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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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신념이라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나 역시 그럴 것이다. 왜곡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저러지 않는지 돌아보지만 스스로의 편견을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떤 나라나 문화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대학시절 미국을 제국주의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판단은 역사적인 사실과 공부에 근거한 것이지만 정치적으로 그러하다고 해서 미국 문화와 미국 사람들에 대해 섬세하고 복합적으로 잘 알고 판단하지는 못한 것 같다. 미국, 일본 = 악 이런 식의 도식은 얼마나 단순하고 저렴한 판단인가 말이다. 미국에 대한 나의 지식은 매우 일천하다. 하워드 진을 통해 접한 몇몇 역사적 판단이 다이다. 그러다가 영어공부를 하려니 어쩔 수 없이 미국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프렌즈>도 보고 <모던 패밀리>도 본다. 역시나 하는 부분도 있고 의외인 부분도 있다. 인종차별, 이국인이나 동성애 차별이 있고 생각보다 점잖은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다가 모지스 할머니의 글을 읽게 되었다.

 

모지스 할머니가 살았던 시대는 우리로 치면 구한말이다. 모지스 할머니는 성실하고 바지런하게 살았다. 그리고 아주 긍정적이다. 지금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제국주의적 우월감이나 자유분방함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청교도적인 소박함, 근면함, 낙천성이 고스란히 그의 삶과 그림에 묻어 있다. 뛰어난 기억력으로 젊은 시절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는 좋았지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게다가 농촌의 삶이라 대공황이라든가 도시노동자들의 애환 같은 그림자도 없다. 미국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면모를 본 것 같아서 신선했다.

 

놀라운 건 할머니가 70세가 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의 두 어머니(엄마와 시엄마)들게 70대가 된 걸 슬퍼하지 마시라는 뜻에서 이 책을 선물했다. 나중엔 그림을 따라 그려보고 싶어서 나 자신을 위한 책을 샀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고 딸은 백화점에 가서 모지스 할머니 그림으로 만든 도자기 접시를 내 생일 선물로 사왔다. 묘하게 할머니는 모녀 3대를 이어주고 있다. 돌아가셔서도 그 존재로써 사람들을 연대하게 하고 위로해 주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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