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잡다한 여가 생활 및 취미 활동을 한다. 사실 내가 알라딘에 서재를 만들고도 다른 서재분들처럼 열심히 글을 쓰고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저런 잡스러운 관심 분야가 많기 때문인것 같다. (아아.. 물론 게으름도 만만치 않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나는 여가 시간에 좀처럼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혈기방장했던 20대 시절에 비추어 보면 이제는 조금 덜 하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들 만나기 좋아하고, 밖에 나가 땀흘리며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왁자지껄하게 모여 술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컴퓨터 게임도 좋아하고 당구나 포카, 화투 같은 잡기들도 남들과 어울릴 만큼은 한다. 워크샵이라도 간다치면 나는 대개 '2~30%의 밤샘 철야 레이스 멤버'에 속하게 된다.
이런 저런 잡다한 야외 활동이 없이 집에 있을 때라면 책을 읽거나 스포츠 경기를 시청한다. 어찌 보면 밥벌이의 수단인 컴퓨터는 그닥 나와는 친한 사이가 아닌 셈이다.

전체적으로 여성의 비율이 높고, 연령대도 높으며, 책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형성된 알라딘의 서재 마을이라는 공간은 아무래도 정적인 분위기나 품성이 주류를 이룬다. 서재인들은 페이퍼를 쓰고 댓글을 다는 것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서로 서로 소통한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우리의 삶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이후, 초등학교 시절 글짓기 숙제 이후 글이라고 할만한 글을 변변히 써 본적이 없던 사람들이 이런 저런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글로 쓰게 될 순간에 종종 마주치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온전히 오프라인상의 직접적인 만남이나 유선상으로만 이루어 지던 시절에는 글솜씨 보다는 말솜씨가 훨씬 중요한 능력이었다. 학창 시절 미팅이라도 한다하면 말 잘하고 재미있는 사람이 보통 인기가 좋지 않았나. 그러나 이제는 글솜씨도 말솜씨 못지 않게 중요한 능력이다. 미팅에 나가서 달변과 유머로 인기를 끌지 않더라도 안방에 앉아 온라인상에 재미있거나 깊이있는 글을 올림으로써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온라인은 더이상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다. 온라인은 온라인 내의 관계들 뿐 아니라 오프라인의 관계마저 창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1세기의 사이버 세상은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여러가지 부작용도 있고 해악도 있지만, 온라인은 끊임없이 사용자들에 의해서 진화할 것이다.
블로그라는 개념은 온라인 상에서 일대 혁신을 몰고 왔다. 점점히 흩어져 있거나 오프라인의 모임을 뒷받침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던 네티즌들은 블로그를 통해서 각자 하나 하나의 주체가 되었다. 개인성이 부각됨으로 인해 오히려 소통은 더욱 활발해졌다. 홈페이지에서 손님과 주인으로 만나던 네티즌들은 이제 블로그 상에서 상호 대등한 관계로 만난다. 매니아 문화와 어우러져 충실한 블로거들은 자신의 관심분야에서 여느 지식인 못지 않은 일가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콘텐츠들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앞으로도 블로그 같은, 온라인의 혁명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변변히 배운적도, 연습해 본 적도 없는 공대생 출신인 나의 글쓰기 이력은 그저 10여년을 온라인 상에서 굴러먹은 것(그것도 부수적으로 말이다)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이들의 유려하고 매끄러운 문장들을 접하면 부러운 마음부터 절로 든다. 글쓰기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 능력이 아니다. 내면의 깊이도 필요하다.

아직까지 나는 오프라인형 인간에 가깝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확신은 할 수 없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점점 온라인형 인간으로 변모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나의 잡다한 관심사들이, 오프라인의 사람 냄새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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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0-08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여기서라도 사람냄새 맡아 좋구먼요...

oldhand 2004-10-0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알라딘은 온라인상에서는 보기 드물게 사람냄새 나는 공간입니다. ^_^
다들 좋으신 분들만 모여 있잖아요.

부리 2004-10-08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여년간 강호를 누비셨군요. 어쩐지 보통 분이 아니라 했죠... 전 이제 겨우 5년째랍니다. 2000년 말부터 온라인에 뛰어들었거든요. 저도 아직 오프라인형 인간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술을 못마시잖습니까.

oldhand 2004-10-08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부리님께서 제 서재에 왕림하셨군요. 마태님은 요새 바쁘신가봐요.
강호를 누볐다고 하기엔 참 거시기한것이 저는 전형적인 눈팅족이라서요.. 하이텔 시절부터 그저 남들이 쓴 글 읽으러 돌아다닌게 대부분의 시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