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념 없이 (나이 개념 없이) 살다 보니 이렇게 소소한 무슨 날은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어제부터 북적북적 알라딘에 인사들이 오가는 것을 보며 시즌을 체감한다.
뜸했던 서재 지인님의 글이 올라와 소식을 읽으니 반갑고 또 반갑다. 내 시간을 내어 줄 여유가 없으니 먼저 연락을 못한다. 밥 한 번 먹자, 술 한 잔 하자 소리가 쉬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서 보고 싶다는 말은 거짓말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어 주었을 때 유지 되는 것이 '관계'이다. 알라딘에서 댓글을 다는 것 또한 시간을 '쓰는'일이다. 그보다 앞서는 '마음'을 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나는 댓글도 잘 달지 못하고 답글 또한 그러하다. 가장 먼저는 무엇이라고 댓글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고, 댓글에 대한 답글도 어떻게 달지?하다가 타이밍을 놓쳐 버리곤 한다. 상반기는 좀 달린 것 같은데, 하반기는 책도 못읽고 페이퍼도 못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페이퍼를 많이 쓴 순위?에 올라가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알라딘 서재이니만큼 좀 더 유용한 책소개나 리뷰로 이름을 올려야 하는데 신변잡기 위주의 페이퍼를 그만큼이나 썼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슨 수다를 그리 떨었나 하며 예전 글들을 몇 개 찾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좋아서 비회원으로 좋아요를 눌렀다. 쓸데 없는 얘기도 많지만 간혹 가다 읽을만한 글들도 있더라는 이야기..ㅎ 늘 하는 말이지만, 알라딘은 자기 글에 좋아요를 누를 수 있게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 좋아요는 자기글에 기본으로 눌러야하는 것 아닌가? 시대가 변했다. 자기 자랑도 하고 자기가 좋아야지 남도 좋아 할 수 있는 것, 다른 것도 아니고 이정도 좋아요는 맘 놓고 해야하지 않겠는가. 부정성에도 기회를 주기 위해 '싫어요'기능도 함께...ㅎ 순실이 재산이 수조원대인지 그 보다 더한지 알지 못하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세상에 살면서, 자기 글에 좋아요 정도는 누르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기승전순실..
내가 서재에 다시 돌아 온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동네 도서관에서 문학 강의를 듣게 되면서 부터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림책과 아동 도서를 읽을 때 한참 재밌게 서재생활을 하다가 이사를 하고 책을 읽지 못하는 환경에 처하면서 부터 자연스레 서재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올 초에 부암동 북카페 야나문에서 열린 프레이야님의 <앵두를 찾아라> 출간기념회에 참석하면서 서재 지인님 몇 분을 오프에서 보게 되고, 더 재밌게 서재 나들이를 유지하게 되었다. 출간기념회가 2016년 1월 25일이었고 망설이다가 진짜 용기를 내어 간 오프 모임이었는데 그 때 만난 서재지인들, 그리고 그 때 나눈 이야기는 두고 두고 생각이 나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였다. 그 때 통크게 판매가 4.5의 와인을 척 내주신 야나님 덕분에 그 와인을 다 마시고 가느라 남아서 이야기 나눴던 세 분은 한 번 만났을 뿐인데 무슨 십년지기 같은 느낌이고, 그게 인연이 되어서 나중에 시수업도 같이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적 같은 인연이다. 옛날 옛적 이야기 같은데, 겨우 올 1월.
어제 저녁엔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는 이런 기분이 느껴져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인생이 너무 행복하다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고 그런 일은 없으며 있더라도 금방 사라질 것이기때문에 그런 생각은 되도록 안하려고 하는데, 어제 저녁은 또 그런 기분이 되었다. 할 수 없이 그냥 잠깐 받아들였다. 그 기분을 느끼게 해준 것은 이런 것이었다. 세상에 공부 할 수 있는 것 만큼 만족을 주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공부할 수 있는 상황, 공부하려는 의지,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기. 헤겔 10강, 니체 10강, 스피노자 10강, 바디우 10강...., 읽는 게 어려우니까 일단 강의를 듣고, 듣고도 이해 못 할 것이므로 모여서 공부하고 먹고 마시고.. 마시고는 빼고. 이런 상상만으로도 막 기쁨이 샘솟았다.
아침엔 심쿵하는 일이 있었는데, 눈을 뜨고 무심코 SNS 피드를 보다가 제인오스틴의 꽃무늬 에디션 (정식 이름 모름) 사진을 보는 순간 정말 심쿵...마구 설레었다. 하루키의 크리스마스 에디션(정식이름 모름) 사고 싶었으나 참았는데, 동생 둘이 샀다는 말을 듣고 내 일처럼 좋았다. 안 사길 잘했어. 일단 동생들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런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났다. 몇 달만 빌려서 책꽂이에 꽂아두고 감상을 해야겠어..얘들아 꽃무늬도 니들이 사렴..ㅎㅎ
12월이 시작되자 마자 서두른 (내가 서두른거 아니고, 상황이 그리 됨) 송년회들 때문에 주말마다 1박2일 주중 음주가무로 감기몸살에 시달렸다. 일을 못해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번 주말은 온전히 집에 있을 수 있어서 마음이 가벼운 김에..;
결론은 여보님 나 제인오스틴 꽃무늬 에디션 사고싶다..
여보님은 알라딘 안 보기 때문에 이런 말 여기 다 하는 것 소용 없지만 여긴 서재니까.
이런 말 하는 곳*^^*
여러분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사고 싶은 책 사는 연말연시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