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요즘 브라운관에서 청순가련형 캐릭터가 사라지고 있다. 대신 드라마에선 활기차고 주체성이 발현된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주류를 이뤘던 캐릭터들은 사랑에 무한한 가치를 부여하고 사랑에 전부를 거는 지고지순한 여성 캐릭터들이 주류를 이뤄왔다. 배신을 하는 남자에 대해 때로는 지순한 순종으로 때로는 복수로 대응을 하지만 본류는 청순하고 지순한 사랑의 표상이었다. 전통드라마뿐만 아니라 트렌디 드라마에서도 약간의 문양만 다르지 여성 주인공 성격의 본질은 청순하고 지순한 것이었다.
텔레비전 방송 초창기였던 방송됐던 ‘여로’ ‘아씨’에서부터 2000년대 들어 방송된 ‘겨울연가’ ‘여름향기’에 이르기까지 드라마에선 청순하고 지순한 여성 주인공들이 주류를 이뤘다. 사극 역시 ‘허준’의 예진아씨처럼 지고지순한 스타일의 여성 주인공이 많았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청순하고 맑은 이미지로 스타덤에 오른 연기자도 많다. 이영애, 최지우, 황수정, 명세빈, 송혜교, 손예진 등이 드라마의 주류를 이뤘던 청순한 캐릭터의 이미지로 스타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청순한 여성 캐릭터는 좀처럼 볼 수 없다. MBC ‘내이름은 김삼순’의 삼순,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 SBS의 ‘온리유’의 은재, '패션 70s'의 더미 등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의 여성 주인공들은 청순과 거리가 먼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여성들이다. 사랑에 가슴 아파하지만 목숨걸고 지순한 입장을 견지하지 않는다.
이처럼 청순형 여성 주인공들이 사라지는 것은 사회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남녀 차등의 사회에서 남녀 동등 권력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남녀관계의 사랑에 있어서도 남자 주도의 수직적 사랑보다는 남녀가 주체적인 수평적 사랑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드라마속에서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 남성에게 지고지순한 여성들은 더 이상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면서 사랑보다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분야에서의 성공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청순형 주인공 캐릭터가 사라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밖에 신세대의 사랑방식의 변화도 청순형 캐릭터의 감소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요즘 신세대에게 유행하는 쿨한 사랑방식은 세련되고 합리적인 만남과 결별을 전제로 한다. 일부 신세대들에게는 예전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구질구질한 사랑으로 의미가 변질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요즘의 브라운관에서는 청순한 여성 캐릭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