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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아지즈 네신을 알게 된 건 4년전, 신문에 난 감옥 생활을 한 사람들의 책 이라는 주제로 소개된 책 목록을 볼 때였다.
<이대로 왔다가 이대로 갈 수는 없다> 라는 책을 읽으면서 아! 이런게 블랙 유머라는 거구나. 무릎을 쳤다.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다. 인간이란 참! 하면서 씁쓸해 진다.
그런데 나를 씁쓸하게 만드는 그 인간들이 한편으론 우습다. 우스워서 또 연민이 생긴다.
찰리 채플린의 그 말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그 말이 정말 딱 맞아 떨어진다.
그 때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기에, 언젠가 아지즈 네신 책을 모두 다 읽어 보리라, 결심했는데, 그리고 어언 4년이 흘렀다.
뭐 그동안 나름 한 일도 많았지만, 그렇게나 책을 볼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닌데.....
하여간 조금 더 부지런히 책을 보아야 겠다 결심한다.
<생사불명 야샤르>는 내가 읽은 세번째 네신 책이다. <이대로... > 말고 <당나귀는 당나귀 답게>를 읽었다. <당나귀는...> 터어키의 정치실정을 비웃는 우화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생사불명 야샤르>는 호적이 잘못되어 번번히 인생이 꼬여버린 한 남자가 결국 감옥에서 호적따위는 연연해 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찾게 되는 이야기다. 아지즈 네신이 감옥에서 만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고는 하지만 야샤르가 겪게 되는 하나, 하나의 일들이 어쩜 그렇게 절절하면서도 우스우면서도 답답하면서도 진짜 꼭 그럴법도 한지 모르겠다.
그게 아지즈 네신의 능력이겠지. 부럽기만 하다.
몰입과 관조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나의 삶의 경험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
문학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능과 의미를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작가의 위대한 능력.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불합리하고, 답답하고, 말도 안 되지만, 이미 권력과 돈을 가진 그들이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점점 더 많은 걸 끌어 모으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무 거리낌없이 하는 이 세상에서, 상식과 합리에 호소하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사람이 함께 모여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살만하다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으려면 최소한의 상식과 합리는 통해야 하는데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상식과 합리가 너무나도 다르니, 가지지 못한 자들이 살아가기에 너무나 답답하고 어처구니 없는 세상이다.
아지즈 네신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부조리함의 성격이란 어떤 것인지, 그 부조리함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터어키나 우리나라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권력과 돈을 가지지 못한 자들의 삶이라는 것이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 국가기관에 의해 얼마나 부조리하게 유린당하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