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중심을 꿈꾼 나라, 중국 이야기 아이세움 배움터 15
허용우 지음, 김미경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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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보물찾기>를 열심히 보고 또 보는 딸아이에게 권할 수 있는 중국에 관한 또 다른 책이 나왔다. 일단 칼라로 된 사진들만 유심히 들여다 보아도 큰 소득이다. 중국의 역사, 문화, 풍습, 우리 나라와의 관계, 그리고 향후 중국의 진로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대한 총체적인 보고서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도 지루하거나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사진 자료들이 재미를 더하고, 입말로 설명하여 친근하게 느껴지며, 아이들 눈높이에서 적당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솜씨 덕분일 것이다.

  지금까지 출간된 어린이/청소년 도서 중에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다룬 책은 이 책이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비교적 술술 읽히는 것이, 드디어 만화를 탈피하고 줄글로 된 역사/문화 도서를 읽을 때가 온 것이다! 중국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할 수 있고, 읽는데 부담이 없으면서도 꽤 많은 상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책이다.

  어른임에도 처음 알게된 사실도 꽤 많았다. 예컨대 딤섬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으로 간소하게 먹는 음식이란다. 중국 음식 중에서 딤섬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런 배경은 처음 알았다. 또한 중국에 관한 아주 최근의 정보도 많이 들어있다. 초등학교 3, 4학년부터라면 읽을 수 있지만, 중학생들도 정독하면 좋을 것 같다. 중학교 사회 시간에 중국 역사와 중국 지리, 그리고 중국의 정치 체제를 공부할 때 연계되는 내용이 무척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 외에 미국과 티베트에 관한 책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관심 있는 더 많은 나라에 대하여 이와 같은 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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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외계인이
웬디 오어 지음, 김난령 옮김 / 풀빛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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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편이다. UFO 라고 주장하는 사진들과 외계인을 보았고 심지어 실험 대상이 되었다고 증언하는 인터뷰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주에서 우리 지구인 밖에 생명체가 없다는 것만큼 따분하고 심심한 일이 어디 있는가! 외계인을 만나면 무섭고 두렵다기보다는 반갑고 즐거울 것 같은데!

  이 책에서 지구인 앤드류는 외계인 지드란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그 후 앤드류와 지드란은 몸은 떨어져 있어도 머리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평범한 소년 앤드류는 외계인의 도움으로 초능력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우와, 가슴 뛰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우선 부모의 걱정. 외계인을 보았다는 유일한 목격자는 앤드류의 강아지일뿐 앤드류의 말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앤드류가 걱정되어 정신과 의사의 상담까지 받게 하는 앤드류의 부모는 사실 매우 평범한 부모가 아니던가.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나라도 내 아이가 외계인을 보았고 말을 주고 받는다고 말을 했다면 아마 앤드류의 부모와 같이 반응하지 않았을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계인의 불순한 의도. 이 외계인은 영화 E.T 에서 본 것과 같은 선량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측은한 대상이 아니다. 앤드류를 노예로 삼아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외계인의 의도는 매우 놀랍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앤드류도 외계인을 애완동물로 삼겠다는 속셈이 있었다. 그러나 노예와 애완동물은 차원이 다른 문제!

  이 책의 전반부는 앤드류를 걱정하는 부모와 초능력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중심이라면, 후반부로 가면 지구인을 대표하여 외계인에 맞서는 외로운 소년 앤드류의 고민과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구에서 만난 이 소년을 노예로 삼겠다는 외계인의 의도는 결국 어찌 될 것인가?

  어린이 문학인지라 외계인과 지구인의 가슴 따뜻한 우정을 다뤘겠거니 했던 상투적인 생각과는 달리, 다소 의외로 다가오는 외계인의 사고 방식과 의도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나름대로 신선하다. 그리고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 아니 믿어줄 수 없게 된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역시 어른인 나를 되돌아 보게 된다. 우리 아이가 앤드류와 같은 말을 하면 믿어줄 수 있을까? 사실은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좋겠다는 마음이 슬며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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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즈케 왕국
마이클 모퍼고 글.그림, 김난령 옮김 / 풀빛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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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즈케 왕국은 정말 좋은 곳이에요.

  먹고 사는 일이라면 절대 걱정 없어요. 지천에 널려있는 과일 열매들을 따먹어 보세요. 바나나는 절대 질리지 않는 맛이랍니다. 조금만 기술을 익히면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것은 식은 죽 먹기에요.  이건 모르셨죠? 바다에서 자신의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서서 고기를 잡으면 잘 잡혀요. 그림자가 보이면 고기들이 도망간대요.

  그곳은 1년 내내 따뜻한 곳이에요. 밤에는 모기가 극성일까봐 걱정이라구요? 섬의 곳곳에는 아늑한 동굴이 있어 모기들이 잘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도 모기에 물린다면 바닷물 속에 들어가 있으면 되요.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금방 가라앉게 되요.

  이 섬에는 무서운 동물이 없어요. 모두가 친구죠. 오랑우탄이 꽤 많이 사는데, 가족이나 다름 없어요. 어느새 금방 친해진답니다. 서로 해칠 일이 없으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면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큰 조개에 맘껏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딱 한가지 고민이 있어요. 오랑우탄을 잡아가려는 밀렵꾼들이 가끔 이 섬에 와요. 그들은 왜 그렇게 나쁜 짓을 할까요? 총을 가지고 와서 어미를 죽이는 일도 다반사에요. 어린 것들만 잡아가죠. 그래서 밀렵꾼들로부터 오랑우탄을 지키키 위해 이 섬을 절대 떠날 수 없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켄즈케'라는 이름을 가진 할아버지랍니다.

  할아버지가 이 섬에 온 것은 언제였을까요? 자신의 고향인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는 자신의 가족이 모두 죽었을거라고 확신했대요. 고향으로 갈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이 섬에 정착했어요. 그렇다면 얼마나 시간이 흐른건가요?

  이 섬에 표류한 한 소년이 있어요. 자신의 열두살 생일 전날, 배에서 떨어지고 말았죠. 그 소년은 이 곳에서 켄즈케 할아버지를 만났고, 자신과 함께 세상으로 나가자고 말합니다. 자신의 왕국을 수십년간 지켜왔던 할아버지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저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가슴이 뭉클했어요. 전쟁이 끝난 줄 모르고 괌의 동굴 속에 숨어지내다 발견된 일본인 병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 때는 참 바보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또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아이와 함께 꼭 켄즈케 왕국에 방문해보시길 권합니다. 아직도 여운이 길게 남아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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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록, 젊은 날의 방황과 아름다운 구원 청소년 철학창고 13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정은주 옮김 / 풀빛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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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소와 톨스토이의 저작과 함께 3대 고백록으로 알려져 있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처음으로 만났다. 로마 시대의 철학자이자 신학자로, 삼위일체론을 정립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던 아우구스티누스. 그의 고백록은 젊은 시절 방황하던 자신의 행적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었고, 그의 사유 체계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보여 주었으며, 마침내 그가 도달한 신학의 정수를 알 수 있게 하였다.  
  
  고백록은 총 13편으로 구성되고, 1편에서 9편까지 아우구스티누스의 젊은 시절 끝없는 방황의 나날들이 그려진다. 그의 생애에 대한 구체적인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완벽한 신학자였으려니 생각되는 그에게 이렇게 혼란스럽고 방탕한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의외이기까지 했다. 어렸을 적 세례를 받을 기회를 놓친 이후로, 깊은 성적 유혹에 빠져 들었고, 결혼도 하지 않은채 여자와 동거하고 아들을 낳기도 한다. 거기다 어머니의 권유로 다시 새로운 여자와 약혼을 하고 또 다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의 사상적, 종교적 방랑은 또 어떠했던가. 기독교를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받아 들이지 못했던 그는 20대가 되면서 마니교에 빠져 9년간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총명하고 유능한 수사학 교사였던 그는 여러 분야의 책들을 두루 섭렵하고 있었기에 결국 마니교의 헛점을 스스로 간파하였고 점성술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조류였던 신플라톤주의와 진실한 친구의 영향도 받았다. 세속적인 출세를 원했던 아버지의 바램과 달리, 가족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그의 욕망과도 다르게, 언젠가 기독교에 귀의하리라 소망했던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대로 결국 그는 모든 것을 벗어 던진다. 그리고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10편부터 13편까지 그가 얻은 신학적 성찰들이 쉬운 언어들로 소개되고 있다. 세례를 받고 성직자의 길을 걸은지 10년, 그의 신앙은 강한 시험의 기간을 거쳤기에 더욱 굳건해진다. 그가 진정한 신앙을 얻기까지 오랜 방황과 고뇌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일까. 10편에서 그는 인간이 갇기 쉬운 세가지 욕망, 즉 육체의 유혹, 호기심의 유혹, 교만의 유혹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11편에서는 시간의 의미에 천착한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라는 형태로 존재하며, '지나간 것들의 현재, 지금 존재하는 것들의 현재, 다가올 것들의 현재'로 구분해야 한다. 시간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영원함의 의미를 깨닫고자 하는 신앙의 차원이리라. 12편에서는 천지창조를, 13편에서는 삼위일체를 설명하고자 했다. 사람에게 존재, 지식, 의지가 있듯이 '존재와 지식과 의지로서의 하느님'이 있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고대 철학이 종결되고 중세 철학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스. 지금으로부터 1600여년 전인 400년에 완성된 그의 고백록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아우구스티누스를 만날 수 있고, 서양 기독교 신학의 사상적 기초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고전을 읽기 전에 항상 부담감을 가지기 마련인데, 텍스트가 매우 쉽게 쓰여져 자신감마저 갖게 하고 또한 역자의 안내글도 크게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원문을 재구성하지 않고 그대로 번역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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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철이의 모험 풀빛 동화의 아이들
주요섭 지음, 유성호 그림 / 풀빛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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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코 작가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요섭. 그 유명한 국민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지은 그 작가? 전통미와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넘치는 그 소설과, '모험'이란 단어가 들어간 이 소설의 제목이 어울리지 않는듯 하면서도 호기심과 기대감을 주었다. 게다가 책 소개를 들여다보니 이 책이 '우리나라 최초의 판타지 동화'라고 한다. 문학평론가 김경연씨가 어렵게 이 책의 원본을 찾아낸 과정을 밝힌 것을 보니 더욱 궁금해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듣던 웅철이는 토끼가 말을 하고 조끼를 입으며 시계를 찬다는 말에 '흥' 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등 뒤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조끼 입고 말하는 토끼의 출현. 그 토끼 (이웃집 복돌이네 토끼!) 와 함께 드디어 모험이 시작되니, 땅속나라, 달나라, 해나라, 별나라 구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거기에서 눈뜬 쥐의 양식을 만드는 장님 쥐도 만나고, 달에 산다는 토끼도 만나며, 무시무시한 불개를 만나 사형에 처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웅철이의 모험을 따라가보니, 이 책이 1930년대에 나온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척 재미있게 읽힌다. 그리고 정겹다. 이야기 곳곳에 옛날 이야기, 즉 방아찧는 토끼,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토끼 간을 둘러싼 토끼와 자라 이야기 등이 버무려져 친근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우리 소설이기에 우리 말이 가지는 정겨움과 감칠맛과 곳곳에서 묻어난다. 우리의 옛 말과 판타지의 상황이 이렇게 잘 조화되는 것도 놀라운 일. 그리고 군데군데 등장하는 '창가' 한토막도 참으로 맛깔스러우며 의외로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이것은 우리가 같은 정서를 지닌 한민족이기 때문일런지.  
  
  어디 그 뿐이랴. 마치 눈 앞에 보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한 기법은 유명하다는 현대의 여느 판타지 소설에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다.
  
  여러마리 토끼들이 일제히 ...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맨 앞에는 탄 늙은 토끼가 꼭 차돌이 할아버지처럼 침을 퉤하고 뱉더니 종을 쩡그렁 치고 멍에 줄을 들어 낚아채니까 와그그 하고 수백 마리 잠자리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웅철이가 탄 수레가 흐느적하더니 하늘로 하늘로 훨훨 떠올랐습니다. 

  땅속나라에서 달나라로 날아가는 이 장면에서 웅철이의 수레 비행이 얼마나 생동감있고 시각적으로 묘사되었는가! 잠자리가 이끄는 수레를 탄 웅철이와 토끼의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가만 보니 이 책, 만약 영화화한다면 2000년대에도 충분히 어필할 것 같은데...  
  
  가장 행복한 나라, 별나라에서 웅철이가 만난 세계는 어린이 나라다. 어른이 있으면 나라가 미워지고 더러워지고 악해져서 어른들이라고는 통 안생기는 나라라고 한다. 그곳에서 밤이면 아이들이 횃불을 켜고 돌아다닌다는데, 배도 고프고 병도 들고 얻어맞기도 하는 저 먼 지구 나라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라나. 어린이를 비로소 인격체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일제 강점기의 시대적 분위기를 떠올리며 읽었고, 60여년이 흐른 지금도 전혀 어색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한번 읽어보시라!
  해리 포터의 마법학교, 반지 원정대의 활약이 무색한 웅철이의 모험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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