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내가 아내인 미스 李에게 요구한 것은 지금 생각해보아도 호화 혼수였다.
잘나가는 의사도 아니고, 고시를 패스한 판검사도 아닌데
지가 어디가 잘났다고 이런 요구를 했나 모르겠다.(잘난 사람도 이러면 못쓰는데...)
전에 페이퍼에도 잠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미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연애가 길어진 것은
이 호화 혼수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쉽게 마련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세월로 변해가도 이 혼수문제는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연애질에만 열중하지 결혼할 의사를 내지 않는 것 같은 남자에게 처가의 맏딸인 아내가
결혼하자고 조르지 못한 단 한가지 이유도 이 혼수문제였던 것이다.
결말부터 말하자면 나는 억울하게도 이 호화 혼수를 받지 못하고 결혼하였다.
연애 기간 4년을 청산하고서.
과연 제가 내건 호화 혼수의 목록은 무엇이었을까요? (정답은 아래에)
.
.
.
.
.
.
.
.
.
.
.
.
.
.
.
.
호화 혼수 목록 : 내가 읽고 준 책 100권 읽기
결혼전에 처가집 거실에 쭈~욱 늘어져 있던 책들이
이제는 노총각인 처남의 방에 진열되어있다.
시간만 있으면 술마시기와 축구하기를 좋아하는 처남이
이 책 가운데 한 권이나 뒤적였을려나 모르겠다.
지나간 어버이날 인사드리러 갔다가 우연히 열어 본 처남방에서 이 물건들을 보니
오래전 아내와 함께 열정을 가지고 책을 나누어보던 시절 생각이 난다.
그 책 중에 한 권이 철학자 박이문 선생의 자서전이었던 '사물의 언어'였다.
최근 자전적인 글을 모아 만든 책을 손에 들고 보니 옛생각이 꼬리를 문다.
옛날 예기는 가난의 지름길이랬는데....