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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즈케 왕국
마이클 모퍼고 글.그림, 김난령 옮김 / 풀빛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켄즈케 왕국은 정말 좋은 곳이에요.
먹고 사는 일이라면 절대 걱정 없어요. 지천에 널려있는 과일 열매들을 따먹어 보세요. 바나나는 절대 질리지 않는 맛이랍니다. 조금만 기술을 익히면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것은 식은 죽 먹기에요. 이건 모르셨죠? 바다에서 자신의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서서 고기를 잡으면 잘 잡혀요. 그림자가 보이면 고기들이 도망간대요.
그곳은 1년 내내 따뜻한 곳이에요. 밤에는 모기가 극성일까봐 걱정이라구요? 섬의 곳곳에는 아늑한 동굴이 있어 모기들이 잘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도 모기에 물린다면 바닷물 속에 들어가 있으면 되요.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금방 가라앉게 되요.
이 섬에는 무서운 동물이 없어요. 모두가 친구죠. 오랑우탄이 꽤 많이 사는데, 가족이나 다름 없어요. 어느새 금방 친해진답니다. 서로 해칠 일이 없으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면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큰 조개에 맘껏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딱 한가지 고민이 있어요. 오랑우탄을 잡아가려는 밀렵꾼들이 가끔 이 섬에 와요. 그들은 왜 그렇게 나쁜 짓을 할까요? 총을 가지고 와서 어미를 죽이는 일도 다반사에요. 어린 것들만 잡아가죠. 그래서 밀렵꾼들로부터 오랑우탄을 지키키 위해 이 섬을 절대 떠날 수 없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켄즈케'라는 이름을 가진 할아버지랍니다.
할아버지가 이 섬에 온 것은 언제였을까요? 자신의 고향인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는 자신의 가족이 모두 죽었을거라고 확신했대요. 고향으로 갈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이 섬에 정착했어요. 그렇다면 얼마나 시간이 흐른건가요?
이 섬에 표류한 한 소년이 있어요. 자신의 열두살 생일 전날, 배에서 떨어지고 말았죠. 그 소년은 이 곳에서 켄즈케 할아버지를 만났고, 자신과 함께 세상으로 나가자고 말합니다. 자신의 왕국을 수십년간 지켜왔던 할아버지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저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가슴이 뭉클했어요. 전쟁이 끝난 줄 모르고 괌의 동굴 속에 숨어지내다 발견된 일본인 병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 때는 참 바보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또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아이와 함께 꼭 켄즈케 왕국에 방문해보시길 권합니다. 아직도 여운이 길게 남아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