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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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이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단지 글빨이고 말빨인 걸까. 내면의 옹골찬 어떤 힘일까.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그것이 없이 번드르르한 글을 쓰는 이들은 형용할 수는 없으나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 남는다. 은유의 글을 읽으며 여러 번 감탄한다. 이 사람의 힘은 무엇일까. 삶의 궤적에서 최선을 다한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글을 참 잘 쓴다. 많이 읽고 생각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기도 하지만 글 자체를 잘 쓴다.

글로 명성을 얻는 이들이 모두 진정성과 능력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학벌이나 인맥이나 마케팅으로 허명을 얻는 이들이 더 많다. 그런 세속에서 자기 힘만으로 시멘트를 밀어내고 싹을 틔우는 은유 같은 이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언젠가는 그도 (어쩌면 벌써) 일종의 문화권력이 될지도 모른다. 유명짜한 사람들과의 인맥을 자랑하며 그들만의 리그에서 찬사와 존경을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게 헛된 짓으로 보이지 않고 은유라면 그런 걸 누려도 된다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의 영예는 진정한 영예이기를 기원한다.

두보를 언급하며 은유는 이런 말을 한다.

젊은 날 자유하고 성찰하며 살았던 사람은 자기 삶을 짓누르는 나쁜 공기를 금세 알아챈다. 이것은 위대한 능력이다. 두보를 보아도 그렇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대체로 그렇다. 젊어 정의를 부르짖다가 변절하는 이들이 꽤 있다. 다들 의아해 한다. 그런데 대학시절 그런 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 젊은 시절에도 그 부르짖음을 자기 허명의 훈장으로 삼으려 들던 이들. 그들은 영락없이 정치권으로 뛰어들었고 어떤 이들은 변절했다.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도 젊은 날의 성찰을 벼리지 않으면 나이 들어 이상한 꼰대가 되어간다. 그래서 젊은 날의 자유함’, 성찰함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글 중에 교사로서 내게 와 닿는 말이 있었다.

배울 때 기쁨을 느끼지 않는 자는 가르쳐서는 안 된다.

가르치는 이에게도 지옥이고 그에게 배우는 이들에게는 재난이다

   

 

그리고 킥킥거리며 고개를 끄덕인 말.

날 괴롭히는 것들이 날 철들게 한다더니 살림이 그렇다.

살림하며 일을 해본 모든 여자들이 공감할 것이다. 대부분은 철이 들지만 어떤이는 망가져 버린다는 게 문제다(살림이 모든 여성을 정신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지는 않는다. 그냥 생활의 고단함에 세속적으로 굴복해 버리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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