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 에벌루션
애니타 맥거한 지음, 신영욱 옮김 / 애플트리태일즈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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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상당히 전문적인 분야의 독자를 위한 서적이라 일반인들은 웬만큼 인내심으로는 완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이 주는 통찰력이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응용과학 또는 현실과학이라는 경영학의 학문적 특성상 기본적으로 인접 사회과학으로부터 많은 이론들을 차용해 경영현상을 설명하려는 노력들이 오랜 기간 진행되어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나아가서 보다 근원적인 자연과학의 연구성과를 사회과학에 적용하려는 시도들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추세의 대표적인 이론중의 하나가 바로 생물학의 진화이론을 사회과학에 접목하려는 연구들이다. 이 책은 진화이론의 기본적인 틀을 차용하여 산업의 진화를 설명하고 있다. 생물학에서도 핵심적인 연구대상이 생물의 ‘종’(species)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사회과학에서 ‘종’으로 부를만한 것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연구주제였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산업’(industry)이다.

  따라서 이 책은 생물학의 진화이론을 충실히 사회과학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로서 산업을 생물 종에 비유하여 다양한 생물학적 개념들을 활용하고 있다. 생물학의 탄탄한 이론적 접근법을 활용한다는 강점과 더불어, 실제 경영에서 중요시하는 산업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지 기업중심의 혁신이나 변화만을 고려하기 보다는 자신이 속해있는 직접적인 환경인 산업 자체의 변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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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해요 - 이글이글 여름편 우리 땅 논두렁 밭두렁 2
이동렬 지음, 오은영 그림 / 해피북스(북키드)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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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산이와 꽃내 가족이 농촌으로 내려가 두 번째 맞는 계절, 여름 이야기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고 모내기 하는 큰 농사 일을 했던 봄이 지나고, 이제 여름이 되니 새로운 일들과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줄 맞춰 자라는 고추 주변에 말뚝을 박아주고, 나날이 자라는 논에서 뜸부기를 처음으로 구경하고, 옥수수에 웃거름을 준다.

 

 곡식을 처음 심을 때 주는 거름은 ‘밑거름’, 곡식에 싹이 나와서 중간에 주는 거름이 ‘웃거름’이란다. 처음 접하는 농사 용어들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것은 이 시리즈의 큰 장점. 가족의 생활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가면서도 자연과 농업에 대해 적절하게 설명을 들려주는 방식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주고 있다.

 

  농촌 학교에 전학 온 말 못하는 영수가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처음으로 말문을 트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넉넉한 자연의 품 속에서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니, 도시 아이들도 이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을 거라고 본다. 작은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가 함께 천렵을 나가고 어죽을 끓여 즐겁게 나누어 먹는 모습에서 진한 즐거움을 엿보게 된다.

 

  책 말미에는 여름을 대표하는 작물인 감자, 옥수수, 고추에 대한 정보와 그림이 자세히 수록되어, 책 전체가 여름 농촌 백과사전이라고 할만 하다. 아이와 함께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편을 모두 읽어보고 싶은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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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씨 씨를 뿌려요 우리 땅 논두렁 밭두렁 1
이동렬 지음, 정종훈 그림 / 해피북스(북키드)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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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요양을 위해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공기 좋고 물 좋은 농촌에 내려가 살기로 한 큰산이와 꽃내네 가족의 봄 이야기다. 이야기의 도입부와 귀농의 동기는 다소 무겁게 다가오지만, 곧 이어 농촌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은 이 책의 분위기를 밝게 전환한다. 그것이 농촌과 자연의 힘은 아닐까 잠시 생각해보게 되기도.

 

 도시에서만 생활하던 가족의 농촌 생활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농촌에서의 농사 일이 낯선 부분도 있고, 학교에서 아이들의 텃세에 부딪쳐 속상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새롭게 배워가고 익혀가는 농사 일, 마음을 열고 친구의 적응을 도와주는 순박한 농촌 아이들은 이 가족에게 큰 힘이 된다. 더불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들풀 한포기, 삭막한 아스팔트 대신 마음껏 뛰어 다닐 수 있는 산과 들은 포근한 친구.

 

  나도 꽃내 가족처럼 논두렁에서 새참을 먹어보고 싶다. 구슬 같은 땀을 흘린 후 먹는 새참 맛은 얼마나 꿀맛일까.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농촌의 삶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는 책이라 참 좋다. [우리 땅 논두렁 밭두렁] 시리즈의 첫 권으로, 농촌의 봄을 소재로 한다. 동화 자체로도 재미있고, 농촌과 농업에 관한 정보가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재미와 정보를 함께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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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1 - 고구려의 기상으로
정호일 지음, 손재수.리얼툰 그림, 박상병 감수 / 대교출판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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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책이다. 대부분의 위인전에서는 광개토태왕이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신하들의 견제와 반대가 있었고, 즉위 초기에 다소 불안하였던 점은 지적하지만 왕권을 안정시킨 후에는 거침없이 국가 통치 대외 정복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광개토태왕이 태자였던 시절, 그리고 19대 국왕으로 즉위한 전후에 매우 힘겹고 급박한 상황이었음을 보여준다. 탐욕스럽게 묘사된 실권자, 그리고 그에 버금가는 경쟁자를 차례 차례 제거하면서 왕권을 안정시켜가는 모습이 매우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래서 스토리 만으로는 재미와 흡입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어느 기록에 근거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광개토태왕을 도와주는 일단의 젊은 무리들을 보면서 TV 드라마 ‘주몽’이 자꾸만 연상되고 겹쳐진다. 그들이 태학을 근거지로 했다니 그건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에 부합할까. 태학은 소수림왕 때 설립된 국학으로, 귀족의 자제에게 유학을 가르친 고등교육기관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태학이 마치 무관학교처럼 그려지는 것 같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 책은 픽션을 가미한 어린이용 만화책이니, 엄격한 잣대를 두고 내용을 재단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초등학생들이라면 재미있게 읽고 또 읽어낼 스토리에, 그림 또한 풍부하고 화려하다. 판타지적인 요소도 눈에 띄고, 의성어와 의태어로 간단히 상황 설명을 처리한 부분도 많다. 역사 만화는 상황 설명이 어느 정도는 있어줘야 할 것 같은데, 말풍선만 가지고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따라서 어른들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 것이고, 아이들은 매우 좋아할 것 같다. 1, 2권에서는 아직 광개토태왕의 본격적인 정복 활동이 나오지 않았다. 3권에서 어떻게 이것들이 그려질지 궁금한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정리한 별책 부록이 알차고 유익하지만 다소 딱딱하게 느껴져, 이 책자가 활동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면 더욱 만족도와 활용도가 높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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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 - 여자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하다
이명희 지음 / 열림원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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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보고 멈칫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금기시 되는 욕. 단순히 ‘정신적으로 미친 여자’를 뜻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히 ‘무섭고 독한 여자’를 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의 대상은 바로 후자이고, 이 시대를 사는 국내외의 무섭고 독한 여자 9명을 만난 인터뷰 책이다.

  이 책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가 거의 알고 있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사실 대부분은 이름조차도. 주로 예술 계통의 이 여성들은 저자의 소개로 처음 접하게 된 사람들이나 다름없다. 저자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만난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미국 사람이거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이 대부분. 그래서 낯설고 신기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고, 나만 몰랐을지는 모르나 많이 알려지고 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좀더 친근감이 들고 공감대가 형성되었을지 모르겠다.

  ‘미친년’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여성에게 씌워진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에 매진하고 일가를 이룰 정도라면 분명 독신이거나 이혼한 사람일 거라는 선입견은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인 사진작가 박영숙부터 깨졌다. 그녀도 말한다. 잘 나가는 마누라 때문에 남편이 잘 안되는 거라는 주위의 비아냥. 반대의 경우 그런 말은 없을 텐데 여성이기 때문에 억울하게 손가락질 받는 극명한 표지라고 느껴졌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기억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성공한 ceo 김태연은 6남 3녀의 자녀를 두었다. 모두 외국인으로 입양한 자녀들. 그녀에게 어찌 모성이 없다고 할 수 있으랴. ‘열심히 일하면서 착하고 괜찮은’ 아시아 여성의 틀을 깨고 싶었던 예술가 윤진미는 ‘일’을 선택했고, 아이들이 자신의 선택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한다. 엄마의 야망이 아닌, 아이들의 열망과 야망을 찾아서 아이들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말도 오늘날의 어머니 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일과 가족 사이에서 어느 하나도 제대로 부여잡지 못하고 어정대는 모습, 그래서 일을 선택했을 때 들을 ‘미친년’ 소리에 대한 불안감. 일이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번번이 아이들 앞에서 스스로 굴복하는 이중적인 모습.


 이 책은 어느 부분을 펴도 읽어나갈 수가 있다. 그녀가 누구인지 몰라도 상관없다. 설득력 있는 그녀들의 목소리와, 이를 조직화하는 저자의 솜씨도 훌륭하다. 단 페미니즘적 시각에 주로 집중되었고, 예술 분야의 인물이 많은 관계로 조직 생활에서 ‘미친년’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잘 듣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실 일을 하는 많은 여성들이 주로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고, 현실적인 조언도 어느 정도는 필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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