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전쟁 - 국가 간 생존을 위한 사투
시바타 아키오 지음, 정정일 옮김 / 이레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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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석유를 비롯한 한정적인 지구의 자원 상황에서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이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가 지속되면서 앞으로 다가올 이른바 고가자원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지구의 자원을 얼마나 흥청망청 써왔는지,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수요가 있게 될지를 다양한 단위의 수치와 그래프를 통해 알려주고 있지만, 한마디로 미래의 자원과 에너지, 환경 문제는 중국이 어떻게 하느냐 또는 세계가 중국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하느냐로 요약되는 것 같다. 기존의 한정적인 지하계 자원이 주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과 선진국으로 곧 진입하는 단계에 있는 국가들,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개발도상국과 자원은 풍부하나 정치적 상황이 불안한 아프리카 국가들 등 다양한 나라와 글로벌 에너지 관련 기업들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전 세계의 경제상황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런 이권 다툼의 너머에는 보다 큰 문제가 있으니 바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지구적 위기의 가능성이다. 
 

   저자는 자원문제를 자원부족(고갈), 환경파괴 및 식량문제, 공급불안, 지구온난화의 문제로 나누어서 논의하고 있다. 특히 앞에서 말했듯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차세대 경제대국인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이른바 BRICs라 불리는 나라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발전에 따르는 자원 수요와 공급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가와 이미 쓸 만큼 써댄 미국의 태도 변화가 관건이다. 현 상황을 볼 때 한쪽이 양보하거나 양쪽이 만족할만한 타협안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될 경우 모두가 다 파국으로 치달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다른 방안이 필요한데 바로 대체에너지의 개발이다. 원자력을 비롯해 친환경적인 풍력, 지열 에너지의 개발과 무한의 태양계 자원인 태양열 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한 각국의 노력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일찍부터 시민의식이 선진화된 유럽이 많이 앞서가고 있다. 다른 대안으로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가 개발되어 상용 단계에 있긴 하지만 식량과 환경파괴에 대한 해결 과제를 안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 말고도 기존의 전자제품이나 폐기물에서 자원을 추출하는 재활용 기술과 절약 기술도 소개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일본이 단연 앞서가고 있다고 한다. 자원 문제는 석유나 석탄, 희귀금속 뿐만 아니라 물 문제도 포함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나라가 미래의 수자원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번 석유 가격의 폭등을 겪으면서 전 세계의 석유 및 각종 자원의 사용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또 다시 전 세계의 석유 사용량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 자원의 고갈을 예측하는 갖가지 지표가 나오고 있는 것 또한 불안한 미래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렇듯 고가자원 시대를 앞두고 현상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전망 및 대안을 내놓고 있는 ‘자원 전쟁’을 읽으면서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해서 쓰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이 결코 만만한 상황이 아님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예전에 한 학자가 무선 기술을 이용해 무한의 에너지를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고안한 적이 있었는데 기업가들이 요금 부과를 하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상용화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어떤 댓글을 통해 본 기억이 난다. 지금 당장 그 수준까지는 갈 수 없을지라도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경제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제시스템의 발명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수단이 무엇이 되었든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유형, 무형의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소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제학자의 바람과 같이 경제 혹은 경제체제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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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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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거둔 가장 큰 수확은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이다. 일본계 영국 작가로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미 세계적으로는 상당히 인정을 받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남아 있는 나날’의 가장 큰 장점은 시대 배경이 20세기 초중반의 영국이고, 등장인물들을 살펴보면 우리에게는 낯선 전통이 있는 영국의 ‘집사’라는 직업과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의 사이의 있었음직한 일들을 다루고 있어 굉장히 딱딱할 것 같지만 의외로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그것도 재미있게 말이다. 그러면서도 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고 있어 작가의 다른 소설은 어떨지 궁금하게 한다. 

   소설은 주인공 스티븐스가 전 인생을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달링턴 경을 섬기던 시절에 있었던 일을 1956년 현재의 시점에서 여행을 하면서 회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평생을 섬긴 주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충성심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집사로서의 자부심을 높게 가지고 있던 스티븐스는 현재 섬기고 있는 미국인 페러데이라는 사람의 배려와 그 자신의 업무에 대한 실수를 만회하면서 동시에 예전에 미묘한 감정을 가졌던 켄턴 양과의 재회를 위해 여행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지금껏 마음속에 묻어 두고만 있었던 지난 날들에 있던 다양한 사건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되면서 프로페셔널한 집사로서의 삶에 있어서는 만족을 하지만 주체적인 한 개인으로서는 상실과 허무함의 쓰디쓴 감정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당사자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던가. 뜻하지 않게 자신의 삶을 전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가졌던 스티븐스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희망과 의미를 되새기면서 소설은 마무리 된다. 
 
   소설 속에 묘사된 결국 이루어질 수 없었던 스티븐스와 켄턴 양과의 고집스런 대화 공방전을 보고 있자니 오늘날의 어떤 남녀 간의 심리를 다룬 연애 소설보다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한 당시의 높은 신분의 정치인이나 사업가들을 대접하는 장면들이 많다 보니 역사의 이면, 즉 1, 2차 세계대전 사이의 불안했던 시기,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탐욕이 순수성을 본격적으로 넘어서는 시대의 전환기를 소설 속에서 집사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의 시선으로 간접적이긴 하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이며, 결국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커다란 어떤 체계 안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임을 보여주고 있어 씁쓸한 면도 있지만 늦게나마 주인공이 조금은 자기 삶의 주체로서의 자아를 되찾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희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 소설은 의미를 생각하고 해석하는 즐거움도 분명 클 테지만, 무엇보다 하나의 이야기로서 무척 재미있으니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책 말미에 수록된 이 작품과 한나 아렌트가 만나는 지점을 다룬 번역가 김남주 님의 작품 해설도 소설의 이해를 돕고 있어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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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마지막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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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이 세계는 각 사람들의 불확실한 꿈과 꿈이 연결되어 있는 토대 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 더 이상 꿈을 꾸기를 거부하거나 작은 실수로 조금만 그 균형이 흐트러져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무서운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름의 마지막 장미꽃 한 잎은 너무나 강렬했다. ‘도미노’,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와 같은 종류의 소설을 읽으면서 비교적 나와는 취향이 맞지 않아 한동안 멀리 떨어져 있던 온다 리쿠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는데 눈 깜짝할 시간조차 길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온다 리쿠의 소설을 다시 펼치면 될 일이었지만 그 즈음하여 다른 흥미로운 작가들의 대거 등장으로 인해 소원한 상태로 있었던 것이다. 
 
“거짓을 사실처럼 잘 꾸며 내려면 사실을 어느 정도 적절하게 섞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색깔을 입히는 쪽이 얘기하기가 쉽다. (중략) 그녀들은 과연 무엇을 은폐하려는 것일까. 나는 그 점에 흥미를 느낀다. 우리도 오래전부터 거짓말을 해 왔다” (p.48)
“진실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허구가 섞이면 더욱 진한 향을 풍긴다” (p.244)

   사와타리 가문이 세운 깊은 산 속의 궁전 같은 호텔 속에서 펼쳐지는 실제와 환상이 뒤섞인 미스터리한 이야기.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 동안 모두가 서로 다른 꿈을 꾼 것처럼, 공간은 하나이지만 각 등장인물들의 불확실한 기억이라는 창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남매 사쿠라코와 도키미쓰 간의 안타까운 관계와 그 둘을 애틋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으로 바라보는 사쿠라코의 남편 류스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혼란에 빠졌던 사쿠라코의 또 다른 연인이자 사와타리 가문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다쓰요시, 작품 속을 관통하는 큰 갈등의 뿌리를 뽑고자 하는, 역시 이 가문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아마치 교수, 그리고 배우이자 류스케와 친척 간인 미즈호와 그녀의 매니저 사키 등 각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어느 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어느 것이 뒤틀린 기억과 망상에 의한 부산물일 뿐인지 독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있었다고 믿으면, 공언해 버리면, 사실로 인정된다. 그런 일이 세상에는 왕왕 있다” (p.75)
“허상을 구축하는 사람들. 그 세 자매뿐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하루하루 자신의 허상을 만들어 간다.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상, 남들이 이걸 자신이라고 여겨 줬으면 하는 상을” (p.123)

   이 모든 인물들의 중심에 매년 호텔에서 열리는 파티의 주인공이자 사와타리 가문의 어른들인 세 자매 이치코, 니카코, 미즈코가 있다. 류스케에게는 이모들이며, 니카코는 미즈호의 어머니다. 진실인지 거짓말인지 알 수 없는 세 자매의 대화를 청중들이 보는 형태로 이 수수께끼의 파티는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세 자매의 대화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의 전개로 사람들을 두렵게도 하고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여인의 죽음과 함께 그해의 파티는 의문을 남긴 채 끝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각 등장인물들은 자기 안에 있는 분노와 슬픔,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기만의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문제는 훗날 이들이 떠올리게 되는 그날의 사건들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 누구의 기억이 진실이며, 누구의 기억이 환상인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이곳에서 사건 따위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어요. 있는 것은 지난해를 사건화하려는 당신들의 의지뿐이죠. 없었던 밀회를 있었던 것으로 하고 낯선 남자와 여행길에 오르려는 주인공이 있어요. 하나, 그런 여행이 성공할 리 없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느긋하게 쉰 후에는 자신이 아는 세계로 돌아와야 할 겁니다” (p.371)

   작중 아다치 교수가 보는 환영처럼 이 소설은 모래에 묻혀 모래시계의 사구 아래로 가라앉듯이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무엇을 위해 그토록 냉철해야 했으며, 강인한 척 해야 했는지를 묻게 한다. 비극적인 현실을 뒤로 한 채, 믿고 싶은 것만을 현실로 받아들이려 하는 등장인물들의 환상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면서 가끔씩 이 삶이 제발 꿈이기를,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나의 모습을 비춰보기도 했다.
   온다 리쿠의 소설 세계는 이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잔혹한 설정과 이미지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빠지는 것은 조심해야겠다. 그녀의 소설 세계를 여행하는 것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고 위로를 얻는 선물 같은 것이니까. 다시 삶으로, 내가 아는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 힘겹게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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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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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초등학교 1, 2학년 시절 ‘바른생활’과 ‘바른생활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도덕의 내용만으로도 세상은 충분히 살아갈 만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성공한 기업인의 사장실 책장에 이것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꽂아둔 책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앞서 말한 초등학교 교과서들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상냥한 태도로 사람을 대하며 인사하고, 불편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고, 신호등이 가리키는 대로 길을 건너고 차를 몰고, 정당한 값을 치르고 무언가를 사거나 즐기고, 남의 것을 훔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잘났으면 잘난 대로 못났으면 못난 대로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고 살아도 세상은 잘 돌아가며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기간이 꽤 길었다. 막상 세상이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어 있었고, 나는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고 살아왔다. 그것은 세상에 대한 배신감과 혐오감, 증오심으로 이어졌고 생각은 점점 비관적으로 바뀌었으며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세상을 보며 나만 피해보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원망과 체념 사이에서 한동안 오고 갔다. 지금도 물론 그런 기운이 싹 가신 건 아니다. 어쩌면 속으로는 더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이만큼이나 우리나라에서 돌풍을 일으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때마침 다소 엉뚱하기는 했으나 현직 대통령이 언급한 ‘공정한 세상’이라는 화두와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라앉아 있던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욕망 혹은 허영이 맞물리면서 이 책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또 다시 우리에게 근본적인 고민을 요구하듯 ‘왜 도덕인가?’가 나왔다. 민주사회에서의 도덕적 가치가 왜 중요한지 물으면서 시작되는 이 책은 먼저 도덕이 무엇인지 경제와 사회, 그리고 교육과 종교, 정치의 영역으로 나누어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복권과 도박, 고도로 상업화된 프로스포츠, 기업화되어가는 공공기관을 통해 오염된 공공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 문제와 소수인종에 대한 특혜 논란 등 우리 사회에서도 앞으로 깊이 고민해보아야 할 이슈를 짚어보고 있다. 내가 특히 관심이 갔던 분야가 교육 분야인데 상업주의와 시장논리에 휩쓸려 교육의 근본목적보다는 특정 세력의 이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학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낙태와 동성애 같은 개인의 권리 및 공적 가치가 부딪히는 문제는 종교 문제와 맞물리며 커다란 도덕적 딜레마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이 요구되는 정치에 있어서의 도덕적 가치란 과연 무엇인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현 오바마 대통령의 사례에서 그 의미를 고민하고 있다.

   오늘날 이토록 도덕적 가치를 둘러싸고 다양하고 복잡한 논의가 오고가게 된 근원을 이전 시대의 다양한 사상가들의 공리주의나 자유주의 등의 정치철학을 언급하면서 논의하고 있다. 난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앞서 얘기했듯이 왜 이렇게 도덕이라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워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보통의 선량한 사람들은 그처럼 복잡한 계산을 일일이 하지 않고서도 평화롭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보통의 사람들이 작은 단위를 이루고 보다 큰 집단이 되면 그 성격이 변하게 되는 모양이다. 부분과 전체는 다르다는 명제가 이처럼 명확하게 다가오는 실례는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결국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올바른 시민의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저자도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가기보다 그 흐름이 정말 옳은 것인지 다수와 소수에게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시민사회가 될 수 있다면 도덕이란 것이 딜레마의 대상이 아니라 아주 유쾌한 삶의 가치 및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 읽었던 ‘돈 한푼 없이 1년 살기’나 홍세화 선생님의 ‘생각의 좌표’가 떠올랐다. 주입된 생각이 아니라 스스로 의심해보고 더욱 바른 삶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면서 생각의 주인, 생활의 주체로, 그리고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인 공동체로 모두가 살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모든 인류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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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 이기는 설득을 완성하는 힘
제이 하인리히 지음, 하윤숙 옮김 / 8.0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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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은 ‘이기는’ 설득을 완성하는 힘, 이라고 하지만 이 ‘이긴다’는 의미를 단순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기는, 다시 말해 승패를 가르는 수사학이 아닌 모두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이나 무기가 ‘카이로스’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함께 승리하는 힘을 어떻게 가르쳐 줄지 기대하면서 ‘카이로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수사학의 의의

   저자는 먼저 우리의 작은 일상생활에서조차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요소가 없는 곳이 없음을 지적한다. 의미 있는 ‘논쟁’과 승자도 패자도 결국에는 모두 패자가 되는 ‘싸움’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수사학이 단순한 말싸움 기술이 아닌 보다 풍요로운 삶을 만들기 위한 유익한 기술임을 밝히고 있다. 

목표 설정의 중요성

   이기는 ‘설득력’을 갖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목표 설정’을 제시하고 있는데, 다시 말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방으로부터 무엇을 얻길 원하는지, 혹은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길 원하는지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내 자신이 수없이 많은 꿈과 열정의 시간을 지나왔지만 정작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던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항상 어떤 일에 집중하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게 되면서 심정적으로든 실제적으로든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끝난 경험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 분명한 목적이나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시제에 따른 논쟁의 방향

   이후 본격적으로 수사학의 여러 가지 기술을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많이 반복되고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바로 ‘시제’와 ‘수사학의 세 가지 기본 도구인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에 관한 것이다. 논쟁을 할 때 어떤 시제로 말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한데 과거시제는 법정수사학이라 하여 책임 소재를 따지는 대화가 된다고 한다. 보통 나를 포함해 사람들이 대화, 즉 어떤 사안에 대해 논쟁 형식의 대화를 하는 것을 들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니가 그랬잖아’, ‘~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 했었지?’ 등등. 과거에 무언가를 했었다는 패턴의 대화에서는 누가 잘했고 누구는 잘못했고 식의 잘잘못을 가리는 대화가 되기 쉽다. 이런 대화는 속은 시원할 수 있을지언정 남는 것은 없고 앞으로의 삶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현재시제는 논증의 수사학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가치의 문제를 다룰 때 주로 쓰이지만 역시 미래를 건설적으로 내다보는 데는 부족하다. 무엇이 옳은가 잘못되었는가를 따지다 보면 과거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고 결국 과거시제의 논쟁으로 돌아가게 되어 역시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시제와 현재시제의 논쟁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보다 지혜로운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와 같은 논의의 수사학, 즉 미래시제의 설득화법으로 논쟁의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다. 논쟁의 성격, 목적에 따라 적절한 시제를 선택해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결론적으로 우리는 계속 살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미래시제를 통해 논쟁을 마무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제에 관한 이야기는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나의 일상에서 되도록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족과의 대화, 친구들과 그 외 지인들과의 대화 가운데서 미래시제를 많이 쓰려고 하다보니 생활도 점점 밝아지는 것 같고 어느 정도 효과가 보이는 것 같았다. 아직 며칠 되지 않았으니 속단하긴 이르지만 말이다.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

   이렇게 논쟁의 방향이 정해지고 나면 수사학의 세 가지 기본 도구인 로고스와 에토스, 파토스가 필요하게 된다. 로고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 주장을 말하는데 어떤 대화를 하든 허무맹랑한 이야기만 할 수는 없으므로 기본적인 논리는 세워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학창시절 많이 들어왔던 귀납법이나 연역법, 삼단논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에토스는 인격을 바탕으로 한 주장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미덕과 실천적 지혜, 사심 없는 태도이다. ‘실천적 지혜’란 매 상황에서 올바른 결정을 찾아내는 본능, 즉 대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실제 상황에서 유연하게 적용하는 능력을 말하고 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완벽하다 해도 그것을 모든 상황에 일관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떤 설득을 위해서는 백만 가지 말보다 하나의 적절한 행동이 더 강한 호소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논쟁의 초중반부는 이 로고스와 에토스가 큰 역할을 차지한다. 그러나 사람은 차갑고 딱딱한 벽이 아니기에 감정적인 부분까지 사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수사학의 세 번째 도구인 파토스이다. 감정을 바탕으로 한 주장으로, 쉽게 말해서 상대방의 기분을 변화시켜 내 주장을 받아들이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기술이다.

수사학과 논리학

   수사학과 논리학을 비교한 부분도 매우 흥미롭다. 특히 수사학,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여부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이 무엇인가 하는 점,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기 때문에 논리학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여러 논리적 오류들이 수사학에서는 멋진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재미있었다.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거나 저자 자신의 생각을 추가로 덧붙일 때,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예를 들 때 인터넷의 팝업창이 떠오르는 듯한 가장자리 박스구성은 약간 눈을 어지럽게 하는 면도 있지만 대체로 좋은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저명인사들의 사례를 들어 다양한 수사학의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수사학적 기술들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했는지 알게 되면서 아주 놀라웠고, 부시의 능력 또한 우리가 겉으로 보는 것과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다. 어쨌든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었으니까. 그리고 이전부터 링컨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서 난 참 혼란스러웠는데 수사학의 관점에서 보니 그의 모습이 이해되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노예해방을 위해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언행을 흉내낼 수밖에 없었던 그의 고뇌가 잠시나마 느껴지는 듯도 하였다. 현실의 한계에 대한 답답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분명해진 것은 나의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전과는 확실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수사학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사람들과의 만남, 즉 관계라는 것이 필수라는 것.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할 수는 없으니까.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나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다. 인생은 어차피 끊임없는 자기설득의 과정이 아닐까. 어쩐지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당신에게 수사학의 마법을 걸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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