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 예의 바른 무관심의 시대, 연결이 가져다주는 확실한 이점들
조 코헤인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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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본능이 인간에게 큰 무기가 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호의를 가지고 접근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두려움을 느껴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다가오는 그 사람을 죽인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런 일들이 거듭되다가 누군가 타인의 호의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많아지면서, 비로소 인간은 사회성이라는 숨겨진 보물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인간에 관한 뜻밖의 사실을 알려주었다. 바로 소속감이 인간의 행복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속감이란 사회관계의 질이 좋은 상태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의 몸과 마음이 아울러 건강해지는 데 소속감을 포함한 사회적 관계의 질적 향상과 확장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든지 서로가 서로에게 낯선 이가 되었다. 지그문트 바우만에 따르면 세계는 유동성을 중심에 두었고, 그 유동성은 유대감, 다시 말해 사회적 유대감을 약화시켰다. 인류를 번영하게 했던 사회성이 왜 우리 시대에서는 껄그러운 것이 되었을까?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하고 경계하게 하였는가? 이 책은 그 고민에 대한 다양한 답을 내놓는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일종의 도박처럼 느껴진다. 운이 좋으면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자신의 정신적 지평이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되며,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고,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된다. 실제로 미디어 등을 통해 참혹한 사건을 접하고 나면 그런 감정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된다. 아무리 정상적인 사람이 많고 그런 확률이 낮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이 그 당사자가 되면 확률인 100%인 것이니까.

우리의 사회성이 떨어진 데에는 기술의 발전도 한몫을 했다. 낯선 이에게 굳이 말을 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그 어느 시대보다도 가깝게 이어주었지만, 어째서인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로부터는 가장 멀리 떨어트려놓았다. 이런 역설로 인해 사회성이 떨어진 인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지고 있다.

두려움과 기회의 조화가 인류 문명을 낳았다. 그 어느 때보다 문명이 발달한 이때, 다시 원시의 잔혹함으로 회귀하려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다른 인종에게 테러를 가하며, 인간에 대한 친절보다 폭력이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 사회에 대한 신뢰는 점점 더 무너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낯선 이와 대화하는 편이 오히려 낯선 이와 대화하지 않을 때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고해지고 있다.

하지만 낯선 이와 연결된다는 것은 인간됨의 가장 기초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만나는 모든 사람을 각각 하나의 기회로 보느냐, 아니면 위험 요소로 판단하느냐. 이는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질문이 되었고, 각자 나름대로의 답을 내야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원래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류가 어째서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처지가 되었을까? 연결과 고립의 가치가 역전된 이유는?

낯선 이와의 상호작용은 거북하고 난감한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꼭 필요한 행동 양식이다. 이 책은 인간이 서로 관계를 맺지 않는 건 인간성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 근본적 이유로, 이 책은 사람을 사물처럼 여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람을 사물로 여긴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결국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가치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책의 맥락을 따라가 보면 결국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나와 상대의 인간성을 확인하고 지키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낯선 이와 대화함으로써 개개인의 한계를 확장하여 새로운 기회와 관계, 관점을 얻는다”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번영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잠재된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회복해야 될 힘, 연결의 긍정적 힘을 믿어보자. 낯선 이에게 건네는 한 마디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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