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 오는 날에는 주로가 아니라 거의 마시고픈 술이 정해져 있답니다.
동동주에 파전..
2년전 이맘때쯤 비가 와서 술약속을 했는지 아님 술약속을 했는데 비가 온건지,
그건 기억이 안 나지만, 친구를 교보문고 앞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종로까지 걸어서 찾아간 주점..
3층인가에 있는 집이었는데, 반 정도는 외부와 연결이 되어 있는 ,
뭐라고 딱히 설명하기 힘든 구조인데, 중정(中庭)이 있던 구조이었어요..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동동주와 파전을 먹었답니다.
둘다 술집선택의 탁월함을 자기탓이라고 우기면서,
빗소리를 음악삼아 동동주를 마셨지요.
요즘에는 동동주 마시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 같지만,
전 학교 축제때는 항상 과친구들과 교정에서 막걸리와 파전사다가 먹었거든요.
교정에 앉아서 친구들과 서로 부어 주며 마시던 막걸리 맛은,
이제는 다시는 못볼 맛이겠지요..
종로에서의 밤도 그렇게 동동주와 함께 깊어갔고,
술은 섞어서 마시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친구와 저였기에 술자리는 1차로 가볍게 끝났답니다..
(진실은 저의 집은 죽전, 친구 집은 일산이기 때문에,
버스 막차 끝기기 전까지는 일어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술값보다 차비가 훠얼씬 더 많이 나오는 아픔을 맛보니까요..
이거 정말 아깝습니다. 그돈이면 담에 친구에게 술 한번 거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친구와 함께 다시 비내리는 밤을 교보까지 걸어서
버스 잘 타고 돌아왔습니다..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또 나누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날밤의 분위기는 지금도 아련히 남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