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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평점 :
절판
하루키는 늘 여유로워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내 상식으로는 소설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작품을 쓰기 위해 자신의 집필실에서 몸에도 해로운 담배를 피워대며 창작의 고통을 매순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적어도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하루키는 이런 나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한다.
그는 일상에서만큼은 그의 소설속의 인간이 보여주는 고독과 허무를 배제하고 하루하루를 철저히 즐기며 살아간다. 그가 일상에 대해 너무도 맛깔스럽게 얘기해서인지 그가 맥주에 대해 이야기하면 나도 덩달아 맥주가 마시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하루키가 평소에 듣는 음악, 좋아하는 영화, 그리고 그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 '토끼정'의 고로케를 너무너무 좋아한다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인간 하루키의 취향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하루키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을 이야기한다. 툭툭 내뱉는 듯한 하루키 특유의 말투 또한, 그가 하는 이야기를 곁에서 듣는 듯한 색다른 느낌을 준다.
문학을 통해 삶을 늘 고민하면서도 일상의 자잘한 즐거움들을 놓치지 않는 하루키를 보면 느긋해 보이는 그의 모습 이면에는 철저함과 굉장한 욕심이 숨어 있을 것 같다. '제 말이 맞죠? 하루키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