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큰아이가 집에 와서 잤다. 아침에 새우볶음밥을 해서 도시락을 싸주고 사우나를 가려고 이르게 집을 나섰다. 물론 사우나를 가려했으니 머리도 안감고 세수도 안하고 집을 나섰건만 결과적으로 못 가는 바람에 하루 종일 머리 찜찜 얼굴 찜찜. 세수는 임시방편으로 어찌했지만 머리를 안감고 나간 날은 왜 피로가 두 배로 느껴지는지. 하루종일 마음은 사우나를 찾아 헤맸다.
귀가가 늦어 주차 자리가 없어 빙빙 돌다가 평소 안가던 옆동 뒤편 구석에 자리가 있어 주차를 하고 보니 안다니던 길로 집에 오게 되었다. 어둑하고 낯선 길을 더듬어 오는데 호박꽃이 화사하다. 지금 꽃을 피워도 열매 맺을 수 있나 신기하여 들여다 보는데 그 옆에 들깨, 고추, 방아가 심겨져 있다. 사람이 잘 안다니는 곳이라 이런 저런 푸성귀를 심어 가꾸는가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호박잎을 따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들깨잎을 하나 따서 코를 대었더니 들기름 냄새가 난다. ㅎㅎ 들깻잎에서 들기름 냄새가 나는 게 당연하지 하면서도 그런 자연현상들이 오묘하여 웃음이 났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방아이파리를 따서 걸어오는 내내 킁킁대며 향을 맡았다. 사람에 따라 역겨운 향일 수도 있는 방아향이 나는 왜 이렇게 좋은지.
고향에라도 다녀온 듯 힐링.
오늘도 안전 귀가 감사합니다. 매일 집에 돌아와서 현관문의 손잡이를 돌릴 때 하는 속마음 말이다.
일기를 쓰더라도 북플엔 왠지 책이미지 하나는 올려야 기분이 난다. 머리 맡에 있는 책 중 가장 신간 <13월에 만나요>. 천천히 읽고 있는 <나라의 심장부에서>. (오늘도 책 읽을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락>을 읽을 땐, 어 이런 스타일의 작가구나! 정도 였고 읽기 좀 불편했었는데 <나라의 심장부에서>는 그 불편함이 강하게 어필한다. 존 쿳시를 좋아하는 작가목록에 넣어야 할 것 같다.
설렘.
(오랫만에 얇은 책도 감사합니다.)
귀가길에 들은 CBS FM /꿈과 음악사이/ 꿈과 음악사이란 말이 참 예뻤다. 굿나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