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 예의 바른 무관심의 시대, 연결이 가져다주는 확실한 이점들
조 코헤인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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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본능이 인간에게 큰 무기가 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호의를 가지고 접근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두려움을 느껴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다가오는 그 사람을 죽인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런 일들이 거듭되다가 누군가 타인의 호의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많아지면서, 비로소 인간은 사회성이라는 숨겨진 보물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인간에 관한 뜻밖의 사실을 알려주었다. 바로 소속감이 인간의 행복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속감이란 사회관계의 질이 좋은 상태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의 몸과 마음이 아울러 건강해지는 데 소속감을 포함한 사회적 관계의 질적 향상과 확장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든지 서로가 서로에게 낯선 이가 되었다. 지그문트 바우만에 따르면 세계는 유동성을 중심에 두었고, 그 유동성은 유대감, 다시 말해 사회적 유대감을 약화시켰다. 인류를 번영하게 했던 사회성이 왜 우리 시대에서는 껄그러운 것이 되었을까?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하고 경계하게 하였는가? 이 책은 그 고민에 대한 다양한 답을 내놓는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일종의 도박처럼 느껴진다. 운이 좋으면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자신의 정신적 지평이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되며,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고,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된다. 실제로 미디어 등을 통해 참혹한 사건을 접하고 나면 그런 감정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된다. 아무리 정상적인 사람이 많고 그런 확률이 낮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이 그 당사자가 되면 확률인 100%인 것이니까.

우리의 사회성이 떨어진 데에는 기술의 발전도 한몫을 했다. 낯선 이에게 굳이 말을 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그 어느 시대보다도 가깝게 이어주었지만, 어째서인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로부터는 가장 멀리 떨어트려놓았다. 이런 역설로 인해 사회성이 떨어진 인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지고 있다.

두려움과 기회의 조화가 인류 문명을 낳았다. 그 어느 때보다 문명이 발달한 이때, 다시 원시의 잔혹함으로 회귀하려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다른 인종에게 테러를 가하며, 인간에 대한 친절보다 폭력이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 사회에 대한 신뢰는 점점 더 무너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낯선 이와 대화하는 편이 오히려 낯선 이와 대화하지 않을 때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고해지고 있다.

하지만 낯선 이와 연결된다는 것은 인간됨의 가장 기초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만나는 모든 사람을 각각 하나의 기회로 보느냐, 아니면 위험 요소로 판단하느냐. 이는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질문이 되었고, 각자 나름대로의 답을 내야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원래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류가 어째서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처지가 되었을까? 연결과 고립의 가치가 역전된 이유는?

낯선 이와의 상호작용은 거북하고 난감한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꼭 필요한 행동 양식이다. 이 책은 인간이 서로 관계를 맺지 않는 건 인간성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 근본적 이유로, 이 책은 사람을 사물처럼 여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람을 사물로 여긴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결국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가치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책의 맥락을 따라가 보면 결국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나와 상대의 인간성을 확인하고 지키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낯선 이와 대화함으로써 개개인의 한계를 확장하여 새로운 기회와 관계, 관점을 얻는다”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번영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잠재된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회복해야 될 힘, 연결의 긍정적 힘을 믿어보자. 낯선 이에게 건네는 한 마디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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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머치머니 - 돈을 불리는 금융의 기법
권오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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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는 그만큼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모든 사람이 이익을 보는 가운데 특출한 부자가 나오는 구조는 불가능하다. 결국 부자가 된다는 것은 확률상 소수에게만 허용되는 일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겨우 중산층 생활을 유지하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에 군침만 흘리며 만족하지 못하면서 심리적으로 불만이 가득한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세계의 증명 도구에 불과하다.

지금 주식시장을 비롯한 모든 자산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대량으로 풀린 자금이 부담이 되면서 다시 회수하는 과정에 들어갔고,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있으니 대세 하락에 베팅을 하면 돈을 버는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투자자들이다. 대체로 투자란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물건이나 상품을 팔며 이익을 얻는 행위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런 거래 형태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인류는 양방향으로 이익과 손실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는 시장을 만들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투자에 성공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결국 소수다. 그들의 성공 방정식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제시 리버모어 같은 투자 역사상 최고의 사람도 말년에는 손실을 잔뜩 입은 채 자살하고 말았다. 얼마 전 그가 쓴 투자 관련 서적이 새로 번역되어 나왔길래 큰 관심이 갔었는데, 비극적인 그의 죽음에 대해 알고 나니 흥미가 확 줄어들었다.

금융시장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왜 이런 시장이 존재해야만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한 일이다. 지금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물건을 미리 판다든지, 미래의 특정 시점의 가격을 미리 예측해 거래를 먼저 한 다음 그 시기가 도래했을 때 자신의 예측치와 같거나 다를 때 수익을 보거나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일까? 왜 있는 그대로의 정직한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끊임없이 가상의 가치가, 오지도 않는 미래가치를 두고 도박처럼 거래를 하는 것일까?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이것이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금융과 정치 권력의 전략에 놀아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금 일반인들의 적극적인 투자 참여가 오히려 경제적으로 더 큰 어려움에 빠져들게 만들고, 이상하게도 가진 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더 자산이 늘어나는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이 우연일 수 있을까?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을 보면 그런 의심은 더욱 확신으로 바뀐다. 오르는 날 매수 상위는 늘 외국인이나 기관이며, 하락하는 날 매수 상위는 늘 개인투자자들인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어떤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대다수의 자산 불리기에 성공한 사람들은 규모의 경제로 베팅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 말은 그들이 시장 전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을 장기적이든 일시적이든 가져보았다는 말이 된다. 즉 시장 가격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힘을 지닌 누군가의 조종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혜택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의 방법론을 일반인 투자자가 따라할 수는 없다. 자기가 가진 돈의 몇 배나 빌려 대박을 노리게 하는 레버리지만 해도 수많은 희생자들이 있어야만 한 사람의 수익자가 생길 수 있는 구조다. 정상이 아니다. 결국 지금의 자본주의는 모두가 행복할 수 없는, 즉 누군가는 반드시, 그것이 탐욕에 의한 결과든 아니든, 피눈물을 흘려야 되는 경제 시스템이다. 이런 시대에 부자가 된다는 것은 결국 냉혈한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누군가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금융자본주의의 민낯이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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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영양학 교과서 -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의학적으로 알고 싶을 때 찾아보는 인체 영양학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장은정 옮김, 가와시마 유키코 외 감수 / 보누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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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주된 관심 대상은 자연 현상이라는 외부적 요소와 자기 자신이라는 내부적 요소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인간 스스로에 대한 관심은 내면적이고 심리적인 것과 겉으로 드러내는 몸에 대한 관심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더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몸에 대한 관심이다. 이것도 간단하지는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몸의 상태에 대한 관심이 일차적이지만, 무엇보다 피부 아래 뼈와 장기, 피 같은 내부의 요소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포괄적으로 ‘건강 문제’로 접근한다.

건강을 주제로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관점은 다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운동, 다른 하나는 식습관이다. 꾸준한 운동은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가뿐한 상태로 유지시키며, 삶에 활력을 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식습관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필요한 존재다.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연료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음식이 그런 역할을 맡는다. 영양소와 관련한 이슈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질병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은 무척 유용하다.

어떤 종류의 자동차는 정해진 종류의 연료만 주입할 수 있다. 인체도 마찬가지다. 인간에게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지방, 나트륨 같은 필수 영양 요소가 있다. 연료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보누스 출판사에서 새로 출간된 『인체 영양학 교과서』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인간의 건강에서, 특히 몸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먹는 문제 - 더 구체적으로 인간을 더 효율적이고 쾌활한 상태로 움직이게 하는 적절한 영양소는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에게 중요한 영양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영양이란 무엇인가?’ 즉 영양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보통 영양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는 먹는 것, 받아들이는 것, 흡수하는 것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정의하는 영양이란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해서 에너지로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해진 성분은 몸 밖으로 배출하는, 다시 말해 소화와 흡수, 대사, 배설을 반복하는 일련의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필수적인 5대 영양소로서 당질, 지질,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을 알려준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는 바로 이런 영양소를 통해 만들어지고 활동하는 것이다.

영양은 모자란 것도 문제지만 지나친 것, 즉 과잉 상태가 되어도 문제다. 지방이 대표적인 예다. 필요 이상으로 섭취한 지방은 몸에 쌓인다. 쉽게 빠져나가지도 않는다. 이렇게 쌓인 지방이 복부 같은 곳을 불룩하게 만든다. 보기에도 좋지 않고, 장기나 관절에 부담을 주어 건강을 나쁘게 한다.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말이 중요한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인체의 영양 상태가 불균형하게 되어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이 책은 적절하고 균형 잡힌 영양소의 공급을 위한 식사 섭취기준을 알려준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기준이기는 하지만 체형이나 형질이 유사한 우리에게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 5대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위한 최적의 비율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체 내의 여러 장기들, 즉 간이나 쓸개, 이자, 위, 창자 등이 각각의 영양소들을 어떻게 소화하고 처리하고 인체 기능을 위한 에너지로 전환하는지 알려준다.

영양소 이야기가 주제이기는 하지만, 인체 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이다. 물이 우리 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에 달한다. 인간 자체가 곧 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물이 중요한 이유는 인체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용해하는 용매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 물의 비중 역시 결핍(탈수)과 과잉의 상태로 구분된다. 특히 인체 내 염분의 적정 상태와 관련하여 결정적이다.

이 책은 일본인 저자가 쓴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크게 다른 조건이 아니기에 내용 그대로 수용해도 무관하지만, 친절하게도 책 말미에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에서 제공하는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이라는 자료를 부록으로 추가해놓았다.

인간의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은 곧 건강에 대한 관심이다. 때문에 영양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해야 마음이 즐겁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 문제와 관련해서 자기 자신을 파악한다는 것은 가장 객관적이고 실체적인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가장 즐겁고 윤택하게 할 수 있는 필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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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가장 불쾌한 감정의 힘에 대하여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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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라는 감정은 인간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다른 동물에게서는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감정이다. 후회의 감정은 멀쩡한 인간을 퇴보시키기도 한다. 지나간 일에 얽매이게 만들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미래에 있을 성과에 대해 지독하게 훼방을 놓는다. 그래서 대체로 후회라는 감정에 대한 일반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반면 흔하지는 않지만 후회라는 감정을 다시 부상하기 위한 적절한 동력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이런 후회의 순기능을 설명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일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라는 조언도 있지만, 인간인 이상 후회라는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인간의 욕망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욕심이 있고 바라는 것이 있는 이상 어떤 행위를 했을 때 따라오는 결과로 인해 후회라는 감정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것은 거의 자연 섭리와 같다. 그래서 오히려 후회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대로 상승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지혜를 구하는 것이 더 바른 선택일 수 있다. 이른바 “현명한 후회”라고 할까.

저자는 사람들이 후회의 감정을 통해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유용한 심리적 도구인 ‘자기객관화’를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 데 후회가 적절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후회의 순기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반성의 시간” 혹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이것을 “건강한 충동”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소제목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부정적인 감정의 긍정적인 힘”이다. 후회가 바로 그런 힘의 대표적 예다. 부정적인 감정이 유익한 이유는 인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두려움과 공포심이 인간들로 하여금 서로 협력하게 했기 때문이다. 후회도 바로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크게 ‘이미 한 후회’ 뒤의 대응법으로서의 방법론과 ‘후회하기 전에 후회를 예상’하는 방법론이라는 두 가지 큰 심리적 도구를 소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후회라는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이미 후회를 하고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을지 조언하고 있으며, 더 흥미로운 것은, 이미 한 후회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지금 자기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후회할 것인가를 미리 예상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연습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 중에 ‘성찰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있는데, 후회는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는 가장 강렬한 감정적 프로세스임에 틀림없다. 이를 반대로 활용한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심리적 기제가 그렇듯 연습하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후회의 최적화’라는 단계가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내가 후회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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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 세상이치 - 고대 그리스철학부터 현대입자물리까지, 단 한 권에 펼쳐지는 지혜
김동희 지음 / 빚은책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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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세상을 이해한다고 할 때 주로 떠올리는 대상은 사회 현상과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그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으로서의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생산적인 관점에서 잘 파악하는 사람들은 보통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래서 요즘 심리에 대해서 그렇게 강조하는 것이다. 결국 세상을 이해한다고 하는 것의 핵심에는 얼마나 잘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욕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다.

이 책은 좀 더 깊이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최적의 도구로 철학과 물리학을 들고 나왔다. 철학과 물리학은 세상을 보고 분석하고 이해하는 대표적인 이성적 도구다. 세상의 진리를 치열한 사고나 관찰의 방법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다. 이 두 학문은 처음부터 분리되어 있던 것은 아니다. 철학 자체가 인간과 자연, 우주에 대한 탐구였으며, 이것이 세분화되면서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으로 분리된 것이며, 오늘날 우리가 보는 철학 혹은 인문학과 과학 혹은 자연과학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세상을 바라보던 주된 관점이 철학에서 과학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의 순서를 따라 떠오르고 가라앉은 많은 아이디어들이 있지만, 그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하면 보다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과학적 접근 방법이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물리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철학적 성찰에서 나온 결과물들을 더 효과적으로 설명해주는 근거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철학과 자연과학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듯 상호보완적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에서 출발하는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의 시도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다양한 학문의 분화로 그 양상이 다양해졌다. 그만큼 다양한 관점들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방법론, 즉 실험과 관찰을 통한 경험적 진리가 사람들에게 더 직관적으로 다가왔으므로 이후 더 빠르게 발전한 것은 자연과학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고 중세시대를 지나는 동안 적어도 과학의 자리는 종교에 종속되어 큰 빛을 보지 못했다. 그 정신을 되살린 것이 갈릴레이다.

마치 그동안 억눌린 것이 한꺼번에 쏟아지듯 17세기 이후 과학의 발전은 눈부셨다. 갈릴레이와 뉴턴으로 대표되는 측정과 예측이 가능한 우주론의 부상은 많은 사람들의 의식에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철학 쪽에서도 만만치 않은 슈퍼스타들이 등장했다. 데카르트와 칸트, 그리고 헤겔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등장한 이후 사람들의 의식은 또 한번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들이 상식이 아니게 된 경험, 그래서 역사는 1905년을 ‘기적의 해’라 부른다.

최근 양자과학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것은 양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불가해한 현상들이 인간의 경험과 관념, 이성을 통합하고, 소위 말하는 영적인 상태와 물리적인 자연의 상태가 이어져 있을 수 있다는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인간이 처음 외부세계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이어서 내면, 다시 말해 영혼의 상태를 탐구하면서 시작된 지적 활동인 통합된 철학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불완전함으로 인해 갈라졌던 세상을 보는 도구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 다시 하나의 거대한 틀로서 기능하려 하는 때가 오는 것은 아닌지 상상하게 만든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지적 혁신이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후의 철학과 물리학의 여정을 통해 인류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는지 이 책은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통합적인 지적 유희를 경험해보고픈 독자들에게 이 책은 유용한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서 전해주고 있는 이미지들로 인해 인간의 인식이 더욱 확장해가려는 시점에서는 더욱.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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