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너무 좁아
마고 제마크 지음, 이미영 옮김, 비룡소, 32쪽, 8500원

안녕 빠이빠이 창문
노튼 저스터 글, 크리스 라쉬카 그림, 유혜자 옮김
삐아제어린이, 9000원

찰리는 무엇을 들었을까?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그림, 천미나 옮김
보물창고, 40쪽, 9500원






그림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칼데콧상(賞)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근대 그림책의 아버지'로 불리는 랜돌프 칼데콧(1846~85)을 기려 미국도서관협회가 1938년부터 우수 그림책에 주는 상이다. 최우수작 한 편에 주는 '칼데콧 메달'과 우수상 여러 편에 주는 '칼데콧 아너'가 있다. 그림이 잘됐다고 주는 것만은 아니다. 글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어우러졌나도 주요 심사 기준 중 하나다. 따라서 좋은 그림책을 고를 때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물론 미국책에만 주는 상이므로 우리 정서와 너무 차이나지는 않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우리 집은 너무 좁아'는 1977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이다. 이스라엘의 유명한 옛 이야기를 각색했다. 어머니와 아내, 여섯 명의 아이와 한 칸짜리 오두막에서 부대끼며 사는 주인공 남자는 참다 참다 랍비를 찾아간다. 랍비의 지침은 "가축들을 집으로 들여놓으라"는 것. 시키는 대로 하는 동안 오두막은 난장판이 돼간다. 울상이 된 남자에게 랍비는 "가축들을 모두 내보내라"고 한다. 남자의 가정에는 행복이 찾아온다.

가축들에게 들이받혀 수프 접시에 얼굴을 처박거나, 목욕통을 뒤집어쓰고 알몸으로 미끄러지는 등 집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소동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발군이다. 짜증이 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을 이렇게 사실적이면서도 재치있게 그려낸 데는 아무래도 경제공황기이던 유년 시절, 종이가 없어 폐지 조각에 그림을 그렸다는 작가 마고 제마크의 개인적 경험을 무시할 수 없겠다. 그는 70년 '어리석은 판사'(아너)와 74년 '더피와 악마'(메달)를 포함해 칼데콧상을 세 차례 받았다. 5세부터.

올해 칼데콧 메달을 받은 '안녕 빠이빠이 창문'은 맞벌이 부모가 직장에 나간 뒤 조부모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여자아이의 일상을 담았다. '빠이빠이 창문'은 할아버지네 집의 수많은 창문 중 아이가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창문이다. 아이는 이 창문에서 할아버지.할머니와 장난도 치고, 때로는 공룡이나 영국여왕도 만난다. 도화지에 크레파스나 물감을 아무렇게나 마구 칠한 듯한 천진한 느낌의 그림이 내용과 나무랄 데 없이 조화를 이루는 책이다. 3~7세.

수상작은 아니지만 '찰리는 무엇을 들었을까?'는 2004년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로 칼데콧 메달을 받은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애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책이다. 이 책은 현대음악가 찰스 아이브스(1874~1954)의 전기 격이다. 마을 관악대 단장인 아버지 덕에 어렸을 때부터 주변의 온갖 소리를 집중해 들었던 찰리가 위대한 음악가로 성장하기까지가 그려진다. 소리를 그림으로 어떻게, 그것도 아름답게 형상화할 수 있는지의 대표적 사례를 찾는다면 이 책을 볼 일이다. 한 마디로 감탄스럽다. 저스타인의 책으로는 '지구별에서 온 손님' '와일드 보이' 등이 번역돼 있다. 5세~초등 저학년.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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