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봉급쟁이들에게는 유리한 달이다. 28일만 일하고도 같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그것을 제외하자면 2월은 왠지 촉박한 느낌을 준다. 아 이번 달도 이제 *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업무 진도가 요것 밖에 못 나갔네. 책은 이것 밖에 못 읽었네 등.
내일 부터 설 연휴가 시작되지만, 불행스럽게도 올해의 설은 토, 일, 월 - 금, 토, 일과 함께 최악의 경우이다. 이래저래 명절이다 뭐다 정신 없이 보내고 나면 이번 2월도 역시 불쑥 1주일여의 시간만 남게 될 것이다. 아직 16일이니 31일까지 있는 큰 달들은 '이제 겨우 절반'이지만, 2월은 어느새 내게 이번 달의 마무리를 종용하고 있다.

경쾌하고 부담없는 엔터테인먼트 소설. 최근 TV에서 이런 저런 병원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인데, 시의적절하게 출판된 것 같다. '드라마를 보는 재미'로 읽을 수 있는 책. 주인공의 독특한 캐릭터와 톡톡튀는 대사들이 인상적이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시리즈 캐릭터 탐정(이제 두 편의 소설이 나왔을 뿐이지만)이 등장하는 첫 작품. 평범하고 행복한 탐정을 묘사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평범한 등장인물, 일상적이고도 소소한 사건이 펼쳐진다. 그렇지만, 기존의 미야베 미유키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과 결말 처리가 작가의 작풍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을 하게 한다. 시리즈 후속작인 <이름 없는 독>도 기대해 본다.

신본격 1세대 작가인 아비코 다케마루의 최근작이자 최초로 국내에 소개된 작품. 신본격 작가들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이 작가도 데뷔 초기가 가장 반짝 반짝 빛나는 시기였는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작품이었다. 서둘러 마무리 지어지는 듯한 결말도 예상치 못한 반전도, 다소나마 예상했던 사건의 진상도 모두 약간 맥 빠진 느낌. 한스미디어의 미스터리 라인업은 작품 선정에 있어서 상당히 독특한 편이지만, 철지난 느낌을 주거나 혹은 이 작가의 작품 중 하필 왜 이것을? 등의 아쉬움을 남게 한다. 그래도 신본격물을 꾸준히 내주고 있는 출판사에 격려를.

Black Cat 시리즈의 리스트는 현재 우리나라의 장르문학 출판계에서 보석같이 빛난다. (흥행성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_-;) 책도 상당히 정성들여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럼에도 미스터리 독자들 사이에서마저도 크게 이슈로 다루어지지 않는 비운의 라인업이다. 역시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 영미 미스터리의 시대는 쇠퇴하고 있는 것일까. 황금 단도상 수상 작품으로 상당한 품격을 갖춘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슬란드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색다른 배경도, 지치고 상처입은 주인공의 고뇌와 현대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대단히 평화스러운 분위기도 좋다. 북유럽의 다른 미스터리 소설인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나 마틴 베크 시리즈와 일맥 상통하는 정서도 엿볼수 있다. 이래저래 좋은 작품이 너무나도 조용히 묻혀있는 것 같다. (제목 탓인가 -_-;;)

한 때 출간 러시를 이루었던 이사카 고타로. 국내에서 너무 급격하게 소비된 작가라는 생각도 들고, 특히나 이 소설은 작가 특유의 톡톡 튀는 재기를 찾아 볼 수 없어서 좀 심심했다. 근 한달여에 걸쳐서 화장실에서만 읽었던 나의 독서 태도도 문제였겠지만.

이러나 저러나 진중권은 우리나라에서 뚜렷한 역할을 해주는 지식인이다. 당대와 소통하고, 저잣거리의 이야기들을 소화해 내는 능력은 아마도 그만의 독보적인 영역이 아닐까. 이 책에 대해서는 좀 길게 리뷰를 남겨보고 싶은데, 게으른 몸과 나태한 정신 콤보로 무장한 최근의 내가 과연 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