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한국문학을 멀리하는 습관이 들었다. 이유 없이 그냥 손에 안잡혀졌다고나 할까.

황정은이란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왠지 그로테스크한 소설을 쓰는 나랑 안 맞는 젊은 작가.이런 선입견이 왜 생겼는지는 알 수 없고, 아마도 어떤 소설을 읽으려다 말았던 경험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황순원 문학상 작품집에 있던 <웃는 남자>를 읽고

어, 좀 내 과인걸.

했었고, <상류엔 맹금류>를 읽으니 앞으로 계속 읽어도 되겠다 싶다.

 살아간다는 것이, 가족으로 인연 맺었거나, 연인으로 인연 맺는 일 같은 것들이

지속하거나, 단절되었을 때 느껴지는 사사롭지만 무거운 그런 감정들을 

가벼운 쓸쓸함으로 적당히 부려놓았다. 무심해서 좋았다.

 

금요일은 늘 너무 피곤하다. 퇴근하자마자 집에 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 뿐. 어제부터 돈키호테를 하루 두 시간 정도 읽기로 작심. 어제 처음 시작했는데 왠걸 두 시간도 더 읽고 싶었다. 생각보다 훨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예전에 한 권 짜리 읽으면서는 지루하다는 생각으로 그냥 읽어 치운 느낌이었는데, 이번 것은 두꺼워도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참하고 다니며 더 빨리 읽고 싶은데, 부피와 두께가 가지고 다니다간 몸살 날 것 같다.

 

 

 

 

 

 

 

 

 

 

 

 

 

 

올 해부터 여행모임에서 생일모임을 1박 2일로 하자고 결의. 이미 한 번은 안국역에서 1박을 했었고, 이번 주말엔 부산에 가서 1박을 하기로. 넷이지만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엔 어찌 하다보니 순식간에 결정이 되었다. 여행지에서 읽을 책 두 권은 미리 챙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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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7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7 14:40   좋아요 0 | URL
저도 창비 팟캐 황정은 목소리 어투 다 좋았어요ㅎㅎ
앞으로 8년정도 후면 애없이 일박이일 가능하시겠져?ㅋㅋ

보슬비 2016-10-07 14:40   좋아요 0 | URL
저도 뜬금없이 2014년 젊은작가상 읽었는데, 쑥님의 글을 읽으니 반가웠어요. 저 역시 한국문학은 잘 안찾게 되는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장르쪽을 좋아하다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고..^^;;

2016-10-07 15:17   좋아요 0 | URL
습관인거 같아요. 읽는 것만 읽게 되더라구요. 취향이기도 하고~^^;;

지금행복하자 2016-10-07 20:47   좋아요 0 | URL
일부러라도 찾아 읽어야 하는데 솔직히 쉽지는 않아요..
책보다 친구들이랑 1박2일 여행이 더 부러워요~

수이 2016-10-08 00:03   좋아요 0 | URL
저도 여행 더 부럽 ㅠㅠ 잘 다녀오세요~ :)
 

무엇이 작품이고 무엇이 작품이 아닌가. 어제의 화두이다. 친구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눈 이야기였는데, 스티븐 킹의 소설과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이 그 대상이었다. 나는 스티븐 킹의 소설이라면 <스탠 바이 미>밖에 읽지 않았으므로 적극적으로 동의를 하기는 어려웠지만, 스티븐 킹의 소설이라는 그 느낌만은 알고 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인 드라마들을 워낙 재미있게 봐 왔으니. 드라마로 말하더라도 스티븐 킹의 이야기는 완벽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에 따른 흡입력이 내가 생각하는 스티븐 킹의 이미지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히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는데, 사실 그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심지어 그 유명한 소설 제목인 <빅 픽처>도 생각나지 않아서, 검색해서 알려줄게 친구야. 했던 더글러스 케네디.

 

오늘 검색하려고 알라딘 검색창에 써넣은 이름은 마이클 더글러스이다. 몇 번 헛발질을 하다가 어쨌든 더글러스 케네디라는 이름을 찾았고, 한 여름 미쳐서 읽었던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들을 검색해보았다. 기분에 너댓권 읽은 것 같은데 아마도 아래 세 권 정도인 듯.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었는데 일단 번역 된 작품수가 많았고 한결같이 너덜너덜 했으며 읽고 싶은 책은 늘 대출중이었던 기억.

 

<빅 픽처>, <위험한 관계>,<모멘트>

 

 

 

 

 

 

 

내가 친구에게 추천해준 책은 <위험한 관계>이다. 여자의 심리를 특히 산후 우울증을 앓는 부분을 어찌나 섬세히 잘 묘사했는지 더글러스가 출산의 경험이 있나 의심해봤을 정도였고 읽은지 몇 년 되었지만 정말 생생하게 기억나는 작품이다. 이번 기회에 더글러스 케네디의 이력을 조금 검색했더니, 참 이 사람 하루키 다음으로 부러운 사람이었다. 미국에서 성장하여 런던에서 살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 나오는 소설들 마다 속속 베스트셀러가 되고, 런던, 파리, 몰타에 집이 있어 세 군데를 오가며 산단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희곡이었고 자기 극단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세계 50여개국을 여행하며 여행기를 쓰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력의 소유자. 내가 가진 이미지 잘 나가는 미국인,은 맞지만 활동 근거지와 소설을 쓰는 마인드는 미국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겠다.

 

알라딘 판매량 순으로 검색하니 빅픽처- 모멘트- 픽업- 빅 퀘스천- 템테이션- 비트레이얼- 더잡 -위험한 관계-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 파리 5구의 여인= 파이브데이즈- 행복의 추구- 리빙 더 월드 순이다. 일단 14권이 번역된 걸로.  

 

 

 

 

 

 

 

 

무엇이 작품이고 무엇이 작품이 아닌가를 이야기하며 더글러스 케네디를 떠올린 것은 스티븐 킹과 같은 맥락에서 작품이 아니다 (라고 하기엔 좀 미안한 감이) 쪽에 비중을 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예술성을 추구했다기 보다 재미를 추구했다는 이유이다. 그러면 예술성은 무엇이고 재미는 무엇인가. 예술성을 기반한 재미는 있을 수 없는가, 과연 스티븐 킹이나 더글러스 케네디가 예술성이 없는 재미만을 추구했는가 하는 것은 몇 작품을 더 읽고 따져 볼 일이다. 어쨌든 공장에서 매뉴얼에 맞춰 대량 생산 되긴 하였지만, 집에서 공들여 만든 수제과자보다 맛있다면 고객은 맛있는 쪽에 손이 더 가게 마련이다. 유쾌하고 속시원한 독서경험이 보장된 더글러스 케네디의 작품을 일단 더 읽어 보는 걸로. 가장 최근에 나온 픽업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10월 6일

 

내려야 할 시간이 되어 친구와 이야기를 길게 나누진 못했는데, 결국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은 스티븐 킹이나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과는 다른 류라는 것이다. 다르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긴데, 다니자키 준이치의 <미친 사랑>은 한 남자의 자기 아내와의 사랑에 대한 고백체 소설이다. 잘 짜여진 구조 안에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킹류의 소설들에 비하면 지리멸렬에 지지부진한 찌질함이 있지만 다 읽고 나면 아, 참 멋있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하나의 예술작품을 감상한 느낌. 좋은 작품은 감동을 준다. 라는 말에 대입을 해보면 사실 <미친 사랑>을 읽고 감동을 받진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건 작품이다에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것은 한 시대의 인간과 사회적 정경을 잘 담았고, 그것이 세월이 흘러 지금에 읽는 우리들에게도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억지 이야기 같은데 어쩐지 이해가 되는...잘 만들어진 것과 그 자체로 존재했던 것 같은 인공미와 자연미의 차이를 느꼈다면 킹의 소설과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 비교가 될 수 있을까.

 

 

 

 

 

 

 

 

더글러스 케네디의 유일한 단편집인 ,<픽업>의 단편들도 몇 편 읽었는데 장편 만큼 그렇게 재밌지 않았다. 소설가가 아닌 기술자가 쓰는 느낌. 그런데 왜 프랑스 독자들은 그에게 열광을 하는 것일까. 궁금한 대목이다.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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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16-10-06 13:5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쑥님 서재에는 처음 와 봅니다.
친구분과 나누신 대화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알 수 있을까요?

2016-10-07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맹이 2016-10-06 22:55   좋아요 0 | URL
마이클 더글라스라니 ㅋㅋㅋㅋㅋㅋ 내가 추천하는 건 빅픽처 위험한 관계 템테이션 정도..그 정도 읽고 나면 다 똑같은 듯 ㅎ

2016-10-07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침 햇살 속의 금잔화

겹금잔화쯤 될 것 같은데 백일홍과 친구인 느낌.

피기 전에 꽃잎이 펴져 있지 않은 모습이..

아침 저녁 바람이 넘 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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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2016년 10월 6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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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월 꼬박 사흘을 집에서만 복작거렸더니 거의 질식사 직전의 수준. 어젠 탈출했다 일부러 늦게 왔는데 그 이후의 서너시간이 어찌나 송신한지 몸과 마음이 잔뜩 마구 엉망으로 헝클어진 느낌이다. 공동생활의 가장 큰 단점은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을 때 그럴 수 없다는 것. 어젯밤은 괴로웠다.진심.

어수선한 연휴 와중에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사랑을 읽었다. 주위가 소란스러워도 별 무리 없이 술술 읽히는 타입이었는데 뭔가 찐득하고 감상적인 일본소설 특유의 정조가 역시나 소설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읽으면서는 뭐야, 이제 소설 그만 읽어야 하나 ㅠㅠ 이런 기분이 들정도로 소설을 읽고 있는 나란 인간이 한심하게 여겨졌는데 다 읽고나니 뭔가 강렬한 느낌이 남았다. 이저저거 자꾸 생각하게 하고 생각나는. 남녀관계에 있어서 가학적인 또는 피학적인 매커니즘이 먼 나라 얘긴 줄 알았는데 바로 내 얘기라더라는. 소설이 예술이구나. 하는 느낌도 강하게 받았다. 기존의 내 취향이 그렇지 않았을 뿐.

고백체라는 점에서는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이나 인간실격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셋 중에 가장 밝고 가볍다면 가벼운 소설이었다. 의도치 않았으나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와 권여선의 봄밤을 이즈음에 읽은 터라 `사랑`의 한 장면에 대해 비교해서 생각하는 중이다. 어제 추가한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속의 질투, 미친 사랑의 정념, 너무 한 낮의 연애의 시작하는 사랑, 봄밤의 바스라져가는 사랑, 가면의 고백과 인간실격의 자기애...무엇이 진정한 사랑일까 이렇게는 생각하고 싶지 않고 그 양상들을 좀 분류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런 감정의 기저에 있는 것이 궁금하다.

당분간 목소리를 비롯 소음에 노출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만땅인데. 오늘도 나는 정념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소음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아이러니다.

(오늘 전철 독서는 세르반테스도 셰익스피어도 아닌 블로 노트_타블로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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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10-05 09:22   좋아요 1 | URL
미친 사랑 표지가 너무 이뻐 `미치`겠어요^^

2016-10-05 09:37   좋아요 0 | URL
식구들 다 있는 집에서 누워서 책 들고 읽었거든요. 표지랑 제목이 좀 신경쓰였어요ㅋㅋ

책읽는나무 2016-10-05 09:37   좋아요 0 | URL
타블로로 인해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의문의 1패!!!ㅋㅋ
미친 사랑 책 표지와 책 제목이 며칠 전부터 쑥님 덕택에 안그래도 무척 끌리던 중이었습니다^^

2016-10-05 09:38   좋아요 0 | URL
정상적인 사랑만 한 한국여성들에게 추천요ㅎㅎ 타블로 의문의 1승ㅋㅋㅋ

보물선 2016-10-05 09:38   좋아요 1 | URL
코엘료의 <불륜>아닌게 다행^^

2016-10-05 09:39   좋아요 0 | URL
ㅍㅎㅎㅎㅎㅎ

꿈꾸는섬 2016-10-06 06:38   좋아요 0 | URL
ㅎㅎ정상적인 사랑과 미친사랑의 차이는 뭘까요?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미쳐야 사랑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 가끔 내가 미쳤지하고 생각할때가 있거든요.ㅎㅎㅎㅎㅎ

2016-10-06 06:41   좋아요 0 | URL
저도 쓰면서 정상은 뭐고 아닌건 뭐람. 이라고 생각했어요. 맞네요. 사랑의 기본 속성이 광기!! 아님 설명이 불가ㅎㅎ

꿈꾸는섬 2016-10-06 06:45   좋아요 0 | URL
요새 소설을 통 못 읽었는데 소설 읽고 싶게 만드는 페이퍼에요.ㅎㅎ

단발머리 2016-10-06 19:56   좋아요 0 | URL
정상적인 사랑만 한 한국여성분들... ㅋㅋ
추천해 주셨으니 읽어야겠어요.
좀 평범하게 살려했더니만 쑥님 페이퍼와 빨간 책표지에 두근거리는 내 마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