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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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Committed'다. commit라는 단어는 저지르다, 맡기다, 헌신하다 등의 의미를 갖고 있는데, 번역 제목인 ‘의미들’이라는 표현과 연결해 보면, 우리의 삶은 일종의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리에게 발생했거나 저질러진 사건’, ‘아무런 단서나 방향성 없이 맡겨진 어떤 미션’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최근 배웠던 실존주의가 떠올랐다. 실존주의 철학의 핵심 개념으로 ‘피투된 존재’, ‘주체’, ‘주관’이 있는데, 이는 우리가 세상에 던져진 것처럼 우리의 생각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난 존재이지만, 그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우리의 주관이라는 뜻을 이끌어낸다. 탄생은 수동적이었으나 그 해석과 의미 부여의 몫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인 수잰 스캘런이 앞서 언급한 내용의 차원에서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회고의 기록이다. 정신병동 생활이라는 흔하지 않은 경험과 그 경험을 하게 만든 앞뒤 삶의 맥락을 통해 이 시대에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작가의 성찰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기서 저자의 삶을 다시 온전한 궤도로 돌려놓은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독서였다. 그래서 저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와 책들을 소개하고 있고, 그 안에 담긴 깊이 있는 문구, 치열한 삶의 고민으로부터 도출된 흔적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인간은 부서지기 쉬운 유동적 존재다. 그런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식은 없다. 자신의 방식으로 녹여내야 한다. 이런 숙제를 해결할 방법으로서 책읽기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존재하는 방법을 배우는 행위로서의 독서라는 개념이 인상 깊었다. 책읽기는 삶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행위는 그 책에 안기는 일이기도 하며, 책이 존재하는 의미를 이해하는 가운데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능력도 높아진다.

저자는 여성으로서의 삶과 책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그 자신을 옭아매던 문제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었는지, 혹은 자유로 향하고 있는지를 촘촘하면서도 높은 가독성의 문장으로 풀어낸다.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글이 잘 읽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읽고 생각하고 쓰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 생각 자체가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초반에 언급한 실존주의의 관점에서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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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컨트리
클레어 레슬리 홀 지음, 박지선 옮김 / 북로망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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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삶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의미 있는 사랑을 한 상대 게이브리얼과의 이별, 그리고 그 사람과의 이별 뒤에 늘 자신을 안정적으로, 일편단심 바라봐 준 남자 프랭크로부터 위안을 받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게 되는 여주인공 베스,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 바비는 무엇보다도 가장 찬란한 삶의 이유이자 목적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불행이 찾아온다.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것이다. 그 슬픔은 두 사람의 생활 이면에 늘 불안요소로 자리 잡아 있다. 슬픔의 맥락 위에서 두 사람은 어떻게든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과거에 그토록 사랑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던 남자가 마을로 돌아온다. 그 남자 게이브리얼이 돌아오는 장면이 소설 거의 초반부에 나오는데, 사실 나는 이 초반부터 이 남자의 심리가 불편했다. 도대체 왜 과거의 그 시절, 사랑의 추억으로 가득했던 그 마을, 베스가 여전히 살고 있는 그 마을로 돌아가 이혼 후 아들과의 삶을 이어가려 했을까. 양심도 배려심도 없는 인물 아닌가. 하긴 작가라는 예술가적 정신은 그런 윤리의식 따위 중요치 않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 상태만 기준으로 살게 하는 모양이다.

베스 또한 이해되지 않는 인물의 심리다. 아무리 사랑 또는 사랑의 관능에 사로잡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삶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시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여주인공의 생각은 상식적이지 않다.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면서 어떻게 시시콜콜 각 가정의 사정을 거의 공유하다시피 하는 시골의 가치관이 공고한 마을에서 살아갈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면서도 삶을 놓지 않았고 결혼 생활을 유지한 베스가, 게이브리얼이 마을로 돌아온 순간부터 이미 과거의 가장 빛나던 사랑이 다시 불타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리고 두 사람이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이라면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채 사랑에 마음과 몸을 불태운 대가는 혹독했다.

이 소설은 도대체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사랑의 욕망에 충실하기 위해서 상식적인 삶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사랑은 그 자체로는 고귀하고 중요한 삶의 본질이지만,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너무나 흉한 것으로 변질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다.

만약 당신이 해서는 안 될 사랑을 바라고 있다면, 해도 되는 상황으로 정리부터 하라. 그런 상식적인 사고 과정이 불가능한 것이 사랑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당신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욕망에 휩싸인 동물에 불과하다. 아니, 동물보다 못한 존재라고 해야겠지. 사랑을 모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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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 - 국내 최초 나우아틀어 원전 기반 아즈텍 제국의 신화와 전설 드디어 시리즈 9
카밀라 타운센드 지음, 진정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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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두 편 있었는데, 하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왔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고 다른 하나는 멜 깁슨이 감독한 ‘아포칼립토’라는 영화다.

영화의 내용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거기에서 다뤄진 북미 인디언 원주민이나 중남미 마야 부족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이들이 순진무구하기만 한 원시 부족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들 역시 문명권의 사람들처럼 서로 경쟁하고, 침략하며, 이익을 위해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그때까지 미디어를 통해 원주민들은 무조건 불쌍한 피해자, 서구인들은 무조건 나쁜 침략자라는 프레임으로만 봐왔었기에, 이 두 영화가 보여준 원주민에 대한 관점과 묘사는 신선했다. 그러니까 서구인이 굳이 침략하지 않았더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계속 치열한 역사를 쌓아왔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무조건 피해자의 프레임으로 이해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존의 인식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는 책이 바로 『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 멕시코의 조상 격인 아즈텍 문명이 스페인 탐험대/군대에 의해 몰락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여기서 짚어볼 것은 아즈텍 문명의 야만성에 관한 것인데,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한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는 인신공양에 대한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배를 갈라 심장을 바치는 제의 행위에서 느껴지는 잔혹성과 야만성은, 서구 문명의 침략이라는 관점에서 봐도 매우 공포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또한 당시의 서구인들이 자신들의 침략의 정당성을 위해 과장한 것에 불과하며, 외부인의 시선에서 봤을 때 잔인하게만 보이는 이런 모습들도 현지 문화의 관점에서 봤을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한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서구인들의 시선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현지 언어의 기록을 토대로 당시의 상황과 맥락을 드러내고 그 의미를 해석하려는 시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인신공양이라는 무시무시한 표현으로 묘사되는 제의의 이면에 왜 이런 일이 가능했고 심지어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었는지 밝히는 부분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역사든 편향된 시선으로 보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이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그러나 앞서 두 영화의 사례에서 보듯, 아즈텍 문명이 이뤄지기까지, 또 무너지기까지 그들 역시 서구인들처럼 살아남고 번성하기 위해 온갖 일을 다 저질러왔던 보통 사람들이었다는 것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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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읽는 세계사 - 하트♥의 기원부터 우주로 띄운 러브 레터까지 1만 년 역사에 새겨진 기묘한 사랑의 흔적들 테마로 읽는 역사 10
에드워드 브룩 히칭 지음, 신솔잎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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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잘 읽히는 번역이라 좋았다. 그런데 그에 비해 제목을 ‘사랑으로 읽는 세계사’라고 한 것은 약간 아쉽다. 오히려 표지에서 부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문구 중 ‘1만 년 역사에 새겨진 기묘한 사랑의 흔적들’이라는 내용을 살린 제목이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맥락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짚은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개념 혹은 현상을 둘러싼 인상적이거나 특이하거나 기이한 사건들의 모음집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대건 작가가 이 책의 추천사에서 그런 점을 잘 짚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인류의 사랑에 관련된 유물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방대하게 소개하며 그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p.4)

가장 인상 깊은 사랑의 사건은 무엇일까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던 사례가 있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그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단테와 베아트리체 이야기에 이르러서야 맞아, 이들의 이야기가 내게는 가장 깊은 인상을 준 러브스토리였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보통 사랑의 가치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쌓인 애정의 양과 깊이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에서 감동을 주기 마련인데, 평생 단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던 베아트리체에게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을 느끼며 감동과 행복을 느낀, 그러면서도 위대한 문학적 업적을 남긴 단테의 사례는 내게 뭐라 표현하기 힘든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고대의 흔적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포옹하는 형상으로 남겨진 유해들이었다. 죽음의 순간을 함께하며 영원한 안식으로 접어든 커플들의 형상은 내게 또 다른 감동이었다. 손을 꼭 잡은 모습, 부둥켜 안은 모습, 결코 분리되지 않으려는 의지가 분명히 느껴지는 마지막 순간들이 내게 사람의 온기란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암석 재료로 남아 있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형상들 역시 시간을 초월하는 사랑의 가치란 무엇인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사랑이 흥미로운 이유는 아름답거나 빛나는 느낌뿐만 아니라 기괴한 형상의 기록으로 사람들이 사랑을 어떻게 인식해왔는지 보여주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죽었지만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그 시신을 자리에 앉혀 여왕 책봉식을 거행했던 포르투갈의 페드루 1세의 이야기나 정조대 이야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나 정서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필립 라킨이라는 시인이 쓴 「아룬델 무덤」이라는 시의 다음의 내용이다. “두 사람이 의도하지 않았으나/ 이들의 마지막을 장식한 그것은/ 우리가 본능적으로 진실에 가깝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바로 우리 중 살아남을 것은 사랑이라는 사실 말이다”(p.127) 저자는 이 말을 염두에 두고 책을 쓴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 부분을 마지막 문장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바로 우리 중 살아남을 것은 사랑이라는 사실 말이다” 모든 것이 흩어져 사라질지라도 마지막까지 남을 그것, 세계의 본질, 그것은 사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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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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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디아스포라’라는 용어는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그 유래는 온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자신들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으로부터 나왔다. 이런 특징은 유대인을 가리키는 것을 넘어 타의로 자신의 존재 거점을 이동 당할 수밖에 없는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인들의 이주 역사는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에 잘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폴 윤의 소설집에서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특징은, 각 단편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한국계이기는 하지만, 꼭 한국계여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 있다. 이 말은, 각지에 흩어진, 한반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인물들의 인생 이야기가 세계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형태를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인종이나 민족이라는 경계를 넘어, 외롭고 슬프고 뿌리를 뽑힌 것 같은 인간 존재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한국인 특유의 서정적 특징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이름에서 한민족의 결을 느낄 수 있는 것일 뿐, 그 이름이 그리스인이건 아프리카인이건 다른 민족적 정체성을 배경에 두고 있다 하여도, 이야기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 점에서 폴 윤의 소설은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가 잘 융화된 사례라고 생각되었다.


이 소설집은 총 일곱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작품은 독립적이면서도 응집력 있는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한다. 시간과 공간, 서로 다른 나라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정체성, 소속감, 그리고 문화 간의 충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능숙하게 다룬다.

이 소설집의 가장 큰 미덕은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를 고정된 관념이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고통받고 또 견뎌내는 개개인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상실감, 고독, 그리고 뿌리내리려는 지난한 노력들이 꾸밈없이 펼쳐진다. 어떤 이야기는 극적인 사건으로 독자의 심장을 움켜쥐고, 어떤 이야기는 일상 속 작은 몸짓과 섬세한 심리 묘사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의 소설에 대한 평가 중 ‘절제되면서도 시적인 문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평에서 비슷한 표현이 있었음을 생각나게 한다. 삶의 고단함과 잔혹성이 점철되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소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움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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