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대접하는 서영남 전직 수사 이야기
서영남 지음 / 휴(休)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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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 류시화,「민들레」에서 


 며칠 전, 우리 집 마당에 민들레꽃이 피었다. 심은 적도 없건만 대체 어디에서 씨앗이 날아온 것인지, 민들레 녀석이 잔디들 사이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노랗게 웃고 있다. 그 옆으로 솜사탕 모양의 민들레 씨앗이 있기에, 그것을 따다 볼에 바람을 가득 넣어 후~하고 불어보았다. 씨앗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을 타고 넘실넘실, 바람개비처럼 날아갔다. 어쩌면 그리도 잘 날아가는지. 우리 집에 소리 없이 날아와 꽃을 피웠던 것처럼 우리 이웃집에도 그렇게 날아가 노랗게 꽃을 피우겠지.

 내가 <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와 만난 것은, 단지 우연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에 우리 집 마당에 찾아온 민들레꽃, 한번 읽어보라며 이 책을 선물해준 아빠.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고 하지 않나. 이 책의 저자 서영남 수사와 민들레 국수집의 인연도 단지 우연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이유 없이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서영남 수사, 아무런 이유 없이 봄이 되면 꽃을 피우는 민들레꽃.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개인의 자발적인 나눔만을 받는 서영남 수사, 높지도 낮지도 않게 세상의 강을 건너는 민들레 씨앗.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다.

p.14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데 이유는 없다. 
봄이 되면 노랗게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우연이 겹치면 필연, 작은 '기부'가 모이면 큰 '기적'이 된다. 지하철 동인천역 근처 화수동 골목길, 꽃섬고개에서는 기적이 매일같이 이루어진다. 거짓말 같은 기적이, 매일같이 이루어지는 그곳은 바로 '민들레 국수집'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배고픈 이들이 마음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민들레 국수집을 연 서영남 수사와 역시 아무런 이유도 조건도 없이 민들레 국수집에 김치며 고구마며 보내주시는 분들이 그 기적을 만들어낸 주인공들이다. 

 무한한 경쟁의 시대인 지금은, 하루하루가 꼭 전쟁터 같다.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위치에 서기 위해서 끊임없이 경쟁하는 시대에,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은 낙오자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 이들에게 민들레 국수집은 단지 밥 한 그릇이 아니라 '사랑'과 '희망'을 대접한다. 혼자서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다가 지쳐버린 그들에게, 어려운 사람들을 기꺼이 돕는 이웃이 있음을 알게 하고, 자신에게도 비빌 언덕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p.17 2003년 3월 초에 국수집 준비를 시작하면서
4월 1일 만우절을 문 여는 날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거짓말 같은 일이 있다는 것을,
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대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세상에 누군들 잘살고 싶지 않을까! 잘 살기 싫어서 못 사는 것이 아니다.

 잘 살고 싶었으나, 잘 살지 못하게 된 이들을 보듬고 따뜻한 체온을 나눈다. 볏단처럼 서로에게 기대어 겨울을 난다. 언젠가 따스한 봄이 올 거라 믿으며. 자신도 어려운 처지이면서 '콩 한쪽도 나눠먹자'는 마음으로 자기 것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봄은 오지 않고는 못 배길듯하다. 폐지를 모아 고물상에 판 돈을 전부 내주신 용자 할머니,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수익의 거의 전부를 내놓으면서도 "하느님만 아시면 돼요" 라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서영남 수사의 아내 베로니카, 쌀·계란·라면 등을 보내주면서도 이름을 알리지 않은 사람, 살림이 궁하지만 아낌없이 주기를 좋아하는 빵할머니, 그들이 모두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볏단이다.

 가난하지만 사랑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지금, 멋진 패자부활전을 준비 중이다. 치열한 경쟁에 부대껴 실패하고 좌절했었지만, 이제는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진득하게 기다려주는 민들레 식구들이 있다.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언제까지나 기다려주는 민들레 식구들이 있어 그들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것이다.   

p.239 10년 넘게 감옥에 갇힌 형제들을 돌보고,
수년간 민들레 국수집에서 수많은 손님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도 오직 사랑,
부드럽고 따뜻한 사랑만이 사람을 변화하게 하고 희망을 꿈꾸게 한다는 사실이다.   

 오갈 데 없는 노숙자들에게 밥을 먹여주고, 집을 제공해 주고, 가족이 되어주고도 무얼 더 해주지 못해 고민하는 서영남 수사를 필두로 많은 이들이 민들레 국수집의 선행에 동참하고 있다. 언젠가 '릴레이 선행'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이야기였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어떤 승용차 한 대가 자신의 통행료를 내면서, 뒤에 오는 차의 통행료까지 내주고 톨게이트를 떠났다. 뒤차가 톨게이트에 이르러 통행료를 내려고 하자, 톨게이트 직원은 앞차가 이미 통행료를 지불했으니 그냥 가라고 하였다. 앞차의 선심에 기분이 좋아진 그 사람은 자신이 내야 할 통행료를 그대로 뒤차를 위해 내고 톨게이트를 떠났다. 그 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는데, 그 다음 차, 또 그 다음다음 차도 자신이 내야 할 통행료를 뒤차를 위해 냈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일은 온종일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사람의 작은 선행으로 인해 그날 톨게이트를 지나는 운전자들은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 사람의 작은 선행은, 도미노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어져 작은 행복을 만들어냈다. 

 서영남 수사로 인해 또 하나의 선행 도미노가 시작된 것 같다. 부디 그 도미노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름다운 양심을 자극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을 배우고, 감동이 넘치는 삶에 도전하고,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일이, 민들레 씨앗처럼 멀리 멀리 퍼졌으면 좋겠다. 착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도미노 한 조각 한 조각이 모여 그 기적 같은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착한 도미노가 민들레 씨앗처럼 퍼지는 세상, 그것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   

p.233 '그래, 세상은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 때문에 돌아가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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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5-25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들레 씨앗의 바람타고 여기저기 뿌려진다면 또하나의 기적은 정말 이루어질 것 같아요.^^
서로 돕는 사회가 된다면 정말 좋겠어요.^^

어느멋진날 2010-05-25 17: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정말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좀 더 웃을 수 있는 그런 사회요.^^
작은 기적이 모인다면 꼭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거라 믿어요.

stella.K 2010-05-26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으로는 읽지 못했지만 TV에서 봤어요.
이런 사람들 보면 아,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하구나 싶어요.
정말 님 말씀마따나 민들레 씨앗처럼 멀리 멀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어느멋진날 2010-05-26 13:22   좋아요 0 | URL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주는 것 같아요.
이런 분들이 많아진다면 정말 멋진 세상이 될 텐데요.
그런 착한 마음들이 멀리 멀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5-3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국수집 이야기는 신문과 방송에도 몇 번 나온 걸 봤어요.

어느멋진날 2010-05-30 11:10   좋아요 0 | URL
네~인간극장에도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그 후로 사람들한테 많이 알려져서 기부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하네요. 민들레 국수집도 더 커졌구요.ㅎㅎ

미미달 2010-06-0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 참 정겨워요. 민들레 국수집 :)

어느멋진날 2010-06-03 20: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참 정겹고 예쁜 이름 같아요^^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 기적을 이루는 그곳의 이름과 정말 잘 맞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