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내가  아내인 미스 李에게 요구한 것은 지금 생각해보아도 호화 혼수였다.

잘나가는 의사도 아니고, 고시를 패스한 판검사도 아닌데

지가 어디가 잘났다고 이런 요구를 했나 모르겠다.(잘난 사람도 이러면 못쓰는데...)

 

전에 페이퍼에도 잠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미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연애가 길어진 것은

이 호화 혼수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쉽게 마련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세월로 변해가도 이 혼수문제는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연애질에만 열중하지 결혼할 의사를 내지 않는 것 같은 남자에게 처가의 맏딸인 아내가

결혼하자고 조르지 못한 단 한가지 이유도 이 혼수문제였던 것이다.

결말부터 말하자면 나는 억울하게도 이 호화 혼수를 받지 못하고 결혼하였다.

연애 기간 4년을 청산하고서.

 

과연 제가 내건 호화 혼수의 목록은 무엇이었을까요? (정답은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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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혼수 목록 : 내가 읽고 준 책 100권 읽기

 

결혼전에 처가집 거실에 쭈~욱 늘어져 있던 책들이

이제는  노총각인 처남의 방에 진열되어있다.

시간만 있으면 술마시기와 축구하기를 좋아하는 처남이

이 책 가운데 한 권이나 뒤적였을려나 모르겠다.

지나간 어버이날 인사드리러 갔다가 우연히 열어 본 처남방에서 이 물건들을 보니

오래전 아내와 함께 열정을 가지고 책을 나누어보던 시절 생각이 난다.

 

그 책 중에 한 권이 철학자 박이문 선생의 자서전이었던 '사물의 언어'였다.

최근 자전적인 글을 모아  만든 책을 손에 들고 보니 옛생각이 꼬리를 문다.

옛날 예기는 가난의 지름길이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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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1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는 왜 님처럼 호화혼수 목록을 만들어 주는 남자가 없는 걸까요?
그런 남자 있음 작업 한 번 걸어 봤을텐데(억울해용)

니르바나 2005-06-1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고 넓은 세계관을 가진 파란여우님 앞에 서면 주눅이 들어 감히 작업용 멘트가
입밖으로 나오지 못했을거란 예감이 어찌 듭니다. ㅎㅎㅎ

瑚璉 2005-06-1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딱 놀랐었습니다(-.-;).

로드무비 2005-06-1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정말 멋진 혼수 요구였네요.ㅎㅎ
<사물의 언어>는 제 책꽂이에도 있는 책입니다.
그 처남만 복이 터졌구만요. 그런데 책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한 냄새가...
니르바나님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가 갑자기 너무 궁금해졌어요.^^

2005-06-18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6-1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털썩.

2005-06-18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5-06-1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역시 니르바나님이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니르바나님 뭐 하시는 분이세요? 의사도 아니고 법조인도 아니면 뭘까요? 궁금해요. ㅜ.ㅜ

비로그인 2005-06-1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정말 호화혼수였네요... +_+
저라도 좀 부담스러운 혼수였을 것 같습니다 ;;;

마태우스 2005-06-1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혼수군요..니르바나님, 저 돌아왔습니다. 님들의 따스한 위로 덕분에 슬픔이 어느 정도 걷혔어요. 하지만 이미지를 벤지 사진으로 쓰고 있던 곳이라, 인사를 다니고 있다보니 다시금 벤지 생각이 나네요. 여러가지로 감사드려요....

2005-06-18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5-06-19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멋진 호화혼수네요. 제게도 이런 걸 원하는 남자가 있다면 바로 결혼을..ㅋ

니르바나 2005-06-2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혼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셔서 감사합니다.

2005-06-24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