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먹는 분자세포생물학 -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추천도서
신인철 지음 / 성안당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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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의 공통적인 기본 단위가 바로 ‘세포’다. 우리가 ‘살아 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바로 세포의 존재 여부다. 초기 단계의 현미경이 발명된 것이 17세기이고, 인간이나 동물 및 식물의 기본 단위가 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세포는 신비롭다. 어떤 생물체를 이루는 수많은 세포들의 구조적 결합으로도 존재하고, 하나의 단위, 즉 단세포로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세포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 구조적으로 보면 세포는 복잡한 구조의 ‘진핵세포’와 간단한 구조의 ‘원핵세포’로 구분할 수 있다. 원핵세포의 대표적 예로는 박테리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원생생물’이라고 해서, 진핵생물이면서 단세포 생물인 예외도 있다고 한다.

생물학의 역사에서 생물의 기원에 관해 오랫동안 큰 지지를 받았던 것이 ‘자연 발생설’인데, 이 믿음이 얼마나 견고했냐 하면, 현미경을 발명한 레벤후크가 미생물을 발견했을 때도 ‘그래, 큰 생물은 자연 발생할 수 없다 하더라도, 미생물은 아무리 봐도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 같다’고 약간의 의견 수정이 된 정도였다. 이것을 오늘날의 지식으로 바로잡은 것이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으로 유명한 그 파스퇴르였다.

같은 세포라도 종에 따라서 다른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동물 세포와 식물 세포는 관찰 단계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식물 세포는 세포벽이라는 것이 있어서 기존 현미경으로 바로 관찰이 가능했으나, 인간 같은 동물의 세포에는 세포벽이 없다고 한다. 이후 샘플을 만들어 염색을 해야 관찰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세포 발견의 역사에서 식물 세포가 먼저 발견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흥미롭게 느껴질 수도, 반대로 생물체이니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는데, 세포에게도 뼈가 있다고 한다.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이동을 위해서 있다고 하는데 단백질로 이루어진 골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뼈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 인간이 생각하는 그 뼈와는 작동 원리가 다르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현대 세포 이론의 기본적인 세 가지 명제를 소개한다. 첫째,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둘째, “세포는 생명체의 구조적, 기능적 기본 단위이다”, 이 두 가지는 초창기 세포에 대한 명제와 동일하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 번째 명제는 바뀌었다. 기존의 자연 발생설을 기반으로 한 세포의 기원이 “모든 세포는 기존의 세포가 분열하여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어서 “세포 내부에서 에너지의 흐름이 있다”는 네 번째 명제가 도출된 현상이 발견되었고, 세포가 분열할 때 세포에서 세포로 유전적 정보가 전해진다는 사실이 발견되며 다섯 번째 명제가 도출되었다. 그리고 모든 세포의 구성 성분이 거의 같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것도 현대 세포생물학의 성과 중 하나다.

인간의 몸이 수많은 세포의 집합이라는 사실은, 마치 거대한 우주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장대한 물리학적 심포니를 만들어내는 무한한 수의 천체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의 정체성을 지닌 생물이면서 다양한 생물체들의 상호작용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생명활동은, 인간이 소우주로 비유되는 것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적확한 표현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인체의 신비, 인간 존재의 의미를 분자세포생물학이라는 체계적인 학문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어서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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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힘 생각의 격 - 교양인을 위한 70가지 시사이슈 찬반토론,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허원순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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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떤 의견을 가지거나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 중에 으뜸은 지식일 것이다. 그런데 지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지식을 흡수하고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자기 의견으로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 태도, 방식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방법 중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자기와 다른 생각,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바로 이 부분이 취약해지면서 점점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분노 같은 일차원적인 감각에 더 쉽게 반응하고 때로는 물리적인 폭력으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이러한 의사표현과 소통 능력의 향상을 위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들을 가져와서 찬반 의견과 대안적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벌어졌던 ‘카카오톡 먹통 사태’의 경우 기업이 어디까지 소비자들에게 보상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시끄럽게 한 바 있다. 물론 상식적으로 데이터 보안과 물리적 안전 문제에 철저하지 못했던 기업이 전적으로 잘못한 부분이라고 생각되지만, 단지 기업의 잘못이라는 이유만으로 명쾌하게 보상 문제가 처리되지 않는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반대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관점의 다양성을 배울 수 있었다.

공매도 문제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주제인데, 사실 이 부분은 찬반 대립이 필요한가 싶은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공매도로 기관과 외국인이 대체로 돈을 벌고 개인이 돈을 잃는 이유는 본문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정보의 불균형이 제일 크기 때문이다. 즉 개인에게 좀 더 공매도와 관련한 증권정보 접근성을 높여준다면 비록 돈을 잃는다 해도 크게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지금 주식시장은 개인의 경우 투자자별 실시간 거래량조차도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눈을 가리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이나 다름없는 입장에서 매매를 하는 것이 개인투자자의 상황이다.

이미 거래 과정에서 세금을 꽤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즉 투명성이 결여된 것이 한국 주식시장의 가장 큰 문제며, 한국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부르는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안에 따라서는 찬반 충돌의 관점이 아니라, 바로 핵심으로 들어가야 되는 문제도 있다. 말하자면 진짜 핵심은 피해가고 주변 요인을 찬반 토론의 재료로 끌고 들어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도 볼 수 있다.

취약 계층의 빚 탕감 문제도 매우 어려운 토론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빚을 감당할 능력도 없으면서 일단 대출부터 받고 보는 사람들의 심리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런 불안정한 대출을 가능하게 한 정부 정책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그 중간에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들만 이익을 취하고, 대다수의 막연한(?) 대출자들의 리스크가 쌓이고 쌓여 지금에 이른 것 아닌가? 이런 부적절한 대출자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당연히 반대다. 문제는 이들의 빚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가의 경제가 또 다른 차원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에 있다. 애초에 대출 조건에 합리적인 계획과 용도 명시가 없으면 대출이 불가하다는, 그런 상식적인 제약도 없다는 게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여론이 항상 찬반으로 갈리는 건 아니다. 흑백논리는 대체로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한 첫 단계로서의 흑백논리 또는 찬반, 양자택일은 생각하는 능력, 표현하고 타협하고 절충하고 새로운 가치나 지식을 이끌어내는 수단으로서는 꽤 효과적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다양성과 복잡한 양상들을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견해를 갖추고 의견으로 만들며 그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줄 논리를 세울 수 있게 되는, 보다 깊이 있는 소통 능력 향상이 가능할 것이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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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력 - 매혹하고 행동하고 저항하는 동물의 힘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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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서 생태계 중심으로의 사고전환에 있어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가까운 생명에 관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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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력 - 매혹하고 행동하고 저항하는 동물의 힘
남종영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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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적 세계관에서 지구중심, 생태계 중심의 세계관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시대인 것 같다. 물론 대중적인 흐름은 아니다.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봐야 대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다시 한번 떠오르는 것이 이러한 시스템적 세계관이 아닌가 싶다.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이 책은 초기 인류와 동물의 관계가 적대적-경쟁적 관계에서 협력적 관계로, 다시 문명이 발달하면서 일방적인 착취적 관계로, 그리고 자본주의가 극에 달한 이 시대에는 그저 상품으로 취급받는 동물의 처지를 개괄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은 동물을 주체로 놓고 인간과 대등한 관점에서 세상을 논하려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진 것 같다. 이 책도 그 흐름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동물의 권리를 존중해준다고 해도 거기에 권력이라는 개념까지 더해지는 것은 다소 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본다면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지구적 관점에서 역사를 재구성할 때 동물의 역할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인간을 비롯한 다른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효과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사태의 경우, 인간이 스스로 이런 위기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 야생 동물과의 불법적이고 과도한 접촉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되지만, 결국 동물이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동물의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물들에게도 나름의 희로애락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인간보다 더 끈끈한 정과 유대감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동물 세계는 그야말로 냉혹한 약육강식의 세계다. 아무리 인간이 갖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해도 결국은 가장 본능에 충실한 것이 동물들의 삶인 것이다.

인간이 알지 못하는 동물의 이면을 더 자세히 파악하고 싶어서 온갖 연구를 하고 감정이입과 역지사지를 시행한다고 해도, 결국 우리는 동물의 내면 혹은 의식구조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과 동물이 의사소통 차원에서 교차되는 지점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뜻하지 않은 대형사고가 종종 터지기도 하는 것 아닐까?

동물의 권리와 주체성을 인정해주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확실한, 당위적인 이유는 그들도 ‘생명’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숨 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인간은 동물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사자의 눈, 고래의 시선, 고릴라의 마음”을 설사 온전히 공감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훨씬 초월하는 가치 또는 원칙이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의 과제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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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도책 -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인공지능의 실체
케이트 크로퍼드 지음, 노승영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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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물질적이고 권력지향적이며, 지구파괴적인 인공지능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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