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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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대구에 첫눈이 내렸다. 예전에 여긴 눈이 귀했지만 요 몇 년 사이 기후변화 탓인지 겨울철 눈이 잦다. 경험상 첫 눈은 늘 모두가 잠든 한밤에 내렸는데 이번 첫 눈도 역시 그랬다. 일어나자마자 밤새도록 내리 쌓인 하얀 설경을 바라보는 건 일상에서 드문 낭만이다. 물론 그 낭만은 오래가지 않고 금새 출근걱정으로 이어진다. 멀리서 바라보는 눈은 센티멘탈하게 해주는 매개가 되지만 내 몸에 닥치는 눈은 여지없는 현실이 된다. 질척이는 눈뭉치는 지저분하고 걷기에 불편하다. 눈길에서 제힘을 쓰지 못하는 자동차들의 거대한 패닉상태를 보라. 눈은 얼마나 이중적인가.

 

추위에 약한 체질탓인지 군복무 시절 경험한 경기 북부의 그 혹독한 추위와 지긋지긋한 폭설 때문에 나는 중부지방보다 훨씬 따뜻하고 눈이 거의 없는 이곳 대구에 거주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이제 눈이 귀찮은 존재가 된 건 그만큼 나도 어지간히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인가. 올해 첫눈이 온 날 아침은 마침 야간 출근조였다. 오후가 되면 눈은 녹을 것이고 아침에는 출근 걱정이 없어 오랜만에 눈을 즐길 낭만과 여유가 생긴다.

 

 

 겨울 첫 눈이 오면 늘 책장에서 꺼내보는 책이 있다. 바로 일본작가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집 철도원

 

 눈에 얽힌 추억은 많이 있지만 눈이 오면 생각나는 책은 이 철도원이 유일한 것 같다.눈이 사람에게 주는 효능 가운데 하나는 바로 정화다.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철도원>은 하얗게 내린 눈처럼 마음이 정화되는 카타르시스와 목젖을 울컥하게 하는 감동이 있는 슬픈 이야기다.겨울철이면 늘 막연하게 누군가가 그리워진다. 막연한 그리움의 대상은 또렷한 모습이 없으면서도 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데 그런 날이면 아사다 지로의 눈처럼 시린 슬프고 따뜻한 이야기를 천천히 읽는다. 읽고 나면 답답했던 가슴이 풀리면서 따끈하게 데운 캔커피 처럼 마음이 훈훈해진다. 

 

 

 소설의 배경은 끊임없이 눈이 내리는 일본 북부 홋카이도 지방의 시골 간이 역인 호로마이 역. 호로마이 역은 한때 메이지시대 이래 최고의 탄광촌으로 기세를 떨치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역장 오토마츠의 퇴직과 함께 폐쇄될 운명의 쓸쓸한 노선. 1970년대 석탄산업의 활황기 때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을 강원도 태백이나 정선의 기차역들을 떠 올리면 족할 듯하다. 호로마이 역의 역장인 오토마츠는 이곳에서 45년을 근속하고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래된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에 등장했던 투명인간 차장이 입은 바로 그 투 버튼 검정색 철도원 코트. 소설 속에 묘사된 오토마츠가 입은 철도원 제복도 바로 그런 코트이다.

 

 오토마츠는 자신의 직업에 투철한 사내다. 그는 하나밖에 없었던 늦둥이 딸이 동사해 돌아온 날도 열차 안내 깃발을 흔들며 딸의 주검을 실은 기차를 맞고 여객 일지에 "이상 없음"이라 적는 철도원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가 멀리서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역에서 마지막 기차를 배웅하는 업무를 완수하고 나서야 숨진 아내가 있는 영안실을 찾아간다. 오토마츠 대신 아내의 임종을 지킨 건 동료 철도원의 아내였고 그녀는 아내의 임종소식을 듣고도 곧장 달려오지 않은 오토마츠를 매정하고 박정한 인간이라고 비난한다. 눈이 얼어붙은 외투 차림으로 아내가 있는 영안실에 왔으면서도 끝내 울지 않았던 오토마츠에게 동료 철도원의 아내는 어째서 울지도 않느냐고 따지고 들자 그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나도 철도원인데, 사사로운 집안 일로 눈물을 보이겠습니까?”

 

 

 보통 사람들의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작가는 너무 작위적인 설정으로 슬픔을 자아내려 하는 것일까. 자신의 가족이 죽어가는 순간에도 역장의 책임을 다하려는 오토마츠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그는 가족보다 역장이란 임무가 더 소중했던 일 중독자였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지독히 고집 세고 우직하기만 해서 융퉁성이 전혀 없는 인간이었을까.

 

 또다시 눈 내리는 추운 12월의 마지막 밤. 오토마츠와 그의 오랜 친구 센지는 새해를 맞기 위해 눈덮힌 호로마이역을 지킨다. 센지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오토마츠는 늦은 밤이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다. 정월 초하루는 오토마츠의 딸 유키코의 기일이기 때문이다.

 

 늦은 밤, 호로마이 역에 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낮에 역에 놀러왔다가 인형을 놓고 간 어린소녀의 언니가 동생의 인형을 찾으러 온 것이다. 낮에 놀러왔던 소녀는 내년이면 학교에 입학한다면서 작은 책가방까지 맨 귀여운 아이였다. 오토마츠는 역 주변 마을 주지스님의 딸들인 줄 알고 아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준다. 그날 밤, 마지막에 나타난 언니는 오토마츠의 딸이 살아있었더라면 꼭 같을 또래의 고등학생 소녀다. 그녀는 오토마츠에게 따뜻한 새해 밥상까지 차려준다. 소녀가 끓여준 된장국은 생전의 아내가 끓여내던 바로 그 된장국 맛이다. 오토마츠는 자신의 딸 유키코를 회상하며 즐거운 밤을 보낸다. 쓸쓸하고 적막한 호로마이역을 찾아온 그 소녀들은 누구일까.

 

 오토마츠가 결혼 17년 만에 얻은 어린 외동딸은 호로마이역에 딸린 문풍지 바람이 끊일 새 없는 사무실 겸 살림방에서 추위를 못 이기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오토마츠는 늘 자신의 직업이 아이를 죽인거라는 죄책감으로 한평생을 보낸다. 그러나 이제야 찾아온 딸은 그런 오토마츠를 원망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자식노릇 한 번 못하고 죽어버렸다면서 오토마츠를 위로한다. 아버지는 철도원이니까.. 그게 아버지 직업이라면서 말이다.

 

 

  오토마츠가 새해 새벽에 죽은 자신의 딸과 재회하는 장면은 눈시울이 찡해지지 않고는 견딜수 없는 장면. 독자의 눈물과 슬픔, 그리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감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꿈에도 그리던 딸을 만난 날, 오토마츠는 그날의 여객일지에도 여전히‘이상 없음’이라고 적어넣는다. 그리고 새해아침, 오토마츠는 눈덮인 플랫폼에서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손깃발을 꼭 쥔 채 주검으로 발견된다.

 

 오토마츠와 딸이 만나는 장면에 이르러서야 나는 오토마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시커먼 제복차림에 시린 눈 냄새 풍기며 역무원의 일에 몰두했던 오토마츠의 모습에서 내 아버지를 떠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서 들판으로 달려가셨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정을 돌보지 않는 듯이 새벽부터 들판으로, 직장으로, 생업의 터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밤이 늦어 아이들이 잠든 뒤에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가정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가난과 궁핍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본능이 우리 아버지들을 그렇게 가정과 멀어지게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본능에 충실했던 것이 그들이 저지른 유일한 실수라면 실수이리라.

 

 그러나 나는 아버지의 그런 실수를 원망할 수 없다. 이 작품의 오토마츠를 미워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산업화시대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대부분 그렇게 살았다. 시골 간이역에 오토마츠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덩치 큰 기차가 들어오면 레일도 바꿔줘야 하고 역에 들어오는 열차를 수신호로 안내하면서 안전하게 정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버스처럼 혼자 와서 혼자 출발 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아닌 것이다. 소설에 보이는 오토마츠의 고집이나 일에 대한 무서운 집착은 비현실적이어서 그런 사람이 정말 있기나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러나 한평생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실수를 한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더하고 더한 평균적 인물이 바로 오토마츠 역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토마츠는 가정을 돌보지 않았던 일 중독자가 아니라 그런 시대를 그렇게 견딜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희생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딸이 죽고 아내가 죽던 날도 여전히 여객일지에 이상 없음’이라고 적어야 했던 것처럼 우리의 삶이란 것도 그렇게 돌아간다.

 

 한쪽에서는 사랑하는 가족과 애인과 친구를 상실하고 슬픔과 비탄에 잠긴 사람들이 힘들어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끝없이 이어지는 기차 레일처럼 꿋꿋이 이어진다. 슬픔에 잠겼던 사람들, 잠시 희망을 잃었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삶의 터전은 바로 오토마츠가 여객일지에 적어 넣은‘이상 없음’의 바로 그곳일 것이다. 사람들은 기찻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면서 희로애락의 매듭을 이어간다. 오토마츠는 기차레일이 아닌 레일 밑의 거대한 침목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레일 밑에 깔린 단단하고 묵직한 침목이 있어야 기찻길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열차와 열차를 타는 모든 사람들의 삶의 하중과 희로애락을 떠받치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고요하고 든든한 기차레일 밑의 침목은 삶의 토대며 근본이다. 오토마츠의 삶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침목 같은 삶의 중심에 대한 믿음을 져 버리지 않았던 철도원이었기 때문이리라. 눈이 많이 내린 겨울 아침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집 철도원에는 단편<철도원>외에도 주옥같은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옮긴이의 말을 들어보면 아사다 지로는 일본에서 '가장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손꼽히는 작가라고 하는데 <철도원>이나 <러브레터>같은 단편을 읽어보면 그런 수식이 어떻게 붙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러브레터>는 한국에서 최민식과 장백지 주연의 <파이란>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철도원>은 1999년에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주연을 맡았던 일본 국민배우 다카쿠라 켄의 연기도 정말 좋았고 딸 연기를 했던 히로스에 료코의 청순한 모습도 좋다. 역장역을 맡았던 다카쿠라 켄은 올해 11월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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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시작으로 일본 장르소설을 읽으면서 이번 여름은 제법 시원하게 보냈다. 어렵고 복잡한 책들은 잠시 한켠에 제쳐놓고 소설읽는 재미에 푹빠진 여름이었다. 원래 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었고 장르소설이라 불리는 추리나 스릴러, 공포, 판타지 분야에는 더더욱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부터 다카노 아키아즈의<제노사이드>,<13계단>같은 몇 몇 작품을 읽고 나서는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한 소설들이 많았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특히 다카노 아키아즈의 <제노사이드>는 방대한 전문자료를 토대로 한 지식오락물의 절정 그 자체였다.

 

 사실 일본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외에는 거의 아는 것도 없었고 예전에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을 읽다가 질려버린 경험을 한 이후로 일본 추리소설이나 장르소설에 흥미가 사라졌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은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곁가지 이야기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자질구레한 일상사를 꾸역꾸역 읽고 있으니 시간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파껍질처럼 끝없는 곁다리 이야기가 이어지는 홍명희의 <임꺽정>처럼 <모방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소설전체와 어떤 유기적 관계를 맺지도 못하는 모래알 같았다. <모방범>을 읽는 내내 먼저 읽었던 페이지를 수시로 펼쳐서 앞에서 나온 인물들의 이름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몰입도와 소설적 재미를 크게 떨어뜨렸다. 소설읽기가 아닌 사전찾기나 색인찾아보기 작업이 되어버린 <모방범>읽기는 2권째 읽다가 포기해 버렸고 이 경험으로 한동안 일본추리소설은 재미없고 지루해라는 선입견이 생기고 말았다.

 

 일본 장르소설에 대한 흥미가 사라진 다음에도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다보면 자주 튀어나오는 히가시노 게이고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대한 호평이 눈에 밟혔다. 그런 호평들 중에는 한국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넘어서는 작가라는 수식을 단 기사들이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을 크게 자극했다. 도서관에 가면 제일먼저 검색하는 책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는데 검색할 때마다 대출중인데다가 예약이 몇 명 씩 붙어 있었다. 얼마전 직장 부근에 작은 도서관이 생겨 방문했다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입수한 뒤로 일본추리소설의 매력에 푹 빠진 여름이 시작되었다. 올여름 초입부터 9월까지 장르소설 몇 편에 대해 간략한 감상평을 적어 본다.

감상평을 써 놓고 나니 책 광고 같기도 함. 이 감상편은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임.

 

1.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양윤옥 옮김)

 살아오면서 읽은 최고의 소설 다섯 가지를 꼽으라면 이<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넣고 싶다.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 붉어지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 소설은 아사다 지로의 단편 <철도원>이후

 처음이다.

 오락성과 작품성을 모두 겸비한 최고의 소설이다. 현실과 과거를 잊는 종이편지라는 설정이 독창적인 것은 아니지만(영화 시월애도 이런 설정이었음)요즘 종이편지는 공과금 청구서와 다를 바 없는 시대이고 사람들은 더 이상 종이편지에 사연과 이야기를 적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시절 가슴 두근거리며 쓴 펜팔편지처럼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미야 잡화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편지에 희망과 사랑을 담는 따뜻한 이야기를 엮어 놓았다. 일본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던 과거와 현대, 그리고 환광원이라는 고아원 출신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잘 짜여진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기가막힌 소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요즘 한국소설에서 잘 찾아볼 수 없었던 서사의 힘을 다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작품. 누구한테나 추천하고 싶다.

 

 

2.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이 소설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추리소설을 가장한 사랑이야기. 사랑의 형태와 변주의 극단이 어느정도까지 갈 수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수학이라는 이데아에 탐닉하다가 모든 희망을 잃고 죽을 날만 기다리던 천재수학자이자 수학교사 이시가미.. 어느 날 그의 이웃집에 이사 온 모녀.. 이시가미의 순수에 대한 의지는 아름답고 맹목적이었다. 그러나 순백은 늘 때가 타고 변색되기 쉽고 맑은 물은 오염되기 쉬운 법.. 소설에서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이시가미의 헌신은 끝내 좌절되고 만다.. 몇 년 전 한국에서도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국판 용의자x가 제작되었다. 방은진 감독,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 주연이었는데 흥행에는 실패한 모양이다. 내가 보기엔 원작의 묘미와 의도를 잘 살린 수작이었는데..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의 연기가 좋았고 방은진 감독의 연출도 좋았다. 이시가미 역을 맡은 류승범의 연기는 원작소설보다 더 잘 된 것 같다. 한국판 용의자x는 원작과 결말이 확연히 다르다. 한국판 용의자x의 헌신은 어떤 결말일지 궁금한 분은 영화를 보시길..

 

 

 

3. <방황하는 칼날>히가시노 게이고

  이 작품도 최근에 한국에서 정재영주연으로 영화화됐다. 한국판 방황하는 칼날은 아직보지 못했다. 딸을 가진 부모님들은 이 소설을 끝까지 읽는게 좀 부담스러울 것 같다. 철없는 고등학생들에게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이야기..사적 복수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체제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도 역시 빠르게 잘

읽힌다.

 

 

 

 

 

 

 

 

4. <다잉 아이>히가시노 게이고

 으스스한 납량물..

 제목 그대로 죽어가는 사람의 눈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소설 분위기는 예전에 톰 크루즈의 <바닐라 스카이>라는 영화와 비슷한데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술집 바텐더가 진실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결말이 궁금해 결국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소설이지만 크게 권하고 싶은 작품은 아니다.

 

 

 

 

 

 

 


 5. <새벽거리에서>히가시노 게이고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결말의 반전이 충격적이다. 작가는 불륜에 대한 호오를 말하거나 윤리적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마지막 몇 십장까지 통속적인 불륜소설처럼 보이지만 예상하지못한 반전은 독   자들을 멍하게 만든다. 결말은 희극도 비극도 아니고 불륜은 희미한 안개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와타나베 준이치의<실락원>처럼 불륜남녀의 비극적 선택도 없지만 불륜이라는 행위그 자체는 실감나게 묘사된다.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영화로 제작되도 좋을 스토리다.  

 

 

 

 

 

 

 

6. <13계단>다카노 가즈아키

 

 

 일본 추리문학 작가협회의 문학상인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답게 재미 보장. 책의 전체적 분위기는 암울하고 어둡지만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소설이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데뷔작인데 초창기 작품이라 그런지 아니면 번역이 좀  매끄럽지 않은 탓인지 문장이 약간 거칠다. 어찌됐든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은 보지 못하는 소설.

 

 

 

 

 

 

 

 7.<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한마디로 '역대급'이다. 이 소설도 내가 지금까지 읽은 최고의 소설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다.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분자생물학, 유전학, 약학, 진화생물학, 군사학 등 방대한 전문자료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스토리 구성과  강렬하고 개성있는 등 장인물들이 매력적이다. 읽다보면 잘 만든 헐리우드 SF영화 한 편을 보고 난 느낌이 든다. 작가가 미국에서 시나리오 공부를 했다는데 좋은 시나

리오를 소설로 각색한 듯 하다. 이 작품은 문장하나하나가 군더더기  없고 문학성까지 겸비했다. 삶과 인생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긴 문장들을 수없이 만나는 것도 좋다.  생명체의 진화란 무엇인지, 지구상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읽다보면 머리카락이 쭈뼛서는 짜릿한스릴을 수없이 느낄 것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정말 책장이 줄어드는 게 너무 아쉬운 소설이다. 이런 글을 써내는 사람들의 재능이 부럽다.

 

 

 

8. <KN의 비극>다카노 가즈아키

 스즈키 코지의 소설<링>시리즈가 생각나는 으스스한 공포물.

 이 작품도 상당히 잘 된 작품이다.

 빙의현상과 임신중절이라는 소재로 한 제대로 된 공포물이다.

 밤에 혼자 읽지 말 것..

 

 

 

 

 

 

 

 

 

 

9. <그레이브 디거> 다카노 가즈아키

 다카노 가즈아키의의 작품으로는 가장 실망스럽다.

 어쨋든 끝까지 다 읽긴 했지만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니다.

 

 

 

 

 

 

 

 

 

 

 

 

 

 10. <스노우맨> 요 네스뵈

 북유럽 추리소설.

 노르웨이의 국민작가라는 요 네스뵈의 장편소설이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만들며 놀았다는 작가의 말이 허튼 소리는 아닌 모양이다. 스토리 구성이 기막히게 짜임새있고 개연성이 있다. 몰입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멋진 소설이다. 살인현장에 어김없이 만들어지는 눈사람..그 눈사람은 누가 만들었을까..

추리, 범죄 소설을 읽다보면 살인자들의 살인동기에 대해 생각해 보는데 대부분 어이없는 사이코패스, 소시오 패스들의 소행이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살인자의 범행동기는 예사롭지 않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 우리의 모든 행위 하나하나는 어떤 인과의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떤 인과는 끔찍한 악몽을 낳을 수 있는데 인연이 만든 악몽의 극한이 바로 이 스노우맨이  아닐까..  추천 1순위 작품이다.  

 

 

 

11. <차일드44>톰 롭 스미스

 소설의 프롤로그부터 충격적이다.

 이 작품역시 살인자의 살인동기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든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새하얀 러시아 설원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프롤로그에 모든 결말이 있었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야 프롤로그를   다시 음미하게 만드는 작가의 재주에 감탄하게 된다. 읽는 내내 살인자의 손에 죽어가는 불쌍한 아이들이 안타깝기도하고 대체 어떤 놈이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을 죽이고 다닐까 하는분노로 다급하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작품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화 한다고 한다. 살인자는 죽어 마땅하지만 그 살인자가 처음부터 살인자는 아니였을 것이다. 살인자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되짚어보는 과정은 가슴아픈 비극이다.  

 이 작품역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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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의 함정 - 인간에 관한 가장 위험한 착각에 대하여
알바 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갤리온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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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없으면 의식이 없고,

의식이 없으면 세상이 없고,

세상이 없으면 의식도 없다.

 

의식은 세상이 존재하는 것,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존재한다. 그냥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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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기억,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 리라이팅 클래식 9
황수영 지음 / 그린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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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한지 5개월만에 겨우 읽은 책이다.

저자는 나름대로 친절하게 베르그손의 철학을 소개하고 있지만

어려운 책이다. 

 

 개인적으로 2장과 3장을 흥미롭게 읽었다. 뒤로 갈수록 애매하고

어렵다. 베르그손의 철학은 일종의 유심론 같아 보이지만, 그는

물질을 부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지속과 순수기억이라는 것이

실제로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존재나 상태를 가정하는 것이

완전히 허무맹랑하지는 않다고 느꼈다.

아쉬운 것은 기억은 어떻게 보존되는가 하는데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두뇌로 환원하려는 시도나 관점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게 베르그손의 생각이 아닐까?

인간은 인간의 두뇌만이 아니라 신체를 가진 존재이고

그 신체는 신체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

전체와 같이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 책을 읽고 문득 떠오른게 있다면 인간의 두뇌는 혹시

안테나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상상..

 

 데카르트가 말한 생각하는 그 어떤 것이란게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문처럼 말이다.

 

인지과학이 떠오르고 있는데 베르그손이 말하는 습관기억과

이미지기억 같은 기능 개념도 두뇌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은 연구성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유전이라는 현실기능에 대응하는 유전자(DNA)를 발견했듯이

말이다..

 

 아무튼 어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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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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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접한 정유정의 장편소설<7년의 밤>을 읽고 있다.

대단한 소설이다.

 

 미적지근하고 달달한 여성작가들의 잠꼬대 같은 문장이

아닌 시원시원하고 굵직한 문장으로 세령마을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매력적 이야기를 숨가쁘게

몰아가는 역량이 대단하다.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소설을

오랜만에 접하고 나니 삶에 활력소가 생긴다.

소설 읽는 재미..

그래, 바로 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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