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다. 한국문학을 좀 읽어보려고 단편소설 강의를 신청해서 듣고 있는데 넘 피곤해서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금요일 저녁시간에 정기적으로 뭘한다는게 이렇게 부담일 줄이야. 집에 돌아가기도 까마득하고. 다행히 언니집 근처라 수업 전에 잠시 쉬었다가는데 한 번 누우면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아이고 팔다리허리어깨야.

책도 무엇도 다 젊을 때 부지런히 해야한다는 깨달음이 지금 오면 뭣하나. 놀러나 다니지 뭘 이렇게까지나 아등바등 새삼스런 회의가 인다. 다행히 주말에 식구들이 모두 일정이 있다하니 집에 혼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람과 티비와 스맛폰 없이 이틀을 아주 푹 침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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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10-21 18:20   좋아요 0 | URL
눈이 침침해지면서도 굳이 책을 보겠다고 안경도수 낮추면서 왜 이렇게 하면서까지 책을 읽으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물었었는데...
답이 없었어요 ~^^

2016-10-21 18:23   좋아요 0 | URL
버스탔어요ㅎㅎ여긴 어디? 나는 왜? 하며. 낯선 동네가 아닌데
이 낯선 느낌이라니^^;

수이 2016-10-21 19:41   좋아요 0 | URL
다들 소설 때문에 바쁘시군요 이래저래 ㅋㅋ

2016-10-21 20:48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서ㅋㅋ

단발머리 2016-10-22 14:13   좋아요 0 | URL
사람 티비 스맛폰 없이 책읽기에 골몰하고 계신 쑥님에게~~~ 좋은 시간 보내시고 소설 후기랑 일기 올려주시어요~~
기다리는 1인 올림^^
 

요 며칠 존 쿳시의 얇은 책<나라의 심장부에서>를 읽는데 옐리네크가 떠올랐다. 2년전 친구가 사는 동네의 평생학습관에서 문학강의를 들으면서 처음 접한 알프레드 옐리네크. 누구지? 작가도 책도 낯설었다.
1946년 오스트리아 출생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2004년이면 한창 어린이책을 읽을 때다. 암튼 그렇게 시기를 놓치고 2년전 읽은 책이 <욕망>이다. 포르노인가 문학인가라는 띠지의 문구는 잘못 뽑았다. 팔려고 일부러 선정적인 문구를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면.

포르노라는 부분에서 일견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는데
딱히 포르노도 아니고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게 뭐지?라는 기분으로 메시지를 찾으려 애쓰며 읽다가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과감히 책장을 덮어 버렸다. 반쯤 읽었던 듯 하다. 그리고 미련이 없었는데 <나라의 심장부에서>를 읽으며 그 불편함이 되살아났다. <욕망>급의 불편함은 아니지만 <나라의...>도 만만치 않다.

그 후 다른 강의 장소에서 만난 30대 출판사 편집자가 자긴 옐리네크의 책을 대학교 때 읽고 `비혼`을 결심했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와 대단하다. 그런 책을 20대 초반에 읽고 어떤 결심까지나!`나는 뭐지?

그이는 20대에 그 불편함을 직면했고 대처했고 결정하고 행동했지만 나는 40대에 그 불편함을 바로 회피해 버렸다. 이유는 나는 이미 불편함 속에 발을 담근 당사자로서 물 밖으로 나오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종류의 불편함이 생기는 걸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내가 20대에 옐리네크 책을 읽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니 더 회피하고 싶어졌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모른 채로 속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요즘 <욕망>이든 <피아노 치는 여자>든 다시 읽는다면 끝까지 잘 읽을 수 있을 거 같아 다시 읽어보리라 생각했는데 마침 오늘이 옐리네크 생일이다. 오홋~ 아무래도 우린 인연인가ㅎㅎ 해피버스데이 열리네크♡
이런 종류의 책들도 한 번 모아서 읽고 싶다. <작은 것들의 신>도 이런 종류의 불편함이 있는 책이고
토니 모리슨의 책들도

(요즈음 2년 동안 대체 난 뭘 한거지? 책을 읽기나 한거야? 이런 생각에 괴로웠는데 그 2년의 의미가 옐리네크로 확인이 되었다. 불편해서 덮던 책들을 끝까지 좋아하며? 읽을 수 있게 된 것.
그게 2년 간극의 전과 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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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큰아이가 집에 와서 잤다. 아침에 새우볶음밥을 해서 도시락을 싸주고 사우나를 가려고 이르게 집을 나섰다. 물론 사우나를 가려했으니 머리도 안감고 세수도 안하고 집을 나섰건만 결과적으로 못 가는 바람에 하루 종일 머리 찜찜 얼굴 찜찜. 세수는 임시방편으로 어찌했지만 머리를 안감고 나간 날은 왜 피로가 두 배로 느껴지는지. 하루종일 마음은 사우나를 찾아 헤맸다.

귀가가 늦어 주차 자리가 없어 빙빙 돌다가 평소 안가던 옆동 뒤편 구석에 자리가 있어 주차를 하고 보니 안다니던 길로 집에 오게 되었다. 어둑하고 낯선 길을 더듬어 오는데 호박꽃이 화사하다. 지금 꽃을 피워도 열매 맺을 수 있나 신기하여 들여다 보는데 그 옆에 들깨, 고추, 방아가 심겨져 있다. 사람이 잘 안다니는 곳이라 이런 저런 푸성귀를 심어 가꾸는가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호박잎을 따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들깨잎을 하나 따서 코를 대었더니 들기름 냄새가 난다. ㅎㅎ 들깻잎에서 들기름 냄새가 나는 게 당연하지 하면서도 그런 자연현상들이 오묘하여 웃음이 났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방아이파리를 따서 걸어오는 내내 킁킁대며 향을 맡았다. 사람에 따라 역겨운 향일 수도 있는 방아향이 나는 왜 이렇게 좋은지.
고향에라도 다녀온 듯 힐링.

오늘도 안전 귀가 감사합니다. 매일 집에 돌아와서 현관문의 손잡이를 돌릴 때 하는 속마음 말이다.

일기를 쓰더라도 북플엔 왠지 책이미지 하나는 올려야 기분이 난다. 머리 맡에 있는 책 중 가장 신간 <13월에 만나요>. 천천히 읽고 있는 <나라의 심장부에서>. (오늘도 책 읽을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락>을 읽을 땐, 어 이런 스타일의 작가구나! 정도 였고 읽기 좀 불편했었는데 <나라의 심장부에서>는 그 불편함이 강하게 어필한다. 존 쿳시를 좋아하는 작가목록에 넣어야 할 것 같다. 설렘.
(오랫만에 얇은 책도 감사합니다.)
귀가길에 들은 CBS FM /꿈과 음악사이/ 꿈과 음악사이란 말이 참 예뻤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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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10-19 07:16   좋아요 0 | URL
방아잎향!!!
제가 사랑하는 향이에요^^
된장국에 꼭 넣어야만 해요
부추전에도 꼭 넣어야만 해요
안그럼 음식맛이 잘 안나더군요
그래서 전 늘 방아이파리들한테 고마워합니다^^
방아는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성분이 있는 허브라더군요?
쑥님이 맡을때마다 느껴지는 힐링되는 그 느낌이 아마도 스트레스 감소지수가 내려가고 있을지도??^^

2016-10-19 07:20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전 방아를 보기만해도 기분 좋아져요. 방아를 많이 심어 놓은 동네는 호감지수 상승이구요. 방아잎만으로도 전을 부쳐먹지만 역시 땡초넣은 부추전에 방아잎을 적당히 넣은 게 맛나죠. 아침부터 먹는 얘기ㅎㅎㅎ 사실 된장에 넣어려고 몇 이파리 뜯어왔답니다^^

2016-10-19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9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술마시고우리가하는말>
이 맘 때면 나날이 노천 카페에 앉아 건들건들 맥주잔이나 기울기울 하고 있을 줄 알았더니
왠걸 요즘 나 넘 조신 모드.

하루 네 끼를 먹거나 두 끼를 먹는데 네 끼 분량을 먹거나 식탐에서 식탐으로 이어지는 나날들.

<피어라 돼지>
돼지 분량으로 1부를 구성하는 시인을 보며 동질감.

<나라의 심장부에서>
마그다의 고통을 통과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혼돈과 불안, 절망이 버무려진 실재.

너의 리듬을 깨기 싫어 나는 침묵한다.
궁금하지 않아도
문득 문득 내뱉고 싶은 말말말
독백의 시간은 파랗게 번쩍이는데
어쩌자고 낮시간은 아직도 열망인건지
얼음처럼 단풍이 든다
술향기가 없어도 그리움은 익는다
뽀글뽀글 잘도 소리내며 툭툭 터진다
침범하지 않는 일은 얼마나 서러운 일인가라며
가을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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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7 23:06   좋아요 1 | URL
요즘 술한 잔 하는게 너무 부럽습니다.ㅎㅎㅎ술을 전혀 못마시니 원...아놔...

2016-10-18 05:25   좋아요 2 | URL
술도 습관인가 봐요. 안 마시니 안 마시게 되네요ㅎㅎ 못마셔서 안마시는것도 괜찮은 듯 합니다. . .ㅎ
 

남도의 비소식을 들으며 여기도 빗소리 좍좍 들렸음 좋겠다고 생각한다.
여긴 어중간히 내리다 말았다. 온 것도 아닌 아니 온 것도 아닌..차가 씻기는 것이 아니라

딱 더렵혀지기 알맞은 비.
아침 나절 도서관에 들렀다 가락시장에 가서 고들빼기를 사왔다.

고들빼기를 사려고 간 것은 아닌데 지나다가 눈에 들어와서 할 수 없이.

지나치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사오면서 엄청 후회...휴일엔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뒹굴거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사다만 놓고..하루종일 뒹굴거렸더니 마음이 무겁다.


돈키호테와 나라의 심장부에서와 감정교육,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쌓아두고 멍 때리기

오랫만에 김혜순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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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오늘 새 부인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들은 타조 깃털을 이마에서 휘날리는 한 필의 말이 끄는, 먼 길을 달려 먼지가 자욱한 마차를 타고 달가닥달가닥 평원을 가로질러 왔다. 혹은 이마에 깃털을 단 두 필의 당나귀가 끄는 마차였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가능한 일이다. 나의 아버지는 검은색 연미복에 실크 모자를 썼고, 신부는 챙이 넓은 모자에 가슴과 목이 끼는 흰 드레스를 입었다. 과장한다면 모를까, 그 이상은 묘사할 수 없다.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늦은 오후에 나는 내 방에서, 덧문을 닫은 컴컴해져가는 선녹색 방에서 채을 읽고 있었가나, 어쩌면 편두통과 싸우느라 축축한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누워 있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나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편두통과 싸우면서 방에 처박혀 지내는 사람이다. 식민지는 그러한 여자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나처럼 극단적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버지는 생기 없는 검은색 부츠를 신고 마룻바닥을 수없이 왔다갔다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제3의 인물이 잇다. 침대에 늦게가지 누워 있는 그의 새 부인.그들이 적이다. 6

<나라의 심장부에서 첫부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리뷰가 많아서 긴장했는데, 265페이지 밖에 안되고 시작 부분이 괜찮다. 다행이다....

 

 

 

 

 

 

 

 

 

 

 

 

 

 

 

178

무지함을 인간적인 거라고 천박함을 솔직한 거라고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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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진실이 아니라 견고한 거짓말이 관계를 지속시키기도 한다. 진실이 진심을 훼손시킬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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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은 읽은지 꽤 되었는데 참 좋았던 기억으로 가끔씩 생각난다. 영화적 에피소드, 단상들 장면들을 옮긴 것 같은 감각적인 책이었던 기억.

 

<블로노트>의 '천박한 솔직함'과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견고한 거짓말'이 짝으로 따라왔다.

 

 

 

 

 

 

 

 

 

 

내게 붙은 쿤은 내가 자랄 모습으로 자라났다.....그도 그럴 것이 이 몸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쿤이었고, 나는 쿤의 등에 달라붙어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팔로 쿤의 목을 감고, 두 다리를 쿤의 옆구리에 바싹 붙여 업힌 자세로 그녀와 한몸이 되어 살아왔다. 내 가슴과 배는 쿤의 널찍한 등에 단단히 엉겨붙어 있었다. 쿤은 나를 지탱할 만한 몸집이었으므로 뜯겨나온 건 쿤이 아니라 실은 나라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86

 

엊그제 '쿤의 여행'을 읽으며 울컥했다. 내 옆에 옆에 앉은 분도 울었노라고 이야기했고, 자기 이야기를 조금 털어놓았는데 일정부분 나의 삶과 비슷했다. 원래 쿤만 있었고 나는 없었던 것 같은 나의 삶. 어느 순간 누가 쿤인지 나인지 모르게 되어버린. 지금의 내가 가장 행복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더니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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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0-16 19:20   좋아요 0 | URL
저 고들빼기 엄청 좋아하는데ㅎ...고들빼기가 오밀조밀하게 생겨 먹어서 흙 잘 빼내지 않음 안 돼서 손질이 영 성가시다고...
고들빼기 같이 다루기 어렵지만 쌉싸름한 맛을 내는 맘....그런 생각 잠시.
언젠가 존 쿳시를 존 쿠체로 바꿔 표기하겠다 하더니 다시 쿳시로 부르기로 한 듯? 도스토옙스키, 도스또옙스키, 도스토예프스키처럼 다르게 불러도 그 사람인 줄 아는 경우와 달라서 흠...했었는데.
안 읽었던 존 쿳시 책 오랜만에 보니 재밌겠고 오늘도 읽고 싶은 책 잔뜩^^;;

2016-10-16 21:17   좋아요 0 | URL
다듬어 놓은 걸 사오긴했어요. 쓴 맛 많이 나는 걸 좋아해서 소금에 살짝 절이기만해서 무치는 스타일로 먹는데 이번은 김치가 될거같아요. 소금물에 넘 오래 절여놔서ㅋ 인터넷엔 쿠체와 쿳시가 같이 돌아다니고 있네요. ㅎㅎ
안읽고 쟁여만 놔도 책쌓아놓고 누워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