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건 살인사건 - 파일로 반스 미스터리 3
S.S. 반 다인 지음, 이정임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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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반 다인은 추리소설의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다인은 적어도 우리 나라에선 별로 인기가 없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호오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것은 반 다인의 시종일관 변함 없는 극명한 작품 스타일 탓일 가능성이 크다.

반 다인은 포와 도일의 가장 충실한 계승자이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동일하다고 말해도 무방할 만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탐정과 그 일당들(지방 검사, 형사 부장 등)의 성격은 놀랄만큼 정형적이고 평면적이다. 그리고 모든 신경을 사건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 그리고 해결에 쏟아 붓는다. 정통파 중의 정통파라고 할만 하다. 심지어는 매 사건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불가해하고 사악한...' 어쩌고 하는 작품 속 화자인 반 다인의 클리셰 마저도 도일에 대한 오마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웃기려고 매 번 그러는것 같지도 않으니, 어찌보면 반 다인은 되게 귀여운 면이 있는것 같기도 하다.

본 작품인 <드래건 살인사건>은 <벤슨 살인사건> 이래 반 다인의 7번째 작품이자 전기 6작품과 후기 6작품으로 나뉘는 반 다인의 작품 목록 중 후기 첫 작품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지금은 구하기가 힘들어져 버린 <케닐>을 제외하고 <가든>을 먼저 읽은 나의 7번째 반 다인과의 만남이다.

반 다인 본인이 주장한 추리 소설 작가는 6편 정도의 장편이 창작의 한계라는 말을 뒷받침 하듯 평단과 독자의 평가도 후기 6작품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후기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는 <가든 살인사건> 마저도 전반기 6작품의 평균 수준 정도에 지나지 않는 점을 볼 때 일반론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반 다인의 창작 한계는 6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드래건 살인사건>은 마치 딕슨 카의 소설을 보는 듯 기괴하고 음습한 분위기와 오컬트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 소설의 작가는 다름아닌 반 다인. 소설의 분위기는 "메이드 인 딕슨 카"와는 전혀 다르다. 시종일관 냉철하고 흔들리지 않는 반스가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이상 <화형 법정>같은 딕슨 카의 괴기스러운 분위기는 결코 나올래야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드라이한 분위기가 반 다인의 특징이자 매력 아닐까.
<가든 살인사건>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살인의 동기가 너무나 빈약한 것이 불만이고, 등장 인물들의 비중이 너무 편중되어 있어서 소설의 균형이 미묘하게 깨진것 같아 조금 아쉽다. 반스의 끝없는 장광설이 사건과는 조금 겉도는 느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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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이지만, 마크햄(인지 매컴인지)의 지칠줄 모르는 반스에 대한 불평과 항의는 이 정도에 이르면 독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요소로 쓰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어찌 그렇게 매번 똑같은 대사를 읊을 수 있을까! 마크햄의 불평을 보면서 나는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다. -_-;

두번째 사족. 그래도 반 다인이 있었기에 내가 좋아하는 엘러리 퀸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그러기에 반 다인은 이래 저래 개인적으로 내게 소중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S.S. 반 다인과 J.J. 맥은 사실 조금 심한 모방 아닌가? 반 다인이 없었다면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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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4-11-1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다인의 작품은 하나 밖에 못 읽어봤습니다. 테리어종 강아지가 중요한 단서가 되는 작품이었는데... 어릴 때 읽은 거라 생각이 안 나네요. 옛손님도 엘러리 퀸을 좋아하신다니 저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

oldhand 2004-11-18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도 퀸 팬이셨군요? 이야아.. 반갑습니다.
테리어 종 강아지가 중요한 단서가 되는 작품이 바로 제가 아직 읽지 못한 <케닐 살인사건>이랍니다. 어디선가 다시 나와줄 때도 됐는데 말이죠. 흑흑.

비츠로 2005-02-1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아동용 팬더추리문고로 읽었는데 이번에 완역본이 나와서 저도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네요... 올드핸드님의 리뷰를 쭉 읽고 있는데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리뷰 부탁드립니다.

oldhand 2005-02-2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비츠로님 ^^ 반다인의 소설은 선뜻 손이 가지는 않지만, 잡으면 그런대로 잘 읽히는 것 같아요. 비츠로님도 되게 바쁘신 것 같은데, 참 책을 앞에 두고 읽을 시간이 없다는것 만큼 안타까운 일도 별로 없는듯 합니다. 그리고 제 리뷰는 절대로.. 대단치 않습니다. 과찬이셔요. ^^

poirot 2005-11-0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컴의 클리셰는 웃기려고 쓴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_-

oldhand 2005-05-09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와로님 그렇죠? 역시... 웃기려고 쓴게 분명하다니까요. 그리고 그런 그의 의도는 훌륭하게도 적중하고 있지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