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달려라, 아비> 실사 영화 중간중간에 애니매이션이 삽입되는 걸 본적이 있다. '열두살, 샘'이었던가? 하여간 몇편은 본 기억이 있다. 아비가 달리는 장면을 읽는데 머리 속에서는 애니매이션이 상영되고 있었다. 지구 본 위에서 분홍색 반바지를 입고 달리는 아비의 모습이...삶은 견디는 것, 살아내는 것, 아비와 남편의 부재가 모녀가 미치는 영향은 그 모녀가 어떤 모녀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속의 부재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주는 영향이란게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나는 편의점에 간다> 그렇다, 우린 살면서 이렇게 숱한 자기 중심적 생각을 한다. 자기 혼자 멋대로 그려놓고 맞춰놓은 퍼즐 속에서 자신이 마치 정답을 알고 있는양 의심없이 살아간다. 그러다,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된 순간이 닥쳐온다. 그 때, 깨지거나, 눈감거나.... 타인의 시선에 대한 자신의 해석에 대해 고정된 삶. 무관심의 관심. 관심의 무관심. 초점이 다르기에 성립가능한 역설이다.

<스카이 콩콩> 마음이란, 참 이상하다. 그렇다. 그 마음이 무엇이기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면 우린 그저 마음을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마음이 나를 이끄는 대로. 모두들 인생의 최대의 모토가 "내 마음대로" 인 것처럼 자신들의 마음을 강조하나, 실은 그 마음이 무엇인지, 그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제대로 모를 때가 많다. 추락하는 고무동력기 처럼.

<그녀가 잠 못드는 이유가 있다> 그렇지. 잠 못드는 건 이유가 있지. 뭔가에 계속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잠을 앗아간 건 숱한 후회와 부끄러움들. 그 가운데 어쩌면 아버지와 편치 않은 관계가 그 원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주제넘는 짐작을 해 본다.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운. 행복을 지향하나 행복으로 가기위해 밟아야 할 숱한 지뢰들. 나를 놓고 줌 인, 줌 아웃하며 적절한 이해와 고통을 만끽하는 밤에는 잠이 오기가 힘들겠지....

<사랑의 인사> 아버지의 부재. 반복되는 소재, 혹은 주제이다. 수족관에서 일하는 주인공. 수족관 유리 너머로 본 오래 전에 잃어버린 아버지.... 그에게 전하는 인사. 사랑의 인사. 슬픔이, 쾌락이, 계속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격정도 일상이 되면 지겨워 질 수 있는 법. 우린 다 그렇게 각자에게 최적화된 힘의 양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는 거다.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바람 부는 여름 날 저녁. 아이는 졸음을 참으며 아버지에게 머리를 맡긴 채 자신이 태어나기 까지의 전사를 듣고 있다. 아버지의 연애는 찌릿하고 화려하다. 찰나적이며 허망하다. 아이의 졸음과 불꽃놀이 같은 아버지의 연애가 어우러져 잔잔한 듯 경쾌하며 환상적이다. 

<종이 물고기> 옥탑 방의 네면을 가득채운 이야기들, 그리고 새로 채워 나갈 다섯 번째 벽면의 소설들.... 서로 다른 그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그것들이 서로 얽혀 하나의 거대한 종이 물고기가 되는 장면, 포스트 잇들이 물고기의 비늘이 되어 일렁이는 장면. 어쩌면 그동안 그가 세상에 나서 꾸었던 꿈, 세상을 알고 자기를 드러내고 배우며 또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비상이었던가. 벽이 무너지기 전 그 종이 물고기는 벽을 무사히 탈출하여 그의 머리 속으로 헤엄쳐 들어갔기를 그 속에서 숨을 고르고 또 다른 비상을 이뤄 내길....

<노크하지 않은 집> 읽는 내내 그녀들 사이에 연대가 일어나길,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지길, 그리하여 그 삭막하나 불완전한 분리의 공간에서 그들이 서로를 인식하고 위로해 줄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결국은 서로가 너무나 똑같아서 만날 수 없었다. 그 똑같음이 부끄러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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