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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록, 젊은 날의 방황과 아름다운 구원 ㅣ 청소년 철학창고 13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정은주 옮김 / 풀빛 / 2006년 6월
평점 :
루소와 톨스토이의 저작과 함께 3대 고백록으로 알려져 있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처음으로 만났다. 로마 시대의 철학자이자 신학자로, 삼위일체론을 정립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던 아우구스티누스. 그의 고백록은 젊은 시절 방황하던 자신의 행적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었고, 그의 사유 체계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보여 주었으며, 마침내 그가 도달한 신학의 정수를 알 수 있게 하였다.
고백록은 총 13편으로 구성되고, 1편에서 9편까지 아우구스티누스의 젊은 시절 끝없는 방황의 나날들이 그려진다. 그의 생애에 대한 구체적인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완벽한 신학자였으려니 생각되는 그에게 이렇게 혼란스럽고 방탕한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의외이기까지 했다. 어렸을 적 세례를 받을 기회를 놓친 이후로, 깊은 성적 유혹에 빠져 들었고, 결혼도 하지 않은채 여자와 동거하고 아들을 낳기도 한다. 거기다 어머니의 권유로 다시 새로운 여자와 약혼을 하고 또 다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의 사상적, 종교적 방랑은 또 어떠했던가. 기독교를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받아 들이지 못했던 그는 20대가 되면서 마니교에 빠져 9년간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총명하고 유능한 수사학 교사였던 그는 여러 분야의 책들을 두루 섭렵하고 있었기에 결국 마니교의 헛점을 스스로 간파하였고 점성술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조류였던 신플라톤주의와 진실한 친구의 영향도 받았다. 세속적인 출세를 원했던 아버지의 바램과 달리, 가족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그의 욕망과도 다르게, 언젠가 기독교에 귀의하리라 소망했던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대로 결국 그는 모든 것을 벗어 던진다. 그리고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10편부터 13편까지 그가 얻은 신학적 성찰들이 쉬운 언어들로 소개되고 있다. 세례를 받고 성직자의 길을 걸은지 10년, 그의 신앙은 강한 시험의 기간을 거쳤기에 더욱 굳건해진다. 그가 진정한 신앙을 얻기까지 오랜 방황과 고뇌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일까. 10편에서 그는 인간이 갇기 쉬운 세가지 욕망, 즉 육체의 유혹, 호기심의 유혹, 교만의 유혹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11편에서는 시간의 의미에 천착한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라는 형태로 존재하며, '지나간 것들의 현재, 지금 존재하는 것들의 현재, 다가올 것들의 현재'로 구분해야 한다. 시간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영원함의 의미를 깨닫고자 하는 신앙의 차원이리라. 12편에서는 천지창조를, 13편에서는 삼위일체를 설명하고자 했다. 사람에게 존재, 지식, 의지가 있듯이 '존재와 지식과 의지로서의 하느님'이 있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고대 철학이 종결되고 중세 철학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스. 지금으로부터 1600여년 전인 400년에 완성된 그의 고백록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아우구스티누스를 만날 수 있고, 서양 기독교 신학의 사상적 기초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고전을 읽기 전에 항상 부담감을 가지기 마련인데, 텍스트가 매우 쉽게 쓰여져 자신감마저 갖게 하고 또한 역자의 안내글도 크게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원문을 재구성하지 않고 그대로 번역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