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파사르의 주방 - 흙, 햇볕, 래디시, 그리고
크리스토프 블랭 글.그림, 차유진 옮김 / 푸른지식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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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프라는 이름이 어느덧 익숙해진 우리에게, 그들의 손을 거쳐 내어지는 메인 요리는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내리는 스테이크를 떠오르기 마련이다. 고기라는 재료가 메인의 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두에게 왜 메인 요리는 고기의 것인가? 라는 질문과 함께 당당히 메인의 자리에 녹색의 채소를 올리고 있는 알랭 파사르는 20여년 간 미슐랭 별 3개를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의 유명한 셰프이자 혁명가인 그는 수 많은 셰프들에게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된 나로서는 그의 이름만큼이나 그가 떠올린 생각은 생경하면서도 이색적인 느낌이었는데 메뉴에서 붉은 고기를 없앤 그의 요리는 과연 어떻게 채워지게 될지, 과연 그의 시도가 가능한 것인지 호기심을 안고서 하나씩 이야기를 넘기게 된다.

 


 매 요리를 선보이기 전, 그가 만들어 낼 요리에 대한 레시피가 이야기의 도입부에 배치되어 있다. 자몽와 민트가 어우러진 완두콩의 조합은 과연 어떠한 느낌일까, 라는 궁금증을 안고서 그가 알려주는 레시피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새 침이 고이게 된다.

 



볶음 요리에 있어서 적절한 온도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그는 넉넉한 팬으로 모든 재료들이 충분하게 들어갈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알려주고 있다. 재료의 느낌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웬만한 것을 손으로 해결한다는 그의 손에는 늘 조리용 장갑이 끼워져 있는데 그림이지만 마치 그가 눈 앞에서 요리를 펼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주방의 최고봉에 있는 셰프인 그는 주방에서 큰 소리 치는 법이 없다고 한다. 다른 요리사들의 실수를 잡아내는데 있어서도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잡아내곤 그 실수를 바로잡아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말로써 타이르고 있으며 주방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응원의 목소리로 소리를 키우는 경우는 있어도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서 소리지르지 않는다고 하니, 주방의 주인으로서의 그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늘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그에게 있어서 무언가를 처음 만드는 그 시간이 두렵다기 보다는 늘 설렘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대체 무엇으로부터 음식의 영감을 얻는가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서 그는 색의 조화라는 답을 하고 있다. 음식의 색의 맞추다 보면 자연스레 한 접시의 요리가 탄생된다는 그의 이야기는 과연 그의 머리 속에 그려질 맛의 향연이 어떠할지, 기대되게 한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비둘기 육즙을 넣은 소스를 만드는 모습은 마치 주방이 아닌 실험실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다. 단 한 방울의 육즙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접시에 남아 있는 것까지 모아 만드는 과연 그 소스의 맛은 어떠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고기가 사라진 그의 요리가 과연 얼마나 풍성할 수 있을까, 다소 염려스러운 마음에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내내 육류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오히려 다채로운 채소의 향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배워나가게 된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요리를 맛보고 싶다지만, 한동안은 그가 남겨준 레시피를 보며 입맛을 다질 것 같다.

 

  

 

 

독서 기간 : 2015.02.2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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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인 척 호랑이
버드폴더 글.그림 / 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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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두 마리의 동물이 있다. 한 마리는 호랑이, 다른 한 마리는 고양이인 이들은 그들 자신이 호랑이나 고양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이들이다. 숲 속에 홀로 남겨져 있던 새끼 고양이를 거둬 주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할머니의 앞에서 착한 고양이로 살아가고 있는 호랑이. 그는 혹여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경우 버림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몸이 커지지 않기만을 바라며 채식은 물론 요가까지 병행하며 고양이의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다.

그의 반대편에 있는 한 마리의 고양이. 늘 거리를 방황하던 이 녀석은 자신이 호랑이의 자식이라 믿고 있다. 그렇기에 야옹이라는 소리대신 어흥이라 울고 있는 고양이는 주변 고양이 형들의 주먹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는 호랑이인 자신의 모습을 버릴 수가 없다. 그리하여 더 크게, 더 강하게 꿈꾸길 바란 그는, 동심동덕으로 살아가고 있는 호랑이를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다음 장면. 인간의 유흥을 위해 만들어진 서커스 장에서 동물들의 회한이 쏟아지게 된다. 원치 않지만 채찔질을 피하기 위해서 곡예를 계속해야 하는 서커스 장의 동물들은 다친 동료 동물들이 쉬기 위해서는 호랑이라는 존재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 고양이는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되어 호랑이의 탈을 쓰고 서커스장의 한 장을 차지하게 된다.

 점점 서커스 장의 골치거리가 되어가는 고양이는 붉은 콩으로 변하게 되고 고양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또 다시 끌려가게 된 호랑이는 불 속을 뛰어드는 곡예를 해야 하지만 평소 불을 무서워 했던 호랑이의 주춤거림은 큰 사고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 인간은 이 순간 가장 먼저 도망을 가 버리고 남은 동물들은 발만 동동 거리고 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화마를 마주한 그 순간, 어디 선가 콩나무 줄기가 나타나 이들을 구해주게 된다. 



한바탕 꿈이라 치부하기엔, 그저 짧은 이야기로 넘기기에는 곱씹을수록 씁쓸함이 베어 나온다.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느 새 당연하게 인간의 이기심으로 동물과 인간이라는 차이를 만들어 상하관계를 만들어내는 우리의 모습이든가, 서로 다르다는 모습으로 포용하지 않고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와는 다르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와 호랑이의 모습이라든가, 자신들을 이익을 위해서 또 다른 이의 고통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들이라든가. 생각하면 할수록 단상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는 다양한 물음의 근원이 되어 전해지게 된다. 이 안에서 놓치고 있을 이야기들이 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조바심에 다시 한번 책을 읽어보게 하는, 짧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라 책을 덮을 후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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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 날개달린연필저 


 

 

독서 기간 : 201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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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를 타고 5주간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2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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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환상. 무언가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곳은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마음만 먹는다면 비행기를 타고서 얼마든지 가볼 수 있겠지만 내게 아프리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기분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라면 19세기의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는 경이로운 세계가 아니었을까. 쥘 베른에 의해서 그려진 아프리카 여행기는 유럽인들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가 유럽인들에 의해서 개척되어야 함은 물론 그들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공간으로 보여지고 있는데, 기구를 타고서 아프리카를 횡단하는 이 이야기의 발상은 신선하면서도 마치 그 곳을 실제하고 있는 기분이라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에세이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프리카가 드디어 외부와 단절된 그 넓은 땅의 비밀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수 많은 학자들이 도전했으나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현대의 오이디푸스가 마침내 풀어줄 것이다. 나일 강의 발원지를 찾으려는 노력은 과거에도 있어왔으나, 그때는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여겨지고 있었다. -본문

 이전 사람들이 가보지 않았던 곳에 대한 개척의 욕망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 중 하나인 듯 하다. 이 책 속에서도 아프리카 탐험을 이미 많은 이들이 도전해왔지만 그들에게 드리운 것은 늘 실패라는 결말이었는데 새뮤얼은 그 이전의 이들이 했던 실패를 버팀목 삼아 기구를 타고서는 아프리카를 횡단할 것을 계획하게 된다. 기구를 타고 이동하게 될 경우, 급류나 폭풍, 야수나 원주민들의 공격에도 피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향토병 등의 병으로부터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목표이지만 새뮤얼의 친구인 딕은 이 계획이 못미덥기만 하다. 하지만 거침없이 계획을 실행해가는 새뮤얼의 앞에서 딕의 주춤거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 숲이 런던 주위에 있다면, 물론 꿈 같은 얘기지만, 정말 기분이 좋을 겁니다.” 조가 말했다. “하지만 왜 이런 아름다운 숲이 이 야만적인 나라에 있을까요?”
언젠가는 이 일대가 문명의 중심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나?” 박사가 대답했다. “유럽이 주민을 먹여 살릴 수 없게 되면 미래 사람들은 분명 여기로 이주할거야.” –본문

 아름다운 자연을 오롯이 담고 있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뿐만 아니라 기구를 타고 횡단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원주민들을 모습을 보노라면, 두려움을 느끼며 그들을 공격하는 이들이 있기도 하고 그들을 달의 전령이라 믿고서는 반기는 이들이나, 신기하게 바라보는 이들 등 다양한 반응은 실제 아프리카를 횡단하고 있는 느낌이 절로 들게 된다.

 평온한 여정이면 좋으련만 바람과는 달리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불타오르는 하늘을 마주하기도 하고 천둥번개의 소용돌이를 피해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도 한다. 때론 사막 한복판을 건너며 목마름을 넘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래 벌판에서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500키로가 넘는 사막을 넘어서 그들의 여정 앞에 더 이상의 고난은 없기를 바라지만 바위산을 넘기 위해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아프리카를 정벌하러 가는 그들의 시작과는 달리 이 모든 자연 안에서 너무도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이 보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가스마저 사라진 그들이 마른 풀을 모아서 기구를 띄우는 모습에서 그들이 이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그들을 따라가는 내내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구이나 폭포에 도착한 이후 보고서에 서명하기까지, 수 많은 여정 속에 담겨 있던 이야기는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닌 생생한 울림이 되어 전해지게 된다. 유럽인의 상상 속에 있던 아프리카는 실제 상상보다도 훨씬 광활하고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었기에 매 순간의 이야기는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듯 하다. 19세기의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왔으니 21세기의 아프리카는 어떤 모습일는지. 지금이라도 이들의 전처를 밟아 쫓아가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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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트웨인의 19세기 세계일주 / 마크 트웨인저


 

 

독서 기간 : 2015.02.13~02.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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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기쁨 - 지금 우리의 식사는 즐거운가?
애덤 고프닉 지음, 이용재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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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 위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 한 끼의 식사를 하며 굶주린 배를 채운다는 1차원적인 의미를 넘어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안에서 함께 교감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식탁 위에 차려진 한 끼의 식사는 먹는다는 행위 이상의 것으로 내게 인식되어 있다. 제아무리 맛깔스런 음식이라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그 음식의 맛이 천양지차가 되는 것과 같이 식탁에서의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전해지기도 하고 때론 피하고픈 불편한 시간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기 마련인데 과연 이 <식탁의 기쁨>에서는 무엇을 전해주게 될지, 책을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밀려든다.

 음식을 예전에 비해 더 유행을 타는 대상으로 취급한 나머지, 식사는 더 사소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미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때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음식의 모든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식은 배고픔의 본질, 식욕의 의미, 욕망의 유형과 자취, 어머니가 아들에게 레시피를 물려주는 방식으로서의 전통, 향신료를 섞고 재료를 혼합하고 사람을 얽는 방식으로서의 역사까지 접근한다. 우리는 마치 열쇠 구멍으로 내다보듯 소박한 기쁨의 렌즈를 통해 세계 전체를 그려본다. –본문

 너무도 중요한 시간들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드루크는 사형 당하기 한 시간 전, 그에게 남아있는 시간 동안 부모님과 함께 나누었던 음식에 대해 생각했던 그와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이토록 우리에게 중요한 것임에도 현대의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식사라는 것을 그저 대충 때워 넘기는 것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소박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이 기쁨을 놓치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그 잔잔한 기쁨을 이 책을 통해 전해주려 하고 있으며 그의 담담한 듯 하지만 진중한 문체는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레스토랑을 흔히 찾을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레스토랑이 처음 자리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이전에는 공간이 아닌 음식으로 존재했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레스토랑이라는 현대의 모습과 같은 공간이 자리매김 하기 전까지, 파리에서의 외식은 공동 식탁이 전부였다. 커다란 식탁에 앉아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만을 먹을 수 있었던 당시의 모습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을 출입할 수 조차 없었으며 음식에 대한 불신마저 퍼져가고 있던 와중에 생토노레 가 샹투아소의 레스토랑은 건강한 음식을 내어 놓는 곳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는 근대의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아 가게 되는 근간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쉬이 접할 수 있는 레시피 역시도 음식이 점차 발전되어 감에 따라 현재 마주하고 있는 음식을 다시금 만들어 누군가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글로 남기게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요리책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19세기때라고 하니,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요리에 관한 모습들이 오래 전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네 요리책 가게에서 책을 훑어나가면서, 디저트 모더니즘은 다른 곳에서 불거져 나왔으며 내가 아는 것보다 혁명적인 목적을 품는다는 것을 천천히 알아차렸다. 바우하우스에 대한 미국의 건축적 대답, 즉 소박하고 엄격한 양식의 미국화가 포트먼 타워여다면, 유럽의 디저트 추세에 대한 미국의 대답이 포트먼 분위기의 디저트다. 여기 뉴욕에서 진실되고 타협 없는 혁명은 몇몇 레스토랑에 한정되어 있는데, 그중 한 곳인 와일리 듀프렌의 wd~50에 갔다. 단 음식 단식을 깨고 말린 파인애플과 파인애플 퓌레, 파인애플 튈을 곁들인 치즈 케이크, 레몬그라스 거품을 올린 레몬그라스 무스 등 페이스프리 셰프의 맛있는 디저트를 전부 먹었다. 셰프인 알렉스 스투팩은 치열하도록 지적이며, 분명하고 무미건조한 평가를 내렸다. 
 
저는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본문

 식탁 위에서 누릴 수 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과 그것을 함께 누리는 기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보다는 음식이 전해지기까지의 배경들, 카페와 레스토랑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 우리가 말하는 레시피는 누구를 위하여, 왜 만들어져 왔는지에 대한 시작에서부터 또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편지 속 레시피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새 오븐을 켜고서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망마저도 들끓게 된다. 음식 안에 들어간 향신료나 소스는 알고 보면 이전의 역사 속에서 전해진 산물이라는 것들을 마주하면서 이 하나의 식탁은 그저 음식을 위한 장소가 아닌 이전의 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서 전해온 유산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한끼의 식사가 기억을 조각하는 행위와 같다 말하는 그의 말을 따라 녹록하지 않은 책 읽기였기는 하지만 책을 읽고 난 이후 식탁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음식 안에 녹아있는 역사와 문화가 현재의 한 접시에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이 책의 무게가 더욱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전에는 너무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을 이제서야 바로 보게 된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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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제국 / 에번 D.G. 프레이저저 


 

 

독서 기간 : 2015.02.15~02.1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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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지구사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윌리엄 루벨 지음, 이인선 옮김, 주영하 감수 / 휴머니스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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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끈한 빵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눈에 띄는 제과점에 들어가서 쟁반과 집게를 들고서 먹고 싶은 빵을 집어 든 후 계산을 하고 나오는 것으로 내가 원하는 빵을 쉬이 얻을 수 있기에, 그저 쉽게 구할 수 있는 간식 혹은 간단한 식사쯤으로만 생각했을 뿐, 빵에 대해 그 이상의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물론 오랜 동안 빵집 딸내미로 살았던 시절은 그 당시의 나의 별명이자 부모님의 일터라는 생각이긴 했으나 빵 자체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 듯 하다. 맛이 있다, 없다, 로만 나뉘었을 뿐 내 손안에 담겨 있는 빵의 역사나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빵은 곡물을 심고, 수확하며, 도정하고, 제분하는 고된 노동을 거쳐야 만들 수 있는 음식으로 묘사된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참혹한 결과가 바로 빵인 것이다. 실제로 최소 1만 년 전 농경이 처음 시작된 순간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빵이란 시시포스의 형벌같이 끝도 없이 되풀이 되는 노동을 뜻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지역의 산업화로 농업 효율이 높아지면서 오늘날에는 직접 밭을 일구고 곡물을 갈아 빵을 굽는 인구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줄어들었다. 사회적, 개인적 측면에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인류의 삶은 곡물 재배와 가공, 매일 먹을 빵을 만드는 일에서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본문

 일본에서 전해진 이라는 발음이 현재의 이란 이름이 유래된 점에서부터 시작하여 날곡식을 소화시킬 수 없는 인간이 고대부터 만들어 먹었다는 빵에 대해서 언제, 어디서부터 그 시작이 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인간의 곁에서 함께 해 왔다는 것만으로도 빵의 역사와 기원을 찾아봄직한 충분한 이유를 전해주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빵의 유행도 몇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에 다양하게 변해왔듯이 이미 몇 천 년이 흐른 지금, 최초의 빵과 그 모습들을 알아내기는 쉽지는 않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그 시대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흰 밀가루가 대중화된 지금과는 달리 이전에는 흰 밀가루로 빵을 구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부의 상징으로 나타났으며 때론 갓 구운 빵은 먹어서는 안 된다는 지침에 따라 2~3일이 지난 후에 빵을 먹기도 하고 빵의 겉면을 제거하고 먹는 풍습이 유행하는 등, 빵에 대한 다양한 풍습들이 성행하고 있었다는 것은 또 다른 이색적인 면이었다.

 플랫브래드는 대부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식탁 위에 올랐으며 로프브레드는 플랫브래드를 먹는 이들보다는 풍요로운 이들의 식탁에 놓였다는 이야기는 처음에 들었을 때는 어불성설처럼 느껴졌지만 저자가 전해주는 단서들을 찾아가면서 왜 그러한 논제가 대두되고 있는지에 대해 하나씩 배워가게 되면서 당시의 모습은 물론 반죽을 하는 과정이나 빵을 굽는 모습들까지도 마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일본식 빵의 시조는 에가와 히데타쓰로 알려져 있다. 그는 군용 식량인 효로빵을개발했다. 효로빵은 전투 때 쌀밥을 짓는 것보다 미리 만들어놓은 빵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개발된 것이다. 한편, 1868년 사쓰마에 있었던 후게쓰도라는 과자점에 군용 빵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서양식 군대를 만들고 싶었던 메이지유신 전후의 일부 사무라이도 전투 식량으로 빵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러일전쟁 중이던 1905년 밀가루와 쌀가루에 계란 등을 배합해 맥주 이스트로 발효시킨 갑면포라는 빵이 개발되었다. 이 갑면포는 간팡이라고도 불렸다. (중략) 지금도 한국 군대에서 지급되는 건빵이 바로 이 간팡에서 유래한 것이다. -본문

고대 이집트의 모습에서부터 우리나라의 빵의 역사까지 따라오는 동안 이전에는 집에서 만들어먹던 빵을 이제는 취미용 홈베이킹의 모습으로만 남아있고, 판매 목적을 위한 수제 빵집이나 공장 제빵 업계의 형태로만 남아있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의 빵은 또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해 우리의 역사에 남게 될지 내심 궁금해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빵의 역사 안에도 인류의 변천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니. 이전에는 그저 한 조각의 빵이었던 것이 곱씹을수록 역사의 한편으로 다가옴에 따라 묵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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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역사 / 하인리히 E. 야콥저 


 

 

독서 기간 : 2015.02.11~02.1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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