 양배추의 존재에 대해서, 그 전에는 그저 전화를 사용하고 영화를 보고 시계를 확인했던 것을 넘어 자신과 교감을 나누었던 고양이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한 인간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이것은 비단 고양이를 넘어 우리에게 주변에 늘 있지만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게 한다.

당신은 마지막 순간에 소중한 사람이나 둘도 없이 귀한 것들을 깨닫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근사하고 소중한 일인지를 깨닫게 되요.
자기가 사는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새삼 다시 바라보는 세상은 설령 따분하더라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닫죠. –본문

 매일 눈에 보이고 곁에 있는 것들이라 당연히 곁에 있는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들이었음을 이 소설을 통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야옹, 하고 우는 양배추의 소리가 얼마나 그에게는 따스했을지. 그 짧은 울림이 내 주변의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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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기억 / 오기와라 히로시저

 

 

 

독서 기간 : 2014.11.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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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B. F. 스키너 & 마거릿 E. 본 지음, 이시형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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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하서 20대 초반만 해도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내왔다면 시간이 조금씩 흘러 20대 후반을 지나 30대에 진입한 지금, 눈을 감으면 대학 신입생 때의 모습이 선연하게 나타나 것만 이미 10여년이 지난 일이라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하루하루는 더디게 지나가는 것 같지만 어느 새 달력은 가속도가 붙은 것마냥 빠르게 지나가고 그렇게 한 살 한 살 나이가 더해져 30대에 진입한 지금, 20대만 해도 30대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지도 못했거니와 도무지 오지 않을 시기라고만 생각했었다. 이것은 현재의 내가 마흔이라는 시간을 그려보지 못하는 것과 동일한 것 일 텐데 그렇게 10년의 미래의 모습조차 그리기 어려운 나에게 있어 노년이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은 아무리 그려 보려 해도 그릴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주름이 하나 둘 늘어난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만은 그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모습이 실제 그려지지 않는 이중의 생각이 공존하는 것인데 이토록 멀게만 느껴지는 그 시간들에 대해서 스키너는 이토록 아무런 준비 없이 노년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한창 젊음 속에 그 시간을 누리고 있는 현재의 나부터 노년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노년이란 바로 이러한 낯선 타국과도 같다. 그곳에 가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새로운 생활이 더욱 즐거울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노년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노년이라는 나라는 너무나 을씨년스러운 황무지처럼 보일 때가 많다. 이 나라는 관광회사에서 뿌려대는 화려한 안내책자에 나오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수천 년에 걸쳐 슬픔과 질병과 가난으로 점철된 풍경이라고만 전해져 왔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대로, 사람들은 누구나 오래도록 살고 싶어 하지만 그 누구도 늙는 것을 원치 않으며, 대게는 늙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조차 하기 싫어한다. –본문

 언젠가는 도래할 나의 미래이고 준비를 통해서 그 시간들을 더 만끽할 수 있다면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위해서 투자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막연하게 그때 생각하면 되겠지, 가 아니라 현재 조금씩 준비하면서 나아가다 보면 준비를 해 나가는 나의 모습도 그러하지만 매 순간 준비를 해나가며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기에 오늘을 낭비하지 않고 내일은 준비할 수 있는 방안이리라. 스키너는 이 책을 통해서 노년에 있는 이들 이외에 그곳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이들에게 어떻게 노년을 준비하면 좋은 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데 끊임없이 세상과 접촉하면서 이전보다 느려지고 둔해진 몸과 정신을 계속해서 단련해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나타나도 있는 망각의 영역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기억을 더듬어야 한다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인생의 초년은 말년을 위해 만들어진 것 아니다 우리는 늙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며, 젊은 이들이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어.” 라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더 심사숙고 한다면, 앞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즐길 수 있다. –본문

 언제나 남들보다 빠르게, 더 높이 날아올라야만 성공의 가도 위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그리고 아직 더 나아갈 일이 많이 있기에 아직은 버둥거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게 스키너는 매 순간을 재촉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만이 아닌 천천히 생각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고 삶을 변화하는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 느리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며 자신의 능력에 맞게, 그러니까 노인의 느림에 있어 그 느림의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배워간다는 것은 충동적인 행동들을 미리 제약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늙는다는 것에서 막연한 두려움과 나에게는 아직 먼 미래이기에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 스키너는 노년만을 위한 준비가 아닌 현재의 나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 노년만을 위한다기 보다는 현재의 나를 다독이고 격려하기 위해서라도 좋을 이 책을 읽는 내내 조금 느리게 그러나 더 넓게 배우는 법을 알게 되면서 이전보다 평온한 시간들을 보내며 내일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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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한 변명 / 김희재저


 

 

독서 기간 : 2014.11.28~11.2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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