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들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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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선 작가부터 소설도 아니고 독서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악 에세이도 아닌 전혀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도 그녀처럼 리뷰를 끄적거려 본다고 해서 뭐라 그러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읽으면서 과연 이 글이 '당나귀들'에 대한 리뷰가 맞냐고 불평을 터트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 나는 그들에게 지금 자유로운 형식의 에세이적인 리뷰를 지향하노라고 감히 대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도 잠깐 나오는 거처럼 우리에게 '타인의 책장이란 타인의 정원'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연인과 함께 잘 가꿔진 프랑스식 정원을 산책할 수도 있고 이른 아침 일어나 이슬 맺힌 영국 장미에 대한 찬사의 詩를 바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그 아름다운 정원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얼마전 읽은 마티아스 반 복셀의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사전'을 보면 영국식 정원과 프랑스식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유럽에서는 정원을 보호하는 담 대신 보이지 않는 담, 도랑을 파서 그 것을 '은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도랑을 팠지만 프랑스식 정원은 '아하 은장'으로 영국식 정원은 '하하 은장'으로 달리 불린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어디에 있는 걸까.

책에 따르면 정원과 바깥 들판이 한데 섞여 제2의 자연같은 공원을 만들어 낸 영국식 정원에서 '하하 은장'은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그와 달리 인공적인 프랑스식 정원에서 아하 은장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무한하게 펼쳐진 공간이라는 환상은 깨어지고 얼마나 큰 어리석음이 자리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고도 선도적인 업적은 경계를 가르기 위해 존재하던 담을 없애고, 그 자리에 도랑을 판 것이다. 사람들은 이걸 '하하!'라 불렀다.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발아래 나타나는 이걸 보고 깜짝 놀란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 마티아스 반 복셀,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사전

나는 이 책을 꽤 오랫동안 질질 끌면서 그 보이지 않는 담, 은장에 대해 생각해 봤다. 펜을 든 작가에게 있어 소설은 어떤 식으로든 세계를 그리는 지도이고 그 것은 세계관 혹은 문학관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뛰어난 정원사가 창조한 완벽한 정원이라 하더라도 신이 만든 자연이 아닌 이상 이 세상을 정확하게 그려내는 완벽한 지도란 있을 수 없다. 있어서도 안 되고 그 시도 자체부터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프랑스식 정원에서 우리가 아무리 멀리 멀리 인간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더라도 결국 만날 수 있는 것은 세상의 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담, 은장인 것이다. 결국 도랑에 빠져 세상과의 단절을 확인하는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아직도 세상은 끝없이 펼쳐져 있고 여기까지 왔는데 지치고 화나는 마음에 처음에는 놀라움, 그 다음에는 실망 뿐인 '아하'라는 감탄사가 따라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같은 도랑을 팠다고 하더라도 영국식 정원은 조금 다르단다. 이 부분이 어려워서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영국인이 만든 정원은 전원 풍경 속의 하나가 되었고 따라서 자연도 공원이 되었다. 그 안에서 도랑은 아무런 환상을 깨지 않고 정원과 자연의 경계를 깨뜨리지 않으려는 인간의 어리석음도 오로지 '하하'라는 즐거움만 선사할 뿐이라는 것이다.

마티아스 반 복셀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사전' 이 책이 말하는 바는 간단하다.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어리석음이 인류 문명의 원동력이라는 것. 그 건 다른 말로 유머라는 것이다.

그래, 이제 이 글을 끝낼 즈음해서 배수아 소설의 어리석음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보자면 (오래 기다렸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배수아식 정원의 끝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조야한 창조물'인 당나귀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작중인물 T의 말을 빌어 그 당나귀는 바로 작가, 당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수한 말들과 뛰어난 인용구와 심오한 철학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그 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잠깐 그 생경한 차가움에 놀란 거 말고는 깜짝놀랄 만한 어떤 첨단의 문장도 생각도 철학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작가의 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책을 덮은 뒤 남는 거라고는 래드클리프 홀이 누구지, 라는 것 뿐.

생각해보자.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다 말고 그 경치에 눈이 팔리면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 도랑에 빠질 수도 있다. 다만 당나귀는 그 상황에서 울음 밖에 터트리지 못하지만 인간은 같은 상황 속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야심만만한 '당나귀들'이 말하는 이 어리석은 몽상에 필요한 것은 너무도 부족한 유머다. 나는 그것이 안타깝다.

작가는 '삶의 마지막을 향해서 가는 사람의 진짜 모습이 궁금하다'고 했던가. 성안토니우스도, 밀란 쿤데라도 비트겐슈타인도 자신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 모르는 작가지만 C. 부코오스키도 래드클리프 홀도 마찬가일 것이다. 우리가 때로 센티멘털하다고 조롱하는 쇼팽도 자신만의 음악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굳이 노벨상 수상작가인 존 쿳시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를 빌어올 필요도 인터넷 서핑으로 C. 부코오스키의 농담 따먹기 같은 시를 인용할 필요도 없었다. 당신은 세상의 끝을 찾아 가는 순례자에게 약대 말고 다른 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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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8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6-18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았습니다^^

히나 2005-06-1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제 친구 하나는 이제 배수아 아니면 책을 못 읽겠대요 ^^;

비숍님, 저도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제 댓글 보셨죠? ^^

lovelynoa 2006-01-0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수아는 길 속으로의 안내자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고 봅니다. 독자로 하여금 그녀가 원하는 세상 속으로 한발짝 들어설 수 있도록하는...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챕터(슬픔과 죽음에 대한...)가 가장 좋네요. 아끼면서 읽은 보람이 있게..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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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르트는 언제나 마오 주석을 생각한다?

1968년 중국 문화대혁명 이후 책이라곤 교과서와 마오쩌둥의 '붉은 어록'밖에 없던 시절, 단지 지식인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재교육을 받기 위해 농촌으로 추방되었던 젊은 지식인 다이 시지에는 소설을 빌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무 거창한 지 모르지만) 문학은 어떻게 혁명을 배반하는가, 아니 다른 식으로 말하면 문학은 어떻게 혁명을 완성하는가.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던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 마오쩌둥에게 프랑스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의 연애소설 '위르쉴 미루에' 를 비롯해 세상의 모든 책들은 분명 혁명의 방해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한권의 책으로 인해 첩첩산중 시골로 보내져 평생 재교육을 받다 죽는다고 해도 시원찮을 부르주아 지식인 청년이 마오쩌둥 흉내를 내며 산골 소녀를 재교육하는 일이 생겨난다. 교재는 서양문학이요, 수업방식은 연애 실습, 학생은 단 한 명 바느질하는 소녀였다.

이 책들로 나는 바느질하는 처녀를 딴사람으로 만들어놓겠다. 그애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산골처녀로 살아가지 않을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혈기 넘치는 두 청년이 처음으로 사랑에 빠져 발자크 소설과 함께 시작한 '사소한 인간실험'은 마오쩌둥의 '위대한 인간실험'이 끝내 이루지 못한 혁명을 불과 4개월만에 완성하는 데 성공한다.

발자크는 그애의 머리에 보이지 않는 손을 올려놓은 진짜 마법사야. 그애는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몽상에 잠긴 채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지. 그애는 자신의 살갗에 닿는 발자크의 말들이 행복과 지성을 갖다줄 거라고 말했어.

정말 소설이 마술처럼 한 인간을 바꿔놓았다. 그 독서의 결과로 바느질하는 소녀는 '보바리 부인'에 나오는 디자인을 흉내낸 브래지어를 만들어 걸치고 도시의 고등학생처럼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이런 진흙 투성이에선 사흘도 못 버틸 새하얀 테니스화까지 신게 된다. 

 

말해봐, 하찮은 부르주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뭐지?

다행히 여기까지는 그저 사랑만세요 문학만세다. 그러나 책은 필연적으로 또 다른 변화를 불러 온다. 처음에는 타고난 입담의 소유자인 친구 뤄야말로 사람들 눈에서 눈물이 철철 흘러 넘치게 만드는 이야기꾼이었다.  그러나 그 후 안경잡이에게서 책이 잔뜩 든 가방을 훔친 다음에도 뤄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발자크 소설에만 탐닉할 뿐이지만 나는 그 안에서 문학의 다른 광맥을 발견한다.

나는 뤄가 유독 푹 빠진 발자크의 작품들을 내버려두고, 내 열아홉살의 경박함과 진지함으로 플로베르와 고골리, 멜빌, 로맹 롤랑과 차례차례 사랑에 빠졌다. '장크리스토프'와 뜨거운 사랑에 빠진 나는 처음으로 그 책을 뤄와 나의 공동재산이 아니라 나 혼자만의 것으로 소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나의 몫이 된다. 지금부터는 단순히 줄거리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과감히 뺄 건 빼고 살을 붙일 건 붙이면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구전문학과 소설이 엄연히 다르듯이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던 뤄가 이르지 못한 작가의 길을 나는 가게 되는 것이다. 

이제 네 이야기 솜씨가 나를 능가하는걸. 넌 작가가 되면 좋겠어. 뤄가 속삭였다.

우연히 자신들의 손에 들어온 발자크 소설 하나로 뤄와 바느질하는 소녀는 사랑에 빠지게 되고 나는 소설에 빠지게 되었다. 책 한 권이 여러 사람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난다면 애초에 마오쩌둥이 발자크 소설을 위험하다고 금지할 이유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문학작품은 (적어도 위대한 문학작품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기존의 가치를 전복하고 위험한 혁명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을 만큼 값진 보물이다!

하지만 난 발자크의 프랑스 아가씨가 아니라구. 난 두메산골에 사는 촌뜨기야. 난 그런 식으로 뤄를 기쁘게 해주는 게 정말 좋았어.

그러나 이렇게 말을 하던 바느질하는 소녀는 발자크 소설을 만나면서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단지 뤄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차가운 강물 속으로 3번이나 뛰어 들어갔던 바느질하는 소녀는 물뱀에게 물리게 되고 (성서의 상징을 빌린다면) 50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 상처를 입었지만 그 대신 그토록 원하던 지혜를 얻게 된다. 그 지혜란 과연 무엇인가?

가슴 아프지만 결과는 이렇다. 발자크 소설이 그 재교육의 결과로 위대한 혁명을 완성하는 날, 저명한 치과의사의 아들로 위험한 낭떠러지 옆 통로를 엉금엉금 기어서 건너간 낭만적인 연인이자 발자크의 숭배자인 뤄는 울면서 자신들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던 모든 책을 불사르게 된다. 왜냐고? 이유는 소설 끝머리에 나와 있다. 비로소 혁명이 완성된 것이다.

발자크 때문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는 거야. 여자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을 만큼 값진 보물이라는걸.

작가의 자전적인 체험을 담고 있는 이 성장소설은 서슬퍼런 문화대혁명 시기를 담고 있지만 그 기억이 무섭다기 보다는 안타깝고 불행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애틋함이 물씬 묻어난다. 작가의 말처럼 동쪽의 어느 나라와 달리 중국인들은 고통뿐인 상황에서도 기다릴 줄 아는 낙천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너무나 매력적인 작가 다이 시지에는 분명 불행한 기억을 이기는 힘이 유머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가공할 만한 영상시대에 문학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는 작가에게 내 지지를 보내고 싶다. 안타깝지만 이 리뷰는 책의 매력을 1/10도 못 살리고 있다. 그의 다음 작품 'D 콤플렉스'가 너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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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30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매력을 10분의 1도 못 살린 리뷰가 이 정도예요? 흥=3

히나 2005-05-30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3 이 하나 뿐이므로 무효! ^^;

hanicare 2005-06-03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세트가 작은 보석상자라는 뜻이라죠? 정말 저 소설은 원래 뜻인 카세트같다 생각했어요. 장정도 드물게 예쁘구요.

히나 2005-06-0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쁘죠? 애초에 표지에 반해 사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책날개를 보니 커버디자인과 사진이 외국 꺼네요. 원서를 그대로 가져왔나봐요 ^^
 
니시노 유키히코의 연애와 모험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근영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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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심한 일이지만 특기가 독서인 사람치고 무라카미 하루키나 미루야마 겐지도 그 흔한 요시모토 바나나도 별로 읽어본 적 없는 나는 일본문학에 대해 잘 모른다. 그나마 좋아했던 시마다 마사히코는 요즘 찾아볼 수가 없고.

그런데 얼마전 중세 시대의 음유시인이나 할리퀸 무리들이 들려주었을 법한 지극히 낭만적인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니시노 유키히코의 연애와 모험이라, 머리 아픈 연애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가벼운 읽을거리가 필요한 터라 '모험'이라는 두 글자에 기대를 걸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침 벚꽃도 비바람에 떨어지면서 덧없이 어렴풋한 봄날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여기 니시노 유키히코라는 플레이보이가 있다. 그러나 마초 타입은 아니다. 단지 여자를 동시다발적으로 좋아하는 그 자신의 본능에 충실할 따름이다. '여자 자신도 모르는 여자의 바람을 어느새 여자의 깊은 내면에서 끌어내 받아 주는' 그런 남자. 여자들이 가만 놔둘리 없다. 이 책은 10대 때부터 죽기 직전인 50대 중반까지 그와 연애를 주고 받았던 각기 다른 타입의 여자들 10명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로맨스 소설에서 나는 당연히 여자 편이다. 사건의 추이를 여자의 입장에서 지켜본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10편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니시노 유키히코라는 남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성별은 다르지만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 나는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 와 같은.

그는 비록 여자들과의 관계에서 충실하지는 못했지만 현재의 연애 파트너라면 모두 사랑하고 싶어했다. 사랑하고 싶다는 그 마음만은 한결같았다. 그러나 그 누구로부터도 사랑을 되돌려 받지는 못했다. 적어도 끝에는 여자들이 먼저 돌아섰다. 장난 같은 그의 청혼을 거절하고 훗날 '이상한 남자였어'라고 가볍게 추억하고 마는 것이다.

나는 니시노 유키히코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 구석이 아프다. '아아, 이 사람은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나 혼자일 거야(나도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나 혼자일 거야)' '니시노를 사랑할 수 있을 만큼 강하고 부드러운 여자가 이 세상에 존재할까? 아마 없을 것이다 (나를 사랑할 수 있을만큼 강하고 부드러운 남자가 이 세상에 존재할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내가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 '밤인사'에서 '어째서 나는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라는 니시노 유키히코의 질문에 마나미 에노모토라는 현명한 여자는 속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그런 체질이라서 그래' 물론 그가 이렇게 부질없이 사랑을 찾아 헤매게 된 데는 자신만의 트라우마가 있지만 사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조르주 페렉의 '인생 사용법'을 비롯해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읽은 소설 속에서 좋아하는 '죽음'이 몇 가지 있다. '니시노 유키히코노의 연애와 모험'을 다 읽은 지금 과연 이 소설을 좋아하고 있는 지 아닌 지는 알 수 없어도 여기 나오는 이 남자의 죽음만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가슴 아프다. 어느날 교통 사고가 나고 자신의 딸같은 아이와 사귀고 있던 니시노 유키히코는 전화기 너머로 죽기 직전 이런 질문을 던진다. '아이, 나 사랑하지 않았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기에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그는 소리를 내며 이렇게 울 수 밖에 없다. '노조미 씨 나 슬퍼요. 어째서 이 세상은 이렇게 끝이 없는 겁니까? 끝이 없어서 난 견딜 수가 없어요' 어쩌면 니시노 유키히코 이 남자는 모래 사막같은 이 생에서 그에게 부여된 지리멸렬한 숱한 모험을 마친 다음, 죽은 뒤에야 비로소 처음으로 안식을 얻은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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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26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무지 마음에 듭니다. 퍼갈게요.^^

히나 2005-04-26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연애소설은 리뷰쓰기 너무 어렵다는 걸 절감 ^^ 생각해보니 카레를 먹으러 간 게 이 남자때문인가 봐요. 카레라면 하루 세 끼도 먹는다는 이 남자, 니시노 유키히코가 생각나서..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중3 때 수아는 키가 무지 컸습니다.(1번이 제일 큰 학생인데 수아는 3번이고 저는 11번이었습니다) 시험이 가까워 오면서 쉬는 시간에도 모두들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푸념조로 "공부하기 싫어 미치겠다"고 하자 웅크리고 수학문제를 풀고 있던 수아가 몸을 돌리더니 그 당시에 쓰던 시험지 연습장을 내밀고는 가운데 삼각형을 그렸습니다. 그리고는 내게 "넌 이 삼각형의 비밀을 전부 알고싶지 않니?" 전 할말을 잃고 수아가 마치 외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쳐다 볼 수 밖에 없었지요.

                                                                                                    - 배수아의 친구가 쓴 글 중에서

수학이라면 질색을 하는 터라 모르는 사실에는 입을 다물 줄 알아야 한다는 평소 소신대로라면 이 글은 쓰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나는 '아끼고 어루만지고 온갖 정성을 다하고 존경했다. 때로는 애무도 하고 때로는 무릎을 꿇기도 하면서 한시도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박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다는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소수의 비밀이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 이 책을 붙잡고 있을 때 한국일보 3월 17일자 과학섹션에 '가장 큰 소수를 찾아라'는 칼럼이 눈에 띄었다. '수학자들은 왜 이렇게 큰 소수를 찾는 일에 관심을 쏟는 것일까. 소수를 찾는 것 자체가 수학적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오늘날 소수는 암호학에서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아주 큰 두 소수를 곱해 수를 만들고, 그 수가 어떤 두 소수의 곱인지 알아야 암호를 풀 수 있다.'

말하자면 박사가 사랑한 소수는 '신의 수첩에만 기록돼 있는 진리를 한 줄씩 베껴 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수첩이 어디에 있고, 언제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평생에 걸쳐 이 지구와 우주에 숨겨진 암호의 비밀을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진리찾기인 셈이다.

그리고 이 완벽한 세계는 아아, 너무 조용하다. '정답을 얻었을 때 박사가 느끼는 것은 환희나 해방이 아니라 조용함이었던 것이다.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장소에 정학하게 자리하여, 덜고 더할 여지도 없이 오랜 옛날부터 거기에 한결같이 그렇게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렇게 있으리란 확신에 찬 상태. 박사는 그런 상태를 사랑했다. 따라서 조용하다는 말은 최대의 찬사였다.'

생각해보면 그런 상태를 사랑한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네델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떠올렸다.

'왜 그렇게 고기의 위치를 바꾸는 거지?' '프라이팬 한가운데 하고 테두리 쪽하고 온도가 다르니까요. 고루 구우려면 이렇게 간혹 위치를 바꿔줘야 해요.' '아아, 제일 좋은 장소를 독차지하지 않도록 서로 양보를 하는 것이로군.' 이 부분을 읽을 때

'수프에 들어갈 순서대로 야채를 늘여놓는 건가?' '아닙니다' '흰색 야채들은 따로 떼어놓았군. 그리고 주홍색과 자주색. 이 둘은 나란히 있지 않군. 그건 왜 그렇지?' '그 색깔들은 나란히 있으면 서로 싸우니까요'를 연상한 것은 나 혼자 뿐일까.

파출부와 그리트는 수식과 예술에는 문외한이었지만 부엌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있었다. 박사와 화가를 만나기 전까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이처럼 수학이나 진리, 비밀, 예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되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은 오늘도 시험지 연습장이나 광고지 뒷면에 삼각형이나 소수를 끄적거리며 그 비밀을 찾기 위해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씨름을 하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수학의 '수'자만 대해도 심각한 공황상태가 되버리는 내가 그 아름다운 세계를 최초로 발견한 것은 문학이론 수업 시간이었다. 시를 쓰려면 나는 키츠처럼 나이팅게일이 지저귀거나 셸리처럼 서쪽으로 바람이 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금속판과 콤파스라는 딱딱한 소재로도 아름다운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언뜻 보면 혼돈으로 가득찬 이 세상에 수학과 과학으로 대표되는 완벽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국의 시인 존 던에 따르면 사랑은 콤파스와 같은 것. '우리의 영혼이 만일 둘이라면 콤파스의 다리처럼 한데 붙은 둘. 그대의 영혼은 한 다리를 따라 움직이는 또 하나의 고정된 다리. 하나는 늘 중심에 서있어 상대가 멀리 떠나갈 때 그리로 귀를 기울이고. 상대가 돌아올때 둘은 함께 일어선다'는 거라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박사에게는 수식이라는 미(美)가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소수'와 '어떤 숫자든 꺼려하지 않고 자기 안에 보듬는 실로 관대한 기호, 루트'로 이루어진 진(眞)과 선(善)이었던 셈이다.

박사처럼 진리로 가득찬 신의 수첩이 그 숨겨진 비밀을 내게도 허락할 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나도 수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식이라는 오일러의 법칙 eπi+1=0 을 실생활에서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비록 하나의 식에 수학에서 가장중요한 상수 5개(e,π,i,1,0)가 모두 나오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식이라는 증명을 내 어리석은 머리로는 여전히 이해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내 생각에는 작가도 전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실패한 거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름다운 수식으로 빛나는 소설이지만 우리가 모르는 그 경계 너머를 보여주고 증명하려고 하다 갑자기 힘이 빠져 멈춰선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끝으로 갈 수록 조금 지루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안타깝지만 모든 비밀은 한신 전 경기 이후 박사의 기억과 함께 갇혀버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미정의 시 '야구처녀의 고독은 둥글다'를 옮기면서 지난 며칠 동안 나를 사로잡았던 박사에 대한 기억을 떠나보내자. 단언컨대 80분 밖에 지속되지 못하는 야구박사의 수식 역시 그 처녀만큼 고독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가장 아끼는 고독 또한 완전수 28의 등번호를 하고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보이지 않을만큼 멀리 날아간 박사의 수식이었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

어느날 방망이에 맞고 혼자 날아가는 공을 보았다 하얗게 질린 채 공기 속을 회전하는 공에서 넌 터질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 두터운 장갑 안으로 숨어드는 공에선 감출 수 없는 두려움을 만났다 그런 게 야구라고 불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넌 왠지 고독이라 부르고 싶었다 야구는 고독이라 불리는 편이 어울린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네가 가장 아끼는 고독은 보이지 않을만큼 멀리 날아간 공이라고 고백했다 그 공이 그렇게 사라진 건 그만큼 고독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성미정 '야구처녀의 고독은 둥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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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2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시랑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리뷰입니다.^^

히나 2005-03-21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언제나 친절한 댓글을 달아주는 로드무비님 ^^

마태우스 2005-03-27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저도 이책 읽었는데요, 스노우님 리뷰 정말 멋지네요! 그리고 후후, 왕년에 수학 좋아했던 사람은 없는 것 같네요^^

히나 2005-03-28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여길 들러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열심히 발도장 찍은 보람이 있네요 ^^;

비연 2005-06-2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군요~
 
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장정일의 [독서일기 1]에 실린 1994년 7월 11일자 일기를 보면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평론을 할 수 없으리란 대오각성을 하게' 된 장정일이 처녀막처럼 질기던 책 수집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아내를 시켜 헌책방에 책을 팔아치우는 일화가 나오는데, 재가 들러붙을까봐 담배도 태우지 않을 정도로 아끼고 보살폈던 책을 갖다 버리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일기를 그대로 믿는다면(나는 의심이 많은 독자다) '자신의 방이 너무 좁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창천동 92-6번지 연세대학교 근처에 있는 헌책방. 지나치게 늘어나는 책들로 안 그래도 좁은 방이 더 좁다고 생각하는 나는 종종 그 헌책방에 택시를 타고 가서 정가의 0.8할에 처분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온다. (앤 패디먼의 표현대로라면 철저한 '궁정식 연애'의 소유자인 내가 방출하는 책들은 귀퉁이 한번 접지 않은 흠잡을 데 없는 상태라 새 책으로 팔아도 무방한데!)

악명높은 그 할아버지는 값을 계산한 다음 늘 다시 한번 더 셈을 해 처음 가격이 틀렸다고 값을 깎는 억지를 부리는데, 나는 그러시라고 대꾸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 지폐를 받아챙긴 다음 그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먹는 만행을 부리곤 한다.

'봄마다 책을 정리해서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은 못 입는 옷을 버리듯이 내버리는' 못된 버릇만은 같지만 창천동 92-6번지에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책을 빼앗긴(?) 나와 달리 20여년에 걸쳐 채링크로스 84번지에서 책을 빼앗아 올 수 있었던 헬렌 한프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었으리라!

그 헌책방의 이름은 'MARKS & CO'이고 그 곳을 대신해 책과 편지를 보내온 사람은 프랭크 도엘. 이 책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실제 이야기다.

처음에는 단순히 신대륙 뉴욕에서 애타는 마음으로 보내는 주문서와 구대륙 런던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보내는 주문확인서였다. 그러나 헬렌 한프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6파운드짜리 햄을 보내면서부터 그 주문서는 편지가 되고 흥미진진한 '84번가의 비밀문서'(우리나라 텔레비전에 방영된 생뚱맞은 영화 제목)로 우리에게 되돌아 온다.

신세계를 대표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앙난방이 끊기는 방에서 닥치는대로 드라마 대본이며 백과사전 항목 따위를 쓰며, '그러니까, 그냥 멍하니 앉아 있지만 말고, 뭔가를 좀 찾아보라고요! 그 서점이 어떻게 계속 돌아가는지 정말이지 알 수가 없군요'라고 궁시렁거리는 '어쩌다 책에 특이한 취향을 갖게'되었다는 희곡작가 헬렌 한프 맞은편에는,

구세계를 대표하며 그녀 표현대로라면 '저 점잖은 영국인의 자제심에 구멍을 내보려고 애쓰는 중이랍니다. 그분한테 궤양이 생긴다면 아마 그건 제가 한 짓이겠죠.'라는 어쩐지 얄미운 감정마저 드는 느긋한 영국신사의 전형같은 서점지배인 프랭크 도엘이 든든하게 버티고 서 있다.

만일 헬렌 한프가 역사적으로만 의의가 있을 거 같은 아주아주 희귀한 고문서들만 주문하는 학자였다면 이 편지는 케케묵고 고리타분한 그 책들처럼 세월의 먼지만을 우리에게 날렸을 것이다. 그 반대로 그녀가 명성이 휘황찬란한 유명 작가의 책들만 주문하는 평범한 헌책 마니아였다면 시간이 꽤 흐른 지금까지도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건 어렵지 않았을까.

현재 우리가 대하는 뉴요커의 전신같은 그녀의 까탈스러운 책 취향을 한번 들여다 보자. '봄날도 다가오고 해서 연애시집 한 권을 주문합니다. 키츠나 셸리는 사양이고요. 넋두리 없이 사랑할 줄 아는 시인으로 부탁드려요.'

그녀는 서슴없이 이런 극악무도한 말도 내뱉는다. '소설만 빼고요. 저는 이 세상에 살지 않았던 사람들, 일어나지 않은 일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아요.' '마침내 제가(소설을 싫어하는 이 제가) 제인 오스틴에 착수하여 오만과 편견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소식에 즐거워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다시 말하면 그녀가 가진 편견으로 가득찬 특이한 취향이 어쩌면 단조로울 수 있는 이 헌책 사랑에 독특한 유머와 생기를 불어넣는게 아닐까. 이 편지들은 규격봉투를 닮은 하드커버 장정 속에 책깔피 실, 페이지마다 런던 소인을 찍고 우리를 한달음에 채링크로스 84번지 헌책방으로 안내한다. 타인의 편지를 훔쳐본다는 건 언제나 짜릿한 일이다.

드라마 '봄날'은 끝났지만 나도 다가오는 '봄날'에는 연애시집 한 권을 주문하고 싶은데, 제발 '귀여니가 뽑은 예쁜 사랑시'에 나오는 시인들 말구요. 넋두리 없이 사랑할 줄 아는 시인으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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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2005-03-17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리뷰 잘 읽었습니다 ^^;

로드무비 2005-03-2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야 봤어요.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