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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외계인이
웬디 오어 지음, 김난령 옮김 / 풀빛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편이다. UFO 라고 주장하는 사진들과 외계인을 보았고 심지어 실험 대상이 되었다고 증언하는 인터뷰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주에서 우리 지구인 밖에 생명체가 없다는 것만큼 따분하고 심심한 일이 어디 있는가! 외계인을 만나면 무섭고 두렵다기보다는 반갑고 즐거울 것 같은데!
이 책에서 지구인 앤드류는 외계인 지드란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그 후 앤드류와 지드란은 몸은 떨어져 있어도 머리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평범한 소년 앤드류는 외계인의 도움으로 초능력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우와, 가슴 뛰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우선 부모의 걱정. 외계인을 보았다는 유일한 목격자는 앤드류의 강아지일뿐 앤드류의 말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앤드류가 걱정되어 정신과 의사의 상담까지 받게 하는 앤드류의 부모는 사실 매우 평범한 부모가 아니던가.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나라도 내 아이가 외계인을 보았고 말을 주고 받는다고 말을 했다면 아마 앤드류의 부모와 같이 반응하지 않았을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계인의 불순한 의도. 이 외계인은 영화 E.T 에서 본 것과 같은 선량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측은한 대상이 아니다. 앤드류를 노예로 삼아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외계인의 의도는 매우 놀랍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앤드류도 외계인을 애완동물로 삼겠다는 속셈이 있었다. 그러나 노예와 애완동물은 차원이 다른 문제!
이 책의 전반부는 앤드류를 걱정하는 부모와 초능력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중심이라면, 후반부로 가면 지구인을 대표하여 외계인에 맞서는 외로운 소년 앤드류의 고민과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구에서 만난 이 소년을 노예로 삼겠다는 외계인의 의도는 결국 어찌 될 것인가?
어린이 문학인지라 외계인과 지구인의 가슴 따뜻한 우정을 다뤘겠거니 했던 상투적인 생각과는 달리, 다소 의외로 다가오는 외계인의 사고 방식과 의도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나름대로 신선하다. 그리고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 아니 믿어줄 수 없게 된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역시 어른인 나를 되돌아 보게 된다. 우리 아이가 앤드류와 같은 말을 하면 믿어줄 수 있을까? 사실은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좋겠다는 마음이 슬며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