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농사일기 - 솔방울 그림책
이제호 지음 / 소나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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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의 판형이 무척 크다. 그 큼직한 책에 1년 열두달 할머니가 농사짓는 모습이 그림으로 펼쳐지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일기 기록이 들어있다. 매달 하루씩, 모두 12일의 일기가 일년 농사의 중요한 대목들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아, 일년 농사는 이렇게 진행되는구나~

  농사의 시작은 2월부터. 절기상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3월에는 소로 밭을 갈고, 4월에는 볍씨 상자를 만들며 5월에는 드디어 모내기를 한다. 논에 모가 심어지면 이제 여름의 햇살을 받으며, 비를 맞으며 쑥쑥 잘 자랄 일만 있다. 어디 벼농사 뿐이랴. 장마 오기 전에 6월에는 감자 캐고, 9월에는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딴다. 감자와 고추가 언제 제철인지 아이는 확실히 알게 된다.

 

  할머니의 구수한 말투로 들려주는 일년 농사 이야기는 참으로 푸근하다. 씩씩하게 자라는 벼가 ‘장하고’, 남의 밭에 들어가는 소를 단속하면서도 발 달린 짐승인데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헤아리는 마음에 고개가 끄덕여지며, 고춧대, 콩대 등을 모두 모아 불태우면서 흙에서  자랐으니 흙한테 도로 주는 것이라니 그 마음 또한 배울만 하다. 동네 어르신들이 모두 모여 축하하는 1월의 생일잔치도 푸근한 농촌의 인심을 보여준다. 

  이 책은 농사일기 뿐만 아니라 부록이 참 알차다. 간장과 된장 담그는 법, 벼농사와 고추농사 하는 법, 농기구 소개 등 농촌의 이모저모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거기에다 절기까지! 절기가 왜 음력이 아닌 양력인지, 농촌에서 절기가 반드시 왜 필요한 것인지 소상히 설명하고 있고, 24절기에 대한 설명도 알차다. 이 책은 농사일기와 농사정보가 반반의 비중으로 만들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는 농사+절기 달력을 만들어보았다. 깨끗한 탁상 달력을 가지고 매월 중요한 농사 메모와 절기 메모를 하였다.  농사 메모는 농사일기를 보고 가장 핵심적인 것을 적었고, 절기 메모는 부록의 절기 설명을 보고 역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을 적었다. 처음에는 엄마가 도와주었지만, 뒤로 갈수록 아이가 스스로 골라서 했으니 더욱 기억에 남을 듯. 내년 달력이 나오면 다시 한번 만들어보고 아이 책상에 올려놓으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아이가 적은 농사 메모와 절기 메모를 옮겨본다. 절기상 봄의 첫달인 2월부터 시작한다.  


  <농사 메모> 
   * 2월 - 메주로 된장 담그기    
   * 3월 - 소를 이용하여 밭갈기 
   * 4월 - 볍씨상자 만들기 
   * 5월 - 논에 모내기 하기 
   * 6월 - 감자 캐기 
   * 7월 - 벼가 잘 자라요 
   * 8월 - 소 단속하기 (자꾸만 밭에 들어가려는 소~) 
   * 9월 - 빨간 고추 따기 
   * 10월 - 벼 열심히 베기 
   * 11월 - 콩 거두기 
   * 12월 - 고춧대, 콩대를 긁어모아 태우기 
   * 1월 - 푹 쉰다 (생일잔치 하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음)


   <절기 메모> 
   2월   * 입춘 - 봄의 시작               * 우수 - 얼음이 녹는다 
   3월   * 경칩 - 겨울잠에서 깬다     * 춘분 - 낮이 길어진다 
   4월   * 청명 - 날씨가 맑다           * 곡우 - 벼농사 준비 
   5월   * 입하 - 여름의 시작           * 소만 - 날씨가 뜨겁다 
   6월   * 망종 - 모내기                  * 하지 - 낮이 제일 길다 
   7월   * 소서 - 엄청 덥다              * 대서 - 곡식들이 쑥쑥 자란다 
   8월   * 입추 - 가을의 시작           * 처서 - 더위가 힘을 못쓴다 
   9월   * 백로 - 밤에 싸늘하다        * 추분 - 낮과 밤이 똑같다 
   10월 * 한로 - 날씨가 추워진다     * 상강 - 서리가 내린다 
   11월 * 입동 - 겨울의 시작           * 소설 - 눈이 온다 
   12월 * 대설 - 눈이 많이 온다       * 동지 - 밤이 가장 길다 
   1월   * 소한 - 겨울 중의 겨울       * 대한 - 추위가 조금씩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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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27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알찬 책이네요. 아이가 만든 탁상일기도 훌륭하고요.
절기의 월은 양력인줄 알겠는데, 농사메모의 월은 음력인가요 양력인가요?
중학교 2학년까지 시골에서 자란 경험을 떠올리면 양력인 것 같기도 한데...확실치가 않아서요!

도서관 2007-08-2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양력이랍니다. 저는 도시에서만 자라 아주 생소하면서도 재미있더라고요~
 
지하철로 떠나는 365일 현장 체험 학습 - 개정판
이명혜 지음, 이안나.한보연 그림, 이인협 사진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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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을 떠나 새로운 도시로 이사한 것이 거의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 사는 곳의 지하철 노선과 역 이름은 잘 외우지 못한다. 오래 살았던 서울의 지하철은 웬만큼 외우고 있고, 환승역도 잘 아는 편이니 지금도 서울의 지하철에 가면 편안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익숙하고, 어쩌면 정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아이들을 데리고 지하철로 체험학습을 다니는 것은 차로 다니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차로 다니면 몸은 편안하지만 오가는 길에서 잔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지나치는 사람과 광고판도 쳐다보고, 노점상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주차 공간과 주차료에 신경을 쓸 일도 없으니 사실 체험학습을 가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이렇게 지하철을 타고 체험학습을 다니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 나왔나보다.                


  이 책은 중요한 체험학습 장소를 노선별로 지하철역마다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처음 보는 장소도 많다. 새로 지하철이 생기기 때문인지 생소한 역도 많다. 서대문 역에 서울역사박물관과 농업박물관은 알고 있었지만 축구박물관은 처음 알았다. 동묘 역에 내리면 관우 장군을 모신 동묘가 있다는데, 성균관의 문묘(文廟)와 대비되는 무묘(武廟)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장소가 여기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담고 있는 정보가 많기에 책이 두툼하다. 들고 다니면서 보기는 어렵고, 체험학습 계획을 세울 때 펼쳐보면 유용할 듯하다. 특별히 계획된 체험학습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 가야하는 곳이 생겼을 때 그 주변에 함께 들를만한 좋은 곳이 어딘지 찾아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한 권에 모든 체험학습 장소를 포함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 빠진 곳도 있고, 아주 세밀한 정보는 많지 않지만 지하철 체험학습의 대강을 파악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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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7-08-2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권 사야겠네요. 일요일마다 "어디 안 가??"를 외치는 우리 아들을 위하여...^^ 추천하고 갑니다.^^
 
언젠가 너도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2
앨리슨 맥기 지음, 김경연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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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도 

 

학교에 들어가겠지.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들도 만나게 되겠지.
그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터득하면 좋겠구나. 

단짝 친구도 사귀겠지.
엄마도 밤새 전화통 붙들고 수다 떨던 친구가 있었단다.
지금은 소식을 모르지만, 심각한 고민을 함께 나누던 친구도 있었고.
소중한 우정과 잊지 못할 추억, 가슴 속에 간직하길 바란다.


좋은 사람 만나서 가정도 꾸리겠지.
예전에는 아빠랑 결혼하겠다고 하더니, 요즘은 결혼을 안하겠다고?
그래도 가끔, '나 결혼하면~ ' 하고 말하는 너를 보면 웃음이 나와.
훌륭한 사람이 되어, 역시 훌륭한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면 좋겠다. 


언젠가 엄마도
할머니가 되는 날이 오겠지?
너의 예쁜 아이를 가슴에 안으며 마냥 사랑스러운 마음 갖게 되겠지.
아이를 키우는 너의 모습 속에는 엄마의 옛날 모습이 겹쳐지겠지.
엄마가 네게 했던 잔소리를 너도 아이에게 하게 된다면, 정말 감회가 새로울 거야.   


그 날이 오면, 사랑하는 딸아, 넌 나를 기억하겠지.
엄마가 지금, 엄마의 엄마를 기억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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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보인다!
에이단 포츠 글.그림, 신수경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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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맞다, 아무도 실제로 공룡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뛰어 다니는 공룡을 보면서 그것이 실제 공룡의 모습이라 은연중에 믿어 왔으니, 도대체 우리가 알고 있던 공룡의 모습은 얼마나 실제와 부합하는 것일까. 아무도 확인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 책의 주제는 ‘공룡의 색’이다. ‘공룡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로 시작되는 이 책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공룡의 모습에 대한 기존의 인상을 부정하고 시작한다. 뼈로 남아있을 뿐인 공룡, 그 뼈를 맞추어 박물관에 세워두었지만 피부색을 알 수 없는 것. 공룡의 색을 상상해보는 작업으로 안내한다. 어떤 보호색을 가졌을까, 암컷과 수컷의 색이 달랐을까, 변태를 했을까, 나이가 들면 색이 변했을까...


  공룡이 살던 시대에는 풀이 별로 없었기에 호랑이 줄무늬 같은 보호색은 없었을 것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도 제시하고 있다. 어떤 동물들은 자기의 색과 같은 색의 먹이감을 먹는다고.  그렇다면 공룡의 먹이를 추적해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되겠다. 덩치가 큰 공룡의 경우에는 지금의 코끼리처럼 옅은 단색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데, 그렇다면 어떤 색이 가장 어울릴까?


  책 표지의 안쪽이 또한 흥미롭다. 앞 표지를 열면 온갖 색상들이 나타나고, 마지막 표지 전에는 공룡의 그림이 그려있다. 친절하게도 ‘이 책의 주인이 아니라면 복사해서 색칠하거나 따라서 그려보라’고 설명이 들어있으니, 이 책의 주인이라면 꼭 색칠을 해보라는 소리. 그것도 마음대로 상상해보라는 뜻. 공룡에 큰 관심이 없는 아이도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공룡에 대한 지식정보 중심의 책이라기 보다는, 공룡을 매개로 하여 과학적 상상과 추리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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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 고독 속에 피워낸 노란 해바라기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3
엔리카 크리스피노 지음, 정지윤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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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모네 전을 감상한 후 마주치게 된 공지문을 보고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 전시회는 빈센트 반 고흐 전. 누구나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많은 이들에게 인간적인 친근감과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화가, 반 고흐.

  미술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나로서는 반 고흐에 대해서 몇가지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평생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는 화가가 되지 못했고, 고갱과의 다툼 끝에 귀를 잘랐으며, 정신병원에서 끝내 자살하여 생을 마감한... 그러한 지식들은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생각이 나기도 했다. 불우한 사람이 그린 너무나도 밝고 아름다운 그림. 불안정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림은 화가의 이력을 떠올리며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 어쩌면 너무나도 고정관념을 가지고 그를 보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고흐의 생애와 작품을 차근히 설명해준다. 네덜란드의 유서 깊은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형의 죽음으로 형의 이름을 얻게 되어 ‘뒤바뀐 탄생’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진 고흐. 평생 부모와 불화를 겪었고, 동생 테오의 지원으로 뒤늦게 화가의 길에 나서게 된다. 동생과 교환한 서신으로 그의 생애를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후세에게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으니, 동생과 동거하여 서신을 남기지 않은 2년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동생의 경제적 지원으로 화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으나 열등감은 깊어졌고, 동생 2명이 자살하거나 정신병을 앓은 가계의 내력은 그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고흐가 스스로 귓불을 잘랐다는 사건에 이 책의 저자는 다른 정황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고흐는 언제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대목에서 왠지 가슴이 아팠다. 예술가의 천재성 뒤에는 이렇게 인간적으로 힘겨운 삶이 함께 동반되어야만 하는 것인지.     


  이 책을 통해 고흐의 널리 알려진 작품 외에도 눈길을 끄는 많은 작품들을 보게 된 것도 수확이다. 해바라기 연작 외에도 다양한 연작들과 다양한 인물화, 풍경화를 만날 수 있으며, 화풍의 변화도 느낄 수 있다. 가을의 고흐 전이 더욱 기다려진다. 고흐를 만나러 가기 전, 이 책을 다시 찬찬히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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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런kiss 2007-08-2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고흐...불우했던 그의 삶이지만 작품들이 평화롭기도, 아름답기도 해서 더욱 그 매력이 발하는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도 이쪽세계엔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빈센트반고흐..정말 좋아하는 예술가 입니당. 잘 읽고 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