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찐다. 술자리가 많아서다. 뚱뚱함이 만들어낼 질병보다 타인의 가여운 시선이 우선 걱정된다. 나는 나로서 오롯이 서기 힘들다.

 일용할 양식이 부족한 과거에는 비만은 가진 자의 사치였다. 굶어죽는 이는 많아도 비만과 연계된 질병으로 사망한 이는 드물었다. 시절이 변했다.

 다들 살빼기에 여념이 없다. 비만은 우둔함 내지는 게으름의 육체적 표식이다. 성적매력은 물론이거니와 지적수준마저 떨어져 보인다.

 상황은 매우 모순적이다. 마구 먹으라는 광고와 살 빼는 약을 선전하는 매스 미디어 사이에서 몸은 항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그네들의 인정을 받아야 제 아름다움을 긍정하며 나아갈 수 있다. 소설가 김중혁이 씨네 21에 기고했듯 스스로가 잘생겼다는 암시는 지극히 긍정적이다. 허나 타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의해 쉬이 그릇됨으로 변질된다. 내 얼굴은 내 것이 아닌 듯하다. 이렇듯 욕망뿐 아니라 육신마저 오롯이 남의 것이다. 번잡한 세상이다.  

 



 

 

 

 

 

 

 

 

 

 

  살을 빼기로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무조건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란다. 이건 엊그제 만난 PB의 재테크 조언과 별반 차이가 없다. 돈은 무조건 적게 쓰고 돈벌이를 많이 하라는 뻔한 말 말이다. 허나 쉽지 않다. 마치 공부 열심히 하면 서울대 간다는 말처럼 그럴듯하나 아득하다. 자본이 개인을 착취하는 방식은 이렇듯 단순하지만 오묘하다.

 술과 관련된 현실을 유심히 봐도 그렇다. 사회는 술을 강요한다. 현진건이 살았던 시절마냥 망국의 슬픔이 술을 권하는 게 아니라 자본의 폭력을 이겨내기 위한 환각제로 술이 필요하다. 술을 잘 먹는 이는 직장 상사가 좋아하기에 ‘인정투쟁’의 수단으로도 좋다. 술은 안주를 부르고 안주는 살을 껴안는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살빼기는 쉽지 않다.

 허나 살을 빼지 않으면 둔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미디어에서 꾸준히 말하듯 멋진 외모는 후광효과로 인해 개인의 성공에 큰 기여를 한다. 성형외과의사들의 음모든 아니든 사회는 고정된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아름답지 못한 건 ‘악(惡)’과 이어진 것 마냥, 못생긴 자에 대한 사회의 타박은 매섭다. 이렇듯 성공하기 위해선 술을 잘 먹어야 하고 또 살을 빼야 한다. 결국 술 분해 효소와 외모라는 선천적 요건이 개인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한다. 자본은 이러한 고정 변수를 가변 요소로 만들 수 있다며 개인을 유혹한다. 유흥 업계와 성형 산업의 꾸준한 호황과 다이어트 식품과 숙취 해소제 시장의 활성화는 사뭇 모순되지만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다.   

 타인의 신체를 규정하는 자지레한 언어폭력 속에서 개인은 항상 불안을 안고 산다. 자본주의가 불안을 먹고 산다지만 그 옮아 매는 모양새가 지극히 근천스럽다. 이 도저한 불안의 흐름 속에 다들 트레드밀을 뛰어다닐 수밖에 없다. 저보다 잘 뛰는 그들의 날렵함을 질시하고 제 느린 발을 불안해하며 쉬지 않고 뛴다. 매트릭스가 인간을 숙주로 하여 운영되듯 자본주의는 개인의 불안으로 제 몸짓을 키운다.

 고민의 끝은 간단하다. 나도 살을 빼야겠다. 여태껏 읽은 책으로 ‘노마드’에 대한 불안은 해소할 수 있었지만 추(醜)함에 대한 불안은 쉬이 떨치지 못하겠다. 자본주의적 아비투스의 치밀함에 다시금 작아지는 스스로를 느낀다. 아비투스에 대한 저항보단 살을 빼는 게 더 현명할 듯하다. 나를 합리화 하는 데 이렇듯 많은 말이 필요한건 공부가 더 필요하단 절박한 내면의 외침이다. 내일은 7시에 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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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2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주만에 살이 좀 찌셨나 보네요 ^^ 그래도 바싹 마른 것 보다는 좋지 않을까요?? ㅎㅎ

바밤바 2010-02-21 21:37   좋아요 0 | URL
몸무게는 정녕 조금 늘었는데 배가 통통해지고 있어요 ㅠㅠ
바람결 님은 조금 마르신 것 같던데.. 좋은 체질 이세요~ㅎ

Mephistopheles 2010-02-2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저 읽으라고 페이퍼 쓰신 거군요...^^ 아 나도 살빼야 하는데...^^


바밤바 2010-02-21 21:58   좋아요 0 | URL
저에게 메피 님은 꽃미남 이미지인데.. ㅎㅎ
통통한 꽃미남도 있기 마련이죠~ 헤헤

Mephistopheles 2010-02-21 22:58   좋아요 0 | URL
아...이젠 성형까지 해야한단 말인가요...ㅋㅋ

바밤바 2010-02-22 15:07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언제나 마음은 꽃남~ㅋ

무해한모리군 2010-02-2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입사초기에 살이 많이 쪘던듯 해요.
건강관리 잘하세요.
회사서 내 건강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ㅎㅎㅎ

바밤바 2010-02-22 15:0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할 듯^^;;

반딧불이 2010-02-22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부지방이 과포화 상태인 저도 찔끔...

바밤바 2010-02-23 00:59   좋아요 0 | URL
우리 같이 운동하여요~ 헤헤^^

gimssim 2010-02-24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살들이 문제이군요.
이제 두꺼운 외투를 벗어야 하니 적나라하게 드러날 살들이 사실 걱정이 됩니다.
그래요. 우리 운동합시다.
다음에 살에 대한 애기를 할 땐 정말 3틸로쯤을 빼야할 텐데 말이지요.

바밤바 2010-02-25 10:37   좋아요 0 | URL
ㅎㅎ 덜먹고 운동해야될 듯~
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