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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ㅣ 행복사회 시리즈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4년 9월
평점 :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덴마크) 오연호
남의 떡은 다 커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한때는 소련의 노동자들이 공장 일을 끝내고 서점에서 철학책을 아주 싼 값에 사서 읽는다더라, 하는 말이 부러웠던 적 있었다. 한 때는 프랑스의 복지제도가 부러웠던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못 살 곳은 아닐 텐데도 가끔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교사로서 엄마로서 나는 적어도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는 세상,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 아이들이 서로를 헐뜯지는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깨끗한 대중교통, 깨끗한 물과 부족하지 않은 먹거리,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최소한의 교육의 기회, 대체로 괜찮은 주거환경, 나쁘지 않은 치안... 어디까지나 세계 보편의 기준으로 볼 때 이 정도라면 아이를 키우면서 그럭저럭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불안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불안하고 불편해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을 정도다. 바깥세상에서는 한국이 전쟁 때문에 불안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우리는 전쟁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아이들을 행복하게 낳아 기를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떤 고민과 모색이라면 우리를 이런 불안에서 탈출하게 해줄까? 적어도 그런 탈출에 기성세대로서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겠다는 초조감이 자꾸 든다. 나이든 교사가 되고 내 아이들이 다시 아이를 낳아야 하는 그런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북유럽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북유럽을 공부하는 일이 과연 우리 세상을 바꿀까? 답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공부라도 하면 조금 덜 불안하다. 그래서 찾아 읽어본 북유럽 교육 이야기들. 저자가 과연 객관적 기준으로 취재하고 썼다고 100프로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만큼 오연호는 확신에 가득차서 덴마크를 지상의 낙원처럼 묘사한다. 그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며, 그러나 냉철하게 글을 읽는 것은 내 몫임을 밝혀둔다.
덴마크 학교에서는 9년 간 담임이 똑같단다. 교사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한다.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교사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에는 교사들 자신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바이다. 과거 교사들의 잘못으로 지금 젊은 교사들이 고초를 겪는 것에 미안함을 느낀다. 이제는 대안을 논해야 할 때다.
덴마크 교실에서 같은 학생이 9년을 공부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은 성적과 등수를 최우선으로 삼는 문화 없기 때문이란다. 이 말을 거꾸로 하면 어떤 환경에서라도 경쟁이 중심인 교실에서는 미움과 질시가 중심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겠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청소년의 스트레스, 거기에서 비롯되는 거친 언행, 교사에 대한 불신 등 모든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덴마크 교실에서 뛰어난 학생이 있으면 교사는 ‘네가 최고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다른 친구를 좀 도와주렴.’ 이라고 말한단다. 이 역시 성적이 삶의 지표가 되지 않기에 가능한 문화일 것이다. 대한민국 교사와 부모들이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주범이라고 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렇게 아이들을 추동하지 않으면 행복하게 살기 어려운 것을 잘 알기에 빠지는 딜레마이기도 하기에 말이다.
덴마크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 사회에서 통한다.
이 말도 뼈아프다. 우리는 학교에서 종종 ‘그거 배워서 어디에 써먹어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 교육과정을 짜는 이들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7차교육과정은 과감한 재구성을 허용하는데도 그러지 못하는 교사들도 문제다(물론 고등학교는 입시라는 장벽이 가장 문제다. 나는 중학교 교사라 교과서나 입시나 성적의 질곡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삶에 밀접한 문학과 문법과 글쓰기를 가르치려 애쓴다.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실생활에서 유용한 걸 많이 가르쳐주신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다. 우리 학교 기술 선생님들은 늘 실습을 하게 하고 아이들 스스로 전기를 다루게 하고 공구 사용법을 가르친다. 그래도 아직 노동법이나 계약서 쓰는 법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못 봤다. 학교에 담론만 넘치고 실습은 모자라다. 담론조차 올바른 의식을 형성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도대체 대한민국 학교에서는 무얼 공부하는 걸까? 회화가 되지 않는 영어와 시험 변별력을 위해 고난도 문제가 범람하는 수학, 그리고 너무나 분석적으로 읽어야 하는 문학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