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고전 : 서양사상편 - 서울대 선정 동서고전 200선 세상의 모든 고전
반덕진 엮음 / 가람기획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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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고전을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은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까지도 쉽지 않기도 하거니와 다행이 그 책을 마주한다 해도 그 안의 내용들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라는 것을 깨닫고서는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1~2년 동안 꾸준히 책을 읽어오면서 이번만큼은 고전을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포기했던 경우는 물론 아직은 아니야, 하면서 미루다 보니 실제 고전을 읽은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대체 이토록 고전에 접하기 힘든 것은 무엇인지, 왜 고전이라는 이름 앞에서 매번 무너지고 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 무렵 서양사상편의 세상의 모든 고전을 마주하게 되었다.

 고전에 대한 막연한 갈망 때문에 그 동안 고전을 소개하는 메타포를 종종 읽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안에서 처음 마주하는 책들도 꽤 보였었는데 아직 갈 길이 멀구나, 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지만 그 무게가 버겁지만은 않은 무언가 설렘이 콩닥거리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고전들을 너무 유명하다 보니 읽지 않고서도 마치 읽은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고전 읽기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다. 자신의 관심에 따라, 자신의 눈길이 가는 책부터 접하면 된다. 고전 속으로의 여행이 결코 무거운 의무여서는 안 된다. 고전 익기는 양보할 수 없는 정신의 권리이자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지적 즐거움이기 때문이다.(중략)
 
조건과의 만남은 개인의 정신세계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고전의 샘물은 독자의 지적 갈등을 풀어주고 그에게 창고적 영감을 주기도 한다. –본문

 고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에 대해서 초입부터 산산이 부셔주는 이 이야기덕분에 그저 읽어보면 되리라, 라는 안도감이 밀려든다. 읽어보고 그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텐데 무서운 놀이기구 앞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지레 겁을 먹고 돌아서는 아이처럼, 나는 고전 앞에서 늘 그렇게 피해왔으나 저자의 이야기에 조금씩 마음을 풀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북방의 야만족으로 간주되었던 게르만족을 도시문명 속에서 활짝 피어났다가 점차 퇴폐해가던 로마와 대조시켜 그들의 강건한 자연인으로 묘사하며 그들의 진실함, 자유로움, 단순함과 로마인의 타락과 비굴함을 대비 시켰다. -본문

 게르만족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지만 게르마니아라는 고전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던 나로서는 타키투스의 이름 역시 이곳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었는데 로마인들에게 야만족이라는 이름으로 핍박을 받았던 게르만족에 대해서 알고 보면 그들보다 진실하면서도 도덕적인 모습을 안고 있었기에 로마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그는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정치가로도 활동했던 타키투스는 오로지 한 명에게만 권력이 집중되어 있던 당시의 세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그 당시 발생하던 폐해들에 대해서 꼬집어 내어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하니 바른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았던 인물임에 트림 없다.

 로마의 귀족 정치가 얼마나 많은 허점들을 안고 있고 있으며 그 스스로 붕괴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폭군의 휘하 아래 있는 백성들은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었던 것을 알고 있었기에 타키투스는 게르마니아를 통해서 로마의 귀족 사회의 부패를 인지하도록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군주론이라, 유토피아, 방법사설, 사회계약론 등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미 구비해 둔 책들이었는데 자살론이 이 책 안에 추천되어 있다는 것은 사뭇 놀라운 일이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 앞에 대체 저자가 자살론이라는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뒤르켐은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책을 저술하게 된 것일까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안고서 읽어 내려간 책에서는 어느 새 고개를 끄덕이며 장바구니에 책을 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회는 단순히 개인의 집합 이상의 실체로서 모든 사회 현상은 사회적 사실로 다루어져야 한다. 사회적 사실이란 개인의 단위를 초월한 행위 양식 빛 사고 방식으로서 개인에 대해 일정한 규제력을 가진다. 그렇다면 사회와 자살률의 관계는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중략)
 
국가와 정치사외에 있어서도 사회통합이 강조되고 개인의 사회생활에의 참여가 활발해지는 사회에는 오히려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음을 통계자료는 보여준다. 이에 따라 자살은 개별적인 이유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회적 요인인 사회통합도와 자살률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있다. –본문

 개인적인 이유가 아닌 사회적인 원인에서의 자살을 규명하려 했던 그의 노력은 현재까지 이뤄진 연구들에 있어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은 것들이라고 한다. 사회는 이전보다 진화하고 이른바 문명화의 세계로 진입하고는 있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은 오히려 전보다 더 피폐해지고 병들어가고 있으며 붕괴된 도덕 사회 속에 살고 있기에 이 모든 것들을 기반하여 사회 스스로가 개인들을 보호하고 그로 인해 자살률을 낮춰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주장은 지금도 변함없는 명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새로운 책들을 만난 것도 만난 것이지만 고전에 대한 벽 자체를 사그라들게 만들어 쉬이 손을 뻗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이 책과의 조우에 있어서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또 다시 읽어야 할 책들의 리스트를 두둑해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운 마음과 기꺼이 그 세계로 발을 들이게 만드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고전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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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고전 : 동양사상편 / 반덕진저

 

 

 

독서 기간 : 2014.11.22~11.2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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