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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도시
구동회 엮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계속 읽다보면 이 책이 영화를 말하는 건지 도시를 말하는지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지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대인이 몸담고 있는 공간, 즉 도시의 경관, 이미지, 정체성,문화,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도시가 우리들의 생활공간이긴 하지만 복잡하고 총체적인 도시의 구조로 인해 그 도시의 이미지, 생성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에 대해 이 책은 영화속의 도시('재현의 공간')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경험의 공간')를 더욱 실감나게 이해시켜주려 한다. 영화속에는 서양, 동양, 서울, 마지막으로 영화 속의 미래 도시순으로 인간의 생활공간인 도시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있다.
1부, 서양의 도시
뉴욕편에서는 화려한 이면의 숨어있는 인종간의 갈등, 빈부의 차, 현대인의 소외가 마틴 스콜세지, 스파이크 리의 영화를 통해 보여지고 미국의 환락 도시 라스베가스의 생성과정을 '벅시' '카지노'등의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 도시는 단순한 경관이 아니다. 빈부와 계급의 차이와 그로인한 갈등은 어쩌면 도시생성에 필수적인 자본주 의의 산물로 미리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서양의 도시는 자본을 쫓는 비인간적이기도 한 사람들과 그로 인 해 상처받는 사람들의 터전으로 그려진다.
2부, 동양의 도시
그에 비해 동양의 도시들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겨난다. 트란 안 홍의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를 단순히 영상이 아름다워서 영화속에 나오는 음악과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좋아했고 무이의 사랑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1951년과 1961년의 사이공이라는 도시의 당시분위기, 사이공에서 일어나는 계급갈등과 신분상승이라는 또다른 토대위에서 해석한 글은 내가 영화를 보는 관점을 넓혀준 깨달음과도 같다. 한편, 동양의 도시는 서구인들이 영혼을 정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곳(티벳에서의 7년)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서구인의 낭만적인 오리엔탈리즘과 선민의식(시티 오브 조이)이 나타나기도 하는 곳이다.
3부, 서울
서울은 소시민의 애환이 담긴 터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산업화가 되며 생긴 '강남'이란 도시는 욕망의배출구라는 공간으로도 해석된다. 영화 초록물고기의 주인공 막둥이의 고향 '일산'은 나에게도 하나의 고향이다. 8년여를 일산신도시에 살아온 나는 나의 삶의 터전을 일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동네를 오가며 계획도시의 면모를 보여주는 깔끔한 구획이 아름답다고 느끼며 서울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안에서 신도시로 진입하기전에 펼쳐져있는 논들을 지나 아파트 단지가 하나 둘 보이는 곳에 들어서야 비로소 집에 다 왔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안락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막둥이는 삶의 변두리에서 배회한다. 그래서 그가 살고 있는 일산은 내가 살고 있는 일산과 같을 수 없다.
4부, 미래 도시
영화속의 미래 도시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인간이 착취되고 소수의 독점가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그려내고 있는 영화들이 소개된다. 그러나 따뜻한 인간성만이 밝은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한 가닥의 희망을 남긴다.
도시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화를 보고도 느낄 수 없었던 영화의 즐거움까지 알 수 있게 해준 이 책은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해 좀더 깊이있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우리는 지금 이순간에도 도시에서 살아간다. 도시가 유혹하는 갖가지 유혹에 끌리기도 하고 도시의 비정함을 맛보기도 하면서,,,
그래도 이 공간을 살맛나게 하는 것은 바로 이 곳에 사는 인간들이라는 희망을 놓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