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기쁨 - 지금 우리의 식사는 즐거운가?
애덤 고프닉 지음, 이용재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식탁 위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 한 끼의 식사를 하며 굶주린 배를 채운다는 1차원적인 의미를 넘어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안에서 함께 교감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식탁 위에 차려진 한 끼의 식사는 먹는다는 행위 이상의 것으로 내게 인식되어 있다. 제아무리 맛깔스런 음식이라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그 음식의 맛이 천양지차가 되는 것과 같이 식탁에서의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전해지기도 하고 때론 피하고픈 불편한 시간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기 마련인데 과연 이 <식탁의 기쁨>에서는 무엇을 전해주게 될지, 책을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밀려든다.

 음식을 예전에 비해 더 유행을 타는 대상으로 취급한 나머지, 식사는 더 사소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미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때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음식의 모든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식은 배고픔의 본질, 식욕의 의미, 욕망의 유형과 자취, 어머니가 아들에게 레시피를 물려주는 방식으로서의 전통, 향신료를 섞고 재료를 혼합하고 사람을 얽는 방식으로서의 역사까지 접근한다. 우리는 마치 열쇠 구멍으로 내다보듯 소박한 기쁨의 렌즈를 통해 세계 전체를 그려본다. –본문

 너무도 중요한 시간들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드루크는 사형 당하기 한 시간 전, 그에게 남아있는 시간 동안 부모님과 함께 나누었던 음식에 대해 생각했던 그와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이토록 우리에게 중요한 것임에도 현대의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식사라는 것을 그저 대충 때워 넘기는 것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소박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이 기쁨을 놓치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그 잔잔한 기쁨을 이 책을 통해 전해주려 하고 있으며 그의 담담한 듯 하지만 진중한 문체는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레스토랑을 흔히 찾을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레스토랑이 처음 자리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이전에는 공간이 아닌 음식으로 존재했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레스토랑이라는 현대의 모습과 같은 공간이 자리매김 하기 전까지, 파리에서의 외식은 공동 식탁이 전부였다. 커다란 식탁에 앉아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만을 먹을 수 있었던 당시의 모습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을 출입할 수 조차 없었으며 음식에 대한 불신마저 퍼져가고 있던 와중에 생토노레 가 샹투아소의 레스토랑은 건강한 음식을 내어 놓는 곳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는 근대의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아 가게 되는 근간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쉬이 접할 수 있는 레시피 역시도 음식이 점차 발전되어 감에 따라 현재 마주하고 있는 음식을 다시금 만들어 누군가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글로 남기게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요리책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19세기때라고 하니,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요리에 관한 모습들이 오래 전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네 요리책 가게에서 책을 훑어나가면서, 디저트 모더니즘은 다른 곳에서 불거져 나왔으며 내가 아는 것보다 혁명적인 목적을 품는다는 것을 천천히 알아차렸다. 바우하우스에 대한 미국의 건축적 대답, 즉 소박하고 엄격한 양식의 미국화가 포트먼 타워여다면, 유럽의 디저트 추세에 대한 미국의 대답이 포트먼 분위기의 디저트다. 여기 뉴욕에서 진실되고 타협 없는 혁명은 몇몇 레스토랑에 한정되어 있는데, 그중 한 곳인 와일리 듀프렌의 wd~50에 갔다. 단 음식 단식을 깨고 말린 파인애플과 파인애플 퓌레, 파인애플 튈을 곁들인 치즈 케이크, 레몬그라스 거품을 올린 레몬그라스 무스 등 페이스프리 셰프의 맛있는 디저트를 전부 먹었다. 셰프인 알렉스 스투팩은 치열하도록 지적이며, 분명하고 무미건조한 평가를 내렸다. 
 
저는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본문

 식탁 위에서 누릴 수 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과 그것을 함께 누리는 기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보다는 음식이 전해지기까지의 배경들, 카페와 레스토랑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 우리가 말하는 레시피는 누구를 위하여, 왜 만들어져 왔는지에 대한 시작에서부터 또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편지 속 레시피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새 오븐을 켜고서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망마저도 들끓게 된다. 음식 안에 들어간 향신료나 소스는 알고 보면 이전의 역사 속에서 전해진 산물이라는 것들을 마주하면서 이 하나의 식탁은 그저 음식을 위한 장소가 아닌 이전의 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서 전해온 유산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한끼의 식사가 기억을 조각하는 행위와 같다 말하는 그의 말을 따라 녹록하지 않은 책 읽기였기는 하지만 책을 읽고 난 이후 식탁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음식 안에 녹아있는 역사와 문화가 현재의 한 접시에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이 책의 무게가 더욱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전에는 너무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을 이제서야 바로 보게 된 때문이 아닐까

 

 

아르's 추천목록

 

음식의 제국 / 에번 D.G. 프레이저저 


 

 

독서 기간 : 2015.02.15~02.1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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