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샤오홍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던 나로서는 과연 한 여자의 삶이 얼마나 많은 굴곡이 있기에 초입에서부터 저자는 이토록 그녀의 삶에 대해 애달프게 보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움을 넘어선 그 애절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보면서 샤오홍의 앞에 당면하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저자는 서글픔을 감추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과연 샤오홍이 누구인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넘기게 된 이야기 속에서 한 여인의 애잔한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샤오홍 하면 비련의 여인을 떠올린다. 그녀의 일생은 확실히 슬픔과 아픔으로 가득 찬 삶이었다. 그것은 삶과 죽음 사이에 오가는 몸부림이었고,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으며, 내면으로부터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꽃과 싸워야 하는 힘겨운 노력이었다.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여성들은 만약 그녀들을 지켜주는 신의 가호가 없거나 가슴속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결국 외롭고 쓸쓸하게 삶을 마감하게 된다. (중략) 예술과 헌신 사이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다가 결국에는 향기롭게 빛나던 바로 그 순간에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본문

 작가로서 그녀를 보자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로 기억되겠지만 한 여인의 삶으로 들여다보았을 때 샤오홍의 삶은 파란만장을 넘어서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그녀가 태어났던 당시의 시대상은 집안에서 정해주는 대로 혼사를 치러야만 했으며 여전히 가부장적인 모습이 만연해 있었기에 부부가 된다고 한들 그들이 동등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마주한다기 보다는 아내는 남편의 소유물로 여겨지는 때였다. 여자의 인권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태동되고 있을 무렵 이미 그것을 뛰어 넘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샤오홍은 사회는 물론 그녀의 집안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시한 폭탄과 같은 존재였으며 이미 유년시절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녀에게 드리우는 앞날은 어쩌면 이때부터 그녀의 삶 앞에 드리워질 어둠인지도 모른다. 장나이잉으로 살았던 시절에  그녀는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시절을 인생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말하고 있으며 샤오홍으로 살았던 때에는 자신의 삶을 보듬어 주며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한 루신을 통해서 오롯이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으니, 그녀에게 부모의 후원이 있었더라면, 아니 조금 더 욕심을 내어 현재 그녀가 태어났더라면 그녀는 이 모진 삶을 조금이라도 비켜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샤오홍의 일생은 부권(父權)과 부권(夫權)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남자로부터의 심한 억눌림 때문에 그녀는 일생의 자유가 거의 없었다. 아버지의 경멸과 무관심 때문에 생긴 상처로 말미암아 그녀는 불평등한 사회현상을 극도로 증오했다.
 
따라서 샤오홍은 여권의 기치를 높이 들였다. –본문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그녀의 부모가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았더라면 과연 이 모든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가. 왕언지아의 아내가 되어 그저 평범한 아내로 살고 있었다면 그녀의 이야기는 이렇게 세상에 나타날 수 있었을까. 세상이 요구하는 여자가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그녀는 그녀 앞에 드리운 모진 삶을 기어이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곰팡이가 가득한 여관방에 홀로 남겨졌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샤오줜을 만나 문학계로의 조우는 하지만 실제 한 남자의 여자로서는 비극을 맞이했다. 마지막 세상을 떠나기 44일 뤼빈지를 만나 위안을 받으며 눈을 감은 그녀는 과연 자신의 삶을 무엇이라 말했을까.

 한 여인의 삶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파란만장한 그녀의 삶은 한 떨기 붉은 장미가 이제 막 개화하려는 찰나 종지부를 찍고 아스라히 사라지고 만다. 그녀가 남긴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려 했지만 이미 절판된 것들이 있어 아쉬움만 남게 되는데 치열하다 못해 서글픔마저 맴돌게 하는 그녀의 삶이 그녀의 작품 안에서는 편안하게 빛날 수 있기를 바라보는 바이다.

 세상을 정말 소풍 온 듯 잠시 머물러 갔던 그녀의 이야기가 서글프지만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선택들을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기에 이 절절한 애잔함을 덮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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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란강 이야기 / 샤오홍저

 

 

 

독서 기간 : 2014.12.03~12.0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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