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세상의 고양이가 사라지게 된다면, 이라는 독특한 질문 때문에라도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대체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세상에 어떠한 변화가 오게 될까. 고양이를 키운 적은 한 번인가 있었는데 뒤뜰에 있는 쥐 잡이용으로 장터에서 온 녀석은 어느 새 비좁은 뒤뜰이 아닌 세상으로 뛰쳐나가버렸고 그렇게 정이 들 즈음 사라져버린 그 고양이 덕분에 부모님은 고양이는 더 이상 키우지 않으셨다. 그저 지나가는 들 고양이만 몇 번 마주했던 것이 전부였기에 과연 고양이가 사라진다, 와 그 이후의 변화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딱히 어떠한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나에게 고양이에게 애정을 쏟았던 기억도 사랑을 주었던 기억도 뚜렷이 없이 그저 이 지구 상에 함께 하는 존재 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질문을 바꿔 강아지가 사라지게 된다면, 현재 동거동락하고 있는 강아지가 있기에 그 사실은 무척이나 슬플 것이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사라진다는 것은 나에게는 물음표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가슴 아픈 현실이 될 것이고 또 고양이를 싫어하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을 텐데 과연 이 책 속에서는 어떻게 이 이야기를 펼쳐나가게 될지. 고양이를 기반으로 한 이 소설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을지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세상에서 갑자기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벼하고,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까?
세상에서 갑자기 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아무런 변화 없이 여느 때와 똑 같은 내일을 맞게 될까?

시시한 망상이라고 당신을 생각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믿어주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써나갈 내용은 지난 일주일 동안 나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너무나 불가사의한 일주일이었죠.

나는 머기않아 죽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 이유에 관해 지금부터 쓰려고 합니다. 분명 긴 편지가 되겠죠. 그래도 마지막까지 함께해주길 바랍니다. 이것은 내가 당신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가 될 것입니다. 그래요, 이것은 나의 유서입니다. -본문

평범한 일상 속에 우편 배달원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던 서른 살의 사토 다케루. 그에게는 가족을 대신해 4년을 함께 살아온 고양이인 양배추가 있다. 어제와 같이 오늘을 살고 내일도 살아갈 그에게 감기 기운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그리하여 들린 병원에서는 뇌종양 4기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당연히 내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에게 남겨져 있는 알 수 없는 며칠을 종종거리고 있던 그에게 너무도 화려한 셔츠를 입은 악마 알로하가 나타나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없앨 때마다 사토 다케루에게 주어지는 하루라는 삶의 연장. 이것이 바로 악마가 그에게 내 놓은 거래 조건이었는데 하나님과의 제안을 통해 이러한 능력을 얻은 알로하는 이 믿을 수 없는 조건을 시한부 인생을 이제 막 받아들인 다케루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의 삶을 연장하기 위해 다케루는 전화, 영화, 시계를 차례로 없애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슬르 타면 스마트폰에만 집중하고 있는 이들을 보노라면 과연 핸드폰이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지냈을까, 라는 물음이 절로 들었는데 다케루는 이것을 그가 악마를 만난 그 다음날 가장 처음 없애게 된다. 휴대폰 속의 수많은 이들의 번호 중 무엇 하나도 외우지 못하면서 세상에 가장 중요한 물건인 냥 늘 내 손에 있었던 핸드폰이 사라지고 그 다음 그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영화였다. 왜 그가 이러한 것들을 없앴는지에 대한 선택 또한 관전 포인트겠지만 번외의 문제로 순간 자신이 없애기로 한 것들을 마지막 순간에 그것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게 주어지는데 그것이 만약 나였다면, 마지막에 누구에게 전화를 하고 어떠한 영화를 보게 될지에 대한 생각에도 잠겨보게 한다.

 그리고 나서 다케루는 이 책의 제목과 같이 고양이가 사라지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늘 곁에 있었기에 소중함을 몰랐던 양배추의 존재에 대해서, 그 전에는 그저 전화를 사용하고 영화를 보고 시계를 확인했던 것을 넘어 자신과 교감을 나누었던 고양이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한 인간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이것은 비단 고양이를 넘어 우리에게 주변에 늘 있지만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게 한다.

당신은 마지막 순간에 소중한 사람이나 둘도 없이 귀한 것들을 깨닫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근사하고 소중한 일인지를 깨닫게 되요.
자기가 사는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새삼 다시 바라보는 세상은 설령 따분하더라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닫죠. –본문

 매일 눈에 보이고 곁에 있는 것들이라 당연히 곁에 있는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들이었음을 이 소설을 통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야옹, 하고 우는 양배추의 소리가 얼마나 그에게는 따스했을지. 그 짧은 울림이 내 주변의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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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기억 / 오기와라 히로시저

 

 

 

독서 기간 : 2014.11.11~11.1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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