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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o Vivaldi - The Four Seasons : Carmignola, Marcon
안토니오 비발디 (Vivaldi) 작곡, Giuliano Carmignola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카르미 놀라의 이 앨범은 우선 표지부터 강렬하다. 바로크적 음악을 왠지 바로크적 사람이 연주할 것 같은 저 표지의 위압감은 선뜻 이 앨범을 사고픈 충돌을 일으킨다. 카르미놀라는 파비오 비욘디의 사계와 함께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사계를 들려줬다 하여 명성을 날린 사람. 이것은 그의 신녹음이다. 구녹음보다 평이 오히려 좋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래도 10년 동안 그의 가치관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아르농쿠로 또한 모차르트 교향곡 원전 녹음의 파격성으로 인해 찬사를 받았지만 그가 내놓는 최신 녹음들을 들어보면 오히려 낭만성과 모차르트 음악의 귀족성을 강조하는 이전의 해석으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 앨범이 그런 회귀를 나타낸것은 아니고 다만 예전보다 그 혁신적인 느낌이 조금 덜 하다는 느낌을 준다. 혁신이 최선이고 느림은 도태를 의미하는 이 사회에서 카리미놀라에게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바로 혁신이 였을 것이다. 기존의 연주자들과 악단들이 쌓아놓았던 음악의 질서를 파괴하는 선구자적인 음악을 기대하였지만 저번 앨범보다 오히려 그 혁신성이 덜한 듯한 느낌에 많은 이들이 이 음반을 그리 후히 평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듣기에 이 연주는 너무나 신선하고 상쾌하다. 물론 구반을 들어보지 못헀지만 파비오 비욘디의 신반과 구반을 다 갖고 있는 내가 듣기에 이 두 앨범보다 못할 것은 없다고 본다. 또한 카르미놀라의 구반은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 어렵다. 음질은 둘다 비슷할 테이고 오히려 나이를 먹어 좀 더 성숙한 음악을 들려줄 것이라 보이는 이 바이올린니스트에게 기존의 작품보다 못하다고 하는 것은 진보를 최선으로 삼는 현대적 가치관이 투영된 비판이 아닐까 한다. 물론 시간이 작품의 질을 높여 주는것은 아니다. 허진호 감독 또한 봄날은 간다와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내놓은 외출이란 영화에서 오히려 퇴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식상함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직접 쓰느 허진호 같은 감독에겐 초기 작품이 더욱 더 가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외출이란 영화는 3년정도 걸렸겠지만 두 전작은 그의 30여년의 삶이 그대로 투자된 영화일 테니까. 하지만 음악가들은 다를것이다. 리히테르의 자서전에서도 읽어 보았지만 연주가의 스타일은 변한다. 모두가 퇴보라 할지라도 그만은 홀로 남들과 다른 진보를 향해 나아갈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에게 이 음반은 구반보다 못한 음반이 아니다. 오히려 더욱 많은 것을 경험한 후 내놓은 새로운 형태의 창조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