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시크릿 닥터 - 내 친구가 산부인과 의사라면 꼭 묻고 싶은 여자 몸 이야기
리사 랭킨 지음, 전미영 옮김 / 릿지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산부인과 産婦人科라는 단어 안에 ‘산(産)’자 때문일까, 

산부인과는 아이를 가졌거나 가져야 할 여자만 방문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랬을까, 처음 산부인과를 방문하던 날 나는 몹시 두려웠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진료를 하는 어떤 병원일까,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둥그렇게 배를 내민 산모들의 눈길이 내 얼굴에 날아와 꽂히는 것 같았다. 

산부인과에 방문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나는 내 몸이 힘들 때 누구를 찾아가야 해?


『내 친구가 산부인과 의사라면 꼭 묻고 싶은 여자 몸 이야기-마이 시크릿 닥터』에는 

핑크색의 발랄함, 남모를 은밀함, 그리고 여자들의 웃음에서 묻어나는 경쾌함이 모두 담겨 있다. 

음부, 질, 섹스, 자위행위, 오르가슴, 분비물, 생리, 자궁, 임신, 출산, 폐경, 유방 등등 

성인여성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것 같지만, 막상 제대로 알아본 적 없는 것들이 속속들이 펼쳐진다. 

하나씩 구분되어진 열 다섯 개의 챕터에는 저자가 직접 들었던 질문들이 실려있고, 유쾌한 저자의 답변도 함께 들어 있다. 

조금 멍청해 보일까, 너무 지나친 걸 물어보는 걸까 하는 자기검열 따위는 하나 없이.. 

저자가 직접 보고 겪어온(!) 몸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가 있다. 

‘이런 것 나만 궁금해하는 건 아니었구나’하는 안도감을 가지면서도

‘나만 봐야할 것 같아’하는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뭐랄까, 내 몸에 대해서만 말해주는 내 주치의를 독대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일까. ^----^


효모균 감염의 원인은 뭔가? 정말 내가 안 씻어서 그런 건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깨끗하게 씻는 게 문제일 수 있다. 질에는 효모균을 차단하는 젖산균과 같은 이로운 박테리아가 살아야 한다. 그런데 질 세척을 하고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향균비누를 사용해 음부를 닦으면 우리 몸을 보호하고 있는 유익한 박테리아도 함께 죽는다. 정상적인 질의 환경이 무너지면 이를 막아 줄 박테리아가 없기 때문에 효모균이 침범한다. 임신이나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경우에도 몸속으로 들어온 효모균이 쉽게 증식한다. 또 효모균은 당분을 좋아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나 당분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감염 위험이 높다. (p.185-Chapter 6 분비물과 가려움증)


집에서 하는 임신 테스트도 병원에서 검사 받는 것만큼 정확한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당신이 간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병원에서는 전문가들이 결과를 판독한다는 점이다. 집에서 임신 테스트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전문가가 아니니까. (p.231-Chapter 8 생식력)


폐경이 되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마지막 생리 후 1년이 지났거나 수술로 난소를 제거하면 공식적인 폐경이다. 하지만 이 정의가 실제와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생리가 끊기기 1년 전부터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서 에스트로겐 결핍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호르몬이 줄고 있으나 공식 폐경은 아닌 시기를 뜻하는 ‘폐경 전후기’라는 용어가 따로 있다. 자궁절제술을 받았거나, 피임약을 복용 중이거나, 출혈 증상을 보이는 자궁근종이 있을 때는 폐경이 되었는지 구별하기가 더 어렵다. (p.304~305-Chapter 11 폐경)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난 ‘여자’라는 이유로 -납득할 수 없는, 몸에 관련된- 많은 제제를 받았다. 

(심지어는 ‘처녀막’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을 생각해야 하므로 자전거를 타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 

그에 비하면 몸과는 친해지지 못했다, ‘성교육’다운 성교육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 

내 몸 구석구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도 잘 몰랐다. 

낭군과 서로의 학생시절을 비교해보면서 내가 ‘기본 상식’이 좀 모자랐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도 선생님도 가까운 그 누구도 자신조차 몸에 대해 잘 몰랐고 조심스러웠다.

질문을 들어줄 수 있는 존재가 어디에도 없었어니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뒤늦게라도 이 책을 만나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적어도 앞으로 겪게 될 시간들은 혼자가 아닐 테니까. 

‘예쁜 분홍빛 음부 탐사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그 첫 번째로 ‘문을 잠그고 혼자 있을 수 있는 방’을 꼽아주는 유머를 가진 섬세한 여자 선생님이 또 어디에 있을까.

‘여자 몸’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 뿐 아니라 

‘건강’ 전반에 대한 상식이 들어있다 시피한 이 책은 

오래 곁에 두고 찾아봐야할 책이 아닌가 싶다.


옆에서 책을 빼앗아 보던 낭군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몸을) 책으로 배웠어요-구만?!” ㅎㅎㅎ

글쎄, 책으로 배워도 제대로 배우면 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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