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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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를 정하려고 하니 난감하다. 소설도 동화도 아닌데 그렇다고 논픽션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하여간 팩트를 기본으로 한 픽션이니 논팩션 이라고 해야 하나. 1700년대 초반 부터 후반까지 살았던 이른바 실학을 받아들인 학구파들의 삶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이덕무인듯 하나 이덕무가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그저 화자에 가깝다.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홍대용, 박지원.... 그들이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교류했으며 시대 속에서 무엇을 고민했는지를 팩트를 중심으로 심리적인 것 까지 그려내고자 했다.

 그런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말이지 그들 이제 막 시대적인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그 시절에 그들을 짓누르던 운명의 무게가 조금씩 들썩이던 그 때 그 사람들의 절박함을 지금 제대로 상상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혹은 그렇게 글을 썼기에 이런 생각조차 가능한 일인지....

 불편한 재미라고 해야 하나... 온전히 내 맡기고 따라가야 할 일인지, 어느 정도 까지 믿어야 할 일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했다. 서자라는 출신성분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아픔은 알 것 같다. 선택지가 없는 삶이란게 얼마나 갑갑한 노릇일지 말이다.

 한편으로는 운명의 무게 때문에 좋은 친구들과 무리 지어 살면서 서로를 충분히 인정하면서 밀어주고 당겨주는 그 재미가 더욱 더 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더 읽어야 겠다. 그리고 역사를 공부해야 겠다. 책장을 덮으면서 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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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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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스스로 말하는 완벽한 불행, 가난, 엄마의 부재, 아버지의 장애, 외국인 엄마의 뒤늦은 출현... 인생의 몇중고를 견디며 살아가는 완득이가 이토록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완득이에게 끝없이 손내밀어주는 똥주 선생 역시 조금은 판타스틱한 캐릭터다. 서로가 서로를 서로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나 강점 따위로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관계. 민구삼촌과 아버지. 완득이가 어쩌면 버티고 살아가는 이유는 완득이 눈에 돌보아주어야 할 이들이 넘쳐나기 때문아닐까, 싶다. 불쌍하다. 불쌍하다. 내가 그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건 내가 그들보다 낫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들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타깝고 불쌍하다. 그래서 손 내밀고, 그래서 함께 있고 싶고, 그리하여 함께 있기에 불행이 좀 더 달콤해질 수 있다. 불행의 단맛,,,, 이 불행을 더 이상 겁내거나 피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불행을 불행이라 부르지 않을 때, 불쌍한 이들끼리 서로 끌어안고 등두드려줄 때, 정신이 침몰당하지 않을 때, 그럴 때 행복이 찾아온다. 그런데, 그 불행 끝 행복 시작의 그 순간에 동주 선생의 자산이 큰 역할을 했다는게 쓸쓸한 여운을 남기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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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의 지붕
한수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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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말을 안 한다.

할 수 없는게 아니라 안 한다.

아이는 지붕위에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관심은 애정인가?

이제 막 철거를 앞둔 명왕동.

거기에서 우주를 좋아하는 약국 삼촌과 상상을 즐겨하는 민수가 친구가 된다.

불안하고 팍팍한 현실을 그들을 아이는 지켜본다.

청진기와 대화하면서....

청진기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을 듣게 한다.

아이는 청진기를 목에 걸고 바깐 세상과 소통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드러내지는 않을 뿐.

세탁소. 정육점. 약국. 비보이. 삼수생. 팽할머니. 순댓국집. 성신설비.

그들이 그렇게 서로 관심을 가지고 모여 살면서 철거의 막막함을 견뎌내고 있는 그 곳이 바로 녹두장군이 찾던 그 곳이.다. 나귀 똥구멍 속.

보고도 못 믿고, 두고도 못 찾는... 그들의 어우러짐이란 마치 요란한 뽕짝밴드같다.

저마다의 목소리와 저마다의 사연으로 자기 소리를 내면서 서로가 서로를 안쓰럽게 보듬는, 그러나 여전한 소란.

평생 자신을 두들겨 팬 남편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실컷 두들긴 다음 그 남편의 등짝에 약을 발라주는 아내. 한번 때리고도 이렇게 맘이 아픈데 넌 그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맘이 아팠겠냐는 그 소리에 달라진 남편. 그래, 그럴 순 있겠으나, 서로 꼭 두들겨야 되는 걸까?

데릴라도, 삼촌도, 김약사도, 민수도, 정육점도, 비보이 소년도, 킬리만자로의 표범도, 녹두장군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책장을 막 덮는데,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도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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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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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실사 영화 중간중간에 애니매이션이 삽입되는 걸 본적이 있다. '열두살, 샘'이었던가? 하여간 몇편은 본 기억이 있다. 아비가 달리는 장면을 읽는데 머리 속에서는 애니매이션이 상영되고 있었다. 지구 본 위에서 분홍색 반바지를 입고 달리는 아비의 모습이...삶은 견디는 것, 살아내는 것, 아비와 남편의 부재가 모녀가 미치는 영향은 그 모녀가 어떤 모녀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속의 부재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주는 영향이란게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나는 편의점에 간다> 그렇다, 우린 살면서 이렇게 숱한 자기 중심적 생각을 한다. 자기 혼자 멋대로 그려놓고 맞춰놓은 퍼즐 속에서 자신이 마치 정답을 알고 있는양 의심없이 살아간다. 그러다,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된 순간이 닥쳐온다. 그 때, 깨지거나, 눈감거나.... 타인의 시선에 대한 자신의 해석에 대해 고정된 삶. 무관심의 관심. 관심의 무관심. 초점이 다르기에 성립가능한 역설이다.

<스카이 콩콩> 마음이란, 참 이상하다. 그렇다. 그 마음이 무엇이기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면 우린 그저 마음을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마음이 나를 이끄는 대로. 모두들 인생의 최대의 모토가 "내 마음대로" 인 것처럼 자신들의 마음을 강조하나, 실은 그 마음이 무엇인지, 그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제대로 모를 때가 많다. 추락하는 고무동력기 처럼.

<그녀가 잠 못드는 이유가 있다> 그렇지. 잠 못드는 건 이유가 있지. 뭔가에 계속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잠을 앗아간 건 숱한 후회와 부끄러움들. 그 가운데 어쩌면 아버지와 편치 않은 관계가 그 원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주제넘는 짐작을 해 본다.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운. 행복을 지향하나 행복으로 가기위해 밟아야 할 숱한 지뢰들. 나를 놓고 줌 인, 줌 아웃하며 적절한 이해와 고통을 만끽하는 밤에는 잠이 오기가 힘들겠지....

<사랑의 인사> 아버지의 부재. 반복되는 소재, 혹은 주제이다. 수족관에서 일하는 주인공. 수족관 유리 너머로 본 오래 전에 잃어버린 아버지.... 그에게 전하는 인사. 사랑의 인사. 슬픔이, 쾌락이, 계속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격정도 일상이 되면 지겨워 질 수 있는 법. 우린 다 그렇게 각자에게 최적화된 힘의 양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는 거다.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바람 부는 여름 날 저녁. 아이는 졸음을 참으며 아버지에게 머리를 맡긴 채 자신이 태어나기 까지의 전사를 듣고 있다. 아버지의 연애는 찌릿하고 화려하다. 찰나적이며 허망하다. 아이의 졸음과 불꽃놀이 같은 아버지의 연애가 어우러져 잔잔한 듯 경쾌하며 환상적이다. 

<종이 물고기> 옥탑 방의 네면을 가득채운 이야기들, 그리고 새로 채워 나갈 다섯 번째 벽면의 소설들.... 서로 다른 그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그것들이 서로 얽혀 하나의 거대한 종이 물고기가 되는 장면, 포스트 잇들이 물고기의 비늘이 되어 일렁이는 장면. 어쩌면 그동안 그가 세상에 나서 꾸었던 꿈, 세상을 알고 자기를 드러내고 배우며 또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비상이었던가. 벽이 무너지기 전 그 종이 물고기는 벽을 무사히 탈출하여 그의 머리 속으로 헤엄쳐 들어갔기를 그 속에서 숨을 고르고 또 다른 비상을 이뤄 내길....

<노크하지 않은 집> 읽는 내내 그녀들 사이에 연대가 일어나길,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지길, 그리하여 그 삭막하나 불완전한 분리의 공간에서 그들이 서로를 인식하고 위로해 줄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결국은 서로가 너무나 똑같아서 만날 수 없었다. 그 똑같음이 부끄러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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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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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이 인상적이었다.

정신줄을 놓은 것 처럼 보이는 김지영씨.

내가 기대했던 건 살짝 그 뒤의 이야기가 어떻게 되었는지 였다 보다.

거꾸로 김지영씨가 왜 그렇게 정신줄을 놓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연대기적으로 쭉 살펴 보는데,,, 약간 맥이 빠졌다.

그 인생의 많은 대목이 어쩌면 대한민국 여자라면 몇번씩 겪거나 보고 들은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할말들이 많을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런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잘 말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읽고 나서 한껏 자기 이야기들을 하던 사람들이 그 이야기들의 이면에 있는 차별적 구조의 원인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게 되었다.

어쩌면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싸인이겠지... 싶으면서도 행간에 그런 혜안이 좀 더 깔려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면 최소한 정답은 아니더라도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가닥을 잡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한편으로는 김지영의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대처에 울분이 터지기도 한다.

부당하다면 부당하다고 실컷 소리라도 쳐 볼 일이지.... 이불 속에서 떨거나 면접장에서 치마를 붙들고 혼자 분개하거나... 아닌 걸 아니라고 말 못하고 신발 속에서 발가락 엿이나 먹이는 일들을 평생했다면 그 역시 정신줄을 놓게 된 원인이 아니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나의 일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책임지지 못한 것이다. 물론 사회의 억압적이고 차별적인 구조가 있었다. 그래, 분명 있었다. 그것이 가정에게로 이어지고, 개인의 내면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개인은 점점 무력해지고 작아진다. 짓눌려 있다......

진정, 다른 대안은 없는 건가?

여성들의 연대? 아니다. 여성들이라고 다 같지도 않을 뿐더러 여성들의 적이 남성은 아니다. 그러면?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어 있어라, 스스로 주문하고, 깨어 있겠다, 스스로 결심한다. 깨어서 아닌 건 아니라고, 얼굴을 붉히고 주먹을 휘두르지 않더라도, 웃으며, 자연스럽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말하며 살련다. 최소한 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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