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울적했다. 주말엔 옥찌들 없다고 혼자 자전거 타고 동네방네 돌아다녀 피곤해서 울적했고, 오늘은 어거지로 우기기 시작하는 누구 때문에, 그리고 그 전날은 뭔가 괜히 서운해서. 이유없이 웅크리고 있으면 습관적으로 작아질 것 같아 이유를 붙인거지만, 이유는 분명치 않다. 가을 탄다는건 식상한데, 식상한 기운을 뿜으며 '나 가을타나봐.'라고 할 수 밖에 없는걸까.

 터덜터덜 집에 와 두유랑 빵을 먹다가 이것저것 먹어대기 시작하고 있는데 옥찌들이 들어닥쳤다. 옥찌는 나를 힐끔 쳐다보면서 '배신자, 혼자 밥 먹어?'라고 말했다. 아니, 이모가 어쩌고 입을 떼려고 하니까, 어서 밥을 내놓으라고 성화다. 민은 웬일로 들어오자마자 욕실로 가서 손을 씻는다. 별일도 다 있지. -알고보니 나중에 할 실험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아이들과 와글와글 떠들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유괴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서 가상 유인 상황에 대해 말을 했다. 옥찌는 똑부러지는 목소리로 어떻게 대처할지를 말했고-그래봤자, 안 돼요, 싫어요가 다였지만- 민은 주먹으로 때린다고 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원칙과 예외를 단순하게 설명해줬다. 내가 여러번 강조하자 옥찌는 '그만, 그만'이러면서 내 입을 막으려고 했다. 입을 막으면 밥을 못먹는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민이 눈을 반짝이며 '큰 이모도 볼거야?'라고 묻는다.
- 뭘?
- 지민이가 어린이집에서 실험했대.
- 무슨 실험?
- 밥 먹고 보여줄게. 얼른 먹어.

 그래서 동생이랑 난 열심히 밥을 먹었다. 상도 치우는둥 마는둥, 설겆이는 못버티겠는 사람이 하는걸로 하고 부랴부랴 서둘렀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거실에 앉아서 실험 도구를 설치해놓고 우릴 기다렸다. 마지막 행주질을 하는데 어찌나 보채는지, 배랑 뻥튀기를 가져가려고 하는데 어찌나 성화인지, 행여 실험을 시작해버리면 어쩌나 싶어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동생도 앉고, 나도 앉자 민은 다시 눈을 반짝였다.
- 잘 봐야해.
 우린 정말, 기대를 잔뜩했다. 글을 쓴 뒤 불에 비춰야 글씨가 나타난다거나, 뭔가 부글부글하더니 플라스틱을 만든다거나 아니면 근사한 뭔가, 뭔가, 대단한게 있을거야란 나름의 기대 말이다.
 지민이가 스틱 설탕 비슷해보이는 것의 종이를 잘랐다. 오, 실험 도구가 설탕 봉지에 들어있네.
- 이렇게 물을 떠와서 이걸 조금 넣는거야. 그리고 수저로 저어.
- 응, 그럼 어떻게 돼? 다른건 안 넣어?
- 조금만 기다려봐. 이렇게 수저로 잘 저어야해.
- 응.
조마조마하면서 수초간 기다리자,
- 봤지?
- 응?
- 녹았어.
- 응?
- 설탕이 녹았다고.
- 응?
 동생과 나는 바보들처럼 계속 응응을 연발했고, 정말 이게 실험의 다인지 확인하려고 급기야는 민의 가방에서 실험 방법이 써있는 교재를 찾아봤다. 우리와는 상관없이 옥찌들은 찰흙을 물 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 봐.
- 응?
- 안 녹아.
- 아......
 옥찌는 이런거 처음 봐서 좀 놀랬나보다란 눈짓을 민에게 보내더니 회심의 카드인 미역을 꺼내들었다. 작은 미역 조각은 애처롭게 비닐 봉지에 들어 있었다.
- 이건 물에 넣으면 색이 변해.
- 음......
- 봐봐.
 미역은 물기를 빨아들이더니 조금 커지고, 청록색으로 변했다.
대단한 실험을 마친 민은 남은 설탕을 먹다가 나한테 걸려서 생각의 의자에 앉을지, 뽀뽀로 깨끗이 끝낼지 딜을 해야만 했다.
 
 이유없이 울적했지만, 분명하게 즐거운 이유도 있으니까, 너무 깊게 머릴 수그리고 있지 말아야야겠어요. 누구누구도 그러길 바랄게요.

 
 어쩐지, 귀가 간지럽다 했어요. 왜 남 서재 가서 아치 포에버를 외치는지 살짝 궁금했지만,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고마워요. 내가 할 수 있는건 서재질 밖에 없지만, 오늘 가을 국화도 예쁘니까, 이걸 선물로 줄게요.

가을 국화에서는 어쩐지 낙엽 냄새가 나요.


얘는 남정

얘는 이샤시

이름이 뽀빠이래요.

제가 좋아하는 퓨마는 요샌 잘 안 나온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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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9-2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뽀빠이인 꽃은요 그 꽃보다 사진 자체가 예뻐요. 이렇게 찍는걸 뭐라 그러지? 꽃은 진하게 보이고 배경은 흐릿하게 보이는거요. 예뻐요.(아치 포에버 외친 1人)

뷰리풀말미잘 2009-09-29 13:15   좋아요 0 | URL
아웃 포커싱입니다. (아치 포에버 포스팅한 1人)

Arch 2009-09-29 13:19   좋아요 0 | URL
둘이 뭐야. (아치 포에버 외친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한 1人)
오늘은 미잘까지? 우리 낮계 묻어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9-29 13:29   좋아요 0 | URL
그런거 외치면 여기와서 댓글 달아야 하는거야?
근데........
나도 집에 해바라기 사서 꽂아두고 싶은데
왜 우리집에선 꽃이 하루 밖에 못살까요?
아치 혹시 아나요? ㅠ.ㅠ

(아치 포에버 덩달아 외친 1人)

Arch 2009-09-29 14:07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그런거 아닌데, 치치.
국화 장인 말에 의하면 락스를 물에 좀 타면 된다는데, 그러면 꽃이 아플 것 같고. 공기도 안 좋아질 것 같고. 해바라기가 왜 그럴까.

무해한모리군 2009-09-29 14:26   좋아요 0 | URL
응 저번에 오이지가 선물해준 화분은 하루만에 거짓말 처럼 잎이 다 떨어져버렸어요.
마치 누가 뜯어먹는 것처럼..
혹시 바퀴나 찐드기가 꽃잎도 먹을까요?

Forgettable. 2009-09-2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왜아치포에버인거에요? 나엄청 궁금했는데!

민은.. 역시나 엄청나게 귀엽네요. 나도 항상 세상을 처음 본다는듯이, 신기하다는듯이 보고싶은데-
전 울적할 이유도 있고, 어제 밤부터 지금까지 틈만나면 울고있어서 아치포에버 외치지 않았어요. 흑흑 소리지를 힘이 없다구여~ 용서해줘요 서재의 요정님-



2009-09-29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 웬만해선 사람들과 노래방을 가려고 하지 않는다. 무슨 고문도 아니고 한시간 동안 얄짤없이 누군가의 열창을 바라본다는건 노래를 잘하고 말고를 떠나 곤혹스럽다. 혼자 부르면 되지, 뭘 떼로 모여서 대체 왜 그런담 등등의 생각. 그래도 나로선 최선의 상태인 '사회화된 아치'인지라 탬버린을 들어 박자를 맞추고(혼자 엇박이다.) 선곡표를 뒤지는 흉내도 내며(이건 또 사전 찾은 버릇이 있어서 잘 찾는다. 요새야 신곡이랑 정렬방법이 섞여서 애매모호 하지만 내가 신곡을 알리가 없으니 뭐.) 가끔은 들썩거리면서 춤 비슷한걸 춰보기도 한다.
 내가 노래방에서 미친듯이 놀아본 경험은 한번으로 족했다. 가장 좋고 짜릿했을 때의 기억을 남겨두려면 허술한 것들에게 틈을 내주면 안 된다는, 약간 '틱'한 생각은 아마도 왜 굳이 노래방에서 놀아야되냐고, 다르게 놀면 안 되냐고 말하다 지칠쯤에 나온 것이었다.
 노래방에서 잠을 잔적도 있고, 실수인 듯 너무 고함을 질러대는 상대방의 노래를 끈적도 있다.(설마, 내가, 정말 그랬어란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살면서 점점 더 연기력이 좋아진다.) 노래 부르면서 사진이랑 동영상을 찍기도 했고, 아빠 선물로 테이프에 당신 애창곡을 불러서 녹음한적도 있다. 아빠의 단순 동작이지만 꽤 호응 좋은 춤사위를 따라해본적이 있고, 노래방에서 나처럼 자는 아빠를 밖으로 부축한적이 있다. 그러고보니 엄마의 애창곡은 몰라 열심히 번호만 눌렀고, 노래방용 맥주를 먹고 혼자 취해서 헤롱댄적도 있다. 테이블 위에 올라가본적도 있고, 노래방 집기 중 하나를 부순적도 있었다. 모두 모두 있었다.
 
 라주미힌님 서재에서 김동률의 '잔향'을 오랜만에 들었다. 문득 노래방 그 남자가 떠올랐다.(아, 화제의 급전환!)

 마르고 작고 단단했던 사람. 웃는게 그가 하는 대화의 전부인줄 알아서 그 나이에 숫기도 참 없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었다. 술 먹고 깔끔하게 집으로 가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자신들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종로 먹자 골목 깊숙한데 있던 노래방. 화장실은 여자 남자가 드나들 수 있고 주인은 보이지도 않는 파리라도 잡으러 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 우린 노래를 했다. 난 선곡표를 뒤지며 누군가 찌르듯이 '아치도 한곡'이란 소리를 어떻게 피할까 궁리했다. 털이 덥수룩한 남자가 친한척 나를 툭 건든다. 왜 그러냐니까 잘 보라고, 깜짝 놀랄거라고 했다.
 고개를 드니, 그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려고 폼을 잡고 있었다. 그런가보다. 아마 잘 생겼다면 시종일관 태연하진 않았을거다. 외모주의자같으니! 아무튼 다시 노래목록을 훍는다고 코를 박고 있는데,
 갑자기 김동률 목소리가 들리는거다. 그의 노래 귀향이었다.
 응? 노래방의 필살기는 후렴구의 고음처리인데 이 사람, 처음부터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점수를 먹고 간다. 고개를 들고, 그를 봤다. 그 남자, 나긋나긋 이어나가다 크게 내지른다. 노래방엔 그 흔한 반짝이 조명도 없었는데 그 사람 얼굴이 반짝인다. 그날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 전화 번호를 땄다. 펜과 종이라면 간단했을 것을 핸드폰에 저장한다 어쩐다 쑈를 하면서..

 아마도 난 순간의 느낌을 믿고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김동률 노래만 나오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생각난다. 이제는 아주 먼 시절 이야기가 되어서 차마, 아무런, 말도 건넬 수가 없다.


http://www.cyworld.com/seasidesun/97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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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09-27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동률이란 말이죠.. 흠..

머큐리 2009-09-2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동률이라...쉽지않은...흠

바람돌이 2009-09-2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살다보면 그렇게 누군가가 반짝반짝 빛나보일때가 있죠. ^^특정 순간에요.
노래도 못하는 저는 언제 그렇게 반짝여 보일때가 있을라나???/ ㅠ.ㅠ

Arch 2009-09-2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잘님과 머큐리님 뭐에요? ^^

바람돌이님, 바람돌이님은 모래요정이니까~ 항상 모래바람처럼 빛나지 않을까요?

비로그인 2009-09-2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동률이었군요...흠..

Arch 2009-09-27 22:09   좋아요 0 | URL
ㅋㅋ 아니에요.

다락방 2009-09-28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바뀐 퍼스나콘의 뒷모습 보이는 여자는 Arch님인거에요? 네?

Arch 2009-09-28 13:13   좋아요 0 | URL
네^^
 


1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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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9-26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보관함에 책이 달랑 두권이란 말인가요???

Arch 2009-09-27 00:13   좋아요 0 | URL
리스트를 새로 만들어서. 보관함에 책이 별로 없어요. 묵혀둔 책도 슬쩍 추가했어요.

순오기 2009-09-2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 살로메, 우리는 어디에서 어리로 가는가~~ 내가 엄청 좋아했지요.
빛바랜 그 옛날의 책을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Arch 2009-09-28 13:14   좋아요 0 | URL
^^
 
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예전에 가끔씩 패션 잡지를 봤다. 좋아했던 패션지는 BAZZAR와 W. 가끔씩 야한 설문조사나 기사가 있을 경우에 한해 코스모폴리탄을 보기도 했다. 물론 대개의 경우 코스모폴리탄의 글 수준은 저렴해서 타이틀에 뜬 혹하는 문구에 속은 내가 한심했지만.

 패션지를 보다 디자인이나 그림 등을 오려서 방에 붙였고, 트로피컬한 색채의 옷은 따로 스크랩을 해뒀다. 패션지가 갖는 소기의 목적인 아이템을 유행시키거나 좀 더 아름답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하는건 내게 해당되지 않았다. 내 경우엔 뷰티나 패션 쪽이 딴나라 얘기 같아서 주로 피처 기사만 봤기 때문이다.(도대체 한 시간 정도 공을 들여 하는 화장은 어떤건지 상상할 수가 없고, 옷을 살때면 돈 주고 샀다고 하면 창피할만한 것들만 구매하는 편이라.) 특히 인터뷰 기사나 책, 음반, 영화 소식도 좋았지만 에디터들의 독특한 시각이 담긴 기사를 더 좋아했다. 지금은 예전만큼 글 잘 쓰는 에디터가 없고, 거대한 패션지가 불러일으키는 종이 낭비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아니아니 실은 만병의 근원 게으름이 도져서 잡지를 잘 보지 않는다. 그 당시 이름만으로 글을 보기 시작했던 사람 중에 한명이 바로 피처 에디터인 김경이었다.

 나는 글에서 글 쓴 사람이 엿보이는걸 좋아한다. 객관적인 거리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나처럼 구구절절 늘어놓는 신상명세 보고서 같은게 아니라 글 안에서 반짝거리는 자신만의 생각이나 삶, 아픔의 흔적, 또렷한 개인적인 시선이 묻어나오길 바란다. 그렇다면 왠지 섬처럼 존재하는 사람들 사이를 얄팍하지만 튼튼한 다리로 연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글은 분명 그렇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의 경험과 신상 정보를 죄다 쏟아부으라는게 아니다. 케이블 텔레비전에선 연일 실명으로 애인을 뒤쫓고, 연인끼리 싸우고 얼짱이라면서 떠들어대고 있는데 굳이 책까지 그럴 이유는 없으니까. 알량한 신상따위는 가볍게 팔아버리고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만 동동, 그런데 아무도 알고 싶지 않은 '그런 자기 이야기' 말고, 주제와 관련있는 자기 이야기를 제법 멋들어지게 가공할줄 아는데다 그 안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대한 고민이 담겨진 글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이 쓴 글이 좋다. 그래서 김경의 글이 좋았다. 매달 소모되는 운명을 지닌 기사의 작은 일부라도 말이다.

 한겨레 신문에 '스타일 앤 더 시티'란 타이틀로 스타일에 대한 칼럼을 쓴 김경. 그녀가 그동안 쓴 칼럼을 책으로 냈었다. 알차고 야무지다. 김경은 '자기 주제'를 정확히 아는지라 자신이 보여줄 수 있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의 범위를 잘 안다. 오버하지 않는다는거다. 설레발치며 이것도 저것도 다 끌어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잘 알고, 자신있는 것만 얘기한다. 고군분투기를 얘기하거나 일반의 정서에 호소하진 않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의 여러 지층이 꽤 탄탄해지고 매혹적으로 변모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김경과 나는 여러모로 닮아있다.(저자와 나를 동일시하여 별거 없는 날 좀 더 괜찮게 보이고자 하는 의도? 맞다.) 우린 개혁당의 당원이었지만, 유시민이 개혁당을 열린 우리당으로 헌납하듯 가져갈 때 이름 바뀐 당에 들어가지 않았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과, 누군가의 '스타일'에 혹하고 열광하는 족속이라는 것. 누군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보다는 어떤 태도를 지니고, 어떻게 삶을 바라보는지를 더 좋아한다는 것. 나 좋으라고 하는 기부로 생색을 낸다는 것, 노브라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는 것,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토록 사소한 것에 우주를 담아내는 것이란 느낌을 공유한다는 것, 그리고 또 뭐가 있지? 이 책을 보면서 맞아요, 맞아. 나도 그렇다고 하면서 전적으로 동감을 표했던 부분들은 얼마나 많았는지.

 그녀의 글을 읽은 후로 난 몇가지 것들에 더 집착하게 됐다. 다다이스트 뒤샹의 '존재의 품격은 적당한 외면에서 나온다'란 짧은 명구랄지, 제인 버킨의 에티튜드나 스타일에 대한 생각, 누군가를 알기 위해선 그 사람의 방에 들어가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방 이론’.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낸시 랭을 다시 봤고, 아토 마우스에 대해 알게 되었다. 꽃다발은 어떻게 선물해야 가장 멋진지, 아라키라는 뼛속까지 사진작가인 사람, 양복을 센스있게 입는 방법, 플라멩코의 매력과 단 몇분의 오르가즘처럼 느껴지는 살사 추는 순간의 기록까지.

 알라디너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품절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인터넷이 있고, 한겨레21이 있다. 매혹적인 단독자들을 인터뷰한 김경의 다른 책 '싸이는 싸이이고, 김훈은 김훈이다'도 있다. 

http://h21.hani.co.kr/arti/COLUMN/53/?ing=n&sid=5&cline=90

  나는 그녀가 스페인에서 돌아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있는 힘껏 손을 뻗으면 아마도 그녀의 손을 꼭 잡을 수 있겠지. 그때까지 안녕. 아름다운 글쟁, 아니 잡문쟁이, 김경!

  미셸 투르니에, [흡혈귀의 비상] 중에서 (전에 썼던 페이퍼에 있던 구절. 몸으로 하는 공부의 서문에 씌어 있었다.)

'잡문'이라는 단어는 논쟁들, 지엽말단의 문학, 지나친 자유, 언어의 가치 하락에서 유래하는 폭력들로 이루어진 무질서한 총체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시기에 하나의 인격이 자신을 드러내고 활짝 피어나는 것은 오직 비정상을 통해서, 다시 말해서 그 사회와의 대립 속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잡문의 시기에는 천재성과 범죄성 사이에 불가피한 친화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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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9-25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경(의 글)을 좋아하는 군요...ㅎㅎ
아치에 대해 하나 더 알아가는 머쿠리..ㅋ

Arch 2009-09-25 13:00   좋아요 0 | URL
네. ^^ 근데 머쿠리라고 했다. 소쿠리도 아니고. 머쿠리! 오호~ 머큐리님 별명!!

무해한모리군 2009-09-2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개혁당의 당원이었지만, 유시민이 개혁당을 열린 우리당으로 헌납하듯 가져갈 때 이름 바뀐 당에 들어가지 않았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과, 누군가의 '스타일'에 혹하고 열광하는 족속이라는 것.

제가 언제나 동경하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그리 될 수 없는 --;;
아치에 대해 하나 더 안 휘모리.

Arch 2009-09-25 11:38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 댓글로 보는 알라디너의 '일하면서 즐기는 딴짓의 세계'란 글을 써봐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9-25 13:19   좋아요 0 | URL
열심히 일만 할때도 있다고! 담주는 바쁠 예정 ㅎ

그런데 정말 부러운거예요. 나는 스타일과 말한마디에 열정을 갖게되지 않거든.
한때 정말 궁금했어요.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흥겹게 하는가.
나는 왜 이리 무겁고 진지하게 밖에 안되는가 뭐 이런 ^^;;

Arch 2009-09-25 13:57   좋아요 0 | URL
스 타일은, (김경씨 글을 보면 더 잘 알겠지만) 단순하게 말 한마디나 포즈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스타일은 어떤 사람에 대해 말해주는 가장 직접적이고 간결한 표현이니까요. 본인이 자제하지만 삐져나오는 개인적 취향이나 그 사람의 삶과 감성, 느낌 등등을 스타일이란(옷을 잘입는다는 의미만은 아니니까) 말 안에 다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전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좋아요.

저도 주변에서 농담과 진담을 구분 못해서 맹추같다는 소리를 듣는데다 혼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 난 대체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답은 없는 것 같아요. 엉덩이가 무거워서인 것 같아 엉덩이 살을 좀 뺄까하는 생각 정도만(안 웃기다. 흑) 휘모리님. 생각에 틈을 내면, 괜찮지 않을까요. 자신의 틀을 재배치하면. 그리고 휘모리님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벼운 사람일 수 있어요.

2013-06-12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S러버

 빈약한 지역 극장 프로그램 일정상 심야 영화로 '해운대'를 보러 간 날이었다. 극장까지 통화를 하던 H가 극장에 왔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1초도 안 돼
- 너 야한거 보러 왔지.
라고 했다. 그래서 본 영화이다. 이왕 야한거 보는 사람으로 찍혔으면 봐줘야할 것 같단 의무감은 아니고, 난 야한게 좋으니까. 그래도 명색이 극장까지 나와서 영화를 보는데 어떤 영화인지는 알아야겠기에 평점을 봤다. 악랄한 평이 많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배우인 애쉬튼 커처의 몸은 훌륭하단 아쉬움 묻어나는 구구절절 자진모리 장단.
 10시 20분인데 극장에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에 이 영화를 보는건 나 혼자다. 뒤쪽 영사실에 직원 한분과. 낯뜨거웠을까. 아니, 흐뭇했다. 팝콘 먹는 소리, 속닥거리고, 핸드폰 여닫는 소리, 핸드폰 불빛,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움직임 등등을 전혀 보거나 듣지 않아도 됐으니까. 휘핑크림을 잔뜩 넣은 커피를 꿀꺽꿀꺽 삼키며 얼음을 오드득 오드득 씹으며 영화를 봤다. 나, 혼자서.
 영화는 생각보다 야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특히 이런 부분?
 손끝으로 살살 간지럽히던 손이 가슴 끝을 톡하고 건드린다. 그러자 헤더(마가리타 레비에바, 유진과 제시카 알바를 닮았다.)가 서두르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남자는 '저 저, 귀여운 얼굴'로 약간 당혹해하더니 꼭 끌어안는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 또 끌어안는다.



  영화를 본 후 이 그림을 따려고 사이트들을 검색하다가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남자는 밤일 잘 해도 소용없다'란 말이 쓰인걸 봤다. 비스티 보이즈에서도 그랬지만 (그러고보니 윤종빈과 데이빗 맥킨지는 전작과 그 후의 작품 느낌이 약간 비슷하다.) 여자를 등쳐먹는 남자들이 나오는 영화는 불행한 결말을 맺는다. 왜 그럴까. 나쁜 남자의 말로는 그 정도로 해줘야 대개의 여성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설마.

 누구에게나 젊음은 찰나이고, 젊음이란 자원을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건 순간이지만 사회와 영화는 왜 남자들에게 더 가혹할까. 혹시 그들은 몸을 자원(뭔들 아니겠냐만)으로 누군가에게 기생하는 삶에 대해 젋은 남성들에게 경고하는건 아닐까. 반대편에 있는 여성들에겐 더더욱 외모 가꾸기에 열중하도록 독려하고 말이다. 아찔한 이분법일까. 하지만 소위 말하는 이쁜이 수술까지 하는 사만다(앤 헤이시)를 보자 재력과 미모와 지성까지 겸비했으나 늙은 여자가 의지할건 젊은 남자의 사랑 운운이란데서 좀 더 의욕한 생각이 들고야 말았다.

  가난하고 젊은 사람들(물론 아름다운)이 몸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부의 재분배, 내가 좋아하는 여자의 가슴, 설마 여기까지 와놓고 해피엔딩을 생각한건 아니겠지란 감독의 배짱, 멜빵이 잘 어울리는 남자 애쉬튼 커처.(난 그게 다였다. 도무지 내가 좋아할만한 스타일이 아니다.) 끝내주는 영화라던가 너무너무 재미있어요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가는 소리를 만끽하는 혼자만의 영화관' 효과가 더 크긴 했지만.



* 그래서 연애를 한다.

꼴 사나웠다. 의사가 증상을 말해보라는 소리에
- 머리가 자주, 많이 빠지며, 생리가 지 맘대로 오고, 기미 비슷한게 생기려고 한다. 비염이 있고, 가끔 어지럽다.
라고 한건.
 의사가 장난꾸러기처럼, 자, 뭐든지 말해봐요란 표정을 지어서였다. 뱉어놓고보니 참담했다. 내가 먼저 스트레스 때문이죠?라고 물었다. 의사는 나와만 나누는 이야기인듯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착실한 학생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잠을 많이 자야겠다며 웅얼거렸다.

 그래서였다.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건. 더 늙고, 더 귀찮아지기 전에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뭣도 해야하고, 뭣도 해야하는데 며칠동안 이 남자만 바라보고 있다. 아니, 김해연과 이정희, 여옥이만 보고 있다. ‘삼나무 높은 우듬지까지 올라가본 까마귀, 다시는 뜰로 내려앉지 않는 법이죠’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라는 데미안의 구절과 닮아 있다. ‘사랑 따위는 한번도 해보지 못한 자의 시시한 표정이로군.’은 또 어떤가.(이 페이퍼는 이제 막 주인공이 사건에 휩싸이기 시작한 즈음에 썼다. 거의 다 읽어가는 지금은 도저히 이런 명랑한 느낌을 상상할 수 없다.)

  <밤은 노래한다> 누군가 리뷰에서 그랬다. 김연수 소설은 대학 시절,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멋들어지게 하는 오빠를 닮았다고. 맞다. 그래서 좋다. 말 한마디 허투로 내뱉는 법 없이, 어떻게 하면 요 녀석이 눈을 휘둥그레하며 자기 말을 들어줄지 잘 아는 오빠. 작가는 으름장 놓듯이 아이를 곯리는 어른과 닮아있다. 어른은 말 한마디로 끝내지만 작가는 더 많은 얘기를 들려준다. 놀랬던 아이는 그만 약올리는게 아닌가 싶은 말들을 곱씹다가 하오더, 씨아오, 이 씨아오(좋습니다. 웃어요, 웃어)라고 말하는 이 작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걸 안다. ‘그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일이었다.’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내 경험을 좀 더 객관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그런 방법이 있기는 한걸까. 고민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글로리아 스타이넘과의 데이트는 어떨까. 그녀가 플레이보이의 바니걸에 위장 취업을 해서 기록한 내용을 보고선 나 역시 위장취업이 아니라, 생계형 일이었지만, 감정노동과 남성에게 시각적으로 만족을 주는 업에 종사하는건 어떤건지에 대해 써보고 싶어졌다. 나의 연인은 가만히 앉아서 밥을 잘 먹고 있는지 물어보기만 하는걸 연애라고 생각하는 청맹과니는 아닌거다.



<뷰티풀 몬스터>  벌써 며칠째 리뷰만 수정하고 있다. 소설도 인문사회과학책도 읽기 싫은 밤, 김경은 귀퉁이에서 꼬물대다 내게 찾아왔다. (그러고보니 김연수와 김경은 아는 사이였단 내용의 글을 어디서 읽은 것 같기도 하다. 정혜윤이었던가? 그게 중요한건 아닌데 좀 궁금하다.) 씩씩하고 예민한 그녀. 그녀와 데이트를 하면 쉴 틈이 없다. 핫하고 엣지있는 장소로 놀러다니고, 쿨한 사람들을 만나느라 바쁜게 아니다. 바로 그녀, 그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듯 모를듯, 한달 수명인 잡지처럼 유한하지만, 그녀가 즐겨 인용하는 짧은 글귀들처럼 오랫동안 남을만한 인상을 지닌 그녀 때문이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지치지 않는다. 날 뜨겁게 만들고, 긴장하게 만드는 사람. 멋으로 하는 자선 활동이라도 그녀처럼 한다면 폼이 나고, 그녀를 매개로 열리는 세상에 한발짝이라도 내딛고 싶어 안달이 날 것이다.



* 추천은 누가 할까.

  로그아웃 상태에서 추천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느닷없이 추천수가 많아졌다. 그건 다른 서재도 비슷하다. 예전엔 내 서재에 누군가 나타나 흔적을 남기기만을 간절히 바랄 때가 있었다. 그땐 아무도 찾지 않는, 불통의 느낌이 답답해서 더 악착같이 페이퍼를 썼다. (괜한 똥힘줄!) 물론 시간도 많았다. 지금은 하루 일과가 꽉 짜여져서 일할 때 잠깐씩 들어와 댓글을 남기는거 말고는 시간을 내서 글을 쓰기가 어렵다. 물론, 하나를 올리더라도 제대로 쓰고 싶은 욕심도 있겠지만.
  추천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가끔은 이 글이 이렇게 추천받을만한가란 의문에 휩싸이기도 하고, 누군가 여러 컴퓨터를 돌아가면서 추천하는건 아닐까란 의심도 들고, 에 또, 가끔 무의식적으로 내가 추천을 누르는건 아닐까란 등등의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살짝 '누구세요'라고 물어보고 싶다.

 '누구세요, 거, 기, 있나요?'



*  추분인 어제, 어제 올렸어야할 페이퍼였다.

 과로와 감기로 올릴 수 없었다는건 뻥이고, S러버에 괜히 꽂혀서 과욕을 부리며 더 써, 더 써, 하다가 그만.

 



  이제, 곧 밤이 긴 날들이 올거야. 당분간 버스 앞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긴 어렵겠지. 저녁에 내다보는 풍경은 그런 집이 하나도 없는데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할 것처럼 아늑하고 평화로웠다.

 꾸벅꾸벅 졸며 반쯤 감긴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디 안 갈테니까 천천히 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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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날리 2009-09-25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s Anybody Out There?"
"저욧!"

Arch 2009-09-25 01:25   좋아요 0 | URL
알고 있어요^^ 밤에 오는 손님

뷰리풀말미잘 2009-09-25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두통 젠장. 또 아침이에요.

Forgettable. 2009-09-25 09:18   좋아요 0 | URL
내말이요 내말이 -_-

Arch 2009-09-25 09:36   좋아요 0 | URL
둘이 모야?

뷰리풀말미잘 2009-09-25 12:27   좋아요 0 | URL
아치 팬클럽이랄까..

Arch 2009-09-25 12:56   좋아요 0 | URL
아침에 부리는 그거그거를 팬심으로 봐야해요? 뭐야~

Forgettable. 2009-09-26 01:25   좋아요 0 | URL
팬심으로 봐주세요, 플리즈-
(내가 써놓고 웃는다 ㅎㅎ)

Arch 2009-09-26 10:49   좋아요 0 | URL
그때까지 안 자고 뭐한거에요! ^^

머큐리 2009-09-25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일 전 중고샾에서 글로리아 스타이넘 평전을 구입하고 어제 잠깐 서문을 읽다가...
두께와 페미니즘적이지 않는 내가 왜 자꾸 페미니스트에게 관심을 갖는지 고민했는데..ㅎㅎ

Arch 2009-09-25 09:27   좋아요 0 | URL
뭔가 간지러운데 손이 닿는 곳이 아니라 긁을 수 없어서가 아닐까요? 유연성을 기르거나 등긁개를 가져오면 간단할 것을. 그렇죠?

2009-09-25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25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25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25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25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09-2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제가 추천하나를 더 누르고.

저도 S러버 봤는데 리뷰를 써야지 생각만 하고 안쓰고 있어요. 저는 그 영화가 [어글리 트루스]보다 훨씬 좋았거든요. 물론 누가 저더러 비교하라고 한건 아니지만.

저에게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 돈많고 나이도 많은 여자가 남자의 변심을 눈치채며(우리 여자들은 그런 눈치 하나는 빠르잖아요!!)"너 지금 누구랑 자니!" 하고 슬프게 울부짖었던 거랑, 급기야 수술까지 해버리는 장면이었어요. 남자가 돌아선 건 그녀가 수술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데, 그래서가 아닌데 말이죠.

젊음은 찰나이고 순간이며, 마찬가지로 '잘 나가는 것'도 찰나이며 순간이죠. 전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할말이 아주 많은 것 같아서 리뷰를 쓸라고 했는데, 왜 그럴때 있잖아요, 귀찮을 때. 그래서 미루고 있어요. 귀찮을 때 글 쓰면 엉망의 글이 나오더라구요, 제 경우엔.

Arch님 보니까 좋은데요. 전 어쩐지 괜찮은 하루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네, 연애합시다 우리. 난 자꾸 포악해지는게 이젠 좀 해야할 때가 된 것 같아요.

Arch 2009-09-25 09:36   좋아요 0 | URL
봤을거라 생각했어요. 이걸 다락방님과 내가 안 보면 누가 보겠어~ 란 생각은 아주아주 잠깐 했어요.
여남 문제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스타일 때문인 것 같단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아마 헤더가 나이가 들었다면 좀 다른 사랑을 했을것 같고.

나도 귀찮았는데, 그래서 엉망이지만, 쓰고 싶었어요. 자랑 좀 하고 싶었달까. 으음, 생생하게 피가 도는 사람 말고도 우리가 연애할건 얼마나 많은지.

무해한모리군 2009-09-2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 엉덩이가 잔뜩 나온다는 소문을 접수하고 저도 얼른 가서 보려는 중입니다.
토요일 아침에 팝콘 잔뜩 들고가서 혼자보겠어요.

전 김연수가 더이상 대학시절의 멋진 선배의 한마디 같은 말을 내뱉지 않을 때를 기대하고 있어요.
더 스산해지지 말고 더 따스한 쪽으로 나이들어 가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감성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잘 통하는 남자를 거의 만나본 적이 없어요. 왠지 모르겠어요.

Arch 2009-09-25 11:47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에 이어 엉덩이쟁이^^
그는 약간 무생물처럼 나와요. 그래서 전, 추적의 주드 로가 더 좋답니다.
아직은 좋고, 아무래도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변하더라도 전 김연수씨가 좋을거에요.

감정노동? 당연하게 받아온거니까 그렇죠. 그런데 이건 젠더보다 섹슈얼리티의 문제 같다는 생각도 해봐요.

다락방 2009-09-25 13:46   좋아요 0 | URL
아 휘모리님은 보고 나서 어떤걸 느끼실지 궁금해요. 팝콘 잔뜩 들고 그의 엉덩이와 길다란 몸과 여자들의 가슴도 보시고 나서 감상 써주세요, 휘모리님!


(요즘 알라딘은 휘모리,Arch,다락방의 댓글로 가득 차는군요!)

Arch 2009-09-25 13:57   좋아요 0 | URL
전 빼주세요. 일할거에요.(정말?)

다락방 2009-09-25 15:55   좋아요 0 | URL
아 이런. Arch님도 휘모리님도 일하러 갔나보구나...

2009-09-26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26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