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지구사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윌리엄 루벨 지음, 이인선 옮김, 주영하 감수 / 휴머니스트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따끈한 빵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눈에 띄는 제과점에 들어가서 쟁반과 집게를 들고서 먹고 싶은 빵을 집어 든 후 계산을 하고 나오는 것으로 내가 원하는 빵을 쉬이 얻을 수 있기에, 그저 쉽게 구할 수 있는 간식 혹은 간단한 식사쯤으로만 생각했을 뿐, 빵에 대해 그 이상의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물론 오랜 동안 빵집 딸내미로 살았던 시절은 그 당시의 나의 별명이자 부모님의 일터라는 생각이긴 했으나 빵 자체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 듯 하다. 맛이 있다, 없다, 로만 나뉘었을 뿐 내 손안에 담겨 있는 빵의 역사나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빵은 곡물을 심고, 수확하며, 도정하고, 제분하는 고된 노동을 거쳐야 만들 수 있는 음식으로 묘사된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참혹한 결과가 바로 빵인 것이다. 실제로 최소 1만 년 전 농경이 처음 시작된 순간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빵이란 시시포스의 형벌같이 끝도 없이 되풀이 되는 노동을 뜻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지역의 산업화로 농업 효율이 높아지면서 오늘날에는 직접 밭을 일구고 곡물을 갈아 빵을 굽는 인구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줄어들었다. 사회적, 개인적 측면에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인류의 삶은 곡물 재배와 가공, 매일 먹을 빵을 만드는 일에서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본문

 일본에서 전해진 이라는 발음이 현재의 이란 이름이 유래된 점에서부터 시작하여 날곡식을 소화시킬 수 없는 인간이 고대부터 만들어 먹었다는 빵에 대해서 언제, 어디서부터 그 시작이 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인간의 곁에서 함께 해 왔다는 것만으로도 빵의 역사와 기원을 찾아봄직한 충분한 이유를 전해주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빵의 유행도 몇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에 다양하게 변해왔듯이 이미 몇 천 년이 흐른 지금, 최초의 빵과 그 모습들을 알아내기는 쉽지는 않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그 시대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흰 밀가루가 대중화된 지금과는 달리 이전에는 흰 밀가루로 빵을 구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부의 상징으로 나타났으며 때론 갓 구운 빵은 먹어서는 안 된다는 지침에 따라 2~3일이 지난 후에 빵을 먹기도 하고 빵의 겉면을 제거하고 먹는 풍습이 유행하는 등, 빵에 대한 다양한 풍습들이 성행하고 있었다는 것은 또 다른 이색적인 면이었다.

 플랫브래드는 대부분 가난한 이들을 위한 식탁 위에 올랐으며 로프브레드는 플랫브래드를 먹는 이들보다는 풍요로운 이들의 식탁에 놓였다는 이야기는 처음에 들었을 때는 어불성설처럼 느껴졌지만 저자가 전해주는 단서들을 찾아가면서 왜 그러한 논제가 대두되고 있는지에 대해 하나씩 배워가게 되면서 당시의 모습은 물론 반죽을 하는 과정이나 빵을 굽는 모습들까지도 마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일본식 빵의 시조는 에가와 히데타쓰로 알려져 있다. 그는 군용 식량인 효로빵을개발했다. 효로빵은 전투 때 쌀밥을 짓는 것보다 미리 만들어놓은 빵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개발된 것이다. 한편, 1868년 사쓰마에 있었던 후게쓰도라는 과자점에 군용 빵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서양식 군대를 만들고 싶었던 메이지유신 전후의 일부 사무라이도 전투 식량으로 빵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러일전쟁 중이던 1905년 밀가루와 쌀가루에 계란 등을 배합해 맥주 이스트로 발효시킨 갑면포라는 빵이 개발되었다. 이 갑면포는 간팡이라고도 불렸다. (중략) 지금도 한국 군대에서 지급되는 건빵이 바로 이 간팡에서 유래한 것이다. -본문

고대 이집트의 모습에서부터 우리나라의 빵의 역사까지 따라오는 동안 이전에는 집에서 만들어먹던 빵을 이제는 취미용 홈베이킹의 모습으로만 남아있고, 판매 목적을 위한 수제 빵집이나 공장 제빵 업계의 형태로만 남아있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의 빵은 또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해 우리의 역사에 남게 될지 내심 궁금해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빵의 역사 안에도 인류의 변천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니. 이전에는 그저 한 조각의 빵이었던 것이 곱씹을수록 역사의 한편으로 다가옴에 따라 묵직하게 느껴진다.

 

 

아르's 추천목록

 

빵의 역사 / 하인리히 E. 야콥저 


 

 

독서 기간 : 2015.02.11~02.1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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