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층적 구조를 지닌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의 한 병사 밥 폴스, 그를 기억하는 어린 조카 로비, 이후 언더그라운드 만화가로 성장하는 로비의 이야기, 그리고 수십 년 후 로비의 만화를 발견해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는 감독 빌 존슨의 현재 이야기까지. 이들 각기 다른 시대와 삶이 하나의 영화로 응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영화’라는 형식 안에 과거와 현재, 기억과 예술, 개인의 서사와 대중문화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톰 행크스가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얼마나 세심하게 그려내는가이다. 스타 배우나 감독만이 아니라, 조명팀, 분장사, 현장 매니저, 운전기사까지—하나의 장면이 촬영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동이 맞물려야 하는지를 이 소설은 집요하리만큼 차근차근 보여준다. 그의 시선은 결코 냉소적이지 않다.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따뜻하며, 무엇보다 그들의 수고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톤을 유지한다. 실제로 톰 행크스는 영화 현장에서 오랜 시간 몸으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 세계의 복잡성과 매력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