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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공선옥 지음, 노익상·박여선 사진 / 월간말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첫장에 등장하는 지복덕 할머니였나. 다음에 어딜 가냐 하니 '근덕'이라 대답했던 게. 근덕은 내 첫 발령지인 삼척시에 가깝다. 근덕 해변을 달리던 시내버스의 흔들림을 아직도 기억한다. 초저녁 술 한 잔과 함께 고즈넉하게 이 책을 읽다 그 단어에 그리움이 치민다. 게다가, 그 할머니, 거기 뭐가 있는데요? 하는 작가의 질문에 '바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내가 요즘 너무 보고 싶어하는 저녁 6,7시쯤의 바다가 있다. 아마도 노익상 씨 사진이었던 것 같다. 그 시간의 바다는 새벽바다와 비슷하다. 그 시간이 되면 파도가 잘 치지 않는다. 그리고 바다는, 청회색, 짙은 은회색이었다가 어두워진다. 그 페이지를 펼치며 왈칵 울었다.
그래, 그건 내 개인적인 추억과 그리움이라 치자. 공선옥씨가 보기 좋고 놀기 좋은 관광지나 유적지를 다니며 글을 쓴 것이 아니기에 그가 만난 사람들은 아프고 그가 다닌 길은 눈으로만 따라 다니기에도 참 곤하다. 나는 그가 효순이와 미선이가 죽은지 얼마 안되어 찾아간 그 동네를 따라 읽으면서도 눈물이 났고 배달호씨를 추모하기 위해 떠난 길에서 또 많이 울었다.
이 땅에 공부 잘하고 야물던 가난한 집 아들들이 공고를 갔다, 그건 그들에게 자랑이었다는 대목에서, 그래, 맞다,는 생각과 더불어, 얼마전 화물연대 소속 한 간부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을 참 잘하는 걸 듣고 대학도 안 나온 사람이 아는 것이 참 많네, 라고 생각했다가 스스로 부끄러웠던 기억도 났다.
나는 그 배달호 씨 이야기 부분을 언젠가 수업에 활용하고 싶다. 그토록 쉬운 언어로 이땅의 노동자들의 자부심과 좌절을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글이 드물 듯 싶어서. 그러나 아이들도 나처럼 치미는 분노와 막막한 슬픔으로 눈물 고이리란 생각은 않는다. 나는 잠시, 내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냉철하게 이 글을 잘 읽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나의 눈물을 다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