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월 꼬박 사흘을 집에서만 복작거렸더니 거의 질식사 직전의 수준. 어젠 탈출했다 일부러 늦게 왔는데 그 이후의 서너시간이 어찌나 송신한지 몸과 마음이 잔뜩 마구 엉망으로 헝클어진 느낌이다. 공동생활의 가장 큰 단점은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을 때 그럴 수 없다는 것. 어젯밤은 괴로웠다.진심.
어수선한 연휴 와중에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사랑을 읽었다. 주위가 소란스러워도 별 무리 없이 술술 읽히는 타입이었는데 뭔가 찐득하고 감상적인 일본소설 특유의 정조가 역시나 소설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읽으면서는 뭐야, 이제 소설 그만 읽어야 하나 ㅠㅠ 이런 기분이 들정도로 소설을 읽고 있는 나란 인간이 한심하게 여겨졌는데 다 읽고나니 뭔가 강렬한 느낌이 남았다. 이저저거 자꾸 생각하게 하고 생각나는. 남녀관계에 있어서 가학적인 또는 피학적인 매커니즘이 먼 나라 얘긴 줄 알았는데 바로 내 얘기라더라는. 소설이 예술이구나. 하는 느낌도 강하게 받았다. 기존의 내 취향이 그렇지 않았을 뿐.
고백체라는 점에서는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이나 인간실격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셋 중에 가장 밝고 가볍다면 가벼운 소설이었다. 의도치 않았으나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와 권여선의 봄밤을 이즈음에 읽은 터라 `사랑`의 한 장면에 대해 비교해서 생각하는 중이다. 어제 추가한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속의 질투, 미친 사랑의 정념, 너무 한 낮의 연애의 시작하는 사랑, 봄밤의 바스라져가는 사랑, 가면의 고백과 인간실격의 자기애...무엇이 진정한 사랑일까 이렇게는 생각하고 싶지 않고 그 양상들을 좀 분류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런 감정의 기저에 있는 것이 궁금하다.
당분간 목소리를 비롯 소음에 노출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만땅인데. 오늘도 나는 정념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소음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아이러니다.
(오늘 전철 독서는 세르반테스도 셰익스피어도 아닌 블로 노트_타블로 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