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때 느끼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머릿속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책 속에 글로 묘사된 어떤 것들을, 내 머릿속에 그림으로 가득 채우는 것.
『내 심장을 쏴라』를 읽으면서는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제 붓이 더 분주해졌어요.
인물들의 성격을 뚜렷이 잡아놓아, 머릿속에 그리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책을 읽는 동안,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머릿속에 그린 주인공들을 데리고 영화를 한 편 찍는 것 같아요. 책을 영화로 제작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미 독자들은 책을 읽는 동안,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영화를 본 것입니다." 라고 대답한 어느 작가의 말처럼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저 역시 제가 캐스팅한 주인공들을 데리고 영화 한 편 찍었답니다.
제가 머릿속에 그린 그림엔, '이 배우가 이 역할을 하면 '딱'이겠다!' 싶은 것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상상해 본 『내 심장을 쏴라』의 내 멋대로 캐스팅!!
감독: 어느멋진날
캐스팅: 어느멋진날
내 맘대로 캐스팅!
1. 승민- 이필립
정신병동에는 두부류가 있다고 한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친 자. 후자에 속하는 승민이 그냥 얌전히 갇혀 지낼 리 만무하다. 세상 모두가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어도 그래도 자신의 길을 걸어갈 용기 있는 승민이기 때문이다.
이필립이라는 배우는 태왕사신기에서 처음 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기억에 남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남자이야기에 도재명을 연기하는 것을 보고는 반해버렸다. 우수에 찬 눈빛과 자연스레 내뿜는 카리스마가 '승민'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딱'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해 나가는 배우 '이필립'에 대한 사심이 무한히 반영되었음을 밝힌다.
2. 이수명-류덕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은 미스 리(수명)을 위해 만들어진 말은 아닐까. 나약하기만 한 수명. 그러나 결국은 자신의 인생을 찾기로 한다. 승민과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환상의 콤비로 많은 웃음과 가슴 벅찬 깨달음을 주는 캐릭터.
승민과는 달리 사실 캐스팅 하기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전에는 '별을낚는어부'로 지금은 '컨츄리맨'으로 활동하고 계신 알라디너의 도움을 받아, 류덕환이라는 배우를 생각해 냈다. 항상 고마워용~~^ㅡ^
류덕환은 1987년 생으로 내 호적 나이와 동일하고, 실제 내 나이와는 한 살 차이나는, 연륜이 있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동막골에서나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보여준 연기는 쟁쟁한 배우들한테도 부족함이 없었다. 대사보다는 표정과 감정선의 연기가 많이 필요한 수명이란 캐릭터를 맡아내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3. 만식씨(또별)- 이문식
언제나 승민의 등 뒤에 붙어 다니는 또별 만식씨. 밤 사이 자신의 기억을 양들이 물어 뜯어가도, 또별을 데리고 무대로 컴백하는 꿈을 버리지 않는 만식씨.
승민의 등 뒤에 매달려 귀찮게 해도 미워 할 수 없는 만식씨다. 어떨 땐 사랑스럽기까지 한 만식씨의 역할에 배우 이문식이 안성맞춤일 것 같다.
진짜 배우 이문식. 어떤 역할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보는 사람들에 웃음을 안겨주는 그가 또별이 된다면 어떨까.
4. 최기훈- 차인표
정신병동의 절대 카리스마 최기훈! 잔인한 듯 하면서도 온화하고, 차가운 듯 하면서도 따듯한 복합다면적인 캐릭터.
약한 자를 위할 줄도 알면서 때로는 폭력으로 사태를 진압하기도 하는 매력적인 이 캐릭터를 차인표가 한다면 매력은 두 배가 될 것 같다.
바른 사나이 차인표. 바른 이미지 때문에 자기 나름대로는 핸디캡도 있겠지만, 그것이 차인표라는 배우가 가진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악역을 맡아도, 아니야, 그렇게 나쁜 캐릭터는 아닐 거야, 하는 믿음이 절로 생기게 하는 차인표. 믿는 구석을 만들어 주는 차인표가 최기훈을 만난다면...
최고의 만남이 아닐지^^
『내 심장을 쏴라』는 개인적으로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영상화 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 생각해요.
언젠가 드라마로 만나기를 바라며, 내가 감독이 되어 배우들을 캐스팅해보았어요.
나는 또 다른 책의 감독이 되어 캐스팅을 하겠지요.
책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인 내 머릿속에 그림 그리기를 나는 계속 할 것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