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아쉽게 탈락했지만, 이제 월드컵은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대회의 8강은(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역대 월드컵 올스타 팀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전통의 강국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8강 국가의 면면을 보다 보니 '아 월드컵이야 말로 축구 강국들의 강고한 카르텔 이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대 월드컵 우승국들은 외우기도 어렵지 않다. 다 그 나라가 그 나라이기 때문에, 축구와 월드컵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죄 알고 있을 것 같다. 자료를 찾아 보지 않고 나열이 가능할 정도다.

1930년  1회 우루과이
1934년  2회 이탈리아
1938년  3회 이탈리아
1950년  4회 우루과이
1954년  5회 서독
1958년  6회 브라질
1962년  7회 브라질
1966년  8회 잉글랜드
1970년  9회 브라질
1974년 10회 서독
1978년 11회 아르헨티나
1982년 12회 이탈리아
1986년 13회 아르헨티나
1990년 14회 서독
1994년 15회 브라질
1998년 16회 프랑스
2002년 17회 브라질
2006년 18회  ?

*1942년과 1946년은 2차세계대전과 그 여파로 열리지 못했다.

참가국 수는 계속 늘어나 98년 월드컵 부터 32개국에 이르고, 피파 회원국은 200개 국가가 훌쩍 넘어 UN 가맹국의 수보다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한 국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17번 대회를 치르는 동안 월드컵에서 우승을 해 본 나라는 모두 7개국.
그 중 단 한 번 우승맛을 본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다섯개 나라가 두 번 이상 우승을 했으며, 3회 이상 우승을 한 나라도 3개국이나 된다.

이번 대회가 열리기 전 월드컵을 화제로 이야기 할 때 나는 "한 번도 우승 못해 본 나라가 우승 했으면 좋겠다"라 이야기 하곤 했다. 그러나 그런 바램은 이번 대회에도 이루어 질 가능성이 희박해 졌다.

이번 대회 8강 중 월드컵 우승전력의 국가는 6개국. 포르투갈,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나라들이다. 그리고 이 여섯 개 나라는 월드컵 초창기 2회 우승후 중위권 국가로 전락한 우루과이가 이번 대회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역대 우승팀들 모두 단 한팀도 탈락 없이 8강에 진출한 것이다. 우승 전력권이라고 이야기 되었던 네덜란드, 스페인, 체코 등이 줄줄이 나가 떨어지는 와중에 '월드컵에서 우승을 해본 경험'은 대단한 것인 모양이다.

그리고 아직 산술적으로는 3/4 확률이지만, 이번 대회에도 95% 이상 역대 우승국중 하나가 피파컵을 손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컵 우승 클럽'은 가입이 지극히 어려운 모임이다. 최근 가입 현황이 98년 프랑스, 78년 아르헨티나, 66년 잉글랜드이다. 66년 이래 40년 동안 열 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단 세개의 나라만이 월드컵 우승 클럽에 추가로 가입했을 뿐이다.

매번 유럽과 중남미를 오가며 대회를 치러 서로 서로 우승을 나눠먹던 축구 강국들은 지난 2002년 아시아에서 열린 대회에서 큰 곤욕을 치렀다. 프랑스, 아르헨티나가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으며, 이탈리아는 16강전에서 짐을 쌌고, 잉글랜드도 8강이 한계였다. 이번 대회와는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 그럼에도 결승은 4회 우승국 브라질과 3회 우승국 독일의 다툼이었지만 말이다.

절치부심해서인지 어느 대회보다 심판 판정에 대한 말이 많은 이번 대회에서, 이들 우승 클럽 국가들은 승승 장구하고 있다. 홈그라운드에서 4강의 위업을 달성한 우리 나라도 심판의 애매한 판정에 눈물 흘려야 했으며, 가나를 제외한 아프리카, 아시아의 대표팀들은 조별 예선을 넘지 못하고 쓸쓸히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강팀들의 텃세와 이를 은근히 비호하는 심판들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FIFA와 강국들이 마치 '어딜 감히'라고 외치는 듯 하다.

이번 대회의 결과는 결국 축구 강대국들의 위세도 심판의 호의적인 판정과 안방(유럽은 어디가 되었든 그들의 안방이다)의 잇점을 등에 업어야 더욱 강력해지는 것이라는 반증에 다름아니다.

간혹 인터넷 댓글들을 보다 보면, 2002년 한국의 성적이 홈그라운드의 지나친 텃세탓이었다고 '자학'하거나 '냉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 축구 강대국들도 이러한 자신들의 카르텔 내에서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거뒀던 성적을 부끄러워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제 곧 벌어질 8강전에서 우승 클럽에 새롭게 도전하는 포르투갈과 우크라이나의 선전을 기원해 본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들도 결국 큰 의미에서는 '축구 제 1 세계 카르텔' 소속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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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6-3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아무래도 2002년의 충격으로 자기들만의 월드컵을 하기로 작정한거 같더군요. 마치 니들은 안끼워줘... 이런 분위기... 세계 정세와 같아지는 느낌이라 우려됩니다. 그리고 홈에서는 당근 그정도 해야죠.

oldhand 2006-06-30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츠와 정치가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지요. 가장 비정치적이어야 하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2002년에 충격을 좀 먹긴 했나봐요.

상복의랑데뷰 2006-07-0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기존의 강호 이탈리아와 신흥강호 프랑스의 대결로..참 숨책에 갔다가 일본서스펜스 걸작선이 보이기에 샀습니다. 다음에 뵐때 드릴께요 ^^

oldhand 2006-07-0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탈리아의 미세한 우세를 조심스럽게 점쳐보겠음. 그러고 보니 클럽의 M모씨가 가장 열렬하게 결승전을 기다리고 있을듯. ^^
이사 정리는 다 끝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