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안녕 고양이 시리즈 1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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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딸아이에게 줄 책 선물로 고양이를 다룬 책을 찾아보다가 이용한 시인이 쓴 고양이 3부작 포토에세이집이 눈에 띄었다. 이용한 시인 약력을 살펴보니 시인이었고 고양이 작가로도 유명한 분이셨다. 3부작중 첫번째 책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품절이라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구입했는데 내친김에 3부작 전체를 알라딘중고에서 구입했다^^

출판순서로 보면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명랑하라 고양이>,<나쁜 고양이는 없다> 이렇게 되겠다. 세 권 모두 공히 이용한 작가의 주변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은 책과는 거리가 멀고 스마트폰 게임(배틀그라운드를 열심히 하는데 세상에, 여자 아이가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다니..)에 너무 빠져 있는 현실을 타개할 묘책이 없을까 고민했다. 마침 딸은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기에 그렇다면 고양이를 주제로 한 책을 선물해 준다면 글을 좀 읽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 점에서 이용한 작가의 고양이3부작 포토에세이가 제격이었다. 일단 내가 3권을 속도으로 훑어봤는데 상당히 좋은 책이다. 작가는 동네에서 만난 길고양이들의 생노병사, 희로애락을 정갈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그려 보인다. 길고양이에 대한 한없이 따뜻한 시선과 사랑이 느껴지고 페이지마다 가득찬 이쁘고 귀여운 길고양이들 사진을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저자의 세밀하고 집중력 있는 관찰력 덕분에 길고양이들은 저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새로 태어난다. 저자는 책에 등장하는 수십마리의 길고양이들에게 모두 이름을 달아주었다. 딸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은 분명한데 혹시나 딸이 고양이 사진만 대충 후루룩 훑어보고 책을 탁 덮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길고양이들 사진뿐만 아니라 작가가 담담하게 따스한 문장으로 써 내려간 길고양이들의 삶에 대한 보고서를 읽히는게 원래 목적이었으니까.. 어쨋든 딸아이가 한동안 스마트폰 대신 이 책들을 좀 열심히 뒤적여주면 좋겠다.

 

 

 고양이 3부작 중 가장 안타깝고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2권 <명랑하라 고양이>에서 길고양이 바람이가 기생충 감염으로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는 부분이었다. 이용한 필자가 새로운 동네로 이사와서 처음으로 만난 녀석이었고 먹이주기 3개월만에 겨우 모습을 드러낸 정말 바람같은 녀석이다. 먹이를 먹으로 올때도 먹이를 먹고 갈 때도 늘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졌다. 필자는 그래서 녀석 이름을 바람이로 지었다고 한다. 필자가 각별한 애정을 쏟은 녀석인데 어느날 바람이가 알 수 없는 병에 걸린채로 나타난다. 눈에서 고름이 흐르는 바람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검사해보니 기생충 감염이었다. 야생에서 감염된 기생충이 뇌를 파고들어 전신을 마비시키는 무서운 병이었다. 치료할 약도 없고 속수무책으로 바람이는 온몸이 마비되어 죽어갔다. 길고양이 바람이는 이름 그대로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갔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바람처럼.. 바람이는 평소 자주 다니던 꽃다지 방죽에 묻혔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진 바람이가 끝내 애석하고 섭섭해서 이용한작가는 바람이의 무덤에 민들레 한 포기를 심어준다.

                늠름했던 왕초 고양이 바람이

 

 

 바람이가 묻힌 꽃다지 방죽에 민들레 한 포기가 피어있다.

 

 길고양이들이 삶은 쉽지 않다. 차에 치어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수많은 길고양이들뿐만아니라 고양이를 혐오한 동네 어른이 놓아둔 쥐약을 먹고 길고양이 온가족이 급사하고 자동차에서 흘러나온 부동액을 먹은 녀석들도 허무하게 삶을 마감한다. 이용한 작가의 말에 따르면 길고양이 평균 수명은 대략 3년정도. 집에서 키우는 집고양이 수명 15년에 비하면 놀랍도록 짧은 삶이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길고양들중에서 3년 이상을 사는 녀석이 드물어 보인다. 작년에 봤었던 길고양이를 해를 넘겨 다시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녀석들의 삶은 조건은 가혹하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도 생존의 조건이 녹록치 않겠지만 유독 길고양이들의 삶이 힘들어보이는 이유는 그들의 생존 공간과 인간들의 생활 공간이 가장 밀접하게 중첩되기 때문일 것이다. 먹이를 얻을 가능성이 많은 곳은 바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기에 길고양이들도 도시에서 살아가는 개체수가 훨씬 많다. 다른 종과 상생할 줄 아는 법을 아직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 인간들 세상에서 공생을 시도해야 하는 길고양이들에게 가장 위험은 적은 바로 인간이다. 생각해보면 길고양이들이 사람들이 챙겨주는 사료나 음식같은 먹이에 의존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현실은 정말 안타깝다. 그들은 애초에 자연과 야생에서 인간의 조력없이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었으나 이제 그들이 마음놓고 사냥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대신, 사람들의 공간에서 불규칙적으로 공급되는 한정된 먹이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 된 것이다.

내 차 트렁크에는 늘 고양이 사료 한봉지가 있다. 어느 곳을 가든 고양이들이 눈에 띄고 그 중에서 배고픈 녀석들한테 사료를 놓아두고 간다. 녀석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기엔 역부족이지만 한끼라도 든든히 먹고 힘내서 생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도 여전히 명랑하라 고양이들아!. 좌절과 실패는 분별심으로 가득찬 인간들의 언어일뿐 고양이들은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잘 살아남을 것이다.

 

 

ps. 내가 만난 길고양이 이야기

 

 동네 편의점 앞에 출몰하던 누렁이.

길고양인데도 사람들한테 거부감이 없었다. 편의점 앞 의자를 아예 전세내고 누워있던 놈인데 재작년 여름과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기전에 사라졌다. 그 후로 1년이 지나 현재까지 다시 볼 수 없었다.  

 

 우리 시골 어머니집에 출몰하는 욕심쟁이와 겁쟁이.  

아래 검은털과 갈색털 조합이 욕심쟁이 암컷, 누워서 노는 노랑이가 겁쟁이 수컷이다. 둘은 모자사이인데 욕심쟁이가 겁쟁이 어미다. 욕심쟁이는 먹이를 혼자 독차지하는 못된 습관을 가진 덕에 딸아이가 붙여준 이름이고 겁쟁이는 먹이를 줘도 경계심이 너무 강해 사람한테 접근하지 않는 성격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고양이의 외모가 아닌 성격으로 이름을 붙여준 딸이 참 재밌다.

어미 욕심쟁이는 제법 나이가 들었다. 대략 7년 이상을 산 것으로 추정된다. 먹이에 욕심이 많아서 자기 자식인 겁쟁이가 사료를 같이 먹으려고 접근하면 앞발로 냅다 후려패버린다. 하긴 아들인 겁쟁이는 이미 젖을 뗀지 1년이 훨씬 지났건만 아직도 어미곁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겁쟁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게 아님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겁쟁이가 성묘가 되자 욕심쟁이는 앞발로 후려치는 짓을 그만두고 모자가 나란히 겸상을 해서 다행이었다.

 

겁쟁이가 성묘가 되자 비로소 겸상을 하는 어미 욕심쟁이.

수컷인 겁쟁이가 어미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욕심쟁이는 일년에 3~4차례 정도 새끼를 놓는다. 거의 매달 임신상태인 셈인데 그래서 촌에 갈때마다 사료와 간식을 듬뿍 주고 온다. 시골에 혼자 사시는어머니는 고양이를 굉장히 싫어하셔서 늘 녀석들이 나타나면 "저놈에 꼬내이들 다 잡아야 된데이" 하시면서 고양이 밥그릇도 치워버리는 분이라서 "제발 우리들이 없는 사이 고양이 사료 좀 주세요" 라고 부탁하기 곤란한 형편이다. 두 녀석은 사는 곳이 일정치 않다. 욕심쟁이는 원래 이웃집 할아버지댁 집고양이였는데 지금은 길고양이가 되어 버렸다. 동네 어귀에서도 보이고 들판에도 보이는 것으로 보면 집고양이 정체성은 이미 오래전에 버린 듯하다.

 

욕심쟁이, 겁쟁이, 그리고 점박이.

겁쟁이와 점박이 둘다 욕심쟁이 자식이다. 우리가 시골집에 갔다가 떠나올 때면 녀석들은 어김없이 저런 일령횡대 집합 자세로 우두커니 바라본다.

사람들아! 사료랑 먹이 좀 자주 가져오란 말이다! 이렇게 시위하듯이 쳐다보는 것 같아 괜히 짠하다. 내일부터 또 다시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안녕 고양이들아, 추위 잘 견디고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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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1-29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속의 고양이 이야기보다 실제 길고양이를 만난 후기가 더 재미있고,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

파트라슈 2021-01-29 21:38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샌델의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일단 1회독 완료..

 

샌델의 표현대로 물건 만들기 같은 전통적 제조업은 박살나고 영끌 빚투해서 주식, 부동산에 몰빵하는 세상인데 실물경제 기반이 안되면 금융경제 모두 빚이다. 은행 여기저기서 돈 빌려와서 통장 잔고 채우고 자기돈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대출금 상환일에는 영끌해도 걸베이(벼락거지)..

 

노동과 일의 존엄은 바닥을 치고 열심히 일하고 노동해서 돈 모으는 사람들은 이제 등신취급 당하고 조롱받는 세상이 되었다.

 

한국은 미국처럼 능력주의에 대한 포퓰리즘적 반동은 일어나지 않을듯하다. 대신 조용히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신종계급을 내면으로  확실히 반성없이 체화하고 있음이 확실해 보인다.

 

이제 우리는 자식들에게 국영수 대신 주식과 비트코인과 부동산을 가르쳐야 하는 시대인가?..

 

<공정하다는 착각> 한 번 더 읽어보고 좀 더 긴 리뷰를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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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1-01-1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즐겁게 읽었는데 반갑습니다^^
 
깨달음과 역사 - 개정증보판
현응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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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조계종 교육원장이셨고 현재는 해인사 주지로 계시는 현응스님의

불교에세이.. 감히 한국 최고의 불교에세이라 말하고 싶은 책이다.

그만큼 큰 감동을 받은 책..

 

이 책은 미국에서 철학교수 하시는 홍창성교수님의 책

<미네소타 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홍창성 교수님의 책도 엄청났지만 <깨달음과 역사>에 수록된 주요 글들이

씌어진 시기는 현응스님이 불과 40세 전후의 나이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이 책에는 불교계에서 "깨달음 논쟁"을 촉발시킨 유명한 글이 수록되어 있다.

깨달음 논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불교평론에서 검색하여 읽어볼 수 있다.

현응스님의 깨달음에 대한 인식과 그에 대한 다른 스님들과 불교학자들의

반박글들이 있는데 불교철학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흥미로울 것이다.

나는 당연히 현응스님의 생각에 깊이 동의한다.

 

불교나 불교철학에 관심있는 분들은<깨달음과 역사>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이 책은 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 째 읽는 중인데 내 책꽃이에 늘 눈에 띄는 곳에

꽃아둔 책이다.

다시 완독하고 나서 리뷰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아! 홍창성 교수를 검색하다가 홍교수의 새 책이 나왔구나!

정말 반갑고 기분좋다. 홍교수의 <미네소타 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이후

홍교수의 새 책을 기다려 왔는데 바로 주문넣는다.

 

홍교수의 신작은 <연기와 공 그리고 무상과 무아>이다.

제목만 봐도 불교철학의 핵심에 대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깨달음과 역사> 리뷰는 홍교수의 새책까지 완독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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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라슈 2020-11-25 2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나는 불교철학,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불교가 아닌 붓다(고타마 싯다르타)가 생전에 남긴 철학과 붓다 사후에 펼쳐진 불교철학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종교가 없고 앞으로도 종교를 가질 생각이 현재로선 없다. 나는 불교신자가 아니라서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윤회나 전생도 전혀 믿지 않는다. 불교철학에서 내가 관심있는 것은 불교의 기본 철학인 연기와 공 그리고 무아이다.

고양이라디오 2021-01-19 11:39   좋아요 0 | URL
저도 파트라슈님과 같습니다^^ 불교에 관심 많은데 이렇게 강추하시니 꼭 보고 싶네요. 장바구니 담아갑니다^^b

파트라슈 2021-01-1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교에 관심이 많으시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별의 계승자 별의 계승자 1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 아작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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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대서사시..

오랜만에 엄청난 소설을 읽었다. 완독하는데 3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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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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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작가는 에세이스트로 더 탁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읽어보니 이야기꾼으로도 손색이 없네. 하긴 그러니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얻었겠지..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이 작품이 처음인듯하다(다른 작품을 읽은 기억이 없다)

작품의 시점은 1인칭과 3인칭, 산자와 죽은자를 오가는데 중간중간 시가 삽입되고 스릴러물 같기도 한데 마치 박찬욱의 올드보이 같은 느낌? 약간의 오싹함까지 느낀 소설이다.

김연수 작가에 대한 평들중에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더 좋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나도 동의한다.특히 김연수 작가의 <시절일기>는 정말 감탄하면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김연수 작가 경북 김천 출신인데 나와 같은 TK출신으로 더 친근감이 가는 작가다.

 

 

 

                                                                                              2020528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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