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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은 따뜻하다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쥘리 마로 지음, 정혜용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파란색은 따뜻하게 그 둘을 물들였다-『파란색은 따뜻하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때문에 찾게 된 책이다.
영화 속에서 읽은 블루는 혼돈의 블루, 외로움의 블루(http://ohho02.blog.me/100204940849)였던 것에 비하면 이 책은 파란색을 ‘따뜻하다’라고 인정할 수 있었다.
작가 쥘리마르가 선택한 푸른색의 미세한 톤tone이 신의 한수였던 걸까? :)
만화책이라 편안하게 들고 다니면서 읽어야지 했는데 조금 크고 표지가 두꺼워서 놀랐다. 밖에 들고 다니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
클레망틴이라는 고등학생이 나오고 엠마라는 대학생이 나온다. 영화 속의 아델 대신 클레망틴이 나오는 것 빼고 설정들은 거의 같다, 각자 문학을 전공하고 미술을 전공하는 것도 영화와 똑같다. 클레망틴의 학교 친구들, 둘의 만남, 둘의 사랑 모두.
물론 다른 것도 있다. 무엇보다 인물의 설정이 다르고 결말도 다르다.
클레망틴의 일기장을 통해 둘의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영화에서 ‘직접’ 거론되지 않은 세세한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결말은 영화보다 극적이어서(책이 영화보다 극적인 건 뭘까?) 아쉬움도 남는다. 영화와는 다른 하나의 작품으로서 먼저 만났더라면, 새롭고 놀라운 소재를 편안하게 다가오게 만들어준 ‘소녀의 체온’이 묻어나는 책이라고 좋아했을 듯 하다. (소녀의 것이라고 해서 상냥하고 향기로운 꽃향기가 난다고 착각하는 일은 없겠지?^^;)
굳이 영화와 이 작품을 좀 더 비교하자면
하나. 클레망틴과 엠마는 평범하고 지극히 평등한 사이에 놓인 듯 하다. 영화에서는 둘의 계층이 다르다는 걸 암시하는 장면들이 꽤나 등장한다, 엠마의 집, 가족들, 그리고 그 친구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엠마의 일상이 그렇게 지나치게 드러나지 않는다. 또 두 사람이 모두 겪는 혼란이 둘을 평등한 상태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클레망틴에게는 자신과 성(性)이 같은 ‘여자’를 사랑한다는 혼란이, 엠마에게는 클렘을 만나기 이전에 ‘이미 연인이 곁에 있다’는 혼란이 있다.
(엠마의 혼란에 대처하는 두 사람의 행동에도 주목해볼 만하다. 모두 둘의 ‘이끌림’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둘이 나누는 사랑이 ‘혼자만의 파란색’이 아니라 ‘함께 하는 파란색’이라는 기분이 드는 이유.
둘, 앞서도 밝혔지만 두 캐릭터의 설정이 다르다. 엠마는 다소 우유부단한 면이 있는 성인의 모습, 클레망틴은 엠마를 만나 용기가 생기는 청춘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영화 속 아델은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엠마와의 생활을 시작한 것 같았는데 여기서의 클레망틴은 그렇지 않다. 클레망틴이 쓰는 일기를 통해 그 내면을 더 많이 내보여주기 때문에 클레망틴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한 듯.
(자꾸 영화라 비교해서 아쉽긴 하지만 영화 속 ‘레아 세이두’가 연기한 엠마는 결단력이 있고 책임감이 있는 여자였고 아델이 그 매력에 빠져'들어간' 것 같아 보였다. 엠마가 ‘나의 뮤즈’라고 아델을 다른 사람 앞에서 칭송하는 순간 나는 또 얼마나 행복했는지!(읭?))
p.85
난 왜 걔에게서 이 모든 걸 원하는 거지? 난 왜 온통 이런 생각뿐이지? 그건 정말 끔찍해!
뭐가 끔찍한데?
난 그러면 안 되는데. 걔는 여자애야. 정말 끔찍하다고.
이봐 클렘, 끔찍한 건 말이야, 석유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인종청소를 해대는 거지, 어떤 사람에게 사랑을 주고 싶어 하는 게 아니야. 그리고 끔찍한 건,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건 나쁜 일이라고 사람들이 네게 가르친다는 거지. 그녀가 너와 같은 성(性)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네가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안그래?
클레망틴이 혼란스러워하던 시기에 친구와 나누는 대화다. 엠마가 클레망틴의 엄마에게 하는 말-‘제가 남자였더라도 클렘은 저와 사랑에 빠졌을 거라고요(p.14)’에 견줄만한 멋진 대사!
p.s.
둘의 사랑이 운명적이었다는 것을 표현한 초반의 거리씬,
영화에서 ‘정말 아름답고 숨막히게’ 표현했다....
때문에 나도 모르게 책과 영화를 비교하고 있나봐.(작가 쥘리 마르에게 미안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