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왔어 우리 딸 - 나는 이렇게 은재아빠가 되었다
서효인 지음 / 난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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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을 하러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른 적이 있었다. 
작고 둥그런, 버섯같은 책상과 의자가 곳곳에 놓여있고 
색색의 부직포가 모여 과일이며 꽃이 되어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는 새로운 세계. 
소풍 나가는 원생들의 들뜬 분위기 못지 않게 나도 들뜬 마음으로 그들의 채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을 찬찬히 바라보던 순간, 낯선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의 올망졸망한 머리가 빨리 들썩이는 와중에 무디고 더딘 몸놀림이 보였던 것이다. 
뭔가 다른 움직임의 아이들.
그런 친구가 아무렇지 않은 듯 하나처럼 꼬물거리는... 빠르고 느린 움직임들의 향연.
내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알아서 함께 지내는 자연스럽고도 예쁜 광경이었다.


내가 길을 가다 우연히 ‘은재’를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낯설음에 경직되어 그 아이의 남다른 몸동작을 건조하게 따라갔을까. 

아니면 평소처럼 한번이라도 아이와 눈을 맞추기 위해 미소를 준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을까. 

어떤 표정으로 은재를 대했을지 자신이 없다. 

특수교육과 친구들과 지내기도, 맹인 장애우 친척/친구가 있는 나조차도 

평소에 장애우 혹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자라온 사람은 아니니까. 


하물며 은재 아빠-서효인 시인은 어땠을까. 

울음이 들리지 않던 조용한 분만실에서,

간호사들의 ‘다운인가봐’하는 수근거림 속에서,

그는 어떤 표정 어떤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봤을까.


어느 날 문득 그는 그녀의 몸 속에 작은 우주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들은 결혼을 한다, 낯선 부모님들은 한 순간에 소중한 가족이 된다.

순서가 뒤바뀌어도 뭐 어때-하며 예쁜 땅콩이를 기다린다. 

시인이 끄적이는 일기는 작은 고백들이 담긴 연서가 된다. 

넌 어떤 아이일까 꿈을 꾸며,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고백하며 이야기는 채워진다.


초음파 사진 속에 존재하던 우주가 

아주 작은 아이로 게다가 ‘다운 증후군’이라는 좁은 울타리로 경계지어지면서 

아이의 아빠, 엄마, 할머니, 외할머니... 모두가 반응한다.

그리고......그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일기에 담긴다.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하는 순간까지도.

작은 우주가 주변 사람들에게 미소를 선물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릿하다, ‘보통’ 아이와 ‘다운’ 아이에겐 자연스러운 것도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벅찬 것인지를 생각하면. 

‘심장에 구멍이 났다’는 비유는 연애의 끝자락에서 시릿한 미소와 함께 꺼낼 표현이 아니었다. 

은재에게는 그게 극복해내야 할 큰 시련이요 현실이었으니까. 

아이의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아빠에겐 큰 행복일 수 있으니까. 


아직 아이를 키워본 적 없고, 장애우를 지켜내야 하는 보호자인 적 없었던 나조차 

은재 아빠가 된 듯, 가족이 된 듯 아이를 그리며 웃거나 아파한다. 

뭐지 이 낯선 공감은?


이건 네 이야기야. 네가 부린 마법을 적는 거지. 먼 훗날, 상자 안 저 멀리에 있는 사람이 길을 잃어 여기에 닿으면 벽에 적힌 글을 보겠지. 아빠의 반성문을, 아빠의 기록장을, 아빠의 모든 것을. 그 사람들 표정은 어떨까? 다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처음 보는 대부분의 사람처럼 뜨악할까? 아님 무심할까? 뭐라도 좋아. 누구라도 너와 1시간만 함께 있으면, 너를 사랑하게 될 거야. 모두를 사랑하게 될 거야. 그래서 안녕하게 되겠지. 은재 너는 마법사니까. 아빠는 네 신비한 마법을 완전히 믿어버리게 되었어. 여기에 글을 끝내. 신이 있어 우리가 들어 있는 상자를 흔들어, 많은 사람이 아빠의 글이 적힌 벽에 와 부딪히면 좋겠구나. 은재, 네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함께 있을 수 있게. (p.273)



은재가 태어나기 전 시인은 그저 평범한 남자였다. 

‘가족’이 생긴다는 희망에 부풀어 초보 유부남이 되고, 

예쁜 꿈을 그리고 품으며 엄마와 함께 웃음으로 세상을 채워가며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아빠가 되어가던 평범한 남자. 

그러다가 은재와 함께 아빠는 비범한 아빠가 된다.

 ‘사랑스러운 은재’를 사람들 앞에 있는 그대로 내어놓을 준비를 하는 부지런한 아빠이자, 

잘 왔어 괜찮아..하고 스스로를 아이를 온전히 다독이고 품을 수 있는 딸바보 아빠가.



이 책은 다운증후군 ‘은재’를 다시 보게 만드는 잔잔한 에세이이자, 
낯설고 당황스러운 눈빛을 따스하고 자연스러운 눈길로 바꾸어줄 에세이이다.
부끄러운 고백조차 감추지 않고 풀어쓴 시인의 용기와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은재의 일거수 일투족이 담긴 감동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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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크릿 닥터 - 내 친구가 산부인과 의사라면 꼭 묻고 싶은 여자 몸 이야기
리사 랭킨 지음, 전미영 옮김 / 릿지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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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産婦人科라는 단어 안에 ‘산(産)’자 때문일까, 

산부인과는 아이를 가졌거나 가져야 할 여자만 방문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랬을까, 처음 산부인과를 방문하던 날 나는 몹시 두려웠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진료를 하는 어떤 병원일까,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둥그렇게 배를 내민 산모들의 눈길이 내 얼굴에 날아와 꽂히는 것 같았다. 

산부인과에 방문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나는 내 몸이 힘들 때 누구를 찾아가야 해?


『내 친구가 산부인과 의사라면 꼭 묻고 싶은 여자 몸 이야기-마이 시크릿 닥터』에는 

핑크색의 발랄함, 남모를 은밀함, 그리고 여자들의 웃음에서 묻어나는 경쾌함이 모두 담겨 있다. 

음부, 질, 섹스, 자위행위, 오르가슴, 분비물, 생리, 자궁, 임신, 출산, 폐경, 유방 등등 

성인여성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것 같지만, 막상 제대로 알아본 적 없는 것들이 속속들이 펼쳐진다. 

하나씩 구분되어진 열 다섯 개의 챕터에는 저자가 직접 들었던 질문들이 실려있고, 유쾌한 저자의 답변도 함께 들어 있다. 

조금 멍청해 보일까, 너무 지나친 걸 물어보는 걸까 하는 자기검열 따위는 하나 없이.. 

저자가 직접 보고 겪어온(!) 몸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가 있다. 

‘이런 것 나만 궁금해하는 건 아니었구나’하는 안도감을 가지면서도

‘나만 봐야할 것 같아’하는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뭐랄까, 내 몸에 대해서만 말해주는 내 주치의를 독대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일까. ^----^


효모균 감염의 원인은 뭔가? 정말 내가 안 씻어서 그런 건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깨끗하게 씻는 게 문제일 수 있다. 질에는 효모균을 차단하는 젖산균과 같은 이로운 박테리아가 살아야 한다. 그런데 질 세척을 하고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향균비누를 사용해 음부를 닦으면 우리 몸을 보호하고 있는 유익한 박테리아도 함께 죽는다. 정상적인 질의 환경이 무너지면 이를 막아 줄 박테리아가 없기 때문에 효모균이 침범한다. 임신이나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경우에도 몸속으로 들어온 효모균이 쉽게 증식한다. 또 효모균은 당분을 좋아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나 당분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감염 위험이 높다. (p.185-Chapter 6 분비물과 가려움증)


집에서 하는 임신 테스트도 병원에서 검사 받는 것만큼 정확한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당신이 간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병원에서는 전문가들이 결과를 판독한다는 점이다. 집에서 임신 테스트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전문가가 아니니까. (p.231-Chapter 8 생식력)


폐경이 되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마지막 생리 후 1년이 지났거나 수술로 난소를 제거하면 공식적인 폐경이다. 하지만 이 정의가 실제와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생리가 끊기기 1년 전부터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서 에스트로겐 결핍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호르몬이 줄고 있으나 공식 폐경은 아닌 시기를 뜻하는 ‘폐경 전후기’라는 용어가 따로 있다. 자궁절제술을 받았거나, 피임약을 복용 중이거나, 출혈 증상을 보이는 자궁근종이 있을 때는 폐경이 되었는지 구별하기가 더 어렵다. (p.304~305-Chapter 11 폐경)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난 ‘여자’라는 이유로 -납득할 수 없는, 몸에 관련된- 많은 제제를 받았다. 

(심지어는 ‘처녀막’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을 생각해야 하므로 자전거를 타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 

그에 비하면 몸과는 친해지지 못했다, ‘성교육’다운 성교육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 

내 몸 구석구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도 잘 몰랐다. 

낭군과 서로의 학생시절을 비교해보면서 내가 ‘기본 상식’이 좀 모자랐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도 선생님도 가까운 그 누구도 자신조차 몸에 대해 잘 몰랐고 조심스러웠다.

질문을 들어줄 수 있는 존재가 어디에도 없었어니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뒤늦게라도 이 책을 만나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적어도 앞으로 겪게 될 시간들은 혼자가 아닐 테니까. 

‘예쁜 분홍빛 음부 탐사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그 첫 번째로 ‘문을 잠그고 혼자 있을 수 있는 방’을 꼽아주는 유머를 가진 섬세한 여자 선생님이 또 어디에 있을까.

‘여자 몸’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 뿐 아니라 

‘건강’ 전반에 대한 상식이 들어있다 시피한 이 책은 

오래 곁에 두고 찾아봐야할 책이 아닌가 싶다.


옆에서 책을 빼앗아 보던 낭군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몸을) 책으로 배웠어요-구만?!” ㅎㅎㅎ

글쎄, 책으로 배워도 제대로 배우면 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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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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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나는 작가의 전작들을 떠올리며 긴장했다. <이 인간이 정말>이나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위풍당당>을 읽은 후에 내 머릿 속에 각인된 건 ‘생명력’, 이 세 글자였기 때문이다. 이번 소설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꿈틀거리면서 내 주변의 공기를 바꿔놓을까, 장광설을 늘어놓는 넉살좋은 주인공이 있는 걸까. 기대하면서 소설을 펼쳤다. 그리고 난 실패했다.


대뜸 ‘나’라는 사람이 등장해서 한강을 산책하고 있단다, 투명인간이란다. 무슨 말이지-하고 따라갔더니 불쑥 ‘김만수’를 발견하고는 말을 멈추어 버렸다. 그리곤 책의 빈 공간이 나오더니 ‘만수가 태어날 때 난 정말 죽는 줄 알았다’가 눈에 들어왔다. 긴장감은 허탈감으로 변해버렸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투명인간인 ‘나’는 제 자식도 못 알아보게 되나? 며칠은 이 고민(왜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했는지는 모르지만) 때문에 책을 펼칠 수 없었다. 귀신이라도 본 듯 몇 날 며칠 책을 멀리 밀어냈던 것이다.






장편소설 『투명인간』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하는 소설이다. (부분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갑자기 등장해서 ‘나’로 등장한다. 나와 같은 실수로 소설에 몰입하지 못할 것 같다면 부분마다 ‘나’는 누구인가를 메모해두는 것도 도움이 될 법하다.) 사람들은 대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 세상을 바라보고 주변을 이야기하는데 그 안에는 한결같이 ‘만수’가 들어있다. 마치 <월리를 찾아라>처럼. 수많은 사람들과 배경들 속에서 만수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게 하지만 끈덕지게, 화자가 보는 이야기 안에 그 몸 한구석을 들이밀고 있다.


처음에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그려지던 ‘만수’는 좀 이상했다. ‘대가리만 절구통겉이 크고 팔다리는 쇠꼬챙이겉이 빌빌’인 아이였고 온갖 피부병을 앓았고 온몸에 상처 투성이여서 몸이 단풍이 든 것 같다고 했다.

아이가 늦되고 자라면서도 어리숙하고 바보 같은 걸 두고 동네 사람들은 ‘어비’라고 했는데 만수가 바로 그 짝이 났다. 아이가 비실비실 허약하고 주눅이 들어 매사에 자신이 없으며 경쟁에 뒤처지는 것을 두고 ‘지실이 든다’고 하는데 만수가 바로 지실이 든 아이였다.(p.33) -만수 아버지의 말 중에서.

만수의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만수가 병약해서 시름시름 앓다가 투명인간이 되는 건가 싶었다. 한편으론 이 어수룩한 소년을 주인공의 자리에 앉히고 싶지 않기도 했다. 투명인간이면 남다르잖아, 뭔가 특별한 사람이 투명인간이 되어서 특별한 일-장난이라도- 뭔가 해주면 신나잖아.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는 덜컹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금희 누나의 말이었던가, ‘소쿠리가 보이면 만수가 있었고 만수가 있으면 소쿠리를 메고 있어서 만수를 “소쿨아, 소쿨아”하고 불렀다(p.46)하고 시작하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멍청하고 모자라게만 보이던 얼빵이같던 만수가 예뻐보였다. 누이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산나물이나 열매, 가족에게 필요한 약초를 구하러 종종 걸음 질쳐 사라질 때, 나는 만수의 어미라도 된 양 그 걸음을 따라 한참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김만수, 이 사람은 뭔가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인물이었다. 박식하게 많은 책을 섭렵하는 선비도 아니고 힘 깨나 쓰는 장사도 아니고 수재도 아니고 미인도 아니고 근데 자꾸 마음이 간다. 먼 할아버지가 겪어온 일제 치하의 시대에서부터 새마을운동, 서울 공장에 청년들이 몰려들던 때, 베트남전 파병,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세상 따라 목소리를 바꾸고 몸을 낮추어 아득바득 살아갈 때, 누가 한결같은 모습으로 살 수 있단 말인가. 누가 이토록 넓고 바른(옳거나 그름이 아니다, 바름이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단 말인가.


단지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훌륭하고 고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절로 좋아하고 존경하게 된 거다.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나기를 그랬던 것 같다. 그들은 나의 뿌리이고 울타리이고 자랑이다.(p.351)-만수의 말 중에서


소설을 다시 한번 잡은 후, 끝까지 쭈욱 읽어내려갔다. 이 사람과 저 사람의 입을 옮겨가면서 세월도 보았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들어갔다 나왔다. 소설 하나를 읽었을 뿐인데 나를 둘러싼 환경이 휙휙 들어섰다 사라지고를 반복한 것 같다. ‘문장으로만 꿈틀거린다고 생각했냐?’하고 반문하며 성석제 표(?) ‘생명력’이 나를 꾸욱 밀치고 사라졌다. 아, 이 선생님의 힘은 얼마나 오래 가실런지. 하아.(감탄^^)


소설을 덮고 나서 며칠을 또 고민했다. 왜 작가는 ‘김만수’을 투명인간으로 만들었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왜 하필 그들(‘김만수’만이 아니다)은 투명인간이 될 수 있을까.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옳다고, 해야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타인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한다. 그들의 우악스러운 욕심은 마침내 사람들을 ‘투명인간’ 취급하고 마는 것이다.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열심히 살아내는 사람들을, 자신의 멋대로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지금의 세상 아닌가. 타인에 의해서 갑자기 ‘투명인간’이 되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스스로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준 것이 아닐까.


천지지간 만물지중 인간이 가장 귀한 이유가 뭔지 아느냐? 염치를 알기 때문이다. 염치는 제 것과 남의 것을 분별하는 데서 생긴다. 염치, 이 두 글자를 평생의 문자로 숭숭하여라. 그러면 너는 어디를 가든 사람답게 살 수 있다.(p.28)-만수 할아버지의 말 중에서.

염치 있는 인간, 김만수 씨는 사람도리를 하기 위해 긴 세월 열심히 살아왔다. 함부로 욕심내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없도록 굳건하게 용기 내며 살아온 것이다. 이제 더 지치지 않도록, 옆에 있는 사람들의 책임까지 짊어지느라 ‘염치’란 단어에 깔리지 않도록.... 원하는 때가 되면 마음껏 가벼워지라고 작가는 ‘투명인간’을 선물했다. 아마도 그건 작가 선생님만이 건넬 수 있는 ‘달콤한 위로(p.350)'이 아닐까.





p.s.

1) 누가, 인간 김만수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그의 삶이 당당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아서도?! 

(이런 류의 농담을 던지는 것 같은 작가님의 센스?!)


2) 지난 2014년 국제도서전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 성석제 작가님을 뵈었다. 

작가님의 지난 인터뷰와 작품 들을 통해 끊임없이 관찰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나만의 착각일까. (정리해서 다음 번에 블로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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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당분 20g의 기적 - 노 슈거 프로젝트 2090
조희진 지음 / 아우름(Aurum)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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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식생활 개선 전반에 대한 책들을 탐독했었다.

채식, 생식Raw food, 발효식품, 채소쥬스  등등

어떤 것을 적용해볼까 시도도 많이 해봤고

내가 '고기'를 제대로 소화 못 시키는 편이란 걸 알았고

귀찮지 않으면 당근과 녹색채소를 갈아 먹기도 하며

'과자'는 아예 먹지 않고 '삼백-쌀,흰설탕,밀가루'는 피하는 식의

식생활을 1년 가까이 자속했다.

 

잠시 식습관이 흐트러졌고, 살이 좀 쪘다. ㅠㅠ

(주말 편도 5시간쯤, 왕복 주행을 하는 남편 옆자리에서 간식도 챙겨 주고 나도 먹고,

남편의 술상(혹은 야식)을 챙겨주느라 남는 것 좀 챙겨막고.

시어머님께서 좋아하시는 밀가루 면 종류도 같이 먹고....;;;)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다, 『하루 당분 20g의 기적』.

『하루 당분 20g의 기적』은 조희진 PD가 직접 공부하고 체험한 식생활 개선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일명 '노 슈거 프로젝트 2090'이라 밝힐 수 있는 책의 핵심은

'매일 당분 섭취량을 20g으로 제한하면

90세까지 청년으로 살 수 있다(p.09)'는 유쾌한 모토다.

 

하지만 실상은 좀 '덜 유쾌'하다.

왜냐면, 지금까지 우리가 즐겨온 식품들이 주적(!)이 되어야 하니까.

곡물을 끊어야 하고, 과자 및 인스턴트는 당연히 금지(초코렛 당연히 금지!),

게다가 과일은 제한해서 먹어야 한다(사실 첫 단계에서는 먹지 말라고.ㅠㅠ).

그리고 그런 식의 식생활로 지금껏 건강하게-좀 마른 듯이- 살고 있다고 한다.

책을 독파하고 나면 얻을 수 있는 건 많다.

건강도 체크 포인트로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

식품을 선택할 때 '칼로리' 대신 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설탕이 없는 식품이 있기나 있을까-무얼 택해야 할지.

왜 사람들은 '레몬워터'를 마셔야 하는지.

(더불어...책의 뒤쪽 90페이지 가량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가 자세히 나와있기도 하고.^^)

 

조희진 PD의 방법을 100% 따라하기는 힘들 것 같지만

(워낙 힘들어서. 게다가 1단계에 '고기'만 먹게 하면 저는.....ㅠㅠ)

부분 부분 손을 봐가면서 '핵심 이론'은 적용해볼 만 하다.

 

 

 

 

 

 

p.s.

책을 읽은 후에 새롭게 안 내용이나, 괜찮다 싶은 내용을 낭군에게 설명해줬더니

"다 아는 거네. 당연히 그렇게 하면 살 빠질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되물었다,

"아니, 그렇게 잘 아는데 (어쩌다가 그 배가..) ..........?"moon_and_james-3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어트, 식생활 개선... 핵심은 이거다. 행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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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
엄기호 지음 / 따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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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대충 훑어봤고 작가의 인터뷰도 찾아봤다.

아직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읽는 중이라ㅎㅎ)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학교, 학부모, 선생, 학생.... 서로가 몰랐던 것들에 대해 제대로 보여줄 기회는 되어 주니까.

실제로 현장에서 담임교사로 학생들을 겪어보고 나서 깨달은 것과 통한다.

 

학생들에게 관찰되는 특징을 동료교사에게 묻고 싶어도 쉽지 않다,

학부모에게 묻고 싶어도 어렵고 조심스럽다

(오해의 소지가 생길까봐 말을 꺼내기도 힘들고,

간혹 운을 뗀다 해도 협조가 참 어렵다.

심한 경우는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알아야 되지 않냐-는 모르쇠 식의 부모님도 계신다),

학생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연계하여 지도해볼까-할라치면

업무가 혹은 교육경력이 긴 다른 교사가 브레이크를 건다.

(그런 제제를 몇 번 당하면, 금방 지친다. 다시 '해보자'는 마음이 사그러들만큼.)

 

막상 수업을 하면서 관찰하게 된 뭔가를,

-관심이 없어 보이는 근본적 이유를 보고 생각하고 추리해서라도?-

넌지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아이들은 놀란다,

교사의 관심에 무척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꾸준한 관심과 독려는... 결국 서로 통할 수 있는 기회(혹은 계기)를 준다.

 

(다른 선생님들이 자신에게 보이지 않던 태도나 관점에서 아이들에게 다가가면

-관심 밖에 덜 있었던 학생일 수록- 마음을 여는 것이 보인다)

 

 

 

 

 

서로에 대해 알아보자-라고 나선 책이라 생각하면 정말 좋다.

이 책에 대한 호감이 높아져서 이렇다 저렇다... 책에서 본 몇몇 가지 이야기나 사회학자의 해석 같은 것을 늘어놓았더니, 혹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저자와 같은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현장에 있는 교육자들에게 강연도 하고 깨우치게 하면서 차차 바뀌어가겠지,라고 답했지만.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사회학자가 이렇게 열심히 책을 쓰고 연구를 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뭔데'?

 

간혹 생각한다.

아무리 현장에서 발버둥쳐도 '개인'의 몸부림은 '전체'의 몸부림을 이겨낼 수 없다고.

대대적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큰 움직임이 생겼으면 좋겠다.

학교, 학부모, 교사, 학생 모두가 움직이면 딱딱하게 굳어버린 '제도'를 실제에 맞게 바꿔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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